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뒷마당에서 세마리의 개를 키웠다.
도사견 잡종이었던 찐과
아끼다 잡종이었던 쎈,
그리고 발바리 잡종 아롱이.
덩치 큰 찐과 쎈 두놈은 늘 마당에 묶여서 주는 사료와 물만 먹을 뿐,
한번 신나게 마당을 뛰어 다니지도 못하는 녀석들이 늘 안쓰러웠는데..
그래도 주인 알아본다고 우리 가족들만 보면
말 그대로 "미친듯이" 꼬리를 흔들며 낑낑 거리며
이뻐해달라 떼쓰던 녀석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의 나도 작고 귀여운 애완견들 보다도
덩치 크고 약간 어눌해 보이기도 한, 순딩이 얼굴을 하고 있는
소위 말하는 '잡종개'라 불리는 녀석들이 더 정이 가고 좋았더랬다.
나보다 등치도 이따만큼 큰 녀석들이라 가까이 가기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녀석들 떼쓰는데 못이겨 좀 쓰다듬어줄라 치면 응가 묻은 발을 처억~
내 다리 위에 올려놓거나
끈적한 침 질질 흘리고 튀기며 사람을 어지간히 귀찮게 했었는데..
몇달 후 아버지가 어떤 아저씨와 함께 집에 와서는
찐과 쎈 두녀석을 끌고 가 버리셨다.
아롱이 녀석은 발바리라는 이유로 남을 수 있었고..
돈을 세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 녀석들이 어디로 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마당에 비어 있는 두녀석의 목줄을 보면서
정말 한참을 서럽게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녀석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너무도 뻔히 알았기 때문에..
아버지도 너무 너무 미웠고
그럴 거 왜 데리고 왔냐고 따지고도 싶었고
똥쟁이들이라고 구박했던 녀석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응아 마저도 너무나도 서럽고 서글펐던..
아침에 학교에 갈 때마다 개장수 집을 보곤 했다.
그 아저씨는 늘 작은 부탄가스통에 무언가를 매달아
죽은 개를 놓고 불을 쏘곤 했다.
불에 그을린 털냄새.. 살냄새..
아침마다 그 광경을 보는 것이 참으로 고역이었는데..
덩치만 커다랗고 못생긴, 이쁘지 않은 녀석들이었지만,
늘 나를 향해 꼬리 치며 이뻐해달라 낑낑대던 녀석들이
혹 저기에 있지는 않을까 늘 가슴을 쿵..쳤던 기억..
혹 내가 못본 사이 저녀석들도 저기에서 저렇게 되진 않았을까
무섭도록 슬펐던 기억..
찐과 쎈이 떠난 후 우리집엔 또다시 도사견 두마리가 들어왔다.
그 이후에도 몇놈들이 더 왔었던 것도 같다.
헌데 그 녀석들은 이름조차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아마도 그 녀석들이 어찌될 것인지를 알기에
일부러 정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탓인가 보다..
"저는 절대 개고기를 먹지 않아요."
어렸을때 동네에서 개잡는걸 봤는데
동네 어른들이 키우던 개를 때려서 거의 실신시킨후
뜨거운 물에, 팔팔 끓는 솥에 넣었어요.
근데 그 개가 필사적으로 다시 나왔어요.
온 몸이 화상을 입은채로 뛰어 나와서는
마당에 있던 주인을 보자 그 앞에 앉아서 꼬리를 막 흔들더라구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 ,개는 먹는게 아니구나,,'
서울시의 "개고기 합법화 시도" 뉴스를 보던 중 인터넷에서 보게 된 글..
이 글의 출처로는 다들 TV인터뷰에서 들었다, 라디오에서 들었다 라고 되어 있는데
안타깝게도 출처가 확실치 않다.
저런 이야기를 했다면 기사화 되었을 법도 한데 기사화도 되지 않았고..
아무튼.. 저 이야기가 정말로 지상렬이 한 말인지 아닌지는 분명치 않으나
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정말 가슴을 쾅 울렸다.
흠씬 두들겨 맞고
솥에 들어가 있다가
죽을 힘을 다해 뛰쳐 나와서는
주인에게 가 꼬리를 흔들었다는..
개고기 찬성이고 반대고를 떠나서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보았을 어린 시절의 친구를 떠올려 보았으면 좋겠다.
멍청하고 모자라 보이는
소위 말하는 똥개라고 해도
나만 보면 귀찮을 만큼 꼬리치며 달려들던 녀석들을..
그놈들도..
사랑이 뭔지..안단 말이지..
*시선집중에 글이 뜨게 되어 많은 분들과 이 글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만
불필요한 논쟁이 계속되어 댓글쓰기는 차단합니다.
제 글 어디에도 개고기를 먹어라, 먹지 마라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먹어도 된다 안된다 쓴 구절 없습니다.
개고기 찬반 입장을 쓴 글이 아니라
어릴적 함께 했던 제 친구들을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은 잠시 접어두고
그저 그 친구들을 한번 떠올려 보기를 바라며 쓴 글입니다.
개고기 찬성 반대는 여러분들 각자의 판단이고
저와 다른 의견도 존중합니다.
생각의 차이이고 또 이것이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 판가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선집중에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 글의 의도와는 다르게 분명 개고기 찬반을 놓고
시비를 붙이는 분이 있을 거라 각오도 했고
엄청난 댓글 토론이 벌어질 거라 예상도 했으나,
건전한 토론이 아닌
인신공격, 욕설, 반말 찍찍 난무하는 막장 토론장이 되어 버려
부득이하게 댓글쓰기를 차단해 두었습니다.
잠시 마음으로 글을 읽고 쉬어가시기를 바랍니다.
불필요한 논쟁이나 시비를 붙이는 일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늘 듣던얘기지만, 막상 글을보니까 가슴이 아립니다. 지상렬씨 글이 맞던 아니든지를 떠나서 우리나라 현실이고 앞으로도 이런 끔찍스런 일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 너무 속상하고 부글부글 끓어요. 여름이 되면 더 기승을 부리겠지요. 눈감고 살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런다고 이애들의 고통을 막아줄수도 없고 모든게 끔찍해요.
오밤중에..눈물바다가 됐네요.. 정말....가끔 집에있는 녀석들을..보다가..어떻게 얘들을 먹을생각을 하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덩치가 크건 작건..이쁘건 못생겼건..나랑 소통이 되는 녀석들인데..
강아지에게 주인은 어미 그 이상의 존재 이상입니다...믿어 의심치 않는 절대 의지처이죠...그런데 음식으로 대하는 인간의 시선...정말 절망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