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자글자글해진 주름을 확인하자는 문자를 받았다.
헐~ 자글자글해진 주름이라고?
나는 그딴 것은 없다고 말해주러 아무리 바빠도 꼭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만이야?
윤정씨가 외국으로 나간 후 거의 만나지 못했으니까 3~4년은 된 것 같다.
서울 시민이 된 한 명을 빼고 모두들 과천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는데
어쩌다가 길바닥에서 만나는 일도 없었다. 전화 통화도 잘 하지 않는다.
아~ 이건 모두 손가락 부러져서 전화걸기 힘들어하고
보기와 달리 젼혀 튼튼하지 않는 다리를 핑계로 방콕만을 고수하는 내 탓이다.
나는 이 병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
드디어 D-day이다.
10월 31일- 날짜 한번 죽이지 않는가?
이용이 말한 시월의 마지막 밤이 아니고 시월이 마지막 낮이긴 하지만 말이다.
근데 이 날짜는 현재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승희가 쉬는 날이 월요일이어서 정해진 거란다.
낭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한 날짜이지만 결론적으로 낭만이 넘치는 날이다.
왜냐고? 우리 7기의 날이니까~
선분씨는 한 시간도 훨씬 넘는 거리를 달려서 왔다.
반가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도 우쭐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
“이 언니들이 그렇게 보고싶었냐?”
크크크.
윤정, 승희, 미숙, 경미, 선분, 경애 ,재그미 이렇게 7기 7명이 모였다.
왁자지껄하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오호라. 선숙씨가 안왔잖아.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약속을 잊었나?
이럴 줄 알았으면 며칠전 약수교회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얘기할 것을 그랬다.
그때 나는 다른 아줌마들하고 떠는 수다삼매경에 빠져서 손만 흔들고 말았다.
이 손을 때려주고 싶다.
7명의 아줌마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끌시끌하다.
옆에 앉아 있는 친구와 얘기하다가
건너편에 앉은 친구하고 얘기하다가
두 모둠이 되었다가 세 모둠이 되었다가 정신이 없다.
누가 그랬나?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근황이야기를 하자고 그런다.
“와 ~ 찬성”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할 정도로 만나지 못했구나”
우리 아이들 중 가장 큰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목욜마다 엄마 손잡고 모임에 나왔던 막내들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누구는 키가 훌쩍 컸고
누구는 젖살이 쏙 빠져서 빛나는 미모를 자랑하고
누구는 유희왕 카드 수집에 몰두하고 있고
누구는 모 연에인과 아주 찐한 사랑에 빠졌단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아이도 있고
공부를 못해서 속썩히는 아이도 있고
산과 강으로 둘러 쌓인 학교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있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그렇다 치고 우리들은?
한살림 활동가 , 한살림 과천지부장, 도서관장님, 생태 체험 선생님, 건강식품 사업가로 바쁘다.
그러고 보니 귀국한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윤정씨와 나만 직함이 없네 그려.
윤정씨도 생활이 본 궤도에 올라가면 뭔가를 하지 않을까?
음… 나는 어떡하지?
나는 동화읽는 어른 과천지회 7기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야겠다. 히히.
각자의 근황이야기만 했을뿐인데 벌써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제부터는 자주자주 만나자는 다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어쩌고 하는 노래가 생각났다.
가사와 우리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 7기들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 자뻑이 심했나?
첫댓글 어? 반가운 이름들. 잘 지내고 있다니 반갑네요. 윤정씨도 귀국하셨구먼요. 그중에 젤 아름다운꽃은 과천지회를 꿋꿋히 지키는 재그미꽃. 당연 주름도 젤로 없죠?
재미있었겠어요. 같이 활동한건 별로 없어도 같은 기수라는게 뭉치게 하더라구요. 부럽습니다. 그리고 모임 왕성히 꾸려나가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