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 - 남수우
모르는 사람들이 두고 간 이야기를 밀린 일기처럼 밤새 적어두면
당신이 아는 한 사람이 비친다
검은 글자로 만든 숲으로 수풀 사이 숨죽인 깜빡임으로
밤하늘의 둘레를 헤매는 고장난 라디오의 검정처럼
이제는 이야기 속에서만 오고 있는 한 사람이
이야기 속에서만 운동장을 돌고 있는 한 사람이
당신을 지나치고 지나치면
문득 낯설어진 낱말을 소리 없이 굴려보는 혀처럼
불러보려던 손짓이 까맣게 열린 등 뒤를 오래 읽었다
기도하다 몰래 당신이 눈을 떴을 때 어느새 아무도 없는 식탁
둥글게 모여 앉아 중얼거리던 목소리들이 일시에 사라져
깍지 낀 손을 풀어 바지춤에 닦는 와중
오후에 말려둔 접시의 물자국처럼
이야기로부터 한 뼘 더 빠져나가고 있는 한 사람이
ㅡ웹진 《같이 가는 기분》(2026, 가을호) ************************************************************************************* 다양한 사람들이 벌여놓은 이야기들이 세상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고관대작들의 일탈과 부정한 이야기들이 귀를 더럽히는가하면 민초들의 먹먹한 일상과 소외받은 이들의 따듯한 이야기들이 버섯처럼 돋습니다 모처럼 집을 찾아 온 가족들을 위해 비싼 송이를 구매해 맛있는 밥상을 차립니다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안타까워하고, 직접 상관없는 세상사를 먼 나라 이야기로 들으며 한가위 명절을 맞고 있습니다 차레상을 차리지 않고 산소를 찾아 조상님의 명복을 빌기로 합니다 달라지는 명절 분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수고하는 아내 며느리 딸내미에게 휴식을 주렵니다 올해 명절 일기는 둥글게 모여 함박웃음 터뜨리는 아이들 이야기로 채우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