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매 경기마다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 gettyimages/멀티비츠 |
선수나 팀으로서도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6월 29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경기에서 강정호는 2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2타수 무안타 1사구 1도루 1삼진을 기록했다.
강정호는 1회말 1사 후 첫 타석에서 알렉스 우드의 2구째 패스트볼에 맞아 출루했다. 2사 후 스탈링 마르테의 타석에선 빠른 스피드로 2루를 훔치며 남다른 발 솜씨를 자랑했다. 시즌 5번째 도루 성공.
3회말 2사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우드의 변화구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을 당했다. 팀이 0-1로 뒤진 6회말 2사 후에도 또 다시 우드의 변화구에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우익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또 다시 아웃.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선 강정호를 상대했던 우드의 결정구를 ‘너클 커브’라고 표시했지만, 강정호는 경기 후 기자들에게 ‘체인지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피츠버그가 0-2로 뒤진 8회말 2사 2루 강정호 타석에서 페드로 알바레스와 교체된 순간이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올시즌 10홈런, 34타점을 기록 중인 알바레스에게 대타로 나설 것을 지시했고, 강정호는 대기 타석에서 몸만 풀다 그냥 들어와야 했다. 기대를 모았던 알바레스는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0-2로 뒤지던 파이어리츠는 9회 2사 1루에서 터진 조디 머서의 좌중간 2루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대타 그레고리 플랑코가 삼진으로 물러난 바람에 1-2로 패했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강정호는 한국 취재진들에게 “매일 아쉽기만 하다”면서 경기 상황을 돌아봤다.
“선발 투수의 공이 치기 어렵진 않았다. 칠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잘 맞은 건 정면으로 가고, 삼진 먹고…,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8회 대기타석에 있다가 교체된 것과 관련해선 “오늘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 칠건지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쉽지만 나만 생각할 수는 없는 거니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고, 교체된 알바레스가 하나 치길 바랐다”는 속마음을 덧붙였다.
시즌 7번째 몸에 맞는 볼이 나온 데 대해선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를 스쳤다. 나쁘진 않았다. 이 곳 선수들의 공이 워낙 빠르다보니 제대로 맞으면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날 디트로이트와의 3연전을 위해 원정 경기를 떠나는 것과 관련해서 강정호는 “스프링캠프 때 시합을 해봐서 그리 낯설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8회 강정호를 빼고 알바레스를 출전시킨 것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만약 좌완 선발인 알렉스 우드가 계속 던지는 상황이었다면 강정호를 빼지 않았을 것이다. 알바레스는 타점을 올려줄 수 있는 선수이고, 공을 구장 밖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파워가 있기에 교체돼 나온 우완 투수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려고 대타 작전을 쓴 것이다. 알바레스는 10개의 홈런과 34개의 타점을 기록 중이다. 나로선 그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취재진은 허들 감독에게 좌완과 우완을 상대로 할 때 팀이 대처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허들 감독의 답변이다.
“어떤 유형의 좌완 투수냐에 따라 다르다. 오늘 던진 알렉스 우드는 좋은 구위와 다양한 구종을 지녔다. 투심 패스트볼이 타자들의 몸 쪽으로 제구가 잘 됐고, 백 도어 슬라이더도 좋았다. 오늘 타선에서는 몇몇 타자들만 좋은 승부를 했다. 맥커친이 좋은 스윙을 했고, 마르테도 안타를 만들어 냈으며, 머서는 초반부터 좋은 결과를 냈다. 우드가 잘 던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들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 최근 두 경기에서 패했지만 그 전에는 7연승을 달렸다. 좌완을 더 자주 상대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가끔 상대하다 보니 오늘 같이 좋은 좌완 선발 투수가 나와서 호투를 펼치면 어려운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파이어리츠에서 경기 중 수시로 자리를 변경하는 선수가 있다. 2루수를 보다가 3루수에 서기도 하고, 종종 외야 수비에 나설 때도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시 해리슨이다.
해리슨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뛰는 데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부터 자주 해오던 부분이다. 지난 시즌에 3루에서 많이 뛰었고,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주로 3루를 준비했지만, 늘 2루나 외야 등 다른 포지션에서 뛰게 될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긴 시즌을 치러야 하고 부상 등 여러 변수들이 있으며 때때로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늘 여러 글러브들을 가지고 다닌다.”
글러브의 종류가 어떻게 되나.
“기본적으로 내야수 용과 외야수 용 글러브 두 종류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각각 하나씩 여분으로 챙겨 다닌다. 야구에서는 늘 돌발 변수가 벌어지기 때문에 이런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연장전을 치를 때도 많고 선수 교체 등으로 인해 여러 선수들이 포지션을 경기 도중 이동해야 하는 경우들이 잦다. 오늘 경기처럼 한 경기에서 내야와 외야를 모두 봐야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내가 늘 해왔던 것이고,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하고 있다.”
그래도 3루가 주 포지션 아닌가.
“2년 전 쯤에는 ‘그렇다’라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꼭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지금은 내가 뛰는 모든 포지션에서 연습을 하고, 어떤 곳에서든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3루만이 내 자리는 아니다.”
보통 언제쯤, 다음 경기에 어디에서 뛰게 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나.
“대부분 경기 전날 통보를 받는다. 하지만 종종 다른 선수들의 상황이나 누군가의 부상 등으로 인해 내 포지션이 확정되지 않을 때가 있다. 상대팀 투수가 누군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여러 변수들에 따라 경기 전 날 통보가 되기도 하고, 아니면 당일에 결정될 때도 있다.”
한 포지션에 정착하고 싶지 않나.
“누구든 한 포지션에서만 뛰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발 명단에 포함되기만 한다면 포지션 변동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다른 곳에서 뛰는 것이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우리는 누가 경기에 나가서 결정적인 안타를 치고, 반대로 누가 삼진을 당하는지 따지지 않는 팀이다. 자신이 다른 포지션을 맡음으로서 또 다른 선수가 선발로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 팀에 깊이를 더하고,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즌 초에 구단과 장기 계약 (4년+2년 구단 옵션)을 맺었다. 이 부분이 더 많은 책임감과 부담을 줄 것 같은데 어떤가(조시 해리슨은 지난 4월, 파이어리츠 구단과 4년+2년 계약을 맺었다. 4년간 2730만 달러(약 298억 원)가 보장되는 계약으로, 구단은 최소 2018년까지 해리슨을 보유하게 됐다).
“그렇게 큰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물론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만큼 기대도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을 의식할 때도 있지만, 그게 꼭 나는 이만큼의 돈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반드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단이 나를 신뢰한다는 확신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을 잘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갖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가끔은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한 발짝 물러서서 나를 이곳까지 올 수 있게 해준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고, 집중하자고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한다. 야구는 긴 경기이고 시즌도 길다. 정신적으로 아주 어려운 스포츠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정심과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강정호와 조시 해리슨은 클럽하우스에서 ‘절친’ 사이이다. 조시 해리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부분에 더 집중하고 노력해야 하는지를 살짝 느낄 수 있었다. 강정호는 인터뷰 때마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매 경기 때마다 새로운 점을 배우는 중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시 해리슨의 야구 여정은 강정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피츠버그=이영미 기자, 통역=박준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