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에 두껍게 덮힌 뿌연 매연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 때
한번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즈음의 강원도 평창 대관령이 답답한 도시인들에게
청량감을 주기에 안성마춤이다. 대관령 양떼목장을 가기위해 새벽길을 나서는데 날씨가 흐려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푸르른 초원을 보며
양떼를 구경한다는 생각에 나이 먹은 내가 더 신이 났다.
집사람과 아들이 바쁜 일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지만 처제와 동서,
딸과 함께한 여행은 출발전부터 내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대관령 풍력발전기> <대관령휴게소의 숲속산책길 입구>
옛대관령휴게소에 다가가니 풍력발전기 3대가
랜드마크가 되어 길을 안내하고 있다. 오늘은 바람이
잦아들어서인지 바람개비는 멈추어 서 있고, 웅장한 풍채로 서 있는
그 자태는 마치 학 3마리가 창공을 날고 있는 듯이 보인다.
양떼목장은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개장을 하는데
조금 이른 시각에 도착하게되면 대관령휴게소 옆에 있는
숲속산책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숲속길에는 각종 야생화를 산책로 주변에 심어 향기로움을 더해주고
소나무 전나무 사이를 지나도록 되어있어 가까이에서 솔향과
맑은 공기를 마시기에 참으로 좋다.
<양떼목장 입구에서 바라본 초원>
대관령 정상 약 6만2000여평에 면양 280마리를 방목하고 있는
양떼목장...
입구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양들의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도 다양해서 거칠게 우는 녀석에서부터 어린 새끼양의
울음소리까지 한꺼번에 들리는데 마치 양떼들의 합창처럼 들려온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푸른 목장이 구릉 위로 펼쳐져 눈맛을
시원하게 해준다. 푸르름은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온갖 시름을 잊게 해주는 색갈이다. 더구나 양떼들이 노니는
초원이니 한층 더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신나게 즐긴 하루...>
방목장 울타리를 따라 경사가 완만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그러다보니 산책로에는 어린이와 노인 어른을 동반한
가족단위의 나들이 객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연신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알프스의 소녀가 된 양 깡총깡총 뛰놀며
사진을 찍고 손을 잡고 어울리며 그렇게들 좋아라 한다.
우리 가족도 초원 위에서 딩굴며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널판지 오두막...상당히 정겨운 그림..>
산책로 중간쯤에 서양 영화에서 봤음직한 널판지로 만든
오두막이 있는데 참으로 자연과 잘 어우러진 그림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자칫 밋밋하기 쉬운 목장의 능선 위에
적절한 배치를 이루며 서 있다.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오두막을
보면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제 역할을 다해 이룩한
오늘날의 우리 삶을 반추해 본다.
<순한 양떼들...>>
방목장은 12개 구역으로 나누어 양떼들은 한곳에 4일씩 지내다가
다음 구역으로 옮긴다. 오늘은 목장입구에 있는 방목장에서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었는데 얼마나 순한지 풀을 뜯어 들고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면 아무거리낌 없이 다가와 풀을 받아먹고
돌아가곤 한다.
어린 양이란 말도 있듯이 새끼양을 보는순간 너무나 이쁘고
순수하고 가냘퍼 보였는데 특히나 어미 젖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평화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멀리 평창과 용평스키장이 있습니다...><잘 생긴 소나무와 오두막>
산책로를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인데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푸른 초원과 양떼들의 합창에
빠져들게 된다. 산책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평창의 산하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오늘은 비구름이 오락가락 하는
날이어서 그 장관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정상 부근에 잘 생긴 소나무가 벤치 두개를 품에 안고
널판지 오두막을 배경으로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찍기를 하여 사람이 없는 풍경사진 한 장 제대로
찍기가 쉽지 않다. 우리 나라의 정원에는 잘 생긴 소나무 한그루는
필수라고 하신 분도 있었지만 대자연과 함께 숨을 쉬고 있는
양떼목장에 이런 준수한 소나무 한그루가 있다는 것은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건초주기 체험...보기는 좋아도 냄새는...>
산책을 끝내고 내려오면 양 우리에서 건초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순한 양이란 말 처럼 건초를 받아먹는 양의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끼거나 경계심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건초주기 체험에는 유난히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이 북적인다. 우리에서 나는 특유의 지릿한 냄새가 있지만
많은 나들이 객들은 개의치 않고 양과의 스킨쉽을 쉼없이
이어가려 하고 있다. 건초는 1인당 한바구니 밖에 안주는데......
<목장 풍경>
비록 날씨가 화창한 날은 아니었지만 푸른 초원에서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하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고
양떼들의 순함과 한가로운 전원 풍경이 일상에 찌든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 주어 재충전의 기회가 된 듯 싶다.
푸르름은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정제와 같으며
양떼들이 벗어던진 털만큼이나 푸근한 느낌이 들게한
양떼목장 방문은 또다른 새출발의 기회로 작용할 것 같다.
첫댓글 2004년도인가 대관령목장을 갔는데, 비가 와서 못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가려고 합니다. 날씨는 흐려도 사진은 좋으네요. 즐거워 보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