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인가 해서 봤더니 예전 AFKN에서 봐서
제목만 알고 있던 바로 그 영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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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열심히 영화(방송) 산업에 종사하시는 담당자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정오의 출격은 정도가 좀 심합니다.
12 o'clock high 는 국내에는 들어 오지 않은 유명한 명작입니다. 불타는 하늘 운영자님이 말씀하셔서 안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방송을 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정오의 출격 이라는 제목으로요..군사 지식이 조금만 있으신 분이면 그런 황당한 제목을 붙이지는 않았을 터인데 아마 여자 분이었나보죠?? 그래도 그렇지 영화를 방송하려면 더빙해야지..판권회사와 계약해야지 남자들도 개입이 되었을텐데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6시 방향 적기 출현..그러죠?? 군대에서 방향을 나타낼 때는 흔시 시계의 침이 시간을 가리키는 식으로 부릅니다. 12 o'clock 이면 바로 자기가 보고 있는 앞 쪽을 가리킵니다. high 가 높은 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듯 하고...정확히 번역을 하자면 12 시 방향 윗쪽..이라는 뜻입니다.
미군의 B-17 유럽 본토 폭격 작전에 대해 좀 이해를 하시면 이 제목은 참으로 재미있는 제목이라는 것을 아시게 됩니다. B-17 은 미군이 개발한 중무장 대형 폭겨기로 닉네임 플라잉 포트리스 (날으는 요새) 가 보여 주듯 적 전투기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엄청난 화력으로 무장을 합니다. 이 폭격기가 밀집 편대를 이루어 비행을 하면 동료 폭격기가 사격 사각까지 커버를 해 주기 때문에 이를 요격하는 독일 전투기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폭격기를 사격하느라 사거리 내에서 조금만 어물거렸다가는 벌지집이 되어 추락하는 것이죠.
특히 전투기가 잘 달라 붙는 후미는 대구경 기관포가 장착이 되어 한방만 맞아도 문자 그대로 공중 폭발을 하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공군은 다양한 전술을 개발하는데 그 중 하나가 폭격기가 귀환할 예정인 상공의 구름 위에 숨어 선회를 하다가 아래로 지나가는 폭격기에 급강하를 하면서 기총을 퍼붓고 전속력으로 급강하를 계속하여 방어 탄막을 빠져 나가는 것이죠. 물론 중력 때문에 전투기의 속도는 최고가 됩니다. 눈 깜짝할 새에 해치우는 것이죠. 더구나 폭격기의 상부는 방어총좌가 취약합니다. 그리고 넓은 날개 (연료탱크로 쓰임) 와 엔진은 명중시키기가 좋습니다. 면적이 넓쟎아요. 폭격기의 진행 방향 때문에 폭격기의 앞 쪽으로부터 접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고요.
제목 자체에 유럽 항공전의 치열함이 집약적으로 함축이 됩니다. 그런 멋진 제목을 정오의 출격이라고 하다니...정말 한숨이 나옵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12 o'clock 이란 하루를 24로 나눈 12시니 그런 오역이 나온 것이긴 하지만 대사도 아닌 제목을 오역하다니 참 문제가 있습니다.
오역 얘기가 나와 하는 말인데 전쟁영화이 대사를 들으면서 번역자막을 읽다 보면 실소를 자아내는 오역이 종종 눈에 띕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시가전 진지에서 독일군이 판저 슈렉(독일군용 바주카포) 를 들고 다가 오는 것을 보고 병사 중 하나가 판저 슈렉 이라고 외칩니다. 황당하게도 번역이 판저 개새끼들!! 들 이라고 나옵니다. 판저 슈레크가 뭔지 모르는 번역가가 그렇게 오역을 한 것입니다. 슈렉 이면 영어로 슈릭 (고함, 외침) 이라고 오역할만한데 얼토당토하게 개새끼들이라니요?? 영어 대본을 분명히 받을 것인데 대본을 보고 알지 못하는 단어가 나오면 전문가의 의뢰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참 일 편하게 합니다.
스탈린그라드 (칼라판)을 보면 농부 출신의 하사관이 부인이 프랑스군 포로와 바람이 난 것을 알고 괴로와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심술많은 병사 (인정머리없는 악역이었죠)가 Bomber Attack? 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니네 집 전략 폭격 맞아 가족들 다 죽었냐?? 라고 약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번역은 집에 폭파범이라도 들어 왔냐?? 라는 뜻으로 번역이 되었더군요. 1943년 부터는 미군의 도시 전략 폭격이 본격화 되고 대도시 출신 병사들은 누구나 폭격으로부터의 가족의 안전을 걱정을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남의 일 처럼 (아마 자기 가족은 시골에 산 것 같습니다.) 약을 올리니 얼마나 얄미운 놈이니까??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를 보면 수년 만에 휴가를 나온 그래버가 폭격에 폐허가 된 집을 발견하고 가족의 생존 여부를 확인 못하고 불안해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가족을 잃은 민간인들은 죄없는 휴가병들에게 너희들이 안전하게 참호에 숨어 있는 동안 우리가 이렇게 당했다 라며 공공연히 시비를 겁니다. 이렇게 의미심장한 대사를 터무니 없이 오역을 하다니 참 우리나라 영화 수입사업이 참 낙후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