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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동네 원문보기 글쓴이: 시문학연구소
어법을 어떻게 전개하려는가/
손창기(2004년 9월16일/23일)
먼저 시를 쓰려면 어떠한 어법(어조)으로 나아갈 것인가? 바로 시적 형상화의 문제는 시인의 의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렴풋이 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어법으로 전개시켜야 할 것이다.
1. 이미지로 2. 유머(해학)-현실(가난, 어려움)을 어떻게 눈물겹게 껴안을 것인가?
3. 삐딱하게(현실적인 비판, 반어 풍자) 4. 근원적인 상징 5. 진실
1. 이미지 중심으로 승부: 문맥 전체에서 일관성, 통일성을 유지하라. 동사, 형용사, 명사 분위기까지 모두 한 쪽으로 밀어 주라.
예)김기택의 「갈치」-빈 공기를 발라먹는다. 묘사와 상상력의 결합→시인의 시는 바슐라르적
이대흠의 「두만강 푸른 물」-물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할아버지를 슬픈 해학 쪽으로 표현
김현식의 「유월의 살구나무」-살구와 피아노 소리와 비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능력
예)박용래의 「점묘(點描)」-'햇살이 올올이 흘리고 있었다'와 같이 근본적인 틀을 마련함
기형도의 「엄마걱정」- 식물적 이미지의 계열체로 밀고 나감
이영광의 「빙폭 1」- 묘사와 진술의 절묘한 조화, 근본적인 물의 이미지는 바슐라르에서 옴
서 있는 물 / 물 아닌 물
매달려 / 거꾸로 벌받는 물,
무슨 죄를 지으면 / 저렇게 투명한 알몸으로 서는가
출렁이던 푸른 살이 / 침묵의 흰 뼈가 되었으므로
폭포는 세상에 나가지 않는다
흘려 보낸 물살들이 멀리 함부로 썩어
아무것도 기르지 못하는 걸 폭포는 안다 -시집『직선 위에서 떨다』(창비03년)
김영남의 「정동진역」-동사의 기운을 밀어주는 시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이라는 억새꽃 같은 역이 있다.
계절마다 쓸쓸한 꽃들과 벤치를 내려놓고
가끔 두 칸 열차 가득
조개껍질이 되어버린 몸들을 싣고 떠나는 역.
여기에는 혼자 뒹굴기에 좋은 모래 사장이 있고,
【 해안선을 잡아 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 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외로운 방들 위에 영롱한 불빛을 다는
아름다운 천장도 볼 수 있다.
강릉에서 20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바닷바람에 철로 쪽으로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와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驛舍,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1997년 세계일보 당선작
시인은 기본 주제를 쓸쓸한 역이라는 것을 설정한 다음, 동사의 기운을 '도착하는, 내려놓고, 싣고 떠나는'를 사용하여 한쪽으로 밀어주고 있다. 쓸쓸한 분위기를 '억새꽃 같은' 역이라고 비유하고 있으며, 묘사 형식도 '∼하는 ∼무엇'을 사용하여 옆구리를 치는 표현, 【해안선을 잡아 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 놓고】라고 쓴다.
2. 유머(해학):현실(가난, 어려움)을 어떻게 재미있게 눈물겹게 껴안을 것인가? 슬픔의 감정을 유지하되, 다른 말을 찾아 거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 직접 화격을 사용하고 있는가 관능적인 이야기도 집어넣자 사투리, 방언을 사용하고 있는가'로 써보자.
예)김준태의 「참깨를 털면서」- 세대의 문제 : 젊은 세대-성급함/어른-천천히 열심히
차창룡의 「1990년대식 보리 베기」에 영향
예)최영철의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슬픔이 정제된 모습/ 타인의 고통을 껴안고자 하는 의도
→유머를 통해 가진 자를 삐꼬는구나 / '-것이다 -을'이라는 어법으로 길이와 무게를 실어라(20%정도 사용)
최영철의 「일광욕하는 가구」-'가구를 앉아 있다'로 표현
예)황지우의 「늙은 아내에게」-슬픔을 담아내는 어법
이학성의 「여우를 살리기 위해」-능청과 해학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시를 밥(먹는 것)으로 이미지화하여 전통해학을 살림
김경미의 「비망록」- 어법이 매력적이고 어깨에 힘이 빠져있는 편한 시
∴ 구체적인 언어를 썼는가?
생략? 압축, 긴장, 여백
너무 근엄한 넥타이는 매지 않았는가?
3. 풍자시: 사실적 지각에 의한 직접적인 제시의 세계가 아니라 기지, 반어, 역설, 조롱, 냉소의 방 법적 수용에 의해 빗대어 공격하는 정신 세계가 바로 풍자다
반어-언어적 아이러니와 극적 아이러니로 대별
표층적 역설과 심층적 역설로 나눔(필립휠라이트)
예)김광규의 「도다리를 먹으며」-인간의 합리적 이성의 허위를 풍자, 대상에 빗대어 치는 것을 보라.
제재에 대한 가장 주목받는 어조
권혁진의 「항문의 끝」-근본비교에서 연속비교로 밀고 나가는 것
최승호의 「거품座의 별에서」- 변기가 일생으로 읽히는 향소과장
예)박혜경의 「고통분담」-고통분담이라는 말은 언어적 아이러니이고 위장병을 앓는 것은 극적인 아이러니
그런데 어제 서울대병원 내과 김인성 박사로부터 통보받았다
당신의 위는 피를 흘리고 있다
과거에도 많은 피를 흘린 흔적이 있다
사는 게 다 밥통 즐겁게 하자는 것 아니냐
왜 밥통을 아끼느냐
왜 당신은 이렇게 밥통이냐
뱃속이 편해야 만사가 편한 것 아니냐
나의 밥통아 너 정말 너무하다
네가 고통분담하자고 해서
내 입맛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네 비위에 맞는 음식들만 먹었는데
왜 아직도 피 흘리니
4. 근원적인 상징: 원형적인 상징, 개인적인 상징을 사용
예)김소월의 시-모성(상징)으로 잡음
예)김선우의 「포구의 잠」-고도의 상징을 구사, 원초적인 여성(모성)이 등장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
5. 진실(민중시) : 비유의 단순성, 강렬성 리듬(설득양식)
예)신경림의 「파장」-경직되지 않은 목소리로 장면을 재현적으로 묘사(객관적 묘사의 대가)
집단화자(숨은 화자)를 많이 사용함.
사건형식의 어법 : -할까, -명사를 뒤로 침
8할이 백석의 냄새-한국의 전형적인 대상을 선택함
예)정희성의 「아버님 말씀」- 대화체(직접화법)를 많이 씀.
노동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방식(민중의 목소리로 민중의 이야기)
예)최하림의 「저녁바다와 아침 바다」-희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현실을 광산촌의 현실에 담아서 표현함.
나름대로 고도의 형식을 갖고 씀.
예)백무산의 「장작불」- 비유의 단순성, 탁월한 리듬, 설득력
시와 표현의 문제/
1. 시의 언어는 감각을 환기해야 한다.
1.)감각
묘사-잘못 쓰면 자기와의 관계가 없어짐
2.)정서
고백적 진술 - 회고, 반성, 기원
3.)발견 - 발견(해석적 진술) -발견만 하면 시가 안 됨. 절제가 필요
고백은 정직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직할수록 고백은 아프다. 고백은 (원)죄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묘사는 운명적으로 대상에 종속한다. 그러나 대상과 하나(혹은 분리)되려고 하면 할수록 묘사는 차가워진다. 그리하여 고백의 끝, 누추할 때가 많다. 묘사의 끝, 묘사하려는 대상 앞에서 무릎 굻을 때가 많다. 묘사가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인간과 세계에 대하여 간섭하지 못한다. 생래적으로, 궁극적으로 묘사는 가치를 배제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발견이다. 문제는 발견이다. 발견을 외면하는 고백, 발견을 생산하지 못하는 묘사, 에너지가 없다.
고백과 묘사가 발견을 만날 때, 고백은 고백대로, 묘사는 묘사대로, 자기 형태와 생명을 획득한다. 그리고 이때, 발견은 고백과 묘사라는 구체적인 몸을 얻는다. 고백, 묘사, 발견이 이루어내는 단단하고 환한 구조물-트라이앵글. 고백이 내부/과거를 향한 들여다보기라면, 묘사는 타자/현재에 대한 집중이다. 고백이 윤리라면 묘사는 과학이다. 그러나 아직, 고백과 묘사는 완성체가 아니다. 고백과 묘사가 발견을 지향할 때, 그대부터 진화가 진행된다. 발견과 한 몸을 이루려는 그 길 위에서 한 방울, 한 줌, 마침내 한 문장의 발견이 태어난다. 시간과 공간의 전부를 품어안는 발견. 전체를 가르키는 하나. 하나 속에 들어앉은 전체. -이문재의『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跋文에서
난 아직 묘사(고백)의 단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주위에서 항상 눈독을 들여라(발견하라) 가령, 내손 내딸이다, 미세즈 짜증여사, 미스터 분홍 씨……
2. 관념적, 추상적인 말을 쓰지 말라 - 예외적인 사람은 김수영. 왜 프로니까
감각과 정서를 표현함에 있어 반드시 이미지 계열체를 고려하여 시를 써야 한다. 가령, 묘사의 어투 '-있었다'를 쓰고 있는 서정주의 '무등을 보며'에서 사람의 삶을 기본적인 '산'에 비유해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는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말하는 방식이므로 형식과 내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아래와 같은 시를 한편 인용해 보자.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라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살아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라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철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파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었다 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의「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먼저 시를 씀에 관념어를 감각적인 말로 형상화시켜야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물 같은 것을 통해서 보듯이, 만지듯이, 냄새 맡듯이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위 시의 1연에서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와 은은히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는 각각 '황금빛 노을'과 '구름 사이에 뜬 별'로 형상화시켰다. 마찬가지로 좋은 가문 출신의 교양 있는 여자와 야생의 여자는 각각 2연에서 '분에서 가꾸어진 국화'와 '구절초, 콩꽃, 파꽃'으로 대비되어 드러난다. 이는 3연에서 감정의 과잉이나 변덕에 대비되는 일관성을 지닌 존재로 억새풀이 쓰인 데서도, 4연에서 상처를 주는 존재와 남에게 쉼터가 되는 모성적인 존재가 밀물/저녁 강물로 각각 표현된 것이다.
시에서는 비유의 대상이 다양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한 대상에 한정된다면 시가 고정되어 버리고 단순해지며 작아질 우려가 있다. 그만큼 상상을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윗 시에서는 비유의 대상이 1연에서는 노을/별/달(빛), 2연에서는 꽃, 3연은 꽃(풀), 4연은 강(물)로 변화를 주면서 전체적으로 자연물이 하늘, 땅(들녘), 강으로 공간이 이동되는 것이다. 시의 스케일이 커지고 자연스러워지며 흘러가듯 시가 구성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모습이 각각의 자연물로 환치되면서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표현되는 것이다.
또 3연까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한 사람이 대상이 되다가 마지막 연에 와서는 '우리'로 복수형으로 바뀌면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는 '좋겠어', '싶어', '없을까' 등의 바램을 담은 어법 내지 리듬의 변화와 함께 결합되어 있다. 한 편의 시는 이렇게 쓰여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시를 쓴다는 것은 평범한 글을 평범하지 않게 쓴다는 말과도 통한다.
묘사의 한 연습 /
1. 속성이 다른 사물(관념) 결합하기
「공원」- 풍자적 지각과 해석적 지각(오규원56면)
공원의 잔디 위에는 집 나온
한 마리 개의 곤한 꿈이 자고
벤치 위에는 서울에서 돈 벌겠다고
시골에서 상경한
여관비가 떨어진 청년의 몸이 자고
발로 뛰다 지친 월부장수의 / 건수가 자고
뒷골목에서 쫓겨 나온 / 바람의 혼이 잔다
그 옆에서 / 아무도 숙박비를 요구하지 않았다.
위 시에서 자는 대상을 맛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만들기와 관념을 감각화된 형태로 만드는 능력, 그리고 이런 다른 사물을 마지막 구절에서 결합시킴으로써 현실의 단면을 풍자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마당에는 살구나무 한 주 서 있었다 /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나놓은 窓엔 /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자주 왔으나 / 어느 날 주인집 고양이가
총총히 물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 살구나무엔 새의 자리가 하나 비었으나
그냥 맑았다 나는 나왔으나 그 집은 / 그냥 맑았다 -장석남의「살구나무 여인숙」
위의 시에서 밑줄 친 부분은 각기 다른 사물을 기본동사 '살았다'에 결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 시의 묘사가 뛰어난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다.'는 짜장면 그릇이 잠시 살았다는 표현을 아주 멋지게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 표현 '그냥 맑았다'는 다분히 반어적이다.
▶반짝이는 묘사의 예; 손진은의 '하늘의 엉덩이가 나무 끝에 앉아'
2. 사물에 대한 목록 작성하고 무엇을 선택하고 배제할 것인가?
→2-3시간 앉아서 관찰하고 실제적 관점은 순간을 잡아라
참고도서>
1. 안도현,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나무생각, 2000
2. 오규원, 『현대시작법』, 문학과지성사, 1994
3. 이승하의 「시창작교실」, 『문학사상』(2003년4월-2004년 6월 총15회연재)
4. 바슐라르 저, 민희식역, 불의 정신분석 외, 삼성출판사, 1990
5. 〃 , 이가림역, 물과 꿈, 문예출판사, 1990 〃 ,
6. 〃 , 정영란역, 공기와 꿈, 민음사, 1997
7. 〃 , 정영란역,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 문학동네, 2003
8. 〃 , 곽광수역, 공간의 시학, 민음사, 1995
9. 〃 , 김 현 역, 몽상의 시학, 기린원, 1989
10. 〃 , 이가림역, 촛불의 미학, 문예출판사, 2000
11. 〃 , 이가림역, 꿈꿀권리, 열화당, 1997
12. 이지훈 지음, 예술과 연금술, 창비,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