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얼마 지나서 감뽀빠는 친척들에게 알리지 않고 팬 지방에 있는 뽀또르 수도원으로 갔다. 거기서 뽀또르와린칭쌜 스승을 만나 이렇게 청하였다.
"존귀한 스승이시여, 저는 넬 출신으로 진리를 구하려고 여기에 찾아왔습니다. 진리의 문으로 저를 인도하시고 당분간 머물게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뽀또르와는 감뽀빠에게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그대에게 베풀 보시물이 없다. 나에게 진리를 배우려고 한다면 옷과 식량은 그대 스스로가 해결하도록 하라!"
감뽀빠는 생각했다.
'나에게 그러한 재산이 있다면 구태여 기댈 필요가 있겠는가! 쌍와닝뽀 딴뜨라[儀軌]에 의하면 중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스승은 네 가지 자비를 지녀야 한다고 한다. 끊임없는 자비와 절로 넘쳐나오는 자비, 축복과 기원을 내리는 자비, 그리고 제자들을 필요에 따라 인도해주는 자비이다. 이 네 가지를 구비한 스승이라야지만 제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텐데, 이 사람은 이런 자비심이 결여된 것 같구나. 그와 까르마의 인연이 있는지 의심스러우니 그를 존경하며 따를 수는 없겠구나.'
감뽀빠는 곧장 고향으로 돌아가 진리를 배우기 위해 황금 열여섯냥을 준비하였다. 그후 팬에 있는 갸짝리 수도원으로 갔다. 거기서 갸칠 라마승으로부터 비구계(比丘戒)를 받고 쐬남리첸이란 법명을 받았다.
이때 감뽀빠는 학자 샤빠링빠와 자둘와진빠로부터 도데곈[大乘莊嚴經論], 괸또곈[現觀莊嚴論], 괸빠죄[俱舍論] 및 기타 경론(經論)들을 공부하였다. 그리고 묀 지방에서는 스승 로댄셰럽으로부터 계빠도제, 쌍뒤 및 그 밖의 딴뜨라 교의를 배우고 입문식을 받았다. 또한 학자 뉴롬빠와 갸작리빠로부터는 까담빠종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감뽀빠는 이제 이 가르침을 실행하기로 결심하고 갸짝리에서 명상하였다.
감뽀빠는 탁월한 지혜와 자비를 지닌 현자가 되었다. 진리에 대한 신심과 정진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컸고, 집착과 욕망은 모두 녹아졌고, 냉담과 게으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낮에는 열심히 불교 공부를 하였고, 밤에는 엄격하게 명상하였다. 그 밖에도 순례의 길에 오르거나 덕을 쌓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자비심과 정결로 인해 어떤 해충도 감뽀빠의 몸에서 기생하지 않았다. 그는 음식을 먹지 않고도 닷새나 엿새 동안 평안히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심신은 항상 법열(法悅)에 차 있었다. 또한 여러 날동안 삼매에 들어 지낼 수 있었으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내면에서 이미 사라졌다. 《금광명경(金光明經)》에서 설한 바와 같이 보살의 마지막 단계인 제십지[法雲地]가 성취되기 전에 나타나는 모든 징표들이 그의 꿈속에도 나타났다.
그후 얼마 지나 감뽀빠는 영적인 시현을 보았다. 넝마를 걸친 어떤 녹색 명상 수도자가 나타나 한 손은 감뽀빠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한 손은 손가락에 침을 흥건히 적셔 감뽀빠의 얼굴에 탁 튕겼다. 그와 동시에 감뽀빠는 자신의 명상이 더욱 심오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리하여 실체에 대한 확실한 지견을 얻게 되었다. 기쁨이 넘치는 체험을 하여 감뽀빠의 마음은 더한층 청정해졌으며 더욱 명정해져 갔다. 도시에 살고 있는 승려들에게 이 같은 체험을 이야기하자 그들은 감뽀빠에게 충고하였다.
"그대는 비구계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계율을 지키는 데에 있어 티끌이 없었다. 그런데 명상 수도자들이나 꾸는 그런 꿈을 꾼다고 하니 장차 그대는 난관에 부딪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 꿈은 악마 뻬까르가 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대의 스승에게 찾아가서 부동(不動)의 백색 여신의 만뜨라[眞言]를 주시도록 간청하고, 많은 승려들을 초청하여 백 가지 또르마 예물을 갖춘 성찬식을 베풀어 축복을 받아야 한다."
감뽀빠는 그들의 말을 따라 성찬식을 행하였다. 그러나 녹색 수도자의 영현(靈現)은 전보다 더 자주 나타났다.
첫댓글 진리에 대한 신심으로 불방일 정진하고,
지혜와 자비를 지니기를.
나무아미타불 _()_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