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動物)을 닮아가는 인간성(人間性)
육식(肉食)을 즐기므로… 동물을 닮아가는 인간성
오랜 옛날, 세상은 단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복잡해졌어요.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사람 때문이에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만 해도 지구상 총인구는 20억에 불과했습니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이래 수백만 년이 지났건만
그전까지만 해도 인구 성장은 그렇게 급격하지 않았습니다.
고작 많아야 20억 정도에서 왔다 갔다 했지요.
그런데 지금(1990년)은 무려 50억에 달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50여 년밖에 안 지났는데
그동안 무려 30억 인구가 늘어난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아주 복잡해졌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복잡해지고 삶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통의 종류도 많아지고 정도도 깊어졌습니다.
이 모든 일은 이 지구상의 인구가 너무 많은 데서 온 것입니다.
왜 인구가 이렇게 갑자기 늘어났을까? 그리고 세상은 왜 이렇게 갑자기 복잡해졌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사람들이 고기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고기를 별로 잘 먹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시아 사람들은 1년 가야 한두 번, 끽해야 명절 같은 날 겨우 고기 구경을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고기를 먹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모든 살아 있는 것에는 영혼, 즉 정신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몸이 죽는다고 함께 죽는 게 아닙니다.
매일 매일 이 세계에서 수십만 수백만 동물이 인간의 먹이로,
혹은 놀잇감이나 장신구용으로 한꺼번에 죽어갑니다.
동물의 몸이 죽으면 그 순간 동물의 의식은 몸에서 떨어집니다.
이 세상의 인과관계는 항상 명확합니다.
이 죽는 동물들에서 0.00001퍼센트가 사람이 되는데
인간의 입장으로 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석가모니 부처의 이론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에너지가 다른 형태로 바뀌는 물리학입니다.
여러분들 뉴욕이나 보스턴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찬찬히 보면 많은 사람이 동물의 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엔 인간과 동물의 의식이 섞여 있습니다.
동물들은 오직 자기들만의 종족 번식을 위해 싸우며 다른 종과는 어울리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동물의 의식이 인간의 의식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폭력이 생겨나고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부모와 스승을 죽이고 많은 나라의 독재자들이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죽입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요즘 이런 상황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오로지 돈을 위해서 친구와 부모를 죽이고 동물을 죽이고 바다를 죽이고 지구를 오염시킵니다.
여러분 자신을 들여다보십시오. 원래 우리 마음은 순수하고 맑습니다.
조금 욕심이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은 욕심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지구는 통제 불가능한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우리는 우리 본래의 의식과 마음의 씨인 이 본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나 종교 그 자체로는 이 세상을 도울 수 없습니다.
지식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노력하면 뭔가 겉모습을 약간 변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합니다.
- 숭산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