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날부터 으실으실 한기가 돌더니 설날 오전엔 본격적으로 몸에서 고열이 나고
삭신이 쑤시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머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아팠습니다.
어쩌다 기침을 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두꺼운 점퍼를 입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도
한기에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114로 운영하는 병원을 알아 봤더니 소아과가 있더군요.
모두가 대여섯 미만의 어린 꼬맹이 손님들로 북적대는데 늙은 내가 구석에 얼굴을 감싸고
추위에 떠는 행색이란 참아 봐줄 수가 없더군요.
의사의 처방에 주사도 애들처럼 팔뚝에 놔주고 얼마나 아프던지 좌우지간...
설날 다음 다음 날이 어머님 칠순 생신이어서 아픈 몸에 집에도 못오고 방구석에 누워 식구들 떠드는 얘기에
뭐가 뭔지 모르게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그래도 집사람만큼은 가끔씩 내게 와서 이마도 짚어보고 약도 챙겨주었습니다.
역시 집사람 밖에 없구나 싶어 속으로 얼마나 고마웠던지...
행사를 치루고 겨우 집에 왔는데도 이놈의 감기가 어쩐일인지 도통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이 벌써 일주일째 꼼짝도 못하고 신열은 오르락 내리락 사람 잡습니다.
이제 겨우 고비를 넘겼습니다.
나을만 한데 숭례문이 전소되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고 다시 앓아 누웠습니다.
문화민국이라는 이름이 너무도 부끄럽고 속이 상해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불과 이년 전에 남대문 정밀실측조사 보고서를 받아들고 얼마나 기뻐했었는데 이제 그 진품은 아랫도리만 남아
버렸구나 싶은게... 억울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일 자꾸 생긴다면 서울 한 복판에 신문고라도 만들어 놓았으면 좋았을걸
애궂은 건물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에고 자꾸 머리가 또 아파오네...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건강 잃으면 말짱 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