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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스크랩 『앵무새 죽이기』와 하퍼 리. To kill a mocking bird / Harper Lee
빗방울 추천 1 조회 202 13.08.14 11:50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

 

 

형용사를 몽땅 빼면 사실만 남지

 

박정태의 고전 속 불멸의 문장과 작가 <41>『앵무새 죽이기』와 하퍼 리

To kill a mocking bird / Harper Lee

 

 

 

 

하퍼 리 (Harper Lee, 1926~)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출신으로 항공사에서 일하다 친구들이 1년치 급여를 지원해 줘 글쓰기에 전념했다. 처녀작 『앵무새 죽이기』로 일약 대중적작가로 성공하며 퓰리처상까지 거머쥐었으나 그 뒤 다른 작품은 쓰지 않고 평생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로버트 풀검의 수필집 제목처럼 우리는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 시절에 다 배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을 잘 떠올리지 못하고 때로는 일부러 망각하기도 하고, 가끔은 아예 모른 척한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스카웃은 초등학교 등교 첫날부터 담임선생님한테 벌을 받는다. 그런 딸에게 아빠 애티커스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간단한 요령 하나를 가르쳐준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그 삶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지.”

 

틀림없이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이렇게 알고는 있지만 살아가다 보면 자꾸만 잊어 버리고 외면해 버리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애티커스의 집에서 일하는 캘퍼니아 아줌마는 왜 흑인 말투를 쓰느냐는 스카웃의 물음에 친절하게 답해준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화가 나는 거지. 말을 올바로 한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어. 그들은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 수밖에.”

 

이웃집 모디 아줌마도 중요한 걸 알려준다.

 

“세상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 죽은 뒤의 세계를 지나치게 걱정하느라 지금 이 세상에서 사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 말이야. 길거리를 쳐다보려무나. 그 결과를 보게 될 테니까.”

 

애티커스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는 변호사지만 학교를 다닌 적은 없다. 그가 혼자서 터득한 이 가르침은 나에게 특히 와 닿는다.

 

“형용사를 몽땅 빼버리고 나면 사실만 남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의 큰 줄거리는 대공황 시기 앨라배마주의 한 마을에서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흑인을 애티커스가 변론하는 것이지만 법정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의 분신인 스카웃이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아빠를 깜둥이 애인(nigger-lover)이라고 놀려대자 스카웃은 아빠에게 왜 흑인을 변호하느냐고 묻는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고, 이 지역을 대표해 주 의회에 나갈 수 없고, 너랑 오빠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다시는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야.”

 

재판에서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애티커스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도 해보지 않고 이기려는 노력조차 포기해 버릴 까닭은 없어. 모든 변호사는 적어도 평생에 한 번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을 맡게 마련이란다.

내겐 이 사건이 바로 그래. 이 사건, 톰 로빈슨 사건은 말이다. 아주 중요한 한 인간의 양심과 관계 있는 문제야. 스카웃, 내가 그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난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섬길 수가 없어.”

 

정말로 중요한 건 법도 아니고 남들의 의견도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의 양심이다. 애티커스는 스카웃과 오빠 젬에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앵무새는 인간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그저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를 뿐인데, 이런 앵무새를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흑인 문제 같은 편견이 개입되면 이성을 가진 사람들마저 갑자기 미친 것처럼 날뛰고, 그래서 톰 로빈슨처럼 이 세상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죄 없는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혹은 부주의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소설보다 먼저 영화로 봤는데 애티커스 역을 맡은 그레고리 펙(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의 굵은 목소리와 진지한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린 딸에게 어쩌면 이토록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스카웃이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자기네가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이 장면처럼 말이다.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돼.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

 

어느새 아홉 살이 된 스카웃은 문득 자신이 부쩍 나이가 든 것 같다고 느낀다.

 

“집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나는 오빠랑 내가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수학을 빼놓고는 이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별로 많은 것 같지 않았다.”

그런 딸에게 아빠는 마지막 가르침을 들려준다.

“스카웃,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

 

이런 매력적인 아버지를 둔 딸은 금세 철이 들겠지만 사실 누구나 다 이렇게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유치원 시절 배웠던 것만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앵무새 죽이기

 

그레고리 팩이 주연한 ‘앨라배마에서 생긴일’ 이라는 영화의 원작 ‘앵무새 죽이기’란 작품이 있다.

작가 하퍼 리는 이 작품으로 플리처상을 수상했고 그가 지금까지 남긴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앵무새 죽이기’는 탐 로빈슨이란 흑인 청년이 백인 여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되고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가 탐이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의 변호를 맞게 되면서 겪게 되는 온갖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이작품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떤 흑인은 거짓말을 하고 부도덕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특수한 인종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 동등하기에 어떤 편견과 오해도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간이 세운 가장 평등한 기관이 바로 법원이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의무를 다 하십시오.”라는 애티커스의 마지막 변론이다. 그리고 작가 하퍼 리는 사회의 편견과 오해로 아무 죄 없이 희생되는 사람들을 앵무새로 표현했다.

 

사형 집행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흑인 트로이 데이비스가 21일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89년 경찰관인 마크 맥파일을 권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91년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후 그를 진범으로 지목했던 사건 목격자 대부분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3차례나 사형집행이 연기됐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사형 판결을 번복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주법원의 유죄판결을 유지했고 결국 형이 집행된 것이다.

 

독극물이 주입되기 직전 그는 숨진 경찰관 마크 맥파일 가족을 향해 “나는 무죄다. 그리고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자비가 함께하길 기도한다. 그리고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과 나의 친구들이 이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어쩜 죽음직전까지도 무죄를 주장했던 트로이 데이비스 역시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로 피해를 당한 또 하나의 앵무새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잘못된 진술을 행한 증인들의 증언이 그가 살인범으로 내 몰리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행하는 합법적 살인이 바로 사형제도다. 그리고 그 이유가 국가의 정의를 세운다는 명목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에 꼭 형을 집행했어야만 했는지 트로이 데이비스 사건을 보며 씁쓸한 마음이다.

 

조미정 / 한국 

 

 

 

 

 

[허연의 명저산책]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전 미국인을 반성하게 만든 `차이`와 `관용`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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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글재주를 지닌 여성 문학지망생이 있었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항공사 예약담당 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1956년 겨울 친구들에게서 깜짝 놀랄 만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다. 친구들이 준 선물은 그가 1년 동안 쓸 생활비였다. 돈은 편지와 함께 예쁜 봉투에 담겨 있었다. "네가 한 해 동안만 직장을 벗어나서 쓰고 싶은 글을 썼으면 좋겠어. 메리 크리스마스."

 

큰돈은 아니었지만 검소한 그에게는 도움이 됐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친구들의 기발한 선물은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의 이름은 하퍼 리였고, 그렇게 초고가 완성된 소설은 `앵무새 죽이기`였다.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성경 다음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가장 많이 변화시킨 책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이 책은 1960년 출간되자마자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전 미국에 충격을 불러일으키며 퓰리처상을 받았다. 무려 100주에 걸쳐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이 책이 미국인들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던진 의미는 뭘까.

 

"모든 변호사들은 생애 중 가장 중요한 공판이 있다. 아빠에게는 이번이 그렇다. 앞으로 학교에서 너희들이 이 일로 불쾌한 일을 겪게 될 거다. 그때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하지 말고 주먹이 아닌 머리로 싸우거라."

 

궁핍하고 음울했던 1930년대 미국 앨라배마의 조그만 마을. 정의로운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는 백인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 로빈슨을 변론한다. 애티커스는 공개재판에서 로빈슨이 결백함을 증명해낸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로빈슨에게 유죄평결을 내린다. 대상자가 흑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무죄라고 말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했던 시절이었다. 결국 로빈슨은 상소를 하지 않고 자살한다.

 

이 과정을 지켜본 애티커스의 딸에게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곳이다. 마을에서 애티커스의 편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게 된 일곱 살짜리 스카웃은 아버지가 왜 그런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소녀는 아버지의 모습과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 하나둘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일곱 살짜리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린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차별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를 넘어 차이에 대한 관용,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깨우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흑인에게는 인권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부의 집단적 망상 속에서 자란 스카웃은 애티커스에게 "아버지는 정말 검둥이 옹호자인가요?"라고 묻는다. 그때 애티커스는이렇게 답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난 분명히 그렇다. 때론 곤란한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한단다. 스카웃, 그 말(검둥이 옹호자)은 나쁜 별명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절대 모욕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시시한 인간인지 보여주는 것일 뿐, 네게 결코 상처가 되지는 않을 거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소설에는 가슴이 싸해지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부분이다. 재판이 있기 전날, 아버지는 로빈슨이 동네사람들에 의해 살해될까 봐 그의 오두막을 지켜준다. 아버지까지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이 된 스카웃은 새벽녘 아버지를 찾아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카웃을 아버지가 있는 곳 근처로 가지 못하게 한다.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왜 총을 들고 밤을 새워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지, 사람들은 왜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그렇게 저주하고 차별하는지. 일곱 살짜리에게 세상은 너무나 이상했다.

 

하지만 일곱 살짜리 스카웃은 모르지만 책을 읽는 모든 독자는 알고 있다. 무엇이 정의인지를.

 

`앵무새 죽이기`의 뛰어난 매력은 바로 이런 점이다. 구체적이면서도 보편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너무나 많은 상징과 암시를 담고 있는 하퍼 리의 글쓰기는 세상 사람들을 깊은 반성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 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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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3.08.14 12:01

    첫댓글 하퍼 리(Harper Lee) 미국 남북 전쟁의 남부쪽의 유명한 장군 '로버트 이 리'와 인척 관계입니다.
    이 소설의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입니다, 대단하지요.

    한창 인종 차별이 심했던 사회에 이 소설은 큰 파도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서 '관계와 소통'을 많이 생각해 봅니다. '그 여자는 왜 그렇게 꽉 막혔을까' 하면서 말입니다.
    아~ 갑갑합니다.

  • 13.08.14 12:08

    참 좋은글 올려 주셨군요~..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서.. 많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13.08.15 19:48

    앵무새 죽이기...잘읽갑니다.
    빗방울님~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불평등``휩싸이면 전 죽음 선택을 했을겁니다....고맙슴니다.

  • 13.08.15 19:49

    아름다운 말이 아름다운 삶을 이끕니다.
    나의 말이 곧 나의 삶인 것입니다.
    입은 화의 문이요.
    말은 마음의 초상 입니다.
    말이 짧을수록 분쟁도 적어진답니다....저녁시간 행복한 시간이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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