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일까, 시대의 변화일까. 도매상과 대형 약국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일부 업체들이 거래 약국에 대한 여신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 도매업체와 제약사들이 의약품 거래 과정에서 약국에게 담보와 현금결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약국 경영이 악화되면서 일부 약국의 부도와 파산신청이 나타나고 경영악화에 따른 폐업이 증가하는데 따른 것이다.
거래 약국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업체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않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A도매 관계자는 "사실상 약국이 갑이고 업체가 을인 상황에서 담보를 요구하는 게 쉽지는 않은 형편"이라면서도 "최근 도매업체들의 경영 상황도 좋지 않아 평소 거래 신용이 부실한 약국들에 대해 여신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로선 회사 정책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담보를 거부하는 약국에 대해선 업체선에서 거래를 종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의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약국가에선 적지 않은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도매업체가 구체적인 기준 없이 자체적으로 부실약국으로 판단해 일부 약국에만 담보를 요구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약사는 "도매업체들이 부실 약국으로 판단해 담보를 요구하는 기준은 어떻게 잡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일부 업체가 약사의 신용평가 등급 등을 확인한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약사도 "자진 파산신청을 하거나 폐업하는 약국이 늘면서 업체들도 미리 대비를 한다는 점에선 이해가 된다"며 "제약사와 도매상, 약국 모두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됨에 따라 불신풍조가 점차 심화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