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난 한손에 든 우산을 만지작거리며 리치빌 1층 계단에 앉아있었다.
30초 정도 지났을까.
내 바로 앞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15층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은 후라질놈이란걸 확신한 나는
왠지 조금은 떨리는 맘으로 신발에 묻은 흑탕물을 닦아냈고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1층을 가리키며 문이 열었다.
"니가 후라질년?"
"응."
"올라가자."
그와 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조용한 정적속에 녀석이 입을 열었다.
"어때?"
"뭐가?"
"내 첫인상."
"음.. 실망하진 않았어."
"거봐. 내말이 맞지?"
"지금 쫌 실망하려고 해."
"입 다물고 있을게."
-띵똥-
엘리베이터가 그렇게 15층에 도착했고,
후라질놈과 난 엘리베이터를 벗어나 그가 앞서가는 길을
그대로 뒤따라 걸어갔다.
그는 키가 무지 커서 엘리베이터를 내릴때 고개를 숙여야했다.
그 점은 아주 흡족했다.
그가 1505호 앞에 우뚝 섰고.
나도 그를 따라 그 뒤에서 우뚝 섰다.
"들어가자."
"잠깐만!"
"말해."
"비디오.. 맨 처음으로 감아놨지??"
"난 약속 잘지켜."
"그럼 됐어. 들어가자."
그는 약간 내 행동이 엉뚱하다고 생각했는지 피식 웃고는
엄지손가락을 문에 갖다대더니 덜컥 하고 열린 문으로 들어가버렸다.
지문인식 시스템인듯 했다.
하여튼 나도 재빨리 그를 따라 들어갔다.
집은 예상했던 대로 깔끔하고 넓었다.
우리집과는 아주아주 상반된 집이었다.
그는 곧장 거실로가 쇼파에 앉아 리모컨을 손에 들고
현관에 아직까지 서있는 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제 그만 일루 오지?"
"나 이것만 보구 갈꺼야."
"그러던지 말던지."
"그냥 영화관에 온 샘치고 볼꺼니까 중간에 끄거나
혹시라도 드러운짓하면 이 가방에서 연장 꺼낼꺼야."
"누가 같이 본데. 넌 영화봐, 난 일해야 돼."
그러더니 남자는 TV를 켜 재생버튼을 누르곤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주아주 심하게 창피했다.
그냥 나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몸은 이미 쇼파에 앉아있었다.
집에 있던 내 배게만한 TV로만 보다가 이렇게 한쪽 벽만한 크기의
텔레비전으로 보니까 무척 색다르고 부럽고 이 TV를 소유하고 싶어졌다.
그새 그 큰 텔레비전에서는 벌써 베드씬이 나오고 있었다.
"후라질놈씨."
난 그가 들어간 방문쪽에다 대고 목청을 높혀 후라질놈을 불렀다.
"....왜요."
"나 맥주있으면 좀 주라."
"냉장고에 있어. 오른쪽 문짝에 쫙."
"응. 고마워."
왠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같이 볼걸 기대한건 아니지만 이렇게 남의 집에서
혼자 것도 에로영화를 본다는게 우수웠고, 거기에 집주인은
손님은 본채만체 마치 오랜 친구 보듯이 하는게 분했기 때문일까.
난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서 캔맥주 두갤 손에들고
그가 들어간 방문앞에 섰다.
"저기, 나 들어가도 돼?"
"들어와."
후라질놈은 흔쾌히 들어와라고 답했고 난 곧장
방문을 벌컥 열었다.
곧장 후회할 일을 하고만것이다.
"어?... 혼자..있던게 아니었네."
"혼자있다고 한적은 없는데."
"아... 벌컥 들어와서 미안. 계속해."
"할말 있음 하고 가지?"
벌게진 얼굴로 급히 나가려던 내게 후라질놈이 말했다.
일한다더니.. 침대에 누워있는 여잔 뭔지.
날 빤히 쳐다보는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그게 너무 창피하고 내 자신이 그제서야 아주 웃긴행동을 했단걸 알아차렸다.
"아, 이 맥주는 내가 마셔도 되지?
그럼 난 그만 가볼게. 소리가 이중으로 들리는건 싫어."
"그런거 아닌데..."
"비디오는 내일까지 꼭 반납해. 내가 빌려갈꺼니까."
"잠깐."
내가 어째서인지 벌게진 얼굴을 삭히지 못하고
그대로 우산을 챙겨들고 현관앞에 섰을때, 후라질놈이 내 팔목을 낚았다.
순간 드라마속에 한장면 같아 기분이 뭉클했다.
"이거."
그는 그의 와이셔츠 왼쪽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조각 하날 내게 건냈다.
아마 명함인듯 했다.
나는 그 종일 천천히 받아들어 거기에 씌인 글씨를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연애 컨설턴트>
NAME 진정제
PHONE 011-9974-0000
"이걸 왜주는데?"
"니가 오해하고 가는거 같아서."
"우리 첨본 사이야. 내가 오해를 하던 이해를 하던 무슨 상관인데?"
"난 그런거 싫어.
누군가 날 제멋대로 생각해 버리는거."
후라질 놈의 정체를 알고나니 그가 좀 멋져보였다.
이름에서 약간 걸리긴 하지만 대화방에서만 봐오던 동갑내기 녀석이
이렇게 멋드러진 일을 하고 있다는게 나와는 좀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앤애 컨설턴트 매니저가 뭘 하는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그런거 싫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던 그 생각을 다른 누군가가 강제로 바꿔놓으려는 거."
"나랑 비슷한 구석이 꽤 많네."
"어쨌든 약속 잘 지킨댔으니까 비디오는 꼭 반납해. 내일까지."
"흠. 그냥 보고 가면 될껄."
"..... 비디오 가져가도 되?"
"그럼 내가 일 끝나고 너희 집으로 가면 되겠네."
"언제쯤 끝나는데?"
"두시간 정도 걸릴것 같아."
그는 오른쪽 손목에 찬 메탈의 로렉스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자기가 나온 방을 한번 뒤돌아 보며 말했다.
그는 두손을 모두 허리에 올려놓은채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할래? 그냥 가는거 섭하잖아."
"우선 줘봐."
"허락하는건가?"
"집에가서 생각해보구."
"컴퓨터는 켜놓을테니까 대화방으로 오던가."
"응."
너털너털.
비는 그새 그쳐버렸다.
집으로 향하면서 난 과연 연애 컨설턴트 매니저가 무엇인지
집에 가자마자 네이버 지식검색으로 찾아볼것을 다짐했다.
집에 도착해 삼줄슬리퍼를 현관에 벗어던지곤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켜져있던 메신저에 쪽지 몇장이 날아드러와 있었다.
[내 이름 안웃겼어?
내 이름 알고 안웃는 사람 드문데.]
[에어컨 빠방하게 틀어놓고 있어. 나 더운거 딱 질색이야.]
[생각보다 일찍 끝날것같아. 청소해놔.]
우습지만.
난 이 쪽지를 읽자마자 그 자리에서 곧장 일어섰다.
그리고 청소를 시작했다.
주관이 똑바로 서있던 나인데 내가 이렇게 진정제인지 흥분제인지 하는 놈이
시키는 데로 집청소를 하고 있다는게 스스로 꼴사나웠지만,
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집에 도착해 청소를 끝마치고 전기세 아낀다고
잘 켜지도 않았던 에어컨까지 켜놓고 있었지만
한시간이 지나도 세시간이 지나도.
결국 한밤이 되도록 후라질놈은 오지 않았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암컷이 수컷에게 반응할 때 step.2
헬로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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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631
05.08.04 13:56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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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좀 색다르네요^^담편은 언제 ㅎㅎ
= _=;아 색다른 - _-♡무언가가 느껴진다
아 너무색달라요 ㅡㅡㅋㅋㅋㅋ, 친구한테도 읽어보라고 추천해요!!! 빨리써주세요!!
소설 재밌어요,,ㅎㅎ 담편이 기대되는데요??ㅎ
앗 진정제 ㅎㅎ
너무 재밌네요 제가 원래 이런 블랙을 좋아하는지라 ㅎㅎ
재밌어요!! 쫌만 길게 써주세요><;;;;;;;;
담편도 어서 올려 주세요~ㅋㅋ 기대되요~ㅎㅎ
색다른...........으하하하,,
니가 우라질년???아 재밌어요 ㅋㅋ
우라질년.. 우라질놈..ㅋㅋ
에에 ..... 서운하겟다 'ㅅ'
ㅋㅋㅋㅋ재미따~~우헤헿
ㅎㅎㅎㅎ 잼나네요...담편이 넘 궁금해지네요..
ㅎㅎㅋㅋ음.. 이소설은 왠지 색다르네요^___^
이 소설 특이해요^-^ 진정제 푸하하_ 자지러져버렸다는 (셤기간에 이걸 왜보고 앉아있대-__난^-_^)
우왕 진짜색달라.......비오는날에에로영화보고 ㅋㅋㅋㅋㅋㅋ이름도특이해서재밋는거가태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