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최전방’이라면 험준한 철책선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그런 분위기와 사뭇 다른 또 하나의 최전방이 있다. 바로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우리나라 4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가 바로 그곳이다. 강화도가 최전방이 된 것은 이곳에서 북한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곳에서는 불과 2㎞가 채 안 되기 때문이다. 비록 바다로 갈라져 있으나 이처럼 지척에 북한 땅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협인데, 강화는 서울과도 겨우 50여㎞ 떨어져 있을 뿐이다. 게다가 불과 18㎞ 밖에는 개성이 위치하며 임진강과 한강, 예성강 등 세 강이 강화도 주변에서 바다와 합류하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강화도 지역을 통한 적의 침투 사례는 1970년 이후 무려 34회에 달하며, 1998년에도 선수리 해안으로 반잠수정을 이용해 침투한 사례가 있다. 또 이곳 및 서측 도서를 통해 북한인이 귀순한 사례도 13회에 달한다. 강화도가 최근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섬으로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처럼 그 이면에는 북한과 매우 가까운 최전방으로서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다.
필자가 외포리 기동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취재하고 있다.
해병대 청룡부대 외포리 기동대의 고속단정과 경비정이 해상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강화 지역을 해병대 청룡부대는 김포 지역과 마찬가지로 철통 같은 경계태세로 지키고 있다. 보통 최전방이라면 육군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곳 서해안 최전방 지역만큼은 해병대의 관할이다. 이 지역이 무너지면 수도 서울도 무너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곳을 지키는 해병대, 과연 그들은 어떻게 이곳을 지키고 있을까? 제적봉-안보관광지+北 감시 요충지 먼저 필자가 방문한 곳은 강화도 북쪽의 해발 74고지인 제적봉이다. 해병대 6대 사령관 공정식 장군이 ‘공산당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로 명명한 이 봉우리는 북한 지역이 매우 잘 보이는 감제고지로, 적진을 늘 감시하기 위해 758 OP(전방 관측소)와 평화전망대가 있다. 2008년 건립된 평화전망대는 매년 22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안보관광지이지만 동시에 북한 지역, 특히 광활한 연백평야와 예성강 하구, 임진강 하구 등 북한 주요지역을 감시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곳 OP장 방준혁 중위의 안내로 평화전망대 4층의 관측소에 들어가자 차분한 분위기에 감춰진 긴장감이 느껴졌다. 하루 3교대로 24시간 이곳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북측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있었다. 열상관측장비나 장거리 관측용 카메라 등 최첨단 기기가 큰 도움이 되지만 결국 기계가 모은 정보를 수집해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이들 관측 장병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준혁 중위는 “언제 이곳에서 귀순자를 발견할지, 혹은 침투해 오는 적을 발견할지 알 수 없는 만큼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며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 적에게는 공포를 주지만 국민에게는 사랑받는 해병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해안 감시초소-24시간 빈틈없는 경계태세 OP만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장소는 아니었다. 북한과 인접한 강화도 해안의 철책선과 곳곳에 놓인 감시초소는 문자 그대로 최전방이었다. 만약 북한에서 귀순자나 간첩 등이 접근해 올 경우 이곳 초소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실제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4시간 내내 교대로 근무가 이뤄지는 이곳에서는 지금과 같은 불볕더위 속이건, 바닷바람이 피부를 찢는 듯 날카롭게 부는 엄동설한 속이건 상관없이 해병대의 초병들이 눈을 번뜩이며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적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었다. 외포리 기동대-해군·해병대 합동 … 해상 매복·수색 758 OP와 해안 초소를 뒤로하고 찾아간 또 다른 최전선은 외포리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외포리 기동대였다. 외포리에는 석모도와 주문도 등 서측 도서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선착장이 있다. 이곳 주변에 위치한 외포리 기동대는 비록 겉보기에는 평화롭지만 실은 24시간 적의 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요충지이면서 또 다른 모습의 최전방 부대다. 외포리 기동대는 1998년에 적의 반잠수정이 강화도에 침투한 사건을 계기로 창설됐다. 석모 수로 및 교통 수로의 방어를 책임지는 이 부대는 다른 부대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경계임무를 수행한다. 바로 해상 매복 및 수색이다. 이곳에서 근무에 나서는 대원들은 소초가 아니라 RIB, 즉 고속단정으로 향한다. 1정의 K6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고속 단정에 탄 이들은 24시간 내내 육지에서 수 ㎞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진출해 해상 경계를 수행한다. 이처럼 해상경계의 주 전력은 RIB지만, 이들은 3척의 HPB, 즉 항만 경비정 편대의 지원을 받는다. 상황이 발생하면 적을 차단하고 격멸하는 화력은 2정의 M60 기관총과 1정의 K4 고속 유탄발사기를 갖춘 HPB로부터 추가로 공급받으며 작전을 펼친다고 했다. 외포리 기동대는 근무뿐만 아니라 생활도 바다 위에서 이뤄진다. 해군과 해병대로 구성된 기동대는 육지의 소초가 아니라 바지선을 개조한 해군의 해상 전진기지(YPK)에서 머무른다. 가로 58m, 세로 18m 남짓한 이곳에서 24시간 생활하는 기동대원들은 식사부터 취침까지 모두 함께 하는 만큼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면서 해군과 해병대 간에 유기적인 합동작전을 벌인다. 기동대장인 김신광 해병대위는 “강화도는 바로 눈앞의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이라며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팽배한 이곳에서 수중으로 침투하는 어떠한 적도 격퇴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OP와 해안초소, RIB 선상 등 하나의 섬 안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의 경계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이곳 강화도의 6월 전선은 평화롭다. 어떤 곳에서 어떻게 근무하건 강화도의 해병대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이곳에서 ‘평화’가 주는 고마움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된다.
강화도 최전방 초소에서 해병대 청룡부대 초병이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본지 ‘전차이야기’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