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옥녀(玉女)의 모습
구름결 귀밑머리 쪽을 찐 저 봉우리
뒤돌아 짓는 미소 봉요(蜂腰)인양 허리선
살랑댄 자두엉덩이 설비치는 거웃 숲
* 부산(婦山) 옥녀봉(玉女峰 780.4m) 충북 충주. 원래 면위산으로, 청풍호반을 끼고 있어 경관이 좋다. 능선이 벌의 허리처럼 가늘고, 솔숲이 짙으며 바위길이 재미있다.
* 운빈(雲鬢); 미인의 아름다운 머리를 구름에 견주어 이른 말.
* 꿀벌의 입은 달콤하지만, 꽁무니에는 독침이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226면.
12. 아집(我執) 죽이기-선시조
지독한 졸보기라 부처도 몰라보고
산으로 다가와서 욱대기는 무원융(無圓融)
피켈로 정문(頂門)찌르자 꼬꾸라진 돌무소
* 황장산(黃腸山 1,077.4m); 경북 문경, 일명 작성산(鵲城山)으로 백두대간에 있는데, 충북 단양의 황정산(黃庭山 959.4m)과 가끔 혼동된다. 조선 숙종시대 왕실용 목재를 직접 조달키 위해, 일반인의 출입과 개간을 일체 금한 산(封山)이다. 짜릿한 바위와 소나무가 빼어나다. 조망도 좋지만, 주위에 수리봉 리찌, 투구봉 등 짭짤한 암릉 암봉이 도사리고 있다.
* 붓다의 설파(說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경에서).
* 정문일침(頂門一鍼); 정수리에 침을 놓음. ‘사람의 급소를 짚어 따끔한 훈계를 줌’을 비유하여 이름.
* 피켈; 등산 용구의 하나. 나무 혹은 쇠자루에 쇠로 된 ‘T’ 자 모양의 날이 달려 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경사진 곳을 오를 때에 사용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621(45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3. 불붙은 불사조(不死鳥)-선시조
아라한(阿羅漢) 무쇠북이 서른세 번 울리면
다비에 드는 골산(骨山) 삼매화(三昧火) 불길 솟아
해치(獬豸)도 삼키지 못한 여뀌꽃빛 불사조
* 관악산(冠岳山 632m); 서울특별시 관악구 금천구, 경기 안양시 과천시. 주봉 연주대(戀主臺) 앞 벼랑 위 응진전(應眞殿)이 있다. 예로부터 화산(火山-불산)으로 여겨, 광화문에 해치석상을 세워 화기를 다스렸다. 북한산 탕춘대(蕩春臺)에서 바라보면, 관악능선이 실제 불꽃으로 보인다. 서쪽의 금강이라 부르며, 년 평균 500백만 명이 찾는다.
* 삼매화; 삼매경(三昧境)에서 단련시킨 불로, 물로 끄지 못함. 고도 수련 후 깨우친 진리의 비유(佛).
* 해치; 소와 비슷하게 생긴,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안다는 신수(神獸). 물을 관장하는 동물로 불을 잡아먹음. 흔히 ‘해태’라 하는데, 바꿔 쓰야 함.
* 해치관(獬豸冠); 법을 집행하는 관원이 쓰는 관.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 해치관, 그 뒤 혜문관(惠文冠)을 썼으나, 우리나라『경국대전』의 규정에 의하면, 조복 사량관 앞에 해치(獬豸)를 붙인다고 되어 있다. 집의(執義) 이하도 같다고 했다. 해치는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그 사악한 자를 물고, 사람의 논(論)을 들으면, 부정한 쪽을 문다는 전설에 의해, 법관(法冠)으로 중국에서 제정했으며, 어사(御使)가 이를 쓴다.
* 관악산 바위타령; “배고파 지어 놓은 밥에 뉘도 많고 돌도 많다 뉘 많고 돌 많기는 님이 안계신 탓이로다. 그 밥에 어떤 돌이 들었더냐. 초벌로 새문안 거지바위 문턱바위 둥글바위 너럭바위 치마바위 감투바위 뱀바위 구렁바위 ....백운대로 결단바위 승갓절 쪽도리바위 용바위 신선바위 부처바위. 필운대로 삿갓바위... 과천 관악산 염불암 연주대로 세수바위 문바위 문턱바위. 수원 한나루 영웅바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17. 1. 3 추가)
* 冠嶽晴嵐(관악청람)-관악산의 청람
윤기/조선
戍削峯巒卽水南(술삭봉만즉수남); 깎아지른 높은 산이 강의 남쪽에 서 있으니
晴朝相對綠濃含(청조상대녹농함); 비 갠 아침 마주하네 진초록 머금은 빛
堪喜箇中光景絶(감희개중광경절); 좋구나 저 산의 뛰어난 풍광이여
非煙非霧是輕嵐(비연비무시경람); 푸르스름 서린 것은 연무 아닌 엷은 청람
-출처: 탁영정20경(濯纓亭二十景), 무명자집(無名子集), 윤기(尹愭, 1741~1826), 한국고전종합D/B. 다음카페 한국산서회 인문산행 공지 조장빈 제공. (2017. 7. 21)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49(7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4. 지렁이가 된 룡
녹비늘 떼는 폭약 살점 뜯는 굴착기
독곡폭(獨谷瀑) 오른 잉어 천주(天柱) 감는 용 되려다
염마졸 포락(炮烙)에 걸려 지렁이로 밟히네
* 천주산(天柱山 424.6m); 경기 포천 신북. 풍수학적으로 회룡고조형(回龍顧眺形; 조산에서 빙 돌아 내려와 몸을 튼 용이 다시 조산을 바라보는 형세를 한 혈)에서 유래된 회룡산, 또는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두문산(斗文山)이었으나, 조선 초기 공신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 1338~1423)의 출신지라, 그의 ’공이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天柱)처럼 높다’하여 바꾼 이름이다. 독곡마을과 독곡폭포를 지나, 계곡 위쪽 폐채석장에 이르면 혼란에 빠진다. 우선 청정 산하를 파괴한 자체가 기분 나쁘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수직벽이 절로 형성돼 훌륭한 암장(岩場)구실을 하는데다, 돌을 파낸 자리는 뱃놀이라도 할 만큼 짙푸른 인공호수(천주호)로 변해 외려 절경을 빚어냈다. 등산애호가 겸 환경운동가 입장에서 어느 편에 손들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암벽은 최고 높이 약 45m로, 미국 요세미테 국립공원(해발 2,307m)의 엘 캐피탄(1,086m 수직암벽-참고; 인수봉의 수직고도는 150m) 축소판 마냥 아기자기하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도 간사한가? 오히려 가보기를 권하는 마당이니?(2004. 9. 12). 그 후 다시 가보지 못했지만, 포천군은 한 술 더 뜨 2009. 10. 23 아예 모노레일을 깔고 아트밸리를 만들어, 유료로 관광객을 유치한단다.
* 염마졸(閻魔卒); 염라대왕의 졸개. 지옥을 관장하는 명부(冥府)의 관원. 예 저승사자 등.
* 포락; 1) 불에 달군 쇠로 단근질하는 형벌. 2) 은(殷)의 주(紂)왕이 구리 기둥에 기름을 발라 숯불에 걸쳐 달군 후, 그 위로 죄인을 맨발로 건너가게 했는데, 건너가다 미끄러져 불에 떨어져 죽게 한 참혹한 형벌이다.
* 2023. 5. 8(월) 15; 30~만 19년 만에 다시 가본다. 계곡부터 완전히 달라져 눈이 휘둥그레진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534(39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5. 도봉추색(道峰秋色)
겨우내 칩거하다 관조(觀照)움 틔운 노송
하안거(夏安居) 마친 바위 연화좌(蓮華坐)로 입멸할 적
다비식 치룬 뼈산의 광휘(光輝)로운 사리여
* 도봉산(주봉, 자운봉 717m); 자운백설(紫雲白雪)은 도봉10경 중, 제1경이나, 전체 추경도 아름답다.
* 산음가 5-20 도봉제색, 6-7 나에게 묻기를, 선가1 관허, 명암명곡열전 제4~9번 도봉산 6수.
* 졸저 『名勝譜』제21번 ‘도봉산10경’(152면) 등, 총 20수 시조 참조. 2017. 7.7 도서출판 수서원.
* 秋日(추일)-도봉산(2020. 9. 27 자료 추가).
-가을 날
白沙 李恒福(백사 이항복)/조선
世事升除異(세사승제리) 세상 일들은 올리고 버림을 달리하니
人情寵辱驚(인정총욕경) 사람의 정은 총애와 욕됨이 두려워도
霜天道峯色(상천도봉색) 서리 내린 하늘의 도봉산 기색은
突兀滿懷靑(돌올만회청) 우뚝 솟아 푸른 빛을 가득 품었네
* 《산문학지》 제4호 원고 정격 단시조 2수. 한국문인산악회 발행.(2020. 12. 31 마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134 ‘도봉제색’ 시조, 1-135(13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6. 맹자단청(盲者丹靑)
-남강기맥 종주를 앞두고
진양호(晋陽湖) 망혜(芒鞋) 신고 남강을 지팡이 삼아
하늘 걸망 둘러메고 맥 더듬는 당달봉사
단청 놀 물든 느티를 봉화불로 봤느니
* 광제산(廣濟山 420m); 경남 진주, 남강기맥(南江岐脈) 첫 구간. 흔히 진양호를 기점으로 한다는 뜻에서 진양기맥(晋陽岐脈)이라 부르나, 故 안경호 선생과 우리는 논의 끝에 강계(江界) 수분원칙(水分原則)을 따라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향토등산가 ‘낙남(洛南)의 산’ 저자 홍성혁도 남강기맥을 주표기(主表記)하고, 진양기맥은 보조표기(補助表記) 했다. 종주 시작 후 처음 만난 산다운 산으로, 경상남도 지방기념물 제158호 봉수대가 있으며, 때 맞춰 초가을 단풍이 든 느티나무 한 그루가 먼데서 보면, 마치 봉화불이 활활 타오르듯 하다. 지도상 광제산은 이 보다 800m 더 나아간 347봉(삼각점 없음)이다.
* 맹자단청(盲者丹靑); 소경이 단청구경을 한다는 뜻으로, 사물을 바로 감정할 능력이 없이 보는 경우를 이름.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82면.
17. 청룡상천(靑龍上天)
갈모 쓴 선비 코 밑 몸 섞는 민달팽이
장군봉 목을 감는 붉은 솔의 용트림
구름 핀 억새를 몰고 상천하는 푸른 용
* 집현산(集賢山 549m) 경남 진주시 집현면과 산청 경계로 남강기맥. 원래는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난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서봉(572m)이 주봉이다. 초소가 있는 기맥길 549봉은 명목상 집현산이나, 지역산악회에서 동봉(549m)인 응석봉(凝石峰)을 실제 주봉으로 간주하기에, 그 견해에 따르기로 한다. 일명 장군봉인데, 이름에 걸맞게 3백년 이상 된 거송 두 그루가 神木(堂木)으로 용트림하고 있으며, 케른이 당당한 성소다. 또한 억새도 무성하나, 길이 선명치 않은 게 불만이다. 선비의 기질을 지닌, 비룡상천형(飛龍上天形) 산이다.
* 비하정사(鼻下政事); 코 밑에 닥친 일만 그때그때 처리하여 가는 정사(政事)라는 뜻으로, 겨우 먹고 살아가는 일의 비유, 또는 임시미봉(臨時彌縫)의 정치를 이르는 말.
* 민달팽이는 자웅동체(雌雄同體)이므로 동류(同流)를 만나면 바로 짝 짓는다. 괄태충(括胎蟲), 토와(土蝸), 활유(蛞蝓)라 하며, 끈적끈적한 점액을 분비하는 해충으로 뱀의 천적(天敵)이다. 뒤섞인 장면을 보거나 모르고 밟으면 기분이 언짢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388면.
18. 산성일모(山城日暮)
투구꽃 남빛 유혹 뼈까지 녹이는데
달팽이 두 뿔 위는 아직도 땅 따먹기
흑요석(黑曜石) 청설모 눈에 한운(閒雲) 일점 노닐고
* 관인봉(官仁峰 710m); 경기 포천. 북봉(714m 산성 터)과 남봉(710m 팻말)이 달팽이 뿔처럼 솟았다. 태봉왕 궁예와 왕건이 최후의 일전을 벌린 지장계곡(일명 큰골계곡)이 수려하고, 그 동편 지릉에 향토유적지 제6호 보가산성(保架山城)터가 있다. 잣숲이 좋고 청설모도 한가하다. 이 산은 옛날 ‘어진 관리가 많이 배출된 곳’이라 한다.
* 투구꽃; 돌쩌귀꽃, 바꽃, 초오(草烏-덩이줄기) 등으로 불리며, 독초이기에 조심해 쓰야 한다. 뿌리를 혀에 대면 입안이 얼얼한데, 꽃은 투구를 닮고 화색도 매력 있다.
* 와각지쟁(蝸角之爭); 달팽이 뿔 위에 있는 촉(觸) 만(蠻) 두 나라가 서로 영토를 다투었다는 고사에서, ‘다투는 바가 지극히 작음’을 비유하여 이름. 만촉지쟁(蠻觸之爭).
* 지금 여야는 실익 없는 극한대립을 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의회가 존재하는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77면.
19. 암산 훔쳐보기
금지샘 음핵(陰核) 빨다 혀 짤린 바람덤
우악스런 할미너덜 내 양물에 오랄 섹스
호색한(好色漢) 들이받으려 돌진하는 멧돼지
* 자굴산(闍崛山, 897m); 경남 의령 합천, 남강기맥. 한자 쓰기가 어렵다. 저(猪)굴산, 지굴산, 도굴산(闍崛山) 등 여러 이름이 있고, 멧돼지와 관련 있는 산(닮기도 한)이다. 의령의 진산(鎭山)으로, 정상(1등 삼각점, 삼가11, 1991재설)은 케른이 2기 있고 조망이 좋다. ‘바람덤’은 바람쟁이같이 생긴 바위로 능선분기점에 있다.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다는 음부를 닮은 신비의 샘 ‘금지샘’은 300m 쯤 떨어져 있다. 배틀바위에서 배를 짜던 할머니가 쌀을 부어 솥에 안치는 장면이 떠오르는 ‘할미너덜’은 좀 더 아래쪽에 있다. 지나가면 돌부리가 사타구니에 걸려 신경이 쓰인다. 합천의 매화산이 숫산이라면, 이 산은 암산에 해당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473(35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0. 산 사냥
요요(遙遙)한 바위산을 원격제어(遠隔制御) 해놓고
도망간 무명봉은 부메랑을 던져 잡아
한줌에 청산을 구겨 등고선(等高線)에 가두다
* 무명봉(501m); 남강기맥 종주하다 만난 삼각점(삼가 306, 1988재설)이 있는 산이다. 솔가리가 푹신하고 흰 구절초가 대군락을 이뤄, 그 향기에 피로가 사라진다. 초가을에 설원을 밟듯 무척 인상적이다. 1km 밑 2차선 포장도로 좌골티재가 있기에, 가칭 ‘좌골티산’으로 불러본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제 17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