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DAM) <월간 환경과 사람들 기고문입니다.>
계곡지키기운동본부
본부장 홍 상 표
갑자기 깊은 잠을 깨우는 진동이 느껴졌다. 눈을 뜨니 천장과 벽이 어둠 속에서 물결치듯 너울거린다. 곁에서 곤히 자던 아내도 벌떡 일어나 갑자기 내 팔을 부여잡고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중얼거린다. 거의 생존 본능에서 나오는 민첩한 동작이다.
"여보! 아파트가 무너지나봐요?"
약 10초 가량 파도를 타는 보트 마냥 방안이 너울거렸다. 나는 평소의 버릇처럼 베란다에 뛰쳐나가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아파트 앞을 가로지르는 지방도로를 따라 붉은 가로등 불빛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줄지어 반짝이고 있었다.
"휴! 아무 일 아니니 잠이나 잡시다."
아침 TV뉴스에, 지난밤 강원도 양양 앞바다 동쪽 80km 지점에서 진도 4.2규모의 지진이 있었고 그 여진이 영서지방까지 이르렀다고 보도를 했다.
"아하! 지난밤에 겪었던 그 소동이 바로 지진이었군. 춘천에도 지진의 영향이 있구나!"
소양댐이 가까운 아파트 9층에 사는 우리 가족들은 댐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나 하는 불안함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설마 9층까지는 물이 안차겠지 하는 아전인수격 심정으로 살고 있던 차에 그러한 지진을 직접 겪었으니 본능적으로 베란다로 뛰쳐나가 물이 차 오르는지 확인할 수 밖에...
그 일이 있은 후 곧 여름 휴가를 받아 지진이 일어났던 동해안 양양 앞바다로 피서를 떠났다. 가는 도중 인제 현리 부근에 좋은 휴양림이 생겼다고 해서 그 곳에서 일박을 하기로 작정하고 인제를 거쳐 내린천 계곡으로 들어섰다. 인제 입구서부터 군데군데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는데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았다. 내린천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서부터 만국기처럼 많은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는데 그 내용들이 모두 섬찟한 것들이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내린천 계곡을 구경하며 마냥 즐겁기만 하던 아내가 갑자기 무언가에 놀란 듯 플래카드 하나를 가리키며 목청을 돋운다.
"여보 여보, 큰일났어요. 저것 좀 보세요. 아니 소양댐이...?"
그 플래카드에는 붉은 색으로 이렇게 험악한 모습으로 쓰여져 있었다.
"내린천댐 건설하면 소양댐 폭파한다! 각오하라!"
"음! 소양댐을 폭파한다니, 아니 그럼 우리 집은 어떻게 되지?"
그 해 여름은 물 맑은 내린천에다 댐을 만들어 서울사람들 먹는 물로 퍼갈 것이라는 소문이 무르익어 가면서 그 지역 주민들의 댐 건설반대는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우리 가족은 봉의산에 있는 아파트의 맨 꼭대기 층인 15층으로 이사를 갔다. 이전보다 정말 마음이 더욱 든든해졌다.
"여보! 이제는 댐이 무너져도 15층까지는 물이 차 올라오지 못하겠지?"
춘천시민 대부분은 댐의 붕괴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무덤덤하게 살고있다. 혹시라도 댐이 붕괴되었을 때의 상황에 대한 대처방법마저 누구하나 강구를 하지 않고 있다. 아니, 강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런 생각 자체를 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리라. 춘천은 댐과 함께 살고있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도시이다. 복동쪽으로 거대한 소양댐이 있고, 북서쪽으로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춘천댐, 화천댐, 평화의 댐, 북한의 금강산댐 등이 포진해있다. 그리고 춘천의 입구에 있는 의암댐이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들고 있다.
의암댐을 제외한 이들 중 하나만이라도 붕괴되었을 경우를 한번 상상해보시라. 춘천시의 대부분이 물 속에 잠겨 버릴 것이다. 평소 민방위 훈련, 예비군 훈련 등은 잘 지켜오면서 댐 붕괴에 대비한 대피훈련은 왜 하지 않는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관련 당국은 댐 붕괴에 대한 대피훈련계획 등을 마련해서 민방위 훈련같이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할 때가 왔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지진대피훈련을 밥먹듯 한다고 하는 보도를 본 적도 있다. 이 문제는 댐이 많은 북한강 수계의 주민들을 위하여 시급히 마련해야할 커다란 과제인 것이다.
최근 춘천댐 계획홍수위 상향조정이라는 계획이 나와 춘천시와 화천군 등에 비상이 걸렸다. 춘천댐의 계획홍수위 높이를 103m에서 104.9m로 1.9m 상향 조정한다고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고시로 발표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건설된 교량과 도로 제방 등 예전 춘천댐 계획홍수위에 맞춰 건설된 도로와 다리 제방 하수도관 등의 시설물과 토지들이 침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고, 댐 붕괴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최근 북한의 금강산댐도 착공된 지 17년만에 완공되어 담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댐 붕괴의 위험은 최초 담수 시에 가장 위험하다. 따지자면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금강산댐의 저수용량은 약 26억 톤으로 남한의 충주호보다 크다. 그런데 발전 후의 방류수는 동해안으로 흘려보낸다고 하니 오히려 금강산댐 건설로 줄어들 물의 양은 17억 톤정도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금강산댐의 문제는 만수위에서 댐이 붕괴되었을 때에 있는 것이다. 다행히 평화의 댐이 막고있지만 한꺼번에 내리치는 물이 갈곳이 따로 있는 게 아닌 이상 화천댐을 통하여 춘천으로 쏟아져 내릴 것이고 화천읍과 춘천시는 물 속으로 잠겨버릴 것이 분명하다.
한편, 최근 소양강댐의 안전진단 결과 우안측 암반에서 누수가 발견되어 이를 차단하라는 제안이 있었고, 소양댐 측은 주민들에게“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발표를 하고서는 비밀리에 차단공사를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저수량 29억 톤의 소양댐도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1,600여 억원을 들여 기존 여수로와 같은 규모의 보조여수로 또 하나를 설치한다고 하는데, 폭우 시 이 여수로를 다 열면 쏟아져 내린 그 물이 제방을 타고 넘어 순식간에 춘천시내를 가라앉힐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최첨단 안전진단장비로 댐의 안전여부를 점검을 하고있어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으나 그 단언으로 만족해야 할 일은 절대로 아니다. 진도 4.2보다 훨씬 강력한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댐이 오래되어 슬그머니 주저앉을 수도 있는 등, 댐 붕괴예상요인은 지금도 얼마든지 존재해 있다. 실제로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정부군이 허난성[河南省] 화위안커우[花園口:鄭州市 부근]의 제방을 무너뜨리는 바람에 사망자가 9만 명, 피해자가 1,250만 명에 달했던 역사도 있다.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당국에서는 댐의 존재로 인하여 말못할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릴 것은 알리고, 또한 댐 붕괴징후 발견 시 대피를 위한 "사전경고제" 라든지, 댐 붕괴 시 "대피요령"과 "훈련계획"도 마련하여 시급히 현실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평화의댐 만들당시 금강산댐 얘기 헛소리라고 떠들단 자들 생각이납니다. 결국 10여년 지난다음에 평화의댐 증축공사 했지요. 하지만 1차 증축만 하고 2차를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최근 증축공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증축공사만 해가지고서는 또 안됩니다. 춘천뿐만이 아니라 서울도 대피훈련을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