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2
2009 Daniel's Digital Artworks(2753)
Original Image size 7,000 x 4,999 Pixels(100.1 M) Resolution 300dpi, RGB Mode, JPEG Format.
봄비의 서정이 여성적이라면 남자들의 정서에 더없이 어울리는 것이 가을비다.
감성이 풍부한 남자라면 '런던포그' 바바리를 걸치지 않고서도 어딘가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사내만의 본능을 외면하기 어려운 동기가 또 이 가을비와 우산이다. 딱히 정해
진 약속이 없어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서성거리게 만드는, 마구 요동치는 심장의 박동
으로 거리를 나서게 만든다.
'아이고, 어디 젊은 사춘기의 청년들이나 하는 짓이지, 나잇살이나 먹은 양반이 무슨 할 일
이 없어 그런 생각을.....'하고 핀잔을 할 지 모르나 그런 설레임이 나이가 들었다고 무슨
컴퓨터 기능의 Delete 자판도 아니고 누른다고 없어지는가? 우수에 찬 눈빛은 모르긴 해도
나이가 들면 더 그윽하고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밤새 내리던 가을비가 개이고 다시 휴일이 찾아왔다.
토요일인 어제도 일요일인 오늘도,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지만 어김없이 나는 작업실에 정상
출근을 하였다. 하기야 추석날, 설날도 나와서 일(?)을 하는 나로서는 당연한 습관이지만
단순히 의무적인 것이 전혀 아닌, 산적한 일들의 처리와 새로운 작업을 위하여 쉰다는 것이
오히려 고통스럽기 때문이었다. 잠시 틈을 내어 시집을 뒤적이다가 가을비와 관련된 시 2편
을 찾아 읽어 보았다. '세상에는 너무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구나'하고 새삼 감동하면서...
---------------------------------------------------
-서로 얼굴을 파묻고 비에 젖듯이-
시/ 김 은 경
길가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서
자장면 그릇 몇 개
서로 얼굴을 파묻고
비에 젖고 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빈 그릇 속으로 고이는 빗방울들
지나가던 행려의 사내 하나 그 모양을 보고 있다
어디 먼 데
먼 데로
흩어진 식구들 생각을 하나보다
플라타너스가 젖고
빗속으로 가지들이 흔들리고
허공에 걸리는 새 울음소리
나뭇잎들이 길바닥에 낮게 엎드린다
온통 젖은 얼굴 한 장
흙탕물 튀어오르는 그릇 위로 떨어지고 있다
날이 더 저물면 한 번쯤 우레소리가 건너올 것이다
------------------------------------------------------
-가을비와 어머니-
시/李 花 國
봄비는 오고나면 덥고 오고나면 덥고
가을비는 가고나면 춥고 가고나면 춥고
새하얀 창호지문 반쯤 열고
쓸쓸히 뇌이시던 어머니 목소리
봄비는 담장 옆 개나리 노랗게 열더니
가을비는 단풍잎들 우수수 턴다
가을비 맞으시며 춥지 않으실까
저 먼 산길로 마을 가신 어머니.
-------------------------------------------------------
첫댓글 가을은 수확의 계절 . 봄여름 열심히 일한 사람은 가을이 풍성 할 것이요 , 대충대충 일 한 사람은 평년작으로 끝날 것이요, 태풍을 만났던지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흉년이 될 것이다 . 가을의 우리도 이와 같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