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서 두 시간, 그라츠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바트 블루마우는 한 예술가의 손길로 거듭난 곳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이자 건축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가 설계한 리조트 ‘로그너 바트 블루마우’ 덕분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던 이곳은 1997년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휴양지가 됐다. 이곳은 신석기시대부터 지하 3,000m 깊은 땅속에 간직한 온천물을 이용하는 온천지구다.
1928년 비엔나에서 태어나 2000년 사망한 훈데르트바서는 이 리조트를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으로 꾸며 놓았다. 여섯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린 그는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수제자였다. 그의 건축에는 기발한 상상력과 파격이 돋보인다. 황금 돔 모양으로 만든 쓰레기 소각장은 비엔나의 명소가 되기도 했다.
로그너 바트 블루마우는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역시 이에 맞춰 물결치는 듯한 곡선이다. “신은 직선을 모른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며 늘 구부러진 자를 가지고 다녔다는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흰색 바탕에 노랑과 파랑, 분홍, 보라색 등이 칠해진 건물들을 바라보노라면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하다.
얼마 전 이곳을 찾았을 때였다. 넓게 펼쳐진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리조트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만의 공간’ ‘내 정원’으로 들어온 듯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구석구석 돌아보니 독특한 디자인이 끊임없이 사람을 즐겁게 했다. 울퉁불퉁 곡선의 복도를 걷다 보면 파도를 타는 느낌이 들고, 창문 하나도 똑같은 게 없었다. 나지막한 건물 지붕 위에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인공 건축물과 자연이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훈데르트바서의 철학이 깃든 것이다.
실내는 미로 같은 길로 연결되어 있어 표지판에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실내 이곳저곳에 놓인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다 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객실도 하나하나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다. 나무 가구로 꾸며진 방에 들어서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방’에 온 듯 여유롭고 뿌듯해졌다.
이 리조트는 야외와 실내 풀이 연결된 온천풀장과 갖가지 사우나, 건강요법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웰빙의 천국’이기도 하다. 천연 향료와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과 약초 중 내게 맞는 것을 찾아내 마사지해 주는데 심신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겨울날 새벽에 즐기는 온천 수영의 상쾌함, 햇살 좋은 오후의 자전거 하이킹, 저렴한 골프 코스도 매력적이다. 들판을 지나 나무들이 빽빽한 숲 속에 들어서자 자연이 내 품 안에 들어오는 듯했다. 근처 농가에서 직접 만든 치즈 소시지와 금방 빚어낸 와인 한잔을 곁들여 그곳에서 즐기던 저녁 만찬이 아직도 입맛을 돋운다.
사진제공 HundertwasserⓒArchit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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