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추적(熱追跡) 미사일에 맞고
쐐기에 쏘인 능선 핵탄두 맞은 팔뚝
과보(夸父)와 경주하듯 뒤만 쫓는 해 그림자
빗나간 후예(后羿) 화살이 내 고황(膏肓)을 꿰뚫네
* 수원산(水源山 709.7m); 경기 포천, 한북정맥. 계곡은 가보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마루금은 시계(視界)청소로 숲이 없어 여름철에는 산명(山名)이 무색하게 복사열(지열)로 후끈거린다. 반팔차림으로 운행하다간 독한 쐐기에 쏘이기 십상인데, 몹시 따끔따끔하고 욱신댄다. 정상은 레이더 기지가 있다.
* 과보추일영(夸父追日影); 염제(炎帝)의 후손인 과보가 자기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태양과 경주하다, 마침내 목말라 죽었다는 고사에서, ‘자기의 힘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큰일을 계획함’의 비유(山海經).
* 후예; 동방민족 출신의 명궁(名弓)으로, 요(堯) 임금 때 열 개의 태양 때문에 백성이 고통 받자, 그 중 아홉 개를 활로 쏘아 떨어트렸다(중국 신화).
* 고황; 1) 고는 심장의 아랫부분, 황은 격막의 윗부분. 이 사이에 병이 들면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2) 사물의 고치기 어려운 병폐, 또는 고질처럼 굳어진 습벽(習癖)을 이름.
* 천석고황(泉石膏肓); 산수를 즐기는 것이 정도에 지나쳐 마치 불치의 고질과 같음. 사관(仕官)하지 않는 뜻 따위에도 쓰인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300면.
2. 이매(魑魅)와 목숨내기
간 떼먹는 조건으로 내기 씨름 하잔 미동(美童)
용 쓰도 꿈쩍 않기 진언(眞言) 외며 메어치기
눕힌 후 내장 가르니 세뿔 달린 도깨비
* 삼봉산(三峰山 1,186.7m); 경남 함양, 전북 남원. 초입 팔령의 흥부(성산)마을 입구에 근사한 배롱나무가 있다. 간간이 더덕이 있고 살무사, 산무애뱀〔花蛇, 乾鼻蛇〕이 눈에 띤다. 산의 외관은 묵직하면서도 미소년을 닮아, 씨름 한판 붙어보기로 한다. 메어치나 엎어치나.. 봉우리 세 개가 모두 우뚝해 ‘지리산 전망대’로 일컫는 산이다. 산삼 등 약초가 많이 난다. 북쪽 산자락에는 인산죽염가가 있다. 남쪽으로 백운산(902,7m)과 연결된다.
* 이매; 산도깨비, 산의 요괴. 형태는 작아 외발로 뒤로 걷고, 밤에 웃으며 사람을 호린다 함(포박자-抱朴子). 또는 산울림, 메아리 등을 신격화(神格化)한 것이라고도 함.
* 견마난귀매이(犬馬難鬼魅易); 그림을 그리는데 개나 말처럼 늘 보는 것은 그리기 어렵고, 도깨비처럼 본 일이 없는 것은 그리기 쉬움. 제왕(齊王)이 화공(畵工)에게 한 질문에서(한비자 외저설좌상).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252면.
* 지리산문학관 사화집(시낭송 제3집) 원고 2수.(2019. 11)
3. 비단산을 빚어
혼불사(渾不似) 우는 계곡 산정은 채운(彩雲) 일고
잣바람 풀무질에 독바위도 녹아내려
그 쇳물 거푸집에 부어 비단산을 뜨노매
* 주금산(鑄錦山 813,6m); 경기 남양주 가평. 정상 남쪽 호인(胡人)의 주먹코처럼 생긴 독바위(795m)는 이산 제1의 전망소이다. 남향으로 흐른 비금(琵琴)계곡이 좋아 비단산의 이름에 손색없다. 해가 길어지면 철마산은 물론, 천마산 까지 종주도 가능하다.
* 혼불사; 비파(琵琶)와 같은 일종의 악기. 한나라 왕소군(王昭君)이 호국에 가지고 간 비파가 부서져서, 호인(胡人)이 본떠 만들어 주었으나, 소군이 보고 “닮지 않았다(혼불사)!”라고 한 고사에서 온 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378면.
4. 용바위의 승천
방패도 소용없는 용연(龍淵) 칼 어금니로
독비늘 세운 능선 날 물고 승천할 때
용늪의 끈끈이주걱 놔둔 쓸개 빠느니
* 대암산(大岩山 1,314m); 강원 양구, 인제. 겨울철 일기예보의 단골산으로 알려진 이산은 휴전선 철책이 빤히 보이는 전방의 군주둔지인데다, 유명한 용늪이 있어 허가를 받고 들어간다. 정상은 용늪에서 약1.2km 떨어진 암봉으로 조망이 일품이다(가는 길도 예리한 바위길).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 설악산은 물론 멀리 금강산까지 보이며, 북녘의 산들이 아스라해 구름 위 오른 기분이다. 고층습원(高層濕原)인 용늪은 천연기념물 제246호로 지정돼 엄격한 보호를 받으며 희귀식물이 많다. 북서쪽 대우산(大愚山 1,178.5m)과 더불어 총928만4천 평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밖에도 6 25 한국전쟁의 격전지 펀치볼(Punch Bowl)을 포함, 해안면(亥安面) 일대의 특수지형을 이룬 화강암분지 등, 주위를 망라하여 한반도 내에서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최영선 저 ‘자연사기행’ 92면. 조흥섭 김경애 글 ‘이곳만은 지키자’ 上 26면. 이상 한겨레신문사 발행).
*용연(龍淵); 초(楚)의 명검. 옛날 구야자(歐冶子)와 간장(干將)이 함께 만들었다는 삼검(三劍 막야-莫耶, 거궐-巨闕)중 하나. 당인(唐人)은 고조(高祖-李淵)의 휘(諱)를 꺼려 용천(龍泉)이라고도 했다.
* 졸저 『逍遙』 정격 단시조집(10) 松 1-124(141면) ‘대암산 용늪’ 시조 참조. 2022. 4. 18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222(12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5. 미인도
실비단 펼쳐놓고 세필(細筆) 쥔 푸른 화선(畵仙)
묘향(妙香)을 그득 품은 산함박꽃 망울이랴
유방에 가시 찌르자 방긋 웃는 미인아
* 지리산 묘향대지릉(妙香臺支稜); 지리산 반야봉(대간 분기점인 노루목에서 갈라짐) 동북쪽 사면에 있는 ‘불퇴전의 도량’ 묘향암을 품은 지능선이다. 계속 북동진하면서 밑으로 내려가면 뱀사골 지류에 유명한 이끼폭포(실비단폭포)를 만날 수 있는데, 보호를 위해 현재 출입금지 되고 있다. 묘향대는 암자 뒤 병풍 같은 바위로, 석간수 맛이 천하일품이다. 화엄사의 말사(末寺)로 한국불교의 마지막 전설을 고이 간직한 비경의 암자이다.
* 극침자침(棘針刺針); 진(晉)의 고 개지(顧愷之)가 사모하는 여인의 초상화를 그려놓고, 가시나무의 가시로 그 가슴을 찔러,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385면.
6. 불꽃 튀는 암릉
갈기 선 푸른 사자 콧잔등 물어뜯나
수련 위 하얀 보살 눈썹 하나 까딱 않는
돌부처 등뼈에 이는 저 장엄한 화엄불
* 불태산(佛台山 710m); 전남 장성 담양,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과 암릉길이 멋지며. 정상은 암봉이다. ‘태’자도 太, 泰, 臺 등 여러 자로 쓴다. 봉우리도 옛 이름 불다산(佛多山 685m), 天峰(695m), 602봉(지도상 불대산) 등 어느 게 진짜인지 혼란스럽다. 옛날에는 80여 개의사찰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는 게 이상하다. 어쨌든 바위불꽃이 아름다운 산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233면.
7. 호모(homo)의 산사랑
풀섶에 몰래 숨어 요염한 눈길 주는
홍안(紅顔)에 주름치마 주머니 찬 꽃미남
기어이 그 불알 만져 흥분하는 산돌이
* 한석산(寒石山 1,119m); 강원 인제. 오지에 숨은 산으로 정상에 ‘한석산 점령 50주년 기념비’가 있는데, ‘점령’이 아니고, ‘수복’이 맞다. 1951년 제9보병사단 제30연대가 격전을 치른 후 되찾은 전략요충지다. 희귀한 복주머니란(개불알꽃, 광릉요강꽃)이 수줍음을 감추며, 살짝 얼굴을 내보인다. 주름진 푸른 치마 잎에 발그레한 꽃맥(실핏줄)이 두드러져, 마치 불알처럼 생긴 이 꽃을 보면, 이상하게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조망이 좋아 설악 연봉을 비롯해 금강산도 보이며, 하산길이 어려워 고생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기 山詠 1-594(43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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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ore di Homo per la montagna
Nascondersi di nascosto nell'erba, regalandoti uno sguardo ammaliante
Un bell'uomo con gli occhi rossi e una gonna a pieghe con tasche
Sandoly si emoziona toccando quelle palline
* 2024. 7. 18 이태리어 번역기.
8. 문수(文殊)의 해우소(解憂所)
그 똥은 더러우나 바탕은 깨끗한 쌀
정결한 연꽃대도 간시궐(幹屎橛)로 쓸 수 있듯
똥통에 우글댄 구더기 튀겨먹을 반야충(般若蟲)
* 문수산(文殊山 1,206m); 경북 봉화의 진산(鎭山). 영주 부석사의 큰집이자 송림이 울창한 고찰 취서사(鷲棲寺 또는 축서사)를 품고 있으며, 산 아래 3대 탄산수의 하나인 오전약수터가 있다. 태백산을 찾아 헤매던 문수보살이 화현(化顯)한 산이라 전한다.
* 간시궐; 마른 똥막대기. 운문(雲門)은 한 중이 “부처란 어떤 것입니까?” 라고 묻자, “똥막대기”라고 답했다. 일본의 이리야(入矢) 선생은 ‘막대기 모양의 똥’으로 해석한다(무문관으로 배우는 ‘선어록 읽는 방법’ 제 21칙 141~143 쪽 혜원 역 운주사).
* 구더기는 부처의 자식! 똥은 원래 더러우나, 그 똥을 먹는 구더기는 무척 깨끗하다. 부처는 극락이나, 청결한 절에만 계실까? 그렇지 않다! 지옥이야말로 부처가 절실히 필요한 곳인 것처럼, 뒷간에도 계신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182면.
9. 용의 힘줄을 뽑다
붉은 꿩 돌알 품어 청산이 태어났나
만(卍)자를 이룬 뼈대 맥박 치는 갈래 혈맥(血脈)
뽑아낸 구릿빛 힘줄 허리띠로 맨다네
* 치악산(雉岳山) 종주(縱走); 강원 원주 횡성, 국립공원으로 주봉은 비로봉(1,288m)인데, 일명 시루봉으로 부른다. 이산은 전체 골격을 부처 가슴에 있는 길상(吉祥)의 표지(標識)인 ‘만자’로 보며, 줄기는 여러 지맥(支脈)으로 흩어진다. 주능선은 푸른 용처럼 꿈틀댄다. 보통 남대봉서 시작하는 이 산 종주는 시간이 많이 걸려, 지리 종주, 덕유 종주와 더불어 남한의 3대 종주로 꼽는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413면.
10. 산방야화(山房夜話)
구수한 누룩향기 적요 흐른 황토산방
해우소 찾는 극성(屐聲) 달콤한 잠 깨우는데
청량한 여치 울음은 대바람을 재우네
* 주론산(舟論山 903m) 충북 제천. 박달재 자연휴양림이나, 배론성지에서 오른다. 산 모양이 나막신 혹은, 구학리 쪽에서 볼 때 조그만 배를 닮았다. 보통 구학산(九鶴山 983,4m)과 연계해 등산한다.
* 극성; 나막신 소리. 극향(屐響).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37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