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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 章. 낮은 낮으로, 밤은 밤으로
(一)
일행은 둘로 나뉘어 여인들을 구하기로 했다.
조중, 황백, 범도가 짝을 이루어 곽선연을 구하고, 반여량과
학구가 교교를 구한다는 계획이었다.
산귀, 동목, 석수, 곽소연은 남아 있기로 했다.
같이 가 보았자 그들의 무공으로는 제 몸 하나 지키기도 힘들
다는 판단이었다.
"나도 같이 갈래요."
곽소연이 말했다.
그녀도 가는 것보다 안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여량과 잠시만 떨어져 있으면 갓 잡은 행복
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갈 것 같은 심정에 불안했다.
"금방 올 거야."
"교교 소저를 납치했다는 것은 가가를 유인한다는 소리잖아요.
그런 줄 알면서도 가는 것은..."
"그건 조저부(曺姐夫)도 마찬가지야."
반여량은 조중을 저부라고 불렀다.
곽소연을 받아들였으면 그녀의 모든 환경도 받아들여야 한다.
"잘다녀와요.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빠져 나오고..."
"그래. 마음놓고 기다려. 하하!"
반여량은 애써서 호탕하게 웃어젖히고 조그만 암굴 속으로 몸
을 들이밀었다.
곽가장으로 통하는 비밀통로였다.
입구는 간신히 몸을 집어넣을 정도로 좁지만 안은 무척 넓어
반듯이 서서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처제, 능공십자가 옆에 붙어 있으니 아무 염려하지마. 하하!
반매부(潘妹夫)가 나보다 고수라는 사실은 처체가 나보다 더
잘 알면서 그래. 아마 매부를 쉽게 어찌할 사람은 없을걸."
"그래도 형부, 가가좀 부탁해요."
"하하하!"
조중은 학구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그 뒤를 황
백과 범도가 따랐다.
"절묘한 곳에 통로를 만들어 놨군, 여기서는 곽가장이 다 보
여."
산귀가 감탄한 대로 야트막한 둔덕에서는 곽가장이 훤히 내려
다보였다.
신계각주의 집무실은 사람 손길이 닿은 지 오래인 듯 두꺼운
먼지가 가득했다.
통로의 끝은 연공실이었고, 연공실에서 다시 문을 밀치고 나오
자 집무실이 나타난 것이다. 집무실과 연공실을 연결해 주는
문은 서가(書架)였다. 교묘한 건축술이었다.
'산귀도 밀실이 있는 곳은 몰랐다. 알았다면 문을 이렇게 만들
었을 리 없지.'
물[水]의 방위는 북쪽이다. 북쪽은 차분함을 나타내 주는 방위
로 집중과 지혜를 얻은 수 있는 방위이기도 하다.
집무실은 북쪽에 위치했다. 원방감여로 보면 정확히 배치해 준
셈이다. 그런데 연공실은 그 서쪽에 위치해 있다. 서쪽은 정열
(情熱)의 방위. 남녀가 화합하기는 더없이 좋으나 무공을 수련
하기는 부적합하다. 산귀가 곽가장 건축에 관여했다면 건축 초
기와 완공되고 난 다음이다.
반여량은 좌정하고 앉아 동기감응을 펼쳤다.
고오오오...!
투시(透視).
불가에서는 천안통(天眼通)이라 한다.
반여량은 무공이나 종교에 깊이 간여하지 않았기에 무슨 능력
인지 몰랐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소질을 개발시켜 나갈 뿐이
다.
상단전이 열리고 문 밖 동정이 느껴졌다.
눈으로 보듯이 형상화되지는 않았다. 어렴풋하게 기운의 존재
를 느끼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두 명이 있습니다."
"무공 수준은?"
"기운은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중은 학구와 황백에게 손짓을 했다.
지시를 받은 학구와 황백은 소리없이 신형을 날려 문가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학구가 소리나지 않게 문을 살짝 밀치고
밖의 동정을 살폈다.
학구는 조중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여량의 말이 맞다
는 의미였다.
신계각 집무실을 지키는 무인은 비목당원 두 명이었다.
비목당주(飛木堂主)는 춘풍명검(春風明劍) 무문생(無文生).
그는 도저히 무공을 익혔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 얼굴과
성품이 순하게 느껴졌다. 검법도 정통(正統)을 중시했다.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바른 길을 가라. 바른 길이 아니면
아무리 좋은 길이라 할지라도 의미가 없으니...'
비목당은 탈명화검이 개당(開堂)하여 삼화일지의 부친 최명에
게 인도되었다가, 파운권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로 계속 춘
풍명검이 맡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고집스럽게 정
통을 주장한 덕에 문도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없는 당이 되고
말았다.
조중이 고개를 끄덕여 행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쉬익! 쉭!
학구와 황백은 소리없이 날아가 비목당원을 급습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아껴주던 곽
가장 문도가 아니었던가. 그들이 날린 권력(拳力)과 지력(智
力)은 두 문도를 혼절시켰다.
소리는 없었다.
학구와 황백은 문도를 안아들어 쓰러지는 소리까지 없애 버렸
다.
그들은 황급히 사위를 둘러보아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오른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한바퀴 크게 저었다.
조중과 반여량은 신법을 전개하여 마당으로 내려섰다.
"무운을 비네."
"필요없는 충돌은 피하십시오."
이제는 각기 노리는 곳으로 가서 은신해 있어야 한다. 곽요연
이 곽가장을 급습할 때까지. 만약 동목과 석수가 잘못된 정보
를 입수해 왔다면 큰 착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 아침이
면 비목당 무인 두 명이 깨어날 테고 침입자가 있음을 알릴 터
니까.
* * *
"이공녀가 들어왔습니다."
"통로는 역시 그곳이겠지?"
"네."
"허허!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더만."
"곽가장내에서 일어난 싸움은 비목당과 비금당이..."
"아니."
곽모천은 이하극륜의 말허리를 단호하게 잘랐다.
"그들은 혈단이 맡아야 해."
"장주, 혈단은 이제 겨우 오십여 명만..."
이하극륜은 얼굴을 벌겋게 상기시켰다.
"한 가지만 묻겠네. 혈조수의 후인들, 그리고 곽가장 이대(二
隊) 일각(一閣)을 몰살시킨 무리들. 그들을 양성화시킬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분타에 잠입시켜..."
"단순하구먼. 용해. 정말 용해. 그렇게 단순한 머리로 아직까
지 아무 탈 없이 혈단을 이끌어 오다니."
"무슨 뜻입니까? 장주."
이하극륜의 안색이 급격하게 경직되었다. 불길한 예감을 느꼈
기 때문이었다.
"혈단은 모두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들을 양성화
시키는 방안은 죽어서 사는 길뿐이야."
"장... 주..."
예측했던 불안한 말이었다.
곽모천은 이번 싸움에 분타나 본장 무인들은 일체 투입하지 않
았다. 처음부터 혈단과 공녀들이 포섭한 무인들 간의 싸움이었
다. 이제 살아남은 혈단인은 오십여 명. 그들을 곽요연의 정대
원과 마주치게 한다면 공멸(共滅)이다.
"아이들을 너무 내버려 뒀어. 아니지. 수수방관했다는 표현이
옳겠지. 나는 말일세. 어떠한 유혹이나 협박에도 초연한 무인
들만 거둘 생각이네. 변심(變心)하는 자들이라면 죽어도 싸지.
그런 인간들을 처리하는 데 혈단이 희생된다해도 손해 보는 장
사는 아니야."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셨소이까?"
"어차피 혈단은 드러내 놓지 못할 세력이 아닌가? 이만하게 써
먹었으면 잘 써먹은 거지. 자네도 혈조수라는 탈을 그만 벗게.
가만있자. 본장세력이 너무 약해졌나? 자네가 비목당을 맡고,
혈영일검이 비금당을 맡으면 되겠구먼. 양익(兩翼)이야. 강서
무림을 통솔하는 데는 그만한 세력으로 충분해."
"장주는... 무서운 분이오."
"허허허!"
이하극륜은 곽모천처럼 웃을수 없었다.
혈단은 지옥수련을 거쳐왔다. 그들에게 인생의 낙이란 잠시 쉬
는 휴식뿐이었다. 그렇게 고련(苦練)을 거친 결과가 죽음이다.
곽가장 반도를 없애는 도구로.
주의를 기울였다면 변심하지 않을 사람도 많았다.
장주는 알면서도 방치해 두었다. 많은 세월을. 그래서는 움직
이지 않을 사람도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남은 사람... 심지가
굳은 사람도 있겠지만 소용가치가 없는 사람도 있으리라.
윤명, 조중, 소중분.
그들만 하더라도 얼마나 뛰어난 인재들인가. 관심과 애정을 가
지고 다독거렸다면 충실한 곽가장 사람이 되었을 텐데. 그는
아직 소중분이 천지유불 왕급간의 자식이란 것을 알지 못했다.
"혈단을 움직이겠습니다. 하지만 장주... 오랜 세월을 벗해온
노우(老友)로 한 말씀 드려도 되겠소이까?"
"응? 허허허! 무슨 말을 하려고..."
"지금 곽가장을 정리한다 해도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세월이
흐르면 또다시 썩은 물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때도 지금과 같
은 방식으로 처리하시겠습니까?"
"허허허!"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못합니다. 지금 곽가장처럼."
"허허허! 이보게, 이하극륜. 자네는 나를 이해한다 생각했는데
... 내게 유일한 피붙이라고는 혼이밖에 없네. 그 아이가 죽었
어. 누구에게 곽가장을 물려주겠다고 이렇게 발버둥친단 말인
가? 누가 곽가장을 이어받더라도 굳건한 백도무림. 내가 원하
는 것은 이것뿐이네."
"차라리 큰아이를 죽이지 그랬습니까? 탈명화검이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일이지만... 당시에 큰아이만 죽였더
라면 둘째, 셋째, 넷째가 삐뚜로 나가지 않았을 텐데."
"허허허!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 하지만 세상에 비
밀이란 없는 것일세. 그 아이들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결자
해지(結者解之)라. 내가 묶었으니 내가 풀 수밖에."
이하극륜은 장주의 뜻을 분명히 알았다.
곽무연을 죽이면서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한때는 친딸처럼
귀여워 했던 아이가 아니던가. 그런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
이게 될 줄이야.
이제 남은 네 아이, 그들이라도 살리고 싶었는데.
"가보겠습니다."
이하극륜은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힘들었다. 무척...
* * *
넓다고는 하지만 한 사람만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곳.
비밀 통로를 통해 이백여 명이 스며들기란 그리 녹록하지 않았
다.
하지만 연공실이 제법 넓었고, 집무실 또한 삼심여 명은 들어
설 수 있어 전열(戰列)을 가다듬을 수는 있었다.
왕중분은 제일 앞에 나서서 길을 뚫었다.
정대원은 무공이 약해 정면승부를 걸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
다. 시간도 많지 않았다. 시일이 약간만 더 경과하면 곽가장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철옹성을 구축할 것이다.
곽요연은 가장 나중에 따라오라고 일러두었다.
왕중분이 비밀 통로를 통해 정대원 사십삼 명을 확보한 사실은
장주도 안다. 그런 사람이 비밀 통로를 폐쇄시키지 않았을 리
없다. 약간만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죽음의 함정을 설치
할 수도 있다.
정대원이 파악해 본 바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연공실은 물론이요. 집무실에서 개미새끼 한마리 없다고 한다.
'그럴 리가... 함정이다!'
왕중분은 즉각 알아차렸다.
곽요연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기미는 그녀가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애써 확보해 놓은 정대원은 무용지물이 되
고 만다.
각지에서 죽어간 정대원들이 좋은 본보기였다. 지금은 이백여
명만 남은 정대원. 그들도 시간이 흐르면 모래로 쌓은 탑처럼
제 스스로 무너지고 말리라.
"시일을 끌 필요가 없어요. 오늘 밤 공격합니다."
파로가관 담구도, 무결군 유의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
다.
"아직 승산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먼저 대여섯 명쯤 미리 보내
우물에 독을 타는 겁니다. 고수들은 어쩌지 못해도 많은 피해
가 있겠죠. 각주님께서는 다른 곳을 돌아보지 말고 곧바로 곽
모천의 거처로 뛰어들고, 우리는 일제히 방화(放火)를 하는 겁
니다. 시간이 문제입니다. 속전속결을 움켜쥐면 우리 승리고,
시간을 놓치면 지는 싸움입니다."
무결군 유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활로를 찾아냈다.
파로가관 담구는 후일을 위해 계대, 인대, 비대원 백이십 명을
이동시켰다. 그들은 남창부 외곽지역에 머물다 상황을 봐서 행
동하게 될 것이다. 곽모천이 죽었다면 곽가장으로 들어올 것이
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곽요연과 함께 한동안 숨어 있
어야 한다.
공격에 참여하는 사람은 정대원뿐이었다.
"칠팔 할은 죽을 겁니다."
그만한 희생은 각오하기로 했다. 소란이 그쯤은 되어야 왕중분
이 마음놓고 장주와 겨룰 수 있다.
'이것이 마지막 싸움...'
연공실 문을 밀치면서 왕중분은 폐부 깊숙이 낯익은 공기를 들
이켰다.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산. 장주를 넘어서기 위해 불철
주야 무공을 수련하던 곳.
그는 집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이 싸움은 분명히 진다. 그러면서도 왕중분이 아내의 말대로
행동한 것은 결과를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내의 성격을 익히
알기 때문이었다.
왕중분은 오히려 아내가 지는 쪽을 원했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곽가장을 수중에 넣는다면 아내의 자리에
서 점점 멀어져 가리라. 패배를 하고, 무사히 몸을 빼낸다면
한동안 재기를 하려고 허우적거릴지라도 결국은 아내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서가가 소리없이 열렸다.
그는 습관적으로 자신의 자리에 걸어가 앉았다.
수많은 사안(事案)을 처리하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꿈 하나는 잃었지만 다른 꿈 하나는 잃을 수 없어."
쉬익! 쉭!
번개처럼 날아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무인 두 명을 급
습했다. 그들은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마치 몸이 굳어진 석상
처럼 비명 한마디 없이 한 명의 목이 날아갔고, 또 한 명은 등
이 꿰뚫렸다.
"먼저 온 사람이 있군."
"막내일 거예요."
옆으로 다가온 곽요연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조중 일행이 곽선연과 교교를 구하려고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이 사우맹의 공격과 때를 같이할 것이란 것도. 동
목과 석수가 그들에게 있으니 약간의 정보를 얻은 것은 이해가
가능했다.
"상공은 어서 곽모천에게 가세요."
"절대..."
"걱정하지 마시고요. 절대 다른 짓은 안 할 테니까."
"당신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됐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곽모천
은 제거하리다."
"그래 주세요."
"그럼."
왕중분은 신형을 날려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던 곽요연은
새하얗게 웃으며 파로가관 담구에게 지시를 내렸다.
"곽선연은 거처에 있다. 조중은 거기로 갔을 터, 불을 지르려
면 풍봉각(風鳳閣)이 좋겠지?"
"같은 생각입니다."
"일 각 안에 끝내라."
"존명!"
담구와 유의는 사전에 짜놓은 대로 정대원을 이끌고 사라졌다.
"오늘은 모두 죽는 날이야. 호호호!"
그녀도 곧 신형을 움직였다. 왕중분이 사라진 방향으로.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인간사(人間事)다.
담구와 유의는 곽선연의 거처인 풍봉각으로 가기도 전에 길을
가로 막혔다.
어둠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검날은 전율스러웠다.
정대원들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고, 곽가장은 대낮처럼 밝아졌
다.
퍼엉! 펑!
밤하늘에 떠오른 청광탄은 곽가장 내부를 태양처럼 밝게 비춰
주었다. 횃불도 살라졌다. 일 장 간격으로 놓여져 있던 주작등
(朱雀登)에도 모두 불이 붙었다.
정대원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곽가장 무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외곽을 지키
고 있는 비목당, 비금당 무인들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제자
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검날은 엉뚱한 데서 튀어나왔다.
땅거죽이 들썩이면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나무 껍질이 벗겨
지면 진짜 나무껍질이 나타나고 영혼 한 개가 구천으로 떠났
다.
혈단, 그들은 피를 머금은 악귀처럼 달려들었다.
'됐다.'
담구와 유의는 의미있는 미소를 주고받았다.
적아(敵我)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은 필요한 시간을 소
모해주면 그만이다. 누가 명령권과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쥐느
냐 하는 싸움. 이런 싸움은 무공보다 지략에 뜻을 둔 사람들에
게는 아주 유리한 싸움이었다.
유의와 담구는 슬그머니 뒤로 빠져 잠시 장대를 지켜본 다음
쾌속하게 몸을 날렸다. 아수라장에 몸을 담고 있을 필요가 없
다. 안전한 곳에서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면 된다. 곽가장에
서 가장 안전한 곳... 그곳은 신계각주의 집무실이었다. 여차
하면 비밀 통로를 통해 바로 빠져 나갈 수 있으니까.
신계각으로 돌아온 두사람은 재빨리 문을 닫고 잠시 바깥동정
을 살폈다. 그들은 곽가장 무인들보다도 정대원의 눈이 무서웠
다. 만약 싸움 중에 도피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다행이 두
사람의 거동을 발견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그때,
"앉아라."
묵직하고도 조용한 음성이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헉!"
"엇!"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신계각주의 집무실에 사람이 있다니.
다행히 밖이 환하게 밝아져서 음성을 발한 사람의 윤곽이 희미
하게나마 드러났다.
하얀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뜨린 사람.
'틀렸다. 혈영일검이다.'
유의와 담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
었다.
"유의, 무결군이라는 자네가 실수를 하다니."
"그러게 말야. 이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한 번의 잘못... 그 대가가 죽음. 후후! 무림이란..."
두사람은 죽음을 예감했다.
"담구 하나만 묻자. 이 싸움... 아무래도 불안하단 말야. 자네
의 사람보는 눈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잘 봤어."
"뭐?"
"장주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승산이 없었어. 장주
가 모르고 있다면 몰라도 훤히 알고 있는 바에야 더욱 그렇지.
그래도 사우맹과 신계각의 연합, 신창윤가와 광창조가의 동조
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충분했는데."
"알면서 왜 싸웠나?"
"이공녀 때문이지."
"뭐...? 하하하! 그렇군. 이공녀를 사랑하고 있었군. 그럼 자
네는 죽을 자리를 찾은 거고... 나는... 후훗! 어릿광대에게
놀아나다 죽는 셈인가? 신계각 대주치고는 가장 비참한 죽음이
군. 후훗!"
"미안하네."
"내 작호를 바꿔 주겠나?"
"...?"
"호도충(糊塗蟲:바보)으로... 후후후! 무결군이라니. 얼마나
과분한 작호였던가. 후후후!"
한동안 실의에 젖어 웃음을 토해 내던 무결군 유의가 느닷없이
혈영일검을 덮쳐가면서 소리쳤다.
"도망가!"
어느새 꺼내 들었을까 그는 오른손에 든 누런 봉지를 찢어 혈
영일검에게 뿌려냈다.
미세한 가루...
무결군 유의가 혈영일검을 상대로 생각해 낸 마지막 수단이었
다.
혈영일검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담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있는 힘껏 바닥을 박차며 뛰쳐
나갔다. 오랜 지기가 죽음으로써 열어 준 탈출로를 놓친다면
그를 정말 호도충으로 만들고 만다. 유의, 그는 마지막까지 무
결군임을 입증하고 싶어한다.
"허허! 어리석은!"
"크윽!"
답답한 신음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곧이어 머리 위에서 날
카로운 파공음이 터졌다.
'상대가 안 된다.'
언뜻 든 생각이었다.
정대라면 모를까. 계대, 인대, 비대는 무공보다 지략을 우선시
했다. 그것은 대주라 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무공은 빈약하기만
했다.
담구는 정수리에 불덩이가 떨어지는 충격을 받고 이승과의 인
연을 놓아 버렸다.
왕중분은 장주의 침소로 뛰어들었다.
곽모천은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의복을 단정히 갖춘 채 서도
(書道)에 몰두하고 있었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도 고개조
차 돌리지 않은 채.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곽모천을 보는 즉시 공격을 가해요.'
왕중분은 기습을 못하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하지만 선공
(先攻)이라도 가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쐐에엑!
그는 다짜고짜 평생 익혀온 무공의 총화를 전개해 냈다.
파( )!
한담거사의 쇄심십이파법에 장주의 삼혼검법을 접목하여 그만
의 절학으로 탄생시킨 쇄심파(碎心 ). 도수(盜手) 우본(禹 )
을 비롯하여 스물한 명을 저승으로 보낸 무적의 절공(絶功).
한담거사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장주의 적수로 쇄심파를
지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쇄심파가 상대했던 스물한 명은 과거 장주에게 패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장주는 그들을 살려 줬으되 쇄심파는 죽였다. 장주는 그들을
단 일 초에 제압한데 반해, 쇄심파는 여러 초식을 사용했다.
여러모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은 보여 주었다.
처음 상대인 도수 우본을 죽일 때는 반나절 동안이나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다음 상대를 맞이했을 때는 실력이 괄
목상대(刮目相對)하여 한 시진만에 결판 냈다. 그 다음부터는
초식과의 싸움이었다. 몇 초를 사용하여 죽이느냐.
삼십 초, 이십 초, 십 초...
열네 번째인 흑매화(黑梅花) 난영(蘭英)을 죽일 때는 일 초식
으로 줄어들었다. 그후 일곱 명... 모두 단 일 초식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들을 일 초식에 죽일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여덟 명 모두
일 초식에 죽일 수는 없었다. 어쩌다 이 초, 삼 초를 전개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리라.
장주도 그런 경우가 왕왕 있었다.
쇄심파가 상대한 스물한 명을 제외하고도 장주와 검을 맞닥뜨
린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전부 일 초를 넘겼다. 많이
버틴 무인은 십 초를 넘겼으니.
스물한 명... 그들은 장주가 상대한 무인들 중에 가장 약한 무
인들인가. 아니다. 그들과 다른 무인들의 실력차는 비등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로 집약된다. 장주의 무공이 그들에게는
천적이었다는 것.
쇄심파의 무공도 천적이었다.
먹이사슬에서 보면 장주와 쇄심파의 무공은 같은 항렬이었다.
남은 것은 숙련도와 내력, 그리고 천운(天運).
장주의 숙련도와 내력, 왕중분의 꺾이지 않는 강인한 투혼이
비교되었다. 투혼만큼은 그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았다. 왕중분
에게 쇄심십이파법을 전수한 한담거사도 왕중분과 마주서면 싸
우고 싶은 전의(戰意)가 일지 않았다. 삼혼검법의 진수를 이어
받은 곽요연도.
왕중분을 예의 관찰한 파로기관 담구가 결정적인 말을 해줬다.
'곽가장에서 가장 투혼이 강한 무인을 꼽으라면 단연 쇄심파
각주입니다. 각주님은 사지가 잘려나가도 입으로 검을 물고 싸
울 사람입니다. 어떤 경우 투혼은 모든 것에 우선합니다.'
그 말이 과연 맞을까?
맞지 않아도 관계 없었다. 강서성을 통틀어 장주에게 조그만
상처라도 내줄 수 있는 사람은 쇄심파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
했다. 곽요연은 쇄심파 몰래 그의 병기에 단혼산(斷魂散)이라
는 극독을 발랐다. 장주는 그렇게 죽는 것이다.
"허허! 장인에게 병기를 휘두르다니."
가벼운 중얼거림, 왕중분은 뒤통수를 후려 맞는 충격과 함께
손이 얼어 버렸다. 공격은 중단되었고, 일점(一點)에 쏟아붓던
내력이 역행하여 전신 기혈을 들끓게 만들었다.
'헉! 기혈 역행!'
왕중분은 황급히 기혈을 순행시켰다. 그의 이마에서는 구슬 같
은 땀방울이 방울져 떨어졌다. 적을 앞에 두고 기혈이 파동치
다니. 장주가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는 날에는 속절없이 당할
찰나였다.
"쯧쯧! 냉정하기가 만년빙굴(萬年氷窟) 같다던 자네가... 부
동심(不動心)을 연마했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을. 쯧쯧!"
곽모천은 왕중분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하기는 장주와
같은 고수가 핏줄이 불끈 솟아나온 얼굴을 보고도 아무 눈치를
채지 못했다면 말이 안 된다.
장주는 공격하지 않았다. 태연하게 쓰던 글씨를 마저 썼다.
- 정명검파(正明劍派).
"어떤가? 곽가장이란 현판을 떼어내고 이것을 붙이려고 하는
데?"
'정명검파...'
진기가 원활히 유통되기 시작했다. 들끓던 기혈이 안정되었고,
마음도 평온해졌다.
"곽가장은 피냄새가 물씬 풍겨서 말야. 정명검파라... 창세무
궁하게 이어갈 문파명으로 괜찮지?"
'장주! 장주도 후회하십니까? 곽가장이 피를 딛고 일어선 것
을.'
"아주 마음에 들어, 글도, 글씨도... 이것을 현판에 달기 전에
모든 곪아터진 환부를 깨끗하게 도려 내야겠지."
장주는 거암(巨巖)처럼 흔들림 없었다.
"그래. 정리해야지. 정리할 순간이야."
왕중분은 태산을 보았다.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산...
"삼혼검법은 어느 정도나 익혔나?"
"거의 다."
"그렇군. 그럼 나와 상대가 되겠어. 자신을 가지고 검공을 펼
치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삼혼검법 이외에는 익힌 무공이
없네. 처음이자 끝이지."
장주는 몸을 일으켜 왕중분과 일 장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목숨은 하늘에 맡겼습니다."
"허허! 그럼 인간과 하늘이 싸우는 셈인가? 나는 결코 내 목숨
을 하늘 따위에 맡기지 않는다네. 내 스스로 지키지."
움직일 수 없다. 모두들 잘못 알았다. 장주의 무공은 그 누구
도 상대할 수 없다. 혹시 모른다. 강북에 맹위를 떨치고 있는
구파일방 장문인들이라면. 아니다. 그들도 상대가 안 될 것이
다. 장주는 이미 신의 영역에 들어선 사람이다.
단지 마주 선 것만으로 물밀듯이 밀려오는 위압감. 투혼이 사
라진다. 장주와는 싸워 봤자 패배가 분명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느낌... 아! 싸움은 졌다.
왕중분은 파를 들어올렸지만 전개할 수 없었다. 이미 전신은
땀으로 목욕한 듯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너무 강한 상대, 이토
록 강한 상대는 처음이었다. 옆에서 모실 적의 장주와 병기를
들고 마주 선 장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때,
츄리릿...!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한 여인이 뛰어들었다. 얼굴을 쳐다볼
틈도 없었다. 어느새 허공에 몸을 띄운 그녀는 연속해서 삼검
을 쳐내는 중이었다.
"요연!"
대갈을 지른 왕중분은 얼떨결에 파를 던져냈다.
위험했다. 장주에게 대든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
는 격이다. 아내가 왜 이곳에 나타났을까. 그토록 경거망동하
지 말라고 타일렀는데. 청산(靑山)이 있는 한 녹수(綠水)는 걱
정 없다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슈우윳!
장주는 서른 근 무게의 파를 간단히 잡아챘다. 천지(穿枝), 나
뭇가지를 뚫는다. 삼혼검법 쾌오식(快五式)이다. 장주는 또 옆
으로 빙글 돌아 곽요연의 검공을 피해냈다. 전각보(轉角步),
환팔식(幻八式)을 극대화시키는 신법이다. 능공십자 학구의 독
문신법 도기룡은 전각보를 응용하여 창출해낸 신법이었다. 모
두 삼혼검법에 있는 신법이요. 수법.
"타앗!"
왕중분은 봇줄을 낚아채 장악된 파를 빼내려 했다. 장주는 당
연히 내력을 집중하여 잡고 있는 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순
간, 파 끝에 있는 철침이 장주의 손을 스쳤고, 장주는 몸을 움
찔 떨었다.
"호호호!"
곽요연이 웃음을 터뜨리며 뒤로 일 장을 물러섰다.
장주와 왕중분은 서로 파의 한 끝을 잡고 팽팽한 힘겨룸을 시
작했다. 초식에서 내력의 싸움으로 접어든 것이다.
왕중분은 조금씩 끌려갔다.
사실 그는 병기를 놓아 버리고 싶었다. 왠지 장주와 눈빛을 마
주치면 전신이 날연해지는 것이 들차고 간동한 기백은 찾을 길
이 없었다. 그보다 더욱 그의 정신을 산란시키는 것은 곽요연
의 웃음이었다.
곽요연은 웃음이 없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웃음을 터뜨리자
뭔가 알 수 없는 배신감이 꿈틀거렸다.
느낌은 옳았다.
장주와 내력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곽요연은 한쪽에 서서 싱글
벙글 웃음을 흘리고 있다. 마치 즐거운 구경을 하고 있다는 듯
이.
일다경이 무심하게 흘렀다.
왕중분은 더 이상 버릴 기력이 없었다.
전신 혈맥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고,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을때의 느낌처럼 마음이 답답했다. 진기를 최대한 끌어올린
결과였다.
탈출로를 찾아야 한다. 온몸을 휘도는 진기를 발출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 장주가 모든 기력을 차단하고 있지 않은가.
"타앗!"
왕중분은 마지막 기력을 다해 파를 잡아당기는 척하다 놓아 버
렸다. 그러나 장주도 왕중분의 의도를 알고 있었던 듯 그리 심
한 흔들림은 보이지 않았다.
"단혼산이군."
장주는 찢어진 손가락 틈새를 바라보며 태연히 말했다.
"단혼산!"
오히려 놀란 사람은 왕중분이었다. 병기에 독이 발라져 있다
니.
"그래요. 단혼산에 중독되고 내력을 한껏 사용했으니 독기가
심장에 침투했을 거예요."
곽요연은 즐거운 듯했다.
"내가 중독된 사람처럼 보이나?"
순간 곽요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장주의 말마따나 장주
에게서는 중독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눈에 핏발이 서
고, 살색이 흑색으로 변해야 하는데.
"치잇!"
곽요연의 행동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신속했다.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자 방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췌레렉...!
그녀를 공격한 것은 왕중분으로부터 빼앗은 병기 파였다.
곽요연은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허공에 뛰어올라 한바퀴 빙그
르 돌았다. 발 밑을 스쳐기는 파. 아니 그렇게 보였던 파는 영
활한 뱀처럼 고개를 쳐들더니 무서운 속도로 날아올랐다.
"아악!"
'퍼억!' 하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이 어우러지며 곽요연의 몸뚱
이는 힘없이 나뒹굴었다.
"요연!"
왕중분은 한달음에 달려가 곽요연의 몸을 안아들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곽요연은 입가에 가는 피를 흘리며 절명한 다음
이었다.
"죽인닷!"
왕중분은 아내를 죽인 자신의 병기를 움켜쥐고 장주를 향해 날
았다.
"허허허!"
장주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또... 흔들린다. 아내의 죽음에 마비된 이성이 살아나며 눈덩
이처럼 불어난 증오를 단숨에 말살시켰다. 그리고 무서운 공포
감이 전신을 휘돌았다.
'이의제검(以意制劍)이란 말인가?'
쉬익!
장주의 육장(肉掌)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빠악!
무정한 손속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뒤로 넘어가는 왕중분의 외
관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뼈는 이미 산산
히 부서진 후였다.
왕중분을 죽인 장주는 한 쪽 벽면에 있는 문갑을 열고 초로 밀
봉한 환약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단혼산이라... 그래도 가장 위협적인 공격이었어."
비목당 무인 네 명이 나타나 왕중분과 곽요연의 시신을 치우는
모습이 어둠 속에 일렁거렸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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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반여랑은~어디
감사
즐~~~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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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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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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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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