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번째 편지 -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이런저런 의문들
지난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선거 결과는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이었습니다. 저는 이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선거 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첫째, 왜 <정치>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고 보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치>를 전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 각 당의 <국회의원> 후보자는 <정치인> 훈련 과정을 거친 사람이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마추어 <정치인>이 너무 많은 것이 국가 발전에 긍정적인지 여부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둘째, 왜 3선 이상 국회의원은 물갈이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3선이면 12년 국회의원을 한 것입니다. 기업의 경우 승진이 빠르면 <이사> 정도 될 것이고, 제가 몸담았던 검찰의 경우 초임 부장검사 정도였습니다. 이제부터 한창 일할 경력입니다. 국회의원의 경우, 이렇게 12년간 경험을 쌓은 사람을 왜 강제 퇴출시키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셋째, 왜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은 10일에 불과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과열이 된다는 점에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일정 기간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들은 후보자의 면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을 하여야 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식 선거운동 전 1년 전쯤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관위에 등록을 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방식 등을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째, 각 당의 공천 과정은 이래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각 당의 주도권을 쥔 측에서 공천을 시혜적으로 베푸는 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당원이나 지역 주민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결국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섯째, 후보자가 출마 지역을 쇼핑하는 지금의 구조는 비정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후보자가 지역의 대변인이 되겠다고 결심하면 적어도 1년 이상 그 지역에 살면서 주민의 애로사항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지 자신이 치열하게 고민하여 주민과 소통하여야 할 텐데 불과 1달 전에 지역을 정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지금의 방식은 지역 주민에 대한 결례를 지나 모독에까지 이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섯째, 지금의 비례 대표 순번 결정 방식은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각 당의 비례대표 순번은 대개 각 당 지도부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뿐, 당원이나 국민의 의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습니다. 이번에 어떤 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두고 당원 여론조사를 거쳐 순번을 정하였습니다. 이런 방식이든 다른 방식이든 비례대표 순번 결정에 있어 당원이나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내 제 세력의 나눠 먹기로 전락하고 맙니다.
일곱째, 대통령이라는 국가 지도자 선출 프로세스에서 국회의원 제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각제 국가에서는 <국회의원>이라는 인재 풀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여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가 됩니다. 이러다 보니 총리는 <국회의원>을 오랜 기간 경험한 소위 <정치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해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 있어 다선 국회의원을 국가 지도자로 뽑기보다는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않는 신선한 정치 외부 인사를 국가 지도자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우리나라의 윤석열 대통령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국회의원 제도는 대통령이라는 국가 지도자 선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덟째, 우리나라 현실에서 소선거구제가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남 창원시 진해 지역구는 불과 497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었습니다. 선거라는 것이 속성상 승자가 독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박빙 지역이 많았습니다. 중대선거구제도 나름의 문제가 있어 다른 국가에서도 어쩔 수 없이 소선거구제를 선택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소선거구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홉째, 위성정당을 필연적으로 태동시키는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반드시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투표하러 갔더니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투표지의 순번이 40번까지였습니다. 그러나 1번과 2번은 없었습니다. 3번과 4번이 1번 2번 정당의 위성정당이었습니다. 국민 모두가 이런 이상한 투표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투표하였을까 의문이 듭니다.
더 나열하자면 10가지도 넘는 의문이 있지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당을 지지하였느냐에 관계없이 이번 선거를 치르고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후보자의 자질과 관련된 각종 논란을 지켜보면서 다들 착잡하였을 것 같습니다.
많은 국민이 "국회의원 선거 제도 이래도 되나" 하는 의문을 가진다면 더 늦기 전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를 고치는 권한을 국회의원 자신들이 가지고 있어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다 보니 국민의 관점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지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 이번에 어느 당이 승리하였지 와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4.4.15. 조근호 드림
<조근호의 월요편지>
첫댓글 잘지적해 주었습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