혹시라도 귀농 귀촌생활을 계획하거나 실천에 옮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기를 권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바로 마농의 샘이다. 프랑스의 1986년도 작품이지만 지금 한국의 농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를 담았다. 한국과 프랑스는 그다지 닮은 면이 별로 없고 벌써 40년 가까이 된 작품이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귀농생활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꼭 보시기를 권한다.
프랑스의 농촌인 프로방스지역에 비교적 젊은 가족이 귀농한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어린 딸 세명이다. 남편은 대도시에서 세무서에서 근무했던 사람인데 어머니로 부터 상속받은 땅에 제 2의 인생을 기약하며 귀농한 것이다. 그는 다양한 채소를 키우고 토끼를 사육해 나름 근사하고 전망있는 농촌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땅도 꽤 넓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판단한다. 농사를 지을 충분한 물만 공급된다면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옆땅 주인 등 주변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바로 옆땅의 소유주인 아저씨와 그의 조카는 도시에서 귀촌해 온 옆땅 가족이 싫었다. 대도시에서 전문적인 일에 종사한 것도 기분이 나빴고 자신들이 적당히 소유할 수도 있는 땅인데 주인이 찾아 들어오는 것도 못마땅했다. 게다가 곱추라는 장애를 가진 것도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들은 계략을 세운다.그의 가족들이 농사에 실패하고 스스로 땅을 내놓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족들의 땅에 존재하는 샘을 막아버린다. 생명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가족은 샘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젊은 남편은 샘을 찾고 샘을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다했다. 하필 그 당시 대단한 가뭄이 들어 물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노새를 이용해 물을 길어 나르는 것이 하루의 모든 것이 됐다.부인과 어린 딸도 물통을 들고 뒤를 따랐다. 옆땅 노인과 조카는 이런 장면을 고소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가뭄은 계속되고 남편은 더욱 지쳐간다. 준비해온 돈도 다 고갈된다. 부인의 목걸이마저 저당잡혔는데 그것이 가짜여서 몇푼 받지도 못한다. 결국 땅을 담보로 옆집 아저씨에게 돈을 빌린다. 하지만 가뭄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샘을 파기 위해 폭탄을 설치하고 그 폭발로 인한 돌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귀농의 힘듬을 이야기하려 만든 것은 물론 아니다. 스포일러때문에 스토리를 언급하지 않겠다.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귀농생활이 정말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평생 농사를 지은 경험이 없는 사람이 농사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것은 귀농일 경우 더 하지만 귀촌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귀농생활에서 물을 정말 필수이다. 요즘은 샘에서 물을 공급받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관정을 파서 해결한다. 관정파는 기술이 발달해서 대부분 성공한다.물 구하기는 많이 쉬워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주변인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힘든 상황속에 놓여 있다. 영화속 가족의 남편은 도시에서 전문직에 종사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시골로 귀농할 경우 주변인들의 시기어린 눈초리를 받게 된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동네의 모임에 자주 나가 그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 말일 영화속 남편이 동네 모임에 나가 주변인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그들의 조언을 받아드렸다면 물때문에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농촌에서는 물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문제점이 주변인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한다. 도시에서는 이미 정확하게 구분된 공간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돈을 내고 들어가 살면 되기에 이런 저런 민원이나 갈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농촌에서 모든 것이 새로 만들어지는 환경이니 옆땅 주인과 사사건건 갈등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요즘은 지적도에서도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예전 지적도와 요즘 GPS에 근거한 지적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옆집 사이에 소송도 상당하게 발생한다는 소식이다. 봄철에 떨어지는 꽃잎때문에, 늦가을 떨어지는 낙옆때문에 이웃끼리 언쟁을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도시에서 아파트 등 특수공간속에 갇혀졌던 인간 본연의 갈등과 다툼 본능이 농촌에서는 여과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긴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때문에 폭력이 난무하지만 말이다.
영화 마농의 샘은 샘을 배경으로한 3대에 걸친 사랑과 저주의 숙명적 역사를 다룬 것이지만 정말 영화속에는 농촌지역의 진실된 속사정이 충분히 담겨 있기에 귀농 귀촌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관람하기를 다시 한 번 권한다. 귀농 귀촌은 단순히 도시에 살던 환경이 농어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일생이 걸린 너무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도시처럼 이웃과 그냥 문을 닫고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너무 이웃과 친하게 지내다가도 사소한 문제로 원수가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농촌의 현실이다. 요즘은 오른 땅값때문에 길을 두고도 수많은 갈등이 생기게 된다. 갈등은 인간이 만들고 지속하는 숙명같은 것이지만 상황을 잘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너무도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부디 귀농 귀촌을 해서 자신의 원한 것을 얻고 행복한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린다.
2023년 6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