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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블로그 "미니로봇" 번역,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952345398
원문 레딧 노슬립,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f7flzn/my_wife_and_i_bought_a_ranch_in_the_mountains/
여시들! 이 레딧 글 시리즈는 그 동안 네이버 블로그 운영 중인 "미니로봇"님이 번역하고 있었는데, 그 동안 출처를 밝히지 않고 퍼 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장편 시리즈 글 번역은 서로이웃으로 운영하게 되셨다고 해!!
출처 밝히고 카페 등으로 퍼 가도 되는지 문의드렸더니 허락해주셔서 앞으로 다시 업로드 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럼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고 이 시리즈는 "미니로봇"님 네이버 블로그에서 퍼 왔다는 점 다시 한 번 명시하고 글 시작할게 ◡̈
3부 - 곰 추격전
봄이 끝날 때까지 빛은 총 세 번 더, 모두 사샤와 내가 집에 함께 있을 때 발생했다. 익숙해졌는지 빛이 나타날 때마다 대처가 더 쉬워졌다. 심지어 대쉬마저 빛의 등장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5월이 가까워져 오자 우리는 다음 '현현'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댄과 루시는 여름 버전을 '곰 추격전'이라고 했지. 꽤 끔찍한 묘사도 함께 따랐던 버전이었다. 사샤는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나 역시 속으로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난 몇 주는 '곰 추격'을 앞두고도 꽤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솔직하게 말해서 봄에 나타난 빛 현상을 설명할 길은 없지만, 곰 추격전처럼 전혀 상관없고 뜬금없는 미신은 실제로 보기 전까지 믿을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재택근무가 더 많은 사샤 덕분에 5월의 어느 저녁, 우리는 함께 앉아서 댄과 루시가 준 종이를 쭉 읽어볼 수 있었다. '곰 추격전'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 혹시라도 사샤가 혼자 있을 때 추격전이 시작될 경우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았다. 다음 내용은 댄과 루시가 남긴 종이에서 곰 추격전 '현현'과 관련된 내용을 옮긴 것이다.
전라의 남성은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소리로 먼저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남자의 위치를 파악할 것. 남자는 두 사람 중 누구라도 가까운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달려갈 것이다. 남자는 언제나 곰보다 35m가량 앞서있으며 둘의 속도는 같기 때문에 남자가 당신과의 사이에 놓인 장애물 앞에 서야지만 거리가 좁혀진다.
2) 남자의 위치를 파악했다면 당신과 남자 사이를 갈라놓을 장벽을 찾을 것. 남자는 스스로 문을 열 수 없으며 유리나 나무처럼 단단한 재질은 깰 수 없다. 또한 90cm 이상 높이는 넘을 수 없으며 지금 마당에 세워진 울타리 역시 충분한 높이로 보인다. 곰 추격전이 시작되었을 때 바깥에 있을 경우, 그리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경우에는 목장 내 가축 전용 울타리 안으로라도 들어가야 한다. 가축 울타리가 잘 관리되어 있을 시, 남자는 역시 울타리를 지나갈 수 없다.
가능하다면 차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신과 남자 사이에 벽이 생긴다면 남자는 달리기를 멈추고 당신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것이며 울고 애원하겠지만 결국 곰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남자가 아무리 절박하고 두려워해도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신들을 해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곰은 당신이나 가축을 해할 수 없으며 아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라의 남성과 접촉할 경우 다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능하다면 남자를 쏴 죽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상황은 더 위험해질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남자가 반복해서 곰에게 먹히는 것을 직접 본다면 차라리 쏴 죽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남자는 총에 맞으면 인간처럼 평범하게 죽는다. 그를 총기로 죽이거나 무력화하면 곰이 남자를 끌고 사라진다...
이 내용을 읽은 것만 해도 벌써 100번이 넘지만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댄과 루시가 준 종이를 보고 정신병자가 쓴 헛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튼, 이 미친 이야기가 현실화를 앞둔 지금, 사샤는 진심으로 대처할 생각인 것 같았다. 게다가 실제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우리 둘 다 안심이 됐다. 흑곰, 회색곰, 늑대, 큰사슴, 퓨마나 들개 무리가 올 경우를 대비해서 세운 계획도 있는데 '곰 추격전' 대응법도 세우지 말라는 법 없지 않겠어?
나는 곰을 피해서 우리 부지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쏘는 것은 절대로 반대였다. 첫째, 나는 아직도 이 이야기를 100% 믿는 입장이 아니었다. 둘째, 우리 목장은 국유림과 접경해 있어 1.6km만 가면 둘레길이 나왔다. 그 길로 하이킹, 캠핑을 즐기는 사람은 물론이고 산악인, 등반인, 승마인, 야생사진 촬영가, 사냥꾼, 낚시꾼 등 1년 내내 수천 명의 사람이 다녔다. 게다가 이 지역은 실제로 회색곰이 출몰하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리 가능성이 작더라도 진짜 사람이 진짜 곰에게 쫓기다가 우리 목장까지 들어오게 된다면... 포식자에게 쫓기는 이방인을 보고도 죽으라고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그건 정말... 미친 짓이잖아. 사샤에게 다양한 총기를 주며 사격 지도를 한 적이 있다. 산탄총은 나름 잘 다뤘고, 22구경 소총 사격 실력은 제법이었다. 우리는 이번 여름만큼은 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음악을 듣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 바보 같은 상황이 지나가는 동안에는 아내가 혼자 있어야 할 땐 무조건 대쉬와 함께 울타리 안에서만 있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하면 개는 내버려 두는 방향으로. 마당 울타리까지 들어가는 것에 성공하면 바로 집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22구경 소총을 챙긴 뒤 곰이 남자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댄과 루시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들러서 갓 구운 빵이나 여분의 도구를 챙겨주었다. 두 사람이 말도 안 되는 미신을 우리 집까지 끌고 왔다는 사실에 화나고 어이없고 절망스럽기까지 했지만, 그 외에는 두 사람처럼 좋은 이웃이 또 없었다. 댄은 자신의 목장 운영은 특정 계절에만 사람을 썼기 때문에 꽤 바빴고 나 역시 9시부터 5시까지 근무했지만, 사샤는 종종 루시와 함께 국유림으로 이어지는 오후 산책하러 나가곤 했다. 둘은 항상 대쉬를 데리고 갔는데, 가끔 버섯을 찾거나, 새, 꽃, 혹은 삶에 대하여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루시는 이 '영'이 머무르는 곳에서 세 자녀(두 아들과 딸 하나)를 키워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들려주었다.
사샤는 주로 재택근무를 했지만, 분기별로 일주일은 잭슨홀에 있는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 이번 여름에는 그 기간이 6월 첫째 주였다. 우리는 잭슨에서 살다가 아이다호주 옆에 붙은 테튼스로 이사하면서 자주 어울리던 좋은 친구들과 이별해야 했다. 목장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가 있다면 바로 어울릴 또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샤는 주말을 친구들과 보내기 위해서 금요일 저녁에 일찌감치 출발했다. 주말을 혼자 보내며 목장을 가꿀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던 나는 특히 개울 바닥을 마저 정리하기만을 기다렸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대쉬 밥을 챙겨주고 모닝커피와 아침을, 점심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었다. 외바퀴 손수레와 삽, 갈퀴, 곡괭이, 지렛대를 차에 싣던 중, 사샤가 아침 인사 겸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끝내던 중, 사샤가 말했다, "자기, 까먹으면 안 된다?"
"뭘 까먹어?"
"계획 까먹지 말라고. 해리, 진심으로 말하는데 우리가 세웠던 '곰 추격전' 대응법은 비단 나 혼자 있을 때만 적용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그럼 너무 불공평하잖아. 자기도 오늘 소총 잘 챙겨 다녀. 음악도 듣지 말고. 그래야 작업하다가도 소리 듣지."
맙소사. "알았어, 약속할게. 어차피 진작 하나 챙겨놨어. 동면 끝나서 배고픈 진짜 곰도 다 깨어났거든."
총기 보관함을 열고 30-06구경 소총을 꺼내다가 5.56 카빈총열을 발견했다. 보병대를 '제대'하면 군 무기를 반납해야 하지만, 제대하면서 받은 DD 256 증서 위에 멋들어지게 적힌 '명예 제대'라는 글자 덕분에 소총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이 소총이 없으면 속옷을 안 입고 나간 느낌이었다. 이 소총이 없으면 철저하게 혼자라고 느꼈다.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를 일주일,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가지고 있던 소총을 최대한 M4와 비슷하게 만들어갔다. 완전 자동 발사속도 옵션만 빼고 거의 완제품과 비슷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손잡이부터 광학, 레일, 총열, 슬링까지 전부 다 포함해서 말이다. 외관상 다르게 보이는 게 한 가지 있다면 내 것이 엄청나게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흙으로 뒤덮인 산자락에 살며 하루가 멀다 하고 총을 쓰지 않으면 소총을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총을 집어 들자 익숙한 무게가 전달됐다. 내게 이 총을 지워주는 것은 할아버지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느끼는 익숙한 냄새와 같은 개념이었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말이다. 그만큼 내게 안심을 주는 물건이기도 하고. 안 될 게 있겠는가? 나는 탄창을 챙겨 밖으로 나가 잡동사니가 쌓인 외바퀴 손수레에 얹었다. "흠집 좀 나면 어때! 그만큼 특색이 생기는 거지!"라고 말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다음 5시간 동안 대쉬를 데리고 개울 바닥을 훑으며 지난 10년간 개울을 막고 있던 통나무, 잔가지, 낙엽과 뿌리 그리고 바위와 돌멩이를 치워갔다. 계절이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녹아내리는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만큼 뜨거운 날이었기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대쉬 역시 물놀이 하며 벌레를 쫓는 게 좋았던지 진창에서 뒹구는 돼지보다 더 행복해했다.
오후 2시경, 개울 옆 언덕으로 난 노두에 걸터앉아 물과 함께 싸 온 샌드위치를 정신없이 먹었다. 옆에 앉아서 말라붙은 진흙 덩어리를 입으로 뜯어내던 대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대쉬는 남동방향, 그러니까 국유림과 맞닿은 수목선을 응시했다. 나 역시 대쉬가 보는 방향을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벌거숭이가 나타났나?' 하지만 아니었다. 벌거숭이 남성이나 곰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 그대로 앉아서 수목선을 보며 감각에 집중했다. 하지만 들리는 소리라고는 졸졸 흐르는 개울과 그에 맞춰 우는 귀뚜라미가 전부였다.
내가 일어나자 대쉬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잔디에 있던 잔가지 하나를 들어서 대쉬의 코끝에 갖다 대며 웃었다. 그리고 개울 둑에 두고 온 외바퀴 손수레가 있는 방향으로 힘껏 던졌다. 하지만 대쉬는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나뭇가지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도 눈길도 안 주는 것이 아닌가. 대쉬의 눈동자가 나를 보더니 다시 수목선으로 향했다. 그 순간, 내 손과 얼굴에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게 느껴졌다.
대쉬를 키운 지 벌써 6년 차다. 이놈은 물어오는 놀이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녀석이다. 절대로, 그러니까 뭘 던져주면 안 따라가고는 못 배기는 녀석이라는 말이다. 마당에서 잠들었다가도 누군가가 아주 조용하게 뭘 던지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깨어나서 따라간다. 그런 녀석이 던진 물건을 안 따라간다는 것은 굉장히 아프거나 아주 중요한 다른 무언가가 생겼다는 뜻이다.
나는 수목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 뭐 있어?" 대쉬가 잠깐 나를 보더니 다시 숲을 응시하며 고개를 낮췄다. 이 행동은 수상쩍은 게 있으니 집중하라는 뜻이었고, 이번에는 나도 그 신호를 제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소총을 둔 개울 둑 근처까지 전력 질주하다시피 달리며 대쉬에게 따라오라고 외쳤다. 대쉬는 나보다 앞서 달리더니 다시 '시발, 대체 저기 있는 게 뭐지?' 하는 느낌으로 남동쪽을 응시했다. 손에 소총이 닿자마자 몸에 입력된 기억이 깨어났다. 나는 재빨리 총띠를 어깨에 둘러메고 탄창을 끼운 뒤 손잡이를 뒤로 젖히고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그리고 스코프에 눈을 댄 뒤 오래전부터 몸에 밴 동작을 취했다. 배율로 수목선을 샅샅이 살펴본 뒤 귀를 기울였다. 그때, 귀뚜라미 울음이 멈췄다...
골짜기에 있는 모든 귀뚜라미 소리가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내가 들을 수 있는 반경에서 95% 이상은 소리가 사라졌다.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던가? 밤에 개구리가 있는 연못을 지나갈 땐 그런 경험이 있었다. 인기척이 나면 바로 개구리는 바로 소리를 죽이니까. 하지만 귀뚜라미라니? 그것도 이렇게 해가 쨍쨍한 대낮에? 그런 건 들어본 적 없다. 그때 남자의 외침이 들렸다. 동쪽과 남동쪽에서 들렸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공포였다.
그 순간 심장 박동수가 치솟았다. 아드레날린 때문에 얼굴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깨에 소총을 대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대쉬에게 따라오라고 외쳤다. 내가 있는 위치의 개울가에서 지하 배수로까지는 30m 정도였고, 집 진입로를 지나 목장 반대편까지 지나쳐야 했다. 최근에 진입로까지 이어지는 모든 목장 울타리를 본격적으로 손봐뒀고, 이제 반대편 울타리를 손보려던 참이었다. 찰나의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축하합니다, 댄. 당신이 알려준 귀신파티 덕분에 내가 이렇게 난리가 났네요.' 하지만 곧이어 들리는 우렁찬 공포의 외침이 내 생각을 산산이 조각냈다.
"도와주세요!"
내가 있던 곳은 개울가에서도 살짝 들어간 곳이었기 때문에 목장 남동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의 근원이 어딘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로부터 울타리까지는 18m 남짓이었고 대쉬는 아까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맹렬하게 짖어댔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머리를 낮춘 상태로 이빨을 드러내고 짖는 게 마치 사나운 들개의 그것과 같았다. 다시 한번 신경질적으로 대쉬를 부르자 곧장 몸을 돌려 내게 달려왔다. 나도 바로 몸을 돌려 울타리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살짝 경사진 진입로에 다다랐을 때쯤 아주 잠깐 뒤를 확인했더니 완전히 벌거벗은 남자가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소총을 어깨에 메고 대쉬를 안아 진입로 울타리 안쪽으로 넣었다.
다리 한쪽으로 울타리 기둥 부분을 디뎌서 울타리를 넘어갔다. 넘어지는 건 피했지만 손으로 자갈 바닥을 짚어야 했다. 나는 재빨리 소총을 당겨 스코프에 눈을 댔다. 그리고 레티클을 꽉 채우는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가 나왔다.
벌거벗은 남자가 목장을 가로질러 내가 손수레를 두고 온 강둑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보다 살짝 더 나이가 있어 보였는데, 아마 마흔 가까이 된 것 같았다. 더럽고 짧은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옅은 갈색이었다. 맨발로 달려서인지 두 발에서는 피가 흘렀고, 댄이 경고했던 것처럼 마구 덜렁이는 그의 소중이는 그야말로 전체공개 상태였다. 그는 정확히 나를 쳐다봤는데, 그것도 스코프 너머에 있는 내 눈동자를 정확하게 응시했다. 겁먹고 절박한 상태에 힘들어 보이는 그는 거의 체념한 것 같았다. 이쯤 되니 남자의 목소리가 더 정확하게 들려왔다, "도와주세요! 제발 기다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곰이 절 죽이러 와요, 선생님. 제발요!" 제기랄,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말한 게 이거였구나. 대쉬는 미친 듯이 날뛰며 악마처럼 짖고 으르렁댔다.
그때 남자 뒤로 곰이 보였다. 스코프로 자세히 뜯어보니 비정상적인 상황과는 달리 의외로 전부터 심심찮게 봐왔던 흑곰이었다. 크기도 딱 적당한 게, 180kg은 나갈 것 같았다. 수컷인 것 같았는데 특별하게 끔찍하게 생겼다거나 비정상적인 외관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흔히 알려진 흑곰의 달리기 속도보다는 현저하게 느렸다는 것 정도였다. 다시 남자를 보니 이제 개울을 첨벙대며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는 나와 어깨너머의 곰을 번갈아보며 울었다. "제발요, 선생님! 젭, 제발, 두고 가지 마세요.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부탁입니다!"
머릿속에서는 내 자아끼리 전쟁 중이었다. 곰을 쏴야 한다, 곰을 쏘는 게 옳은 거다. 저 망할 놈의 곰을 쏘라고, 새끼야! 댄이 곰 쏘지 말라는 말은 안 했잖아? 만약에 이게 실제 상황이라면, 진짜 말도 안 되는 확률로 저 사람이 정말로 위험에 빠진 거라면 내가 죄 없는 사람을 다치게 내버려 두는 거잖아?
이제 남자는 거의 다 건너온 상태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오면 곰이 사정거리 내에 들어온다. 그럼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수 있는데. 그때 그 생각이 들었다...
남자 바로 앞에 있는 손수레에 날카로운 공구가 잔뜩 들어있다. 만약에 내가 곰에 쫓기는 상황이라면, 지체없이 공구가 든 손수레로 곧장 달려갈 것이다. 수레에는 삽, 곡괭이며 온갖 공구로 들어차 있었다. 나는 남자에게 외치기 시작했다. "삽 챙겨요! 거기 공구 챙기라고요! 저기요, 삽이든 뭐든 잡아서 방어를 하란 말이야! 아무거나 잡아요! 흑곰이니까 싸워야죠! 삽으로 한 대만 쳐도 물러날 겁니다! 쳐요, 맞서 싸우라고요!"
분명히 내 목소리가 들리는 거리였지만 그는 들은 체도 않고 계속 애원할 뿐이었다.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제 남자는 손만 뻗으면 손수레에 닿을 수 있었다. "이봐요, 거기 있는 삽으로 싸우라고요! 싸우라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수레를 지나쳤다. 손수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친 것이다. "저... 아니, 이보세요?" 눈물이 차는 게 느껴졌다. 대쉬는 이제 으르렁대는 중이었다. 이제 남자와의 거리는 20m 남짓이었고, 여전히 애원하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제발 부탁합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선생님, 제발!"
말이 안 나왔다. 숨도 겨우 쉬는데 무슨 말이 나온단 말인가. 전쟁 중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외웠던 주문이 약식으로 마구 튀어나왔다. "심호흡하자. 당장 움직여. 심호흡하자. 움직이자." 나는 대쉬의 목덜미를 잡고 진입로로 끌어당겼다.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 남자에게 외쳤다. "저기요, 맞서 싸우라니까요? 왜 도망치기만 하는 거예요?" 그에게서 인간이 할 법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인간이라면 보일 반응을 보고 싶었다. 제발, 완전히 동문서답이라도 좋으니까 입력된 말이 아니라 진짜 반응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저 의미 없이 되풀이되는 말이었고 다른 말을 전혀 안 하는 게 너무 수상했다. 그게 아무리 겁먹고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다른 방법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약 9m를 남겨두고 진입로 경사로 들어오며 속도를 늦출 때쯤 내가 다시 외쳤다. "선생님! 이름 알려주시면 울타리 문을 열어드릴게요. 씨발, 이름 알려주면 곰을 죽여주겠다고. 그러니까 이름 빨리 불어, 이 새끼야!" 하지만 그는 애원과 흐느낌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말하는 것조차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대본이라도 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남자. 내가 말하는 동안에라도 입을 좀 닥쳐줬으면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남자는 울타리 너머까지 왔다. 나와의 거리도 1m 남짓이었다. 이미 소총은 그의 흉골에 정확하게 맞춰진 상태였다. 대쉬는 짖는 걸 줄였지만,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계속 일직선으로 다가오는 것을 주시하며 으르렁댔다. 이미 상당히 가까워졌기 때문에 대쉬가 뭘 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대쉬에게 곰은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았다. 남자가 울타리에 접근하자 나는 대쉬에게 뒤로 오라고 외쳤다.
남자가 양손으로 울타리 가장 윗줄을 잡더니 아이처럼 울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남자에게서 말을 유도하는 중이었다. "이봐요, 당신 이름 알려주면 내가 곰을 죽이겠다니까요? 그냥 이름만 알려달라고!" 현란하게 총을 움직여 곰을 겨냥하는 것까지 보여줬다. 물론 남자에게서 눈을 떼진 않았다. "망할 이름만 알려주면 죽이겠다고. 그러니까 아무 이름이나 대란 말이야! 그럼 곰을 죽이겠다고!" 남자는 내 말이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제발요, 선생님. 제,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울타리 넘어가게 도와줘요.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두지 말아요, 제발!" 곰이 다가올 때까지도 나는 그의 헛소리 위로 열심히 이름을 대라고 외쳐댈 뿐이었다.
남자 뒤로 다가온 곰이 뒷발로 서더니 남자의 오른쪽 어깨에 발톱을 박아 넣었다. 남자는 즉시 반으로 갈라지며 근육과 내장, 그리고 피를 쏟아냈다. 그와 동시에 곰이 남자의 왼쪽 어깨와 목 사이를 물었다. 겁에 질린 아이의 그것처럼 남자의 눈이 커졌고, 곰은 그대로 남자를 물어 당겼다. 이에 남자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지더니 곰의 얼굴과 턱을 잡아 벌리려고 발버둥 쳤다. 그의 목과 쇄골 사이에서 피가 한 줄기 치솟으며 가슴팍과 복부를 따라서 흐르는 피는 그의 성기까지 붉게 물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새되게 튀어나왔다. 전에도 들어본 비명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엄청난 고통으로 인한 공포의 울부짖음이었다. 곰이 어정쩡한 자세로 남자를 뒤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남자는 절박하게 앞으로 기어 나와 입을 벌리며 처절하게 울었다. 그가 내게 기어 오려고 하자 곰이 그의 어깨를 찢어발기더니 노출된 절단면을 입으로 파고들었다. 그것도 남자의 갈비뼈를 향해서.
곰이 남자를 물고 흔들 때마다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눈을 꽉 감고 주먹을 움켜쥐었고,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전신을 덜덜 떨었다. 곰은 남자의 갈비뼈와 복부를 문 상태에서 넓적한 접시 크기의 발로 남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움켜쥐고 맹렬한 기세로 당겼다.
남자의 흉곽 아랫부분이 나뭇조각처럼 산산이 조각나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곰의 아가리에 물린 창백한 복부는 징그러운 해파리처럼 번들거리며 남자의 몸뚱어리에 달려 자태를 뽐냈다. 남자의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더니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고 다시 돌아왔다. 남자는 새로 생긴 상처를 확인하곤 불에 덴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곰은 물고 있던 남자를 뱉더니 앞발로 남자를 당겼다. 그리고 죽음이 임박해 비명 지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남자를 내려보더니 곧장 남자의 얼굴을 삼켜버렸다. 남자의 머리를 단숨에 삼킨 탓에 남자의 비명이 베개에 파묻힌 것처럼 막혀서 들려왔다. 남자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칠흑처럼 까만 곰의 몸뚱어리를 때렸지만 곰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를 문 채 양옆으로 격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들었다... 남자의 목에서 들린 그 소리. 무언가가 축축하게 젖어 부러지는 소리를. 남자의 오른쪽 다리가 앞으로 쭉 뻗어져 나오더니 발가락이 발레리나의 그것처럼 곧추섰다. 그의 신경이 마지막 힘을 쏘아 올리고 나자 그의 사지가 축 늘어졌다.
곰은 남자의 머리를 뱉더니 묻은 피를 몇 번 핥고 나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울타리를 향해서 3-4걸음 다가왔다. 충격에 빠진 나는 뒤로 물러나다가 넘어질 뻔했고, 바로 곰의 머리를 겨냥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 순간 대쉬가 나를 지나 울타리로 다가갔다. 그때 깨달았다. 곰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대쉬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방아쇠에 손을 대며 대쉬에게 물러나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때 대쉬가 꼬리를 흔든다는 것을 눈치챘다. 망설여졌다. 그리고, 정말 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는데, 그때 곰이 대쉬를 보면서 고갯짓을 했다. 그래, 고갯짓이라고.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누가 봐도 존나 명백한 고갯짓이었다. 절대 착각할 수 없는 고갯짓. 길 가다가 누가 내게 고갯짓할 때 볼 수 있는 그런 고갯짓이라고. 가만히 서서 곰을 보던 대쉬의 꼬리가 더 격하게 움직였다. 곰은 찰나의 순간 나를 보고 천천히 몸을 돌려서 남자에게 향했다. 그리고 처참하게 찢긴 남자의 시신을 물고 유유히 떠났다.
남자가 끌려가면서 남긴 흔적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의 잔해가 잔디와 자갈, 모래에 뒤섞여 남았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대쉬가 내 손을 핥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은 눈물범벅이었고, 소총은 이미 팔에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깊게 심호흡하자 반사적으로 내 몸이(혹은 내 뇌가) 산소를 원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랜 시간 숨을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호흡을 조절했다. 입은 구토라도 한 듯 찝찝했다. 토했나? 아니. 모르겠다? 아닐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대쉬를 어루만졌다. 대쉬는 골든레트리버 특유의 풍성한 꼬리를 흔들며 내 얼굴을 핥았다. 덕분에 제대로 정신 차릴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곱씹었다. 대쉬의 머리를 만지며 녀석의 두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어차피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다. "대쉬, 혹시 아까 그 곰이랑 소통한 거였어?" 어떤 반응을 원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대쉬는 평소처럼 개다웠다. 숨이 조금 찬 것 빼고는. 하지만 정말 놀라웠던 것은 너무 태평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평온할 수 있지? 대쉬는 봄에 있었던 일을 5번을 겪고 나서야 찾은 평화를 벌써 보여주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허겁지겁 물을 삼켰다. 그리고 그날 하루는 온종일 멍하게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익숙한 멍함이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 35시간 이상 잠을 못 잔 상태로 총격전을 벌이고 난 후의 느낌과 같았다. 전쟁으로 인한 피로. 그날 저녁, 나는 현관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사샤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거짓말했다. 좋은 하루를 보냈다고, 그리고 매우 피곤하다고. 괜히 일하는 사람 걱정시켜서 오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라면 단박에 올 테니까. 그냥 금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오면 말해주기로 했다. 현관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오랜 시간 생각했다. 그리고 두 가지 결론을 떠올렸다... 먼저, 지금 일어나는 일은 전부 진짜다. 내 삶이 진짜인 것처럼 이것도 진짜였다. 두 번째, 나는 절대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사샤가 홀로 '곰 추격전'을 목격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월요일이 왔지만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화요일은 그나마 나아졌고, 수요일은 더 괜찮아졌다. 목요일이 되던 날, 그래도 반은 괜찮아진 것 같았다. 물론 감정의 반이 무뎌지고 충격이 남아있긴 했지만. 생각해 봐라, 제기랄...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일어났단 말이다. 그것도 사람을 현혹하는 벌거숭이 살인마 악마와 형체도 안 남는 흑곰이라니. 나는 곰을 두고 오래 고민했다. 그리고 내적으로 도출한 결론은 '꽤 무섭다'였다. 이렇게 내가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합리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걸음을 늦추지는 않았다.
금요일은 사샤가 오후에 돌아오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휴가를 냈다. 댄과 루시가 목초지에 보내줄 양들이 해나 비를 피해서 쉴 헛간도 지을 겸이었다. 헛간은 집 위쪽 숲 안에 지을 생각이었다. 나무 사이에 지어두고 양들이 뜨거운 태양을 피해 쉴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주에 댄이 필요한 자재를 모두 주고 가서 이미 헛간 지을 위치에 다 옮겨둔 후였다. 금요일 아침에 손수레에 각종 장비와 소총을 챙겨서 대쉬와 함께 작업하러 출발했다.
오전 10시경, 사다리 위에서 트러스를 설치하던 중 대쉬가 타프를 쳐둔 통나무 더미 옆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그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내려가서 소총을 어깨에 걸기까지 딱 5초, 그리고 대쉬가 보는 방향을 응시하며 고함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대쉬를 보며 물었다, "뭐 들려?"
대쉬가 '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거지' 하는 모션을 취하기에 헛간이고 나발이고 집어치우고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집 근처 울타리가 쳐진 마당으로 빠르게 달려가며 대쉬를 불렀다. 울타리 정문에 가까워졌을 무렵 대쉬가 머리를 낮추더니 부지 동쪽 경계선을 바라보며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그때 소리가 들려왔다. 우렁찬 목소리를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 이번에도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지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대쉬의 목덜미를 잡아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동쪽 경계선이 더 잘 보이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굳이 망원경이 없어도 홀딱 벗은 남자가 숲에서 뛰쳐나오는 게 뚜렷하게 보였다. 팔을 휘적이며 도움을 구하는 그 남자. 하늘을 보다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숨을 내뱉자마자 나를 덮치는 감정이 실로 놀라웠다. 분노가 공포를 밀어냈고, 나는 그 기분이 반가웠다.
빡쳤다. 이 남자가 너무 미웠다, 이놈의 '영'이라는 존재가, 이 땅이, 이곳에 지내는 사샤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세상이 점점 빨갛게 변했다. 다시 심호흡하고 정신을 차린 뒤 상황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저번과 같았다. 울고, 애원하고, 손을 마구 휘젓는 와중에 소중이가 덜렁이는 그때 그 남자였다. 같은 머리에 같은 꼬락서니. 하지만 전처럼 남자의 애처로운 모습에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울타리 모퉁이로 다가간 나는 그 남자가, 아니, 그것이 진짜 공포, 진짜 분노를 제대로 느끼기를 원했다. 겁먹은 얼굴 너머에 가려진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해치고 싶었다. 그가 다가오는 모습,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며 사람을 헷갈리게 하고 능욕하는 저 잔인한 놈이 나를 분노하게 했다. 이토록 강렬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정말로 격한, 진정한 고통을 안겨주고 싶었다. 역겨운 복화술만 읊조리는 저 새끼의 정체는 이제 상관없었다.
놈을 제대로 뜯어보았다. 과연 저 낯짝 아래에 숨은 영을 끄집어낼 수 있을까. 놈을 괴롭히고 고문하고 싶었다. 놈은 이제 40m 거리까지 다가왔고, 놈이 목초지를 돌며 내가 지정한 울타리까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며 그 흐느낌을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를 건드리지 않고도 진정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영을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는 이제 30m 거리를 남기고 숨을 헐떡이며 속도를 늦췄다. 먼저 손가락이 울타리 철책선 사이를 파고들더니 곧 얼굴도 철책선에 닿았다. 그는 여전히 흐느끼며 애원하는 중이었다. 대체 이놈이 원하는 게 뭐야? 그저 여기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 망할 짓을 벌인단 말이야? 다음 일어난 내 행동은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곰이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7-8초 남짓, 그러니까...
소총 총열을 내렸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 앞 30cm까지 다가갔다. 그의 눈을 정면으로 보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똑똑히 말했다, "이 땅은 이제 내 소유다. 내가 너로부터 빼앗았어. 앞으로 네가 이 땅을 되찾을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말을 마치고 남자의 발에 침을 뱉은 뒤 다시 눈동자를 보았다. 그리고 내가 지을 수 있는 최악의 미소, 멍청이 같지만 지랄맞은 미소를 선보였다.
그러자 정말 놀랍게도 남자의 행동이 바뀌었다. 절박하고 슬프고 비참하던 표정이 사라졌다. 그의 얼굴을 휘감고 있던 공포와 두려움이 마치 마스크를 벗긴 것처럼 한방에 사라졌다. 대신 그의 얼굴은 이제 감정적으로 공허한 상태로 바뀌었다.
그는 내 뒤를 보더니 다시 서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제 곰은 약 14m 멀리에서 달려오며 속도를 늦추며 공격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남자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히더니, 갑자기 혼란스럽거나 혹은 호기심 어린 표정이 피어났다. 곧이어 무언가를 알았다는 듯,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다시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긴급함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나도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을 타고 지나가는 아주 미세한 분노를.
남자를 쏴버렸다. 정확하게 왼쪽 눈알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그것도 곰이 그를 갈가리 찢어버리기 직전에. 남자의 거리가 뒤로 확 꺾였고, 철책을 쥐고 있던 손가락이 풀리면서 선분홍빛 안개를 촥 뿌렸다. 그의 두개골이 산산이 조각나며 뇌수가 상반신을 흠뻑 적셨다. 힘없이 덜렁이는 그의 머리가 나를 향했다. 왼쪽 눈과 콧대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었고 오른쪽 눈은 거의 발사되기 직전까지 튀어나왔다. 그의 시냅스가 마지막으로 전달한 힘으로 턱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지더니 그대로 몸이 고꾸라졌다. 곰은 발가벗은 시신을 보더니 그대로 나를 쳐다봤다. 남자의 피와 회백질이 포식자의 눈동자에 점점이 튀어있었다. 나는 그것의 눈을 똑바로 바다보았고, 곰은 이내 내가 아니라 내 뒤에 있는 대쉬에게 눈길을 돌렸다.
나 역시 대쉬를 쳐다보다가 다시 곰을 봤다. 저번과 같았다. 저 곰... 이번에도 대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 나를 보더니 시신의 정강이를 물고 목장을 따라 유유히 사라졌다.
돌아온 사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만 그날 아침에 남자를 쏘기 전에 내가 했던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 왜냐고?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부분은 그놈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샤는 남자가 처음 나타났을 때 바로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을 서운해하지 않았지만, 다시는 그러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했다. 아내와 함께 대쉬를 산책시키며 마치 영화 촬영지를 관광하듯이 남자가 나타났던 두 장소를 둘러보았다. 아직 남아있는 피와 뇌 잔해 덕분에 아침에 있었던 상황이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샤가 루시에게 연락했고, 곧 루시와 댄 부부가 함께 우리 집에 찾아왔다. 덕분에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설명해야 했다. 내 말을 들은 부부는 전형적인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곰이 대쉬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 것을 이야기하자, 두 사람도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들이 벌거숭이 남자를 대면했을 때 근처에 있던 말들이 남자의 존재 때문에 상당히 불안해했었단다. 하지만 곰이 등장하고 대쉬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하자 말들이 순식간에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이었다. 루시는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에 곰의 역할은 균형을 잡아주는 것 같아요. 평형 상태를 이뤄준다고 할까요. 어두운 기운이 남자에게 붙어서 나타난다면 선한 영이 곰에게 나타나는 거죠."
그해 여름, 남자는 3번 더 나타났다.
다음 사건은 거의 한 달 후, 7월 초에 일어났다. 나는 샤워 중이었고, 아내는 정원에 있었다. 씻던 중 아내가 나를 부르며 후다닥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나는 곰 추격전의 남자와 거의 비슷한 전라의 상태로 뛰쳐나갔고, 남자는 이미 우리 목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나는 사샤에게 모든 문을 닫으라고 외쳤다. "여보, 내가 그것 하나 안 해놨을까 봐?" 사샤가 어린아이 보듯 나를 보며 말했다. 젠장, 역시 내 여자라니까. 나는 '안전을 보장하는' 내 총을 챙긴 뒤 밖으로 뛰쳐나갔다. 연못 근처에서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남자를 확인하고 현관 기둥 옆에서 소총을 준비한 뒤 그가 집으로 달려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집으로 방향을 전환한 순간, 나는 그의 목 바로 아랫부분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남자는 포댓자루처럼 그대로 풀썩 무너졌다. 젠장, 이래서 내가 소총을 좋아한다니까. 곰이 잠시 우리를 보더니(혹은 대쉬를 본 것일 수도 있겠다) 시신을 끌고 가버렸다. 사샤는 홀린 듯 그 모습을 응시하더니 남자가 더 가까이 다가오면 어떻게 되는지 마구 질문을 퍼부어댔다. 결국 모든 이야기를 다시 한번 더 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네 번째 만남은 3주 반 만에 일어났다. 8월 중순이었고... 나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퇴근하고 왔더니 집 앞에 주차된 댄네 부부의 차가 보였다. 울타리를 지나 마당에 들어가자 다들 현관에 모여있는 게 보였다. 댄, 루시, 사샤와 대쉬까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샤는 미안함과 만족스러움에 뒤섞인 얼굴이었고, 댄과 루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 무슨 일 있었어요?" 내 질문에 사샤가 일어나더니 말했다, "나도 했어. 그 남자를 죽였어. 점심 때쯤 해서 나타났거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곧장 그녀에게 외쳤다. "뭐, 사샤? 나한테는 왜 말 안 한 건데?" 그러자 사샤가 손가락을 세우더니 말했다, "여보, 적당히 해. 당신도 처음에 사건 있었던 거 나한테 일주일이나 숨겼잖아. 자기가 오후 내내 나 걱정할 것 같아서 일부러 기다린 거야, 알았어?" 그래, 아내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아내의 경험은 내 두 번째 경험과 많이 닮아있었다. 다만, 아내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미 마당 안에 있었다.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나뭇가지가 날리는 소리가 상당했던 하루였다.
아내는 대쉬와 거의 동시에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소리를 들은 아내는 곧장 대쉬를 집안에 넣고 22구경 소총을 챙겨 테라스에 준비한 식탁에서 가장 익숙한 저격 자세로 기다렸단다. 남자가 울타리 근처에 다다랐을 때,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남자가 속도를 줄이는 순간 그의 이마 정중앙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고 했다. 자신의 사격 실력에 뿌듯해하는 아내를 보며 나 역시... 뿌듯했다. 댄 부부는 침착하게 대응한 사샤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나는 같은 말을 100번째로 들을 수 있었다. "울타리 뒤로 숨는 게 중요해." 정말이지 댄 부부는 이상한 노인네다.
5번째와 마지막은 8월 말에 일어났다. 사샤는 집에 있었고, 나는 국유림 둘레길을 따라서 하이킹을 마치고 막 돌아와서 목장을 지나는 중이었다. 대쉬와 함께 막 연못을 지나려는 순간, 대쉬가 우뚝 멈춰 섰다. 이곳으로 이사한 후 대쉬의 본능에 무한한 신뢰를 갖게 된 나는 대쉬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곧장 마당 울타리로 천천히 달렸다. 울타리까지 20m 남짓 남았을 무렵, 남자의 비명이 들렸다. 단숨에 뒤돌아서 대쉬의 목덜미를 잡았다(대쉬는 진심으로 남자에게 달려들고 싶어 했다). 울타리 문을 지나 문을 닫고 미루나무 사이로 정문이 닫혔는지 확인한 후 어설프게 멜로디를 이루는 남자의 소리가 나는 방향을 확인했다. 하이킹 때 챙겨간 44구경 리볼버와 곰 퇴치제는 이미 내 허리춤에서 준비되어 있었다.
남쪽 울타리에 선 벌거숭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미 정면 대결을 한 번 펼친 곳이었다. 탄창을 열어 총알이 충분한 것을 확인하고 다시 닫았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대쉬는 더 미친 듯이 날뛰었고, 부엌에 있던 사샤는 놀라서 현관으로 나왔다. "해리, 뭐야?" 나는 그녀에게 손짓한 후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목장에 들어오자마자 뒤에서 따라오더라고. 괜찮아, 위험할 거 없어."
아내는 마당에 나와 내 뒤에 멀찌감치 섰다. 혹시 몰라서 대쉬의 목덜미를 잡고 다리 사이에 잡아뒀다. 아내와 긴장 서린 웃음을 교환하자 아내가 말했다, "저녁 먹기 전에 벌거숭이를 찢어발기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여보?" 아내의 말에 우리는 함께 웃었다. "난들 알았겠어," 내가 대답했다. 남자는 점점 가까워졌다. 이 거지 같은 의식을 아무리 웃음으로 넘기려고 해도, 남자의 비명과 애원을 듣고 있으면 심장이 마구 뛰었다. 저 남자가 너무 싫었다. 아니, 불쌍한 모습을 하고 신경질적으로 반복적인 행동만 하는 저 낯짝 아래에 있는 존재를 증오했다. 다시 남자, 아니 그것을 자극하고픈 욕구가 샘솟았다. 저 안에 실제로 들어 있는 것을 진짜로 해치고 싶었다. 남자가 속도를 줄이고 울타리에 접근해서 철책에 손가락을 걸고 얼굴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나는 남자의 애원을 무시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사샤가 내 뒤에서 외쳤다, "여보, 그만 가! 그냥 쏴버려!"
나는 억지웃음을 띄우고 남자에게 말했다, "이봐, 형씨.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뭐 하나 알려줄게,"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이 땅은 내 소유야. 내가 너로부터 빼앗은 땅이라고."
저번에 말한 후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충격을 받은 듯했으며 반응 역시 즉각적이었다. 얼굴에 있던 모든 감정이 일순간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남자는 텅 빈 시선을 서쪽으로 돌렸다. 사샤를 확인했다. 아내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얼굴이 깨달음으로 물드는 것이 보였다. 그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이제 곰은 4m 남짓까지 다가왔다. 그 순간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를 스쳐 가는 아주 미세한 깨달음, 그리고 곧 뒤따른 분노.
그 순간 나는 그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그의 몸뚱어리가 어찌나 세게 바닥에 넘어지는지 무릎과 턱이 부딪치면서 앞니 두 개가 떨어져 나가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두 팔은 머리 위로 사정없이 흩날리는 것이 누가 봐도 죽은 것 같았다. 게다가 그의 코와 입, 그리고 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많은 양의 피란. 젠장, 44구경의 위력이 대단하군.
사샤가 대쉬를 놓아주더니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곰은 이제 달리던 것을 멈추고 벌거숭이 남자의 시신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을 향해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드는 대쉬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사샤와 나는 봄에 불을 피워 빛을 쫓아내자마자 느꼈던 그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형언할 수 없는 황홀한 안도감이 심신을 휘감았다. 곰은 아주 잠깐 내 눈을 마주 봤다. 그리고 나는 그 눈에서 한 가지를 보았다, 아니 느꼈다. 경고. 그것은 고개를 숙여 남자의 팔을 물고 석양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동시에 서로의 손을 잡았다. 돌풍이 몰아치더니 미루나무 위에 있던 낙엽을 흩날렸다. 가을을 알리는 노란 잎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첫댓글 헉헉 드뎌!!선댓후감♡
덕분에 재밌게 읽었어 고마워! 남편이 자꾸 영을 자극하네 계속 그러면 사샤한테 뒤지게 혼나야 할듯..
와 미친 하 대박 미친 와 너무 재밌어 여시야 고마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ㅠㅜ 대존잼이다!
무식한 남정네가 자꾸 말걸어... 저러다 영이 방식 바꿔서 진화하겠네
아우 그냥 하란대로만 하지 자꾸 자극시키냐ㅋㅋㅋ 곰이 경고까지 줄 정도면 계속 저러다가 뭔 새로운 일이 생길듯
여시야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렸어ㅠㅠㅠ 존잼...
저새끼 진ㅊㅏ 비호감이네 왜 자극하고 지랄이야 개비호감
왜 영을 건드리고 그려~~~~!!!!!
해리 왜 나대냐 입 좀ㅜ그만 놀려
존잼이당 ㅠㅠ 고마워!!
이거너무재밌어진심 아 왜케 무섭냐구...심장뛴다
대쉬가 양남보다 낫다
아니 걍 총이나 쏘라고ㅜ 왜 자꾸 자극해 ㅜㅜ
아 ㅠㅠ 너무 재밌어... !!!!!! 해리야 왜 그러는데 ......
존잼이야ㅠㅠ
와 근데 아무리 영이라해도 사람 모양을 하고 애처롭게 애원하는데...
거기다 증오감을 느끼고... 아무렇지 않게 쏴죽인다는게.... 저 부부 정신건강도 걱정된다...
http://m.cafe.daum.net/subdued20club/RaxJ/89686?svc=cafeapp
아니 그냐 조용히 총이나 쏴 왜 자꾸 말을 걸어서 자극하냐고
ㅏ 졸라 재밌다... 해리쉑이 헛소리한거 때문에 분명 무슨 일이 날 것 같은데..
땅 빼앗았다는 대사가 좀 묘하네.. 핑키들 온갖나라 무력으로 식민지화하고 다녔잖아. 영이라는게 원주민의 한이 맺혀 만들어진거 아녀?!
아니 왜 자극하고 난리….. 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