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잘났다고 주제넘게 자랑질하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는 하지만 며칠전 앞서 게시했던 “미니멀 라이프”
제하의 글에서 나는 “맥가이버” 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손재주가 좋다고 했기에 속편처럼 이 글을 써 본다.
나는 이공계 학교 출신이거나 기술직 계통의 종사자도 아닌 넥타이 매고 책상에 앉아 펜대나 굴리는 전형적인
사무직으로 정년의 나이까지 근무한 것이 나의 경력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중고교 시절 실과 과목이나 물리 화학 시간에 배운 기초지식으로 고장 난 각종 생활가전의 수리는
물론 부서진 가구의 복원이나 개조, 싱크대나 욕실의 수선, 방수 작업등은 물론이고 가스 레인지의 교체,
에어컨의 이전 설치까지도 서비스맨에게 의뢰하지 않고 직접 한다.
(참고로, 이사를 할 때 필수적으로 하게 되는 가스레인지에 연결된 호스의 분리 및 연결은 일반인이 직접 해도
됩니다. 단, 주방 실외나 외벽에 있는 가스배관을 무자격자가 손을 대는 것은 금지 되어 있고 사고 발생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벌초할 때 사용하는 엔진 예초기도 자가 수리한다.
또한 소싯적에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익힌 재봉틀로 간단한 옷 수선은 요즘도 궁상을(?) 떨어가며 직접 한다.
이러다 보니 일가 친지나 주변 지인들의 부탁을 받고 출장 수리를 해주고 댓가로 술 대접을 받고 오기도 한다.
이러한 나의 천부적(?) 소질은 웬만한 남자 못지 않게 손재주가 비상했던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것 같다.
앞서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았듯이 나는 거의 무한의(?) 수리영역에 도전하지만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전자 제품의 수리를 시도하다가 하다가 전문지식의 부족이나 순간의 부주의로 스파크를 발생케 하여
회로판을 다 태워버리는 실수도 하고, 회전톱을 장착한 핸드 그라인더를 다루다가 부주의로 고속으로 회전 중인
그라인더를 맨 발등 위에 떨어뜨려 발등 속의 인대가 절단되어 하반신 마취까지 필요한 긴급 봏합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하마터면 발등이 그야말로 두 동강 나서 불구의 몸이 될 뻔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6년전의 사고인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 내린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모 라디오 방송국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을 청취하다가 소개된 사연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사연인즉, 갓 결혼한 새댁인데 자신의 아버지가 손재주가 좋아서 이것 저것 척척 잘 고치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 왔기에 세상의 남자란 당연히 모두가 그러려니 생각했단다.
그런데 성년이 되어 결혼한 자신의 신랑은 못 하나 제대로 박을 줄도 모르고 형광등 하나를 갈아 끼우는데도
사람을 불러야 한다기에 기가 막혔고 새삼 자신의 아버지가 그렇게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딸이 있다. 나의 딸아이 역시 아빠인 나의 재주를 잘 알고 있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기에 요즈음의 시대적 상황하에서는 결혼을 생각하기에 아직은 이른 나이이다.
나의 딸아이는 훗날 어떤 신랑을 맞이 할까?
가을비가 추적추적 거의 종일 내리고 있는 오늘, 새삼 그것이 궁금하다.
첫댓글 말씀하시는 요지는
이젠백님의 손재주 자랑이 아니라
앞으로 사위가 될 분과의 대결구도(?)인 것 같습니다.
딸이 결혼을 해서
손재주 하나 만큼은 '우리 아빠를 따를자 없다.'라는 것을
상상하여, 미래에 대하여 은근히 자랑스러움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만,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ㅎ
그 손재주 부럽기도 하네요.
콩꽃님이 정곡을 찌른 듯 합니다 …^^
그런데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아빠 최고” 라며
아주 잘 따르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부자간에 자주 술잔도 기울이며 소통하는 아들 놈과는 달리
딸아이는 그 반대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섭섭하게 느껴짐은 어찌할 수 없네요..
아직 철이 덜든 탓이겠거니 하며
내색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나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린하님의 닉이 낯설지 않습니다.
이 곳 수필방에서 만나게 되어 저도 매우 반갑습니다.
사위는 어차피 딸아이가 선택할 터이니
부모라도 개입할 여지가 없겠지만
딸아이가 신랑이 될 사람이라며 나에게 데려 오면
꼭 하고자 하는 말 한마디를 머리에 미리 저장해 놓았습니다...^^
“자네, 마라톤 풀코스 42.195km 를 단 한번이라도 완주하고 오게나.
그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딸과의 결혼을 흔쾌히 허락하겠네.”...
어머님의 DNA를 물려 받기도 했거니와
왕성한 호기심과 강한 성취욕이
그 모든 걸 해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매사 조심하셔요..
다치시면 마음 아프잖애요.ㅜ
따님껜 이런 아빠 세상에 없노라
미리미리 주입 시켜야 할듯요.^^
고장 원인을 찾기가 난감한 전기전자제품 등을
매뉴얼이나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고장진단 및 처치방법을 알아내서
결국은 수리에 성공하여 정상 작동이 되었을 때의
성취욕과 희열은 해 본 사람만 압니다 …^&^
그리고 본문에서 언급한 사고를 겪은 이후
절삭용 전동공구를 다룰 때는 사소한 작업이라도
반드시 안전고글, 장갑을 착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을 습관화 하고 있습니다.
매사에 조심하라는 첨언,...
대단히 고맙고 항상 기억할게요…^^
내 그런 줄
예전에 알았지요
ㅎㅎ
아~ 그런가요.?
저는 효주님이 이곳에 와서 댓글을 달을 것이라고는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 …^&^
에디슨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발명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멕가이버손 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에디슨은 백열전구의 필라멘트를
1,200번의 실험에 실패하고 나서야 발명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그에게 물었습니다.
"1,200번의 실패를 어떻게 감당하셨습니까?"
에디슨의 대답은…
"나는 1,200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1,200가지의 물질을 찾아내는데 성공한 것이죠."
역시 긍정의 힘과 끈질긴 집념의 결과는 위대합니다...
맥가이버의 손, 잘 Yuji 하겠습니다 ...^&^
사위가 손재주가 없다해도
인성이 좋으면 됩니다.
사람 나쁜건 고쳐 쓸수없지만
딸집 고장난건 장인어른이 고치시면
딸집도 편안히 당당히 다닐수 있고
사위는 돈 안들어 좋고.
사위 좋고 딸도 좋고 장인은 덩달아
더좋고 화목한 가정이 될겁니다~^^
긍정의 말씀만으로만 댓글창을 채우셨네요.
재삼 감사드립니다...
손재주가 그리 출중하시다니 참 부럽습니다
기계 공구 가전제품 기타 실생활에 부닥치는
여러 상황에 즉각 대처가 가능하다는것만큼
좋은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는 곧 생활력도 매우 강하다는 의미일터니 !
저는 아직도 집에 난방장치를 어떻게 가동하는지
공기를 빼 낼때 어떻게 조작하는지 이런게 여전히
미숙해서 아내에게 핀잔을 자주 듣는 편입니다.
참 이상해요. 그런데 통 관심이 없으니,,
따님이 장차 어떤 남편감을 얻게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일듯 합니다. ㅎㅎ
특정의 분야에서 잘 한다는 것은 개인별 관심사 차이의 결과일 뿐
개인별 고유 능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저의 관심분야가 아니면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맥가이버는 아무나 되는것이 아니고
물려 받은 유전자가 중요하다는 말씀에
저는 동의 합니다.
저는 그런 유전자를 물려 받지 못했는데
우리 딸들은 다행히 절 닮지 않았네요.
그렇지만 딸들보다 더 월등한 맥가이버
사위를 기대 합니다.
딸들은 고이 ~ 살길 원하는 엄마 맘이지요 ㅎㅎ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누구나가
자식이 자신을 닮기 보다는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지요.
님께서 맥가이버 사위들을 맞이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재주가 참 많으세요.
모습도, 살아가는 모습도 모두 상남자입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上”남자는 아니고 그저 그런 “常”남자입니다.
오프모임에서 또 뵐 기회가 있으면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공계 출신 사위를 얻으면 되겠네요. ㅋ~
요즘 시대에 부모가 딸아이에게 무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면서...ㅠ
@이젠백
하기사 그 말도 맞는 말입니다. 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