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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펌) 성경섭 칼럼 <13> 철새 편대비행의 비밀 / 서명숙
그대 그리고 나/포항 추천 0 조회 153 16.10.18 19:5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성경섭 칼럼 <13> 철새 편대비행의 비밀 / 서명숙
 
  작성자: 사색의향기   /  작성일 : 2016-10-17 15:32
철새 편대비행의 비밀 /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서명숙 / 함께 걷는 올레길 신화 만들다 
 
 
- 성경섭 방송인
 
 
철새 편대비행의 비밀 /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s_철새.jpg

울철 철새 도래지에 가면 큰 무리의 새들이 V자(字) 대형(隊形)을 이루며 날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창오리나 큰기러기와 같은 겨울 철새들이다. 겨울 철새는 여름에는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을 하고 가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난다. 무리를 지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철새들이 대형을 이루며 편대비행을 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해 더 멀리 날기 위한 행동이다.
V자 대형의 맨 앞에는 이동 경험이 많은 무리의 리더가 위치한다. 선두는 공기 저항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대형을 유지해야 하는 위치다. 기체역학 구조로 볼 때 대형의 앞줄 보다 뒤에 나는 새들이 한결 수월하다. 앞에 나는 새들의 날갯짓으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면서 뒤에 나는 새들은 기류에 편승해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줄어드는 것이다. 앞쪽 대열은 에너지 소모가 큰 자리인 만큼 철새들은 비행 도중 수시로 자리바꿈을 한다.
 
철새 편대비행의 비밀을 실제 실험을 통해 처음 밝혀 낸 것은 영국 왕립수의대 스티븐 포르투갈 박사팀이다. 중동 시리아 지역에 서식하다 겨울철에 홍해를 따라 아프리카 북부로 이동하는 ‘붉은 볼 따오기’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새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날아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오스트리아 빈의 동물원에서 무리 비행 훈련을 받은 어린 ‘붉은 볼 따오기’ 14마리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성측정 장비를 채운 뒤 소형 비행기를 타고 함께 날며 비행 대형 속 위치와 속도, 날갯짓 횟수 등을 기록했다.
 
따오기들은 45분 남짓을 비행하는 동안 때론 V자를 만들고, 때론 앞뒤 일렬로 줄지어 서서 날았다. V자 대형을 이룰 땐 앞서가는 새와 나는 각도와 거리 간격을 일정하게 맞췄다. 새들이 날갯짓을 할 때 양 날개 끝단에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뒤로 갈수록 튜브형태로 기류로 변하면서 뒤에 나는 새들이 추가로 양력(떠오르는 힘)을 받는 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붉은 볼 따오기’들은 V자 대형을 이룰 땐 앞서가는 새의 날갯짓 ‘박자’에 맞춰 날개를 움직였다. 앞선 새의 날갯짓에 따라 상하로 요동치는 기류의 흐름을 타기 위해서다. 반면 앞뒤 일렬로 서서 비행을 할 땐 뒤따르는 새는 앞서가는 새와 ‘엇박자’로 날갯짓을 했다. 앞서가는 새가 만든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새들은 비행하는 동안 효율적인 비행을 위해 ‘최적의 위치’를 찾아 끊임없이 자리바꿈을 했다.
 
철새들의 편대비행의 비밀은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베른하르트 보엘클 박사 연구진에 의해 재확인됐다. 이 연구진은 2015년 2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철새들은 V자 편대 비행을 할 때 힘이 많이 드는 맨 앞자리에 교대로 나서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선두 기러기가 세찬 바람과 기압을 이기며 무리를 이끌고 가다가 지치게 되면 뒤에서 힘을 비축한 기러기가  앞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철새들이 매년 수 만 킬로의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좋은 환경을 찾아 가는 생존의 본능이다. 먼 거리를 나는 편대비행에도 생존의 지혜가 숨겨져 있는 셈인데.. 서로가 바람의 저항을 막아주어 30% 정도의 에너지가 절감된다는 분석이다. 편대비행을 하면 70%가량 속도를 더 낼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실제로 비행기도 편대 비행을 하면 연료 소모가 최대 18%까지 줄어든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역할분담이다. 서로 교대하며 방향을 안내하고, 역할을 나누어 위험을 감지하며, 서로 소리를 내어 격려한다.
철새 편대비행의 비밀은 정리하면 이런 상황이다. 먼저, 건강하고 힘세며 경험 많은 수컷이 V자 꼭짓점 맨 앞에서 바람을 가르며 무리를 이끈다. 무리의 선두는 비행이 가장 힘든 자리지만 누구에게 고정돼 있지 않고 서로 돌아가며 맡는다. 앞서서 비행하는 기러기 날개 끝에서는 공기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이 소용돌이는 뒤로 가면서 상승기류를 만든다. 앞선 기러기가 만든 상승기류를 이용해 뒤 따르는 기러기들은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보다 쉽게 비행할 수 있다. 무리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힘을 축적하는 것이다. 철새 편대비행의 비밀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희생과 배려, 그리고 소통이 담긴 ‘기러기 리더십’이다.
 
한국사회병리연구소라는 곳에서 얼마 전 한국인의 ‘빨리빨리 성향’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6.25 전쟁 때 북한의 남침으로 피난 가던 사람들이 빨리빨리 피난 가지 못하면 죽는다는 뼈저린 경험에서 온 것이 시작이니 일종의 ‘남북분단 증후군’이라는 것이다. 뒤 이은 근대화 과정에서도 남보다 먼저 기회를 잡기 위해 빨리빨리 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빨리 먹고, 빨리 공부하고, 빨리 가야하는 심리’가 확산됐다. 그러다 보니 차를 타고 내릴 때도 빨리빨리, 운전을 할 때도 빨리빨리..마치 쫓기듯이 해야 하는 강박이 생겨났다. 너무 빨리 하려다 보니 졸속 행정이 판치고 세계 최고의 교통사고왕국의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빨리 빨리’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보다 빨리빨리’이다. 같이 가는 게 아니라 남을 밀치고 라도 나만 먼저 가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1등만 알아주는 사회가 되고 1등주의가 확산되고 배려는 실종돼 버렸다. 빨리빨리는 한국 사회의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역할도 했지만 반대로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된 병리현상과 사회불안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이 시대정신이 된 요즘 철새 편대비행의 비밀은 ‘혼자 가면 더 빨리 갈지 몰라도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가 고질병처럼 번져버린 우리에게 곱씹어 볼만한 의미를 던져준다.
 
 
서명숙 / 함께 걷는 올레길 신화 만들다
 
멍, 쉬멍, 먹멍 하면서 재기재기 와리지 말앙 꼬닥꼬닥 걸으라게”
‘놀면서 쉬면서 먹으면서 빨리빨리 서둘지 말고 또박또박 걸을 것..’ 제주 ‘올레길’을 걷는 방법이다. 제주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올레길’은 걷기문화의 열풍의 주역이자 걷기 좋은 길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올레길’을 여러 차례 다녀온 이들 조차도 이 길이 나게 된 내력을 자세하게 아는 이들은 드물다.
 
‘올레길’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다. 시사저널 편집장과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낸 ‘정치부 1세대 여기자’ 출신 서 이사장과 올레길의 운명적인 만남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자로서 20년 넘게 현장을 뛰던 그녀는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도보여행가들의 로망이라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아간다. 36일을 꼬박 800킬로미터를 걷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 곳에서 만난 영국인 친구의 한 마디가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길을 내자. 여기서 얻은 행복을 나눠주자.” “국제회의 때문에 서울에 가봤는데, 정말 복잡하고 힘들고 어렵게 살더라.. 서울은 끔찍한 도시(terrible city)다. 위로가 되는 길이 필요하다.” 그 친구의 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작 ‘남을 위해 길을 낸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설득이 먹힌 것일까.. 아니면 대화를 나누며 먹었던 삶은 문어를 올리브오일과 소금 간을 한 스페인식 문어요리 ‘폴포’의 기막힌 맛 때문이었을까..고향 제주도가 문득 떠오르면서 ‘제주도에 그런 길이 난다면 참 예쁘고 서정적일텐데..제주도에서 한 번 찾아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와의 한 끼 식사와 대화가 그녀의 인생 경로를 바꿔 놓은 셈이다.
 
고향에 길을 내겠다고 작정한 서이사장은 주변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제주 왕복항공권을 상금으로 내걸고 길 이름을 공모했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건축학 전공의 김진애 의원이 “제주 올레 어때?”하는 한 마디를 듣는 순간 헝클어졌던 머릿속이 명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왔다. 올레는 원래 집 앞의 작은 골목길을 이르는 제주도 말이다. 집 앞에서 시작해 제주도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더 볼 것도 없이 ‘올레길’로 정했다. 이름이 정해지자 속도가 붙었다. 우선 고향 제주에 있는 남동생과 그 친구들, 언론계 후배들을 동원해 자원봉사 조직을 꾸렸다. 중장비 없이 ‘노가다’로 비포장 길을 찾고 만들자는 ‘원칙’도 세워졌다. 인공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너비도 1미터를 넘지 않는 ‘자연 그대로’ 길을 내는 것이었다. 올레길이라면 조근 조근 손으로 만들 일이지 굳이 ‘공구리’가 필요하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제주도 토박이이신 저희 엄마부터 저한테 미쳤다고 그랬어요. 주변 사람들도 제주도까지 와서 누가 걷겠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와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보다 걸어서 천천히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이 얼마나 위로받을까, 얼마나 제주의 진가를 알게 될까 그런 상상을 했습니다. 모두가 빠르고 편안한 길을 찾을 때, 누군가는 에둘러 가지만 감춰진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성산일출봉에서 출발한 올레길은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이미 포장도로에 익숙해진 터라 걷기 좋은 ‘옛길’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찾아낸다 해도 사유지가 대부분이라 땅주인이나 주민들을 설득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올레길 안내표지도 페인트 통을 숨기고 몰래 다니며 그리기 일쑤였다. 올레길이 마을이나 사유지를 지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은 서이사장을 ‘알고 지낸 죄’로 동원된 ‘올레길 개척자’들의 몫이었다.
 
올레길 곳곳에는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손때가 묻어있다. 그 가운데 올레길 7코스 수봉로는 제주올레 첫 번째 자원봉사자 김수봉씨의 이름을 딴 길이다. 2011년 태풍 무이파가 몰아치면서 7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는 돔베낭 바당올레길과 일강정 바당올레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정성으로 복구해 냈다. 이례적으로 자원봉사자의 실명을 딴 올레길 코스가 생긴 연유이다.
올레길이 하나둘씩 이어지고 관광객이 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올레길이 지나는 가게에 매상이 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예전엔 모르쇠 했던 주민들의 태도도 점차 바뀌어갔다. 자신들의 마을로 길을 내라며 유치경쟁을 벌이는 일도 생겼다. 올레길을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선 ‘올레 중독’이니 ‘올레 폐인’이니 하는 유행어도 만들어졌다.
 
제주 올레길이 나는 과정은 ‘기러기 편대비행’에 견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이뤄진 것이었다. 서이사장이 ‘민관군 합동작전’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엔 자원봉사자그룹을 주축으로 다양한 사회시민단체와 올레길이 지나가는 마을 주민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때로는 군부대 장병들과 올레길 여행객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이들의 소통과 협력과 땀방울이 오늘의 올레길의 모습을 갖추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올레길 개척자들이 아니었다면 올레길의 멋진 해안 구간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였을지 모를 일이다. 올레길이 '길 파괴'를 막은 셈이다.
 
올레길 성공의 또 하나의 비밀은 숫자에 있다. 처음 자원봉사자들이 손으로 다져가며 길을 만들 때 간단히 숫자로 코스를 분류한 게 시작이 됐다. 숫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순서대로 길을 걸어도 되고 순서를 바꿔서 걸어도 됐다. 시작점이 출발점이고 멈춘 지점이 끝난 지점이 되다 보니 연속성도 생겨났다.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도 1코스, 2코스 시작점이라고 하면 쉽사리 이해가 됐다. 이제 올레 1코스, 2코스는 보통명사가 됐다. 마치 먼 길을 나는 기러기 편대가 줄을 바꿔가며 날듯이 정해진 선두도 붙박이 후미도 없는 셈이다.
2007년 9월 제1코스가 열린 올레길은 5년 2개월만인, 2012년 11월 길이 423.3㎞의 전 코스가 완성됐다. 타원형의 제주도의 해안 길이 267.53㎞보다의 1.5배에 이르고, 경부고속도로416.04㎞보다도 더 긴 길이다.
 
올레길이 성공을 거두면서 올레길을 벤치마킹한 둘레길, 마실길, 성곽길들도 속속 생겨났다. 산티아고길에서 태동한 올레길은 이제 거꾸로 해외로 뻗어 나가는 형국이다. 일본 큐슈지방에 이름과 표식을 포함한 모든 노하우가 수출돼 ‘규슈 올레길’이 생겨났다. 캐나다·스위스·영국 등의 유명 걷기 코스와 자매결연을 맺고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걷기코스를 하나로 묶는 국제 네트워크 조직 결성도 준비하고 있다.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입증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걷다보면 자신과 만나고 자연과 만나면서 스스로에게 해답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길을 걷다 보면 처음엔 몸만 움직이는 것 같지만 나중엔 머리가 맑아지면서 명상을 통해 자기와 대면하게 되고 해답을 찾게 되는 거죠.. 그 길 가운데 제주 올레길은 약발이 좀 센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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