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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섬. 온천지가 섬이다. 전남 신안은 본래 육지 하나 없이 모두 섬으로 이뤄진 고을이다. 마치 사방팔방에 누군가 푸른 바다 위에 점을 찍어놓은 듯, 섬이 펼쳐져 있다. 그 자체가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자유스러움 속에 질서가 있고, 눈에 선명하면서도 몽환적인 풍광이 압도한다. 무려 880개 섬(유인도 91개, 무인도 789개)이 ‘섬들의 천국’을 꾸며 놨다. 신안군은 여기다 새로 찾아낸 크고 작은 섬을 더해 ‘1,004개 섬’으로 만들어 놨다. 그래서 신안군에 ‘천사의 섬’이라는 별칭이 하나 더 붙여졌다. 이곳엔 2010년 말 현재 2만 1,879명이 14개 읍·면을 이루며 알콩달콩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인 특수성으로 늘 ‘고립’과 ‘낙후’를 벗는 데는 힘이 부쳤다. 이제 신안군이 역사적으로 미처 경험하지 못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해양’ ‘관광’ ‘웰빙’ ‘신재생에너지’ 등 시대적 화두가 신안의 웅대한 변신을 추동하고 있다. 신안군은 압해도 신장리에 새롭게 청사를 짓고 2011년 4월 19일부터 24일까지 이사에 나선다. 신안군은 1969년 무안군에서 분리된 후 내내 육지인 목포(죽교동)에서 더부살이를 해왔다. 실로 42년 만에 명실상부하게 행정구역 내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새 청사는 2006년 5월, 사업비 260억원을 들여 착공했다. 4만여㎡ 터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다.
천일염·태양광·풍력 등 신산업 적지 부상. 신안 앞날 ‘탄탄대로’ 천일염 산업은 가장 주목된다. 갯벌의 천연 미네랄(칼슘·칼륨·마그네슘)을 다량 머금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최고급 소금으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이 3~4배 많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곳 소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법적으로 ‘광물’로 지정돼 소비자와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소금이 2008년 3월 식품으로 분류되면서 ‘명품화 사업’이 시작됐다.
신안은 국내 천일염의 88%를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신안군의 주력산업화 품목사업이 됐다. 현재 13개 섬 갯벌에 35개 작목반, 국내 최대 규모의 태평염전 등 업체 8곳이 생산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인 대상(주)과 CJ제일제당이 도초도와 신의도에 ‘소금공장’을 차렸다. 대상은 2014년까지 1,465억원을 투자, 매년 2,00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CJ도 공장부지 마련하는데 93억원을 투자했고, 5년 안에 연 매출 240억원을 올리기로 했다. 국내 식품업계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이 신안으로 몰려온 것은 천일염이 단지 조미료를 넘어 화장품·건강식품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도 들어선다. 지난해 12월 지도읍 태천리 일대에 국내 첫 민간사업자에 의한 9㎿급 풍력발전소가 착공, 올해 안에 완공된다. 동양건설산업과 포스코ICT가 공동출자했다. 이 풍력발전소는 5,000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미 이곳엔 동양최대 규모의 24㎿급 추적식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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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나 KTX(용산역 탑승)를 타고 목포로 접근한 후, 목포여객선터미널로 일단 가야 한다. 제주와 김포에서 무안국제공항으로 가서, 버스·승용차로 목포시내로 들어가도 된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선 각 섬으로 떠나는 여객선을 만날 수 있다. 쾌속선으로 흑산도까지 1시간50분, 이어 30분 더 항해하면 홍도가 나타난다. 가장 먼 거리인 가거도(소흑산도)까지는 무려 4시간30분 걸린다.
목포시내가 아닌 압해도 송공항을 통해 가는 뱃길도 새로 났다. 2008년 가장 큰 섬인 목포~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가 생긴 이후, 암태·자은·안좌·팔금으로 가는 여객선이 이곳을 터미널로 활용하고 있다. 이전 목포까지 가는데 최대 1시간 20분 이상 걸리던 길이 20분 안으로 해결된다. 송공항에서 목포시내까지 압해대교를 거쳐가면 20분이면 된다. 압해도 딸림섬인 매화·고이, 암태도 부속섬 당사도 길도 이곳을 이용한다. 1만 2,000여 명이 이 길을 통해 뭍으로 드나들고 있다.
글 배명재 /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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