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분류 : 문학 / 어린이
판형 / 쪽수 / 정가 : 4*6배판/ 148쪽 / 값 8,500원
발간일 : 2008년 11월 25일
ISBN : 978-89-7184-627-8 (73810)
“삐까뻔쩍 잘나가는 할아버지 좀 없으면 어때!
사 학년이 되도록 오른쪽, 왼쪽 좀 헷갈리면 어때!
비싼 새우 좀 못 먹어 봤으면 어때!”
없으면 없는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있는 그대로 지혜롭고 행복한 우리 멀쩡한 아이들의 이야기
2005년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으로 어린이 문학 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해 《만국기 소년》으로 제28회 대한민국어린이도서상을 수상한 유은실의 두 번째 단편 동화집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다섯 편의 단편 동화를 통해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유쾌하게 살아가는 우리 멀쩡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할아버지 숙제를 놓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술주정뱅이였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경수가 거짓말하지 않고,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으며, 남들 앞에서 창피하지 않을, 나만의 숙제 방법을 찾아내는 이야기 <할아버지 숙제>, 사 학년이 되도록 일 학년 동생을 따라다녀야 했던 길치 이유정의 진땀 나는 ‘나 홀로 집 찾기’를 그린 <멀쩡한 이유정>, 생활 보호 대상자로 살면서 빈병 팔아 모은 돈으로 ‘진짜 자장면’과 ‘진짜 새우’를 먹어 보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조손의 모습을 그린 <새우가 없는 마을> 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음직한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생생한 문장으로 때론 짠하게, 때론 유쾌하게 담아냈다.
이 책의 각 단편들은 저마다 고민과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지금 그대로도 아름답고 건강한 삶’의 일면을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이 세상엔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삶도 없다. 다만 멀쩡하지 않은 세상을 멀쩡하게 살아 내는 ‘우리’가 있을 뿐이다.
절제된 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문장, 집중력 있게 파고드는 인물들의 내면 심리 묘사는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로 하여금 내 안의 ‘아이’를 만나고 교감할 수 있게 하는 장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할머니, 우리 할아버지 유명했지요?”
저녁을 먹으며 내가 물었다.
“유명했지.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정말요?”
다행이었다. 나는 빨리 학교에 가서, 우리 할아버지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말하고 싶었다.
“어떻게 유명했어요?”
“노래를 불러 가지고 유명했어. 아직도 그 노래가 생각나네. 아주 가수였어.”
나는 아빠 얼굴을 쳐다봤다. 아빠는 눈을 내리깔고 국을 떠먹었다. 이상했다. 아빠는 우리 얘기를 못 들은 척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텔레비전에도 나왔어요?”
“아니, 그냥 골목에서 노래를 불렀어. 술만 마시면 목이 쉴 때까지 불렀지. 아이고,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
우리 동네에도 술 마시고 노래하는 아저씨가 있다. 옷이 꼬질꼬질하고, 옆에 가면 냄새가 난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런 사람이었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마에 흉터 있잖아요.”
“있지.”
“강도 잡다가 찔린 거 아니에요?”
“아니야.”
“그럼 축구 하다가?”
“아니야, 술 마시고 자빠져서 다친 거야.”
“뭐라고요?”
“자빠져서 찢어졌다고.”
머리가 멍했다. 갑자기 내가 자빠진 기분이었다.
- <할아버지 숙제> 중에서
저자 소개
글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구구단은 초등학교 삼 학년 때, 오른손 왼손은 오 학년 때, 좌향좌 우향우는 고등학교 때 깨쳤다. 책을 엄청 적게 읽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어린이 얘기를 써서 동화 작가가 되었다. 그런 내 앞에서 한 어린이가 ‘책을 많이 읽어야 이렇게 작가가 될 수 있어.’ 라고 잔소리 듣는 걸 보고 몹시 미안했다. 맛있는 거 먹을 때, 재미있는 책 읽을 때,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으로 태어난 보람을 찐하게 느낀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만국기 소년》을 책으로 내고, 《만국기 소년》으로 제 28회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받았다.
그림 변영미
1970년 용인에서 태어났다.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재즈 댄스도 가르친다. 그림에 열중할 때, 그리고 춤을 출 때 가장 자유롭다고 느낀다. 여섯 살 난 아들이 내가 그림 그리는 걸 보고 좋아할 때 가장 뿌듯하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이다. 그린 책으로 《할머니의 비밀》 《힘을 보여 주마》《할머니의 정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