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개발 정책들이 어느 때보다 우리 삶과 우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동안 환경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쌓아온 성과들이 지금 한꺼번에 무너지는 걸 보면서 분노를 넘어서 비애감과 서글픔이 듭니다. 환경문제에 관한 한 총체적 난국입니다.”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의 말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환경정의 등 전국 107개 환경단체는 현 국면을 ‘환경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12일부터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22일부터는 이들 단체의 대표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열린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단식농성 5일째를 맞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서 총장을 26일 농성장 인근의 환경연합 사무실에서 만나 1시간반동안 환경단체들의 주장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서 총장은 “정부가 신행정수도 이전과 기업도시 건설,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등 각종 개발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느 때보다 우리 삶과 우리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환경적인 면에서 총체적으로 문제”라며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정을 담당하는 인사들도, 과거의 개발 패러다임에 젖어 있고 관료들도 구태의연한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권의 기업도시 특별법 추진과 관련, “기업도시라고 하면 산업시설이나 공장, 연구소 등이 들어서는 걸로 생각하는데 현실성이 없어 실제로는 관광위락시설로 변질되기 십상”이라며 “전국에 위락시설 중심의 기업도시가 생기면 환경문제가 더 심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은 기업도시 법안이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및 보건에 대한 규제를 대폭 푸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에너지 회사인 쉘이나 BP사 등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세계의 큰 흐름에 맞춰 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 각종 정책들에 대해 사전에 지속가능성을 검토하고 집행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이면서도 기후변화협약의 적용을 안 받겠다고 방어적 외교 노력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부가 그러니 기업들도 새로운 환경기준에 적응하기 보다는 안이하게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이 유럽에서 유해화학물질 배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그린피스와는 협정을 맺고 왜 국내에서는 규제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않느냐. 또 우리 자동차기업들이 캘리포니아주에 수출하는 것은 대기기준의 10분의 1로 하면서 국내에서는 왜 그렇게 안 하느냐.” 환경기준과 관련, 국내와 외국에서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는 국내 대기업들의 ‘이중성’에 대한 그의 고발이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성장주의 시대 같은 각종 대규모 토목사업 벌어져" "각종 개발정책 어느 때보다 환경에 악영향"
-환경단체들이 ‘환경비상시국’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과거의 ‘페놀사건’과 같은 대규모 환경 사고가 생긴 것도 아닌데 비상시국이라고 하니 어리둥절해 한다. 지금이 왜 환경비상시국인가.
가장 큰 이유는 지금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각종 개발 정책을 내놓고 규제를 완화하는데 이런 것이 전국적으로 이뤄질 경우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의 자연과 환경이 파괴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현 정부가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얘기는 꾸준히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환경단체들이 시국선언을 한 것은 몇 가지 계기가 있다. 정부가 신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면서 환경운동의 성과로 여겨 왔던 수도권 규제를 풀고 있다. 또 모텔과 무허가 공장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한창 사회적 문제가 되자 준농림지로 묶어 관리해왔는데 이제 공장신설을 허용해주려 한다. 또 기업도시라고 해서 기업들이 사유지를 수용까지 하면서 각종 법률의 조항들을 의제 처리토록 하는 특별법을 발의해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골프장 230개를 무더기로 더 짓겠다고 해서 지금 전국이 골프장 때문에 싸우고 있다. 정부의 각종 개발 정책들이 어느 때보다 우리 삶과 우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대 정권이 대부분 개발 우선 정책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환경비상시국’이라고 선언한 것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현 정부가 더 반환경적이라고 본다는 뜻인가.
예전 노태우 정부 이전에는 환경문제에 대해 기대를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말할 게 없고,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정부 때는 ‘환경 관리주의’였다. (기자가 ‘환경관리주의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 관리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DJ정부 때는 외환위기 때였기 때문에 대규모 개발정책은 안 벌어졌다. 그런데 현 정부에 들어서서 동북아중심국가가 되겠다면서 기업도시 법안 등 각종 개발정책들이 이어져 성장주의 시절의 대규모 토목 사업들이 배치되고 있다. 그런 정책들이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과거의 각종 개발 정책식으로 이뤄진다는 게 문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동북아중심국가가 되고 기업 투자가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잘못된 개발 마인드 때문에 각종 환경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런 문제가 노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생기나. 아니면 이 정권을 담당한 세력 때문인가, 또 아니면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료들 때문인가.
총체적 문제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정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다 그렇다. 그리고 관료들도 예전에 가졌던 구태의연한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현재 재벌들이 경제난이라며 기업도시를 요구하고 있는데 아무런 여과 없이 법안이 추진되고 있고, 관료들도 지속가능성 에 대한 검토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타성에 젖어있는 관료들에게 여과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노 대통령 등 새로 국정을 담당하게 된 사람들에게 이 같은 여과를 해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도시 특별법으로 30여개 환경 관련 법 무기력해져" "기업도시, 국민들 생각과 달리 대규모 위락시설로 변질될 것"
-기업도시 특별법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내수 침체가 심해서인지 많은 이들이 기업도시가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환경단체들이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기업도시가 만들어져 경제가 살아난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기업도시가 만들어지면 환경과 관련된 30여개 법이 의제처리된다. 지금 환경단체들이 갯벌을 보존하기 위해서 운동하는데, 공유수면매립법이 의제처리 되면 매립지역을 농지나 녹지로 사용하던 것을 기업이 수용해서 산업단지로 만드는 등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또 산림법 상의 산림훼손 규제 등이 모두 무시된다. 또 관리지역 내에서의 폐수 배출 규제도 유야무야 된다. 마치 예전의 경제자유구역에서 노동, 환경, 교육 등 모든 사안을 의제처리한 것과 같은 일이 기업도시에서 도 벌어진다. 큰 문제는 민간 기업이 일반 사람들의 땅을 수용해 그 땅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도시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환경훼손이 되더라도 경제적 효과가 크다면 기업도시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부에서 나오는데.
한 마디로 기업도시는 실현되기 어렵다. 기업도시가 되려면 일단 어느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기업이 투자할 여지가 있느냐. 기업도시에 투자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들므로 재벌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출자총액제한제에 안 걸려 있는 기업은 삼성 뿐이다. 결국 삼성 외에는 할 수가 없는 상태다. 삼성도 투자해야 할 액수가 엄청날 텐데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투자를 하겠느냐. 삼성이 기업도시를 한다고 하면 주변 땅값이 엄청 오를 텐데 그 땅들을 다 수용할 수 있겠느냐. 한 마디로 현실성이 없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기업도시를 논의하는 속내는 기업에 좀더 많은 특혜를 주고 좀더 많은 규제완화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
그리고 기업도시라고 하면 산업시설이나 공장, 연구소 등이 들어서는 걸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산업시설은 불가능하고 관광위락시설이 들어서기 십상이다. 정부가 골프장 230개에 대한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밝힌 것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에 이들 시설을 짓도록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나. 결국은 소규모 산업시설을 만들면서 그 옆에다 대규모 위락시설을 만드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전국에 위락시설 중심의 기업도시가 생기면 환경문제가 더 심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결국은 기업도시가 골프장과 위락시설이 전국에 들어서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귀결될 뿐이다.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및 보건에 대한 규제를 대폭 푸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것은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경제를 살리고, 기술혁신이 중심이 되는 기업도시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해보면 기업도시안 자체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이 별로 부정적인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그렇다고 보나.
지금 각 지역에서 기업도시를 유치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산업시설로서의 기업도시는 불가능하다. 결국 골프장, 경마장, 카지노 등 각종 위락시설이 주로 들어갈 것인데 이런 내용이 안 알려져 있다. 기업도시 하면 대표적 재벌기업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각 지역이 그 기업을 먼저 유치해야 한다. 지금 기업은 전혀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이 없는데 각종 환경 및 복지를 완화하는 법을 만들면 기업도시는 안 되면서 이 법에 의해 모든 기준들이 완화되는 부작용만 생갈 뿐이다.
"한국, OECD국가 중 건설토목 산업 비중 가장 높아" "토목 산업 비중 더 높인다고 경제구조 튼튼해지나"
-이헌재 경제 부총리의 7월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여야 의원 30여명이 얼마 전 이에 대한 반대의사를 발표하기도 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골프장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골프장은 우리가 오랫동안 싸워온 문제다. 골프장 관련해 싸워본 주민들은 그 폐해를 너무나 잘 안다. 현재 182개의 골프장이 운영중이고 건설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골프장이 80여개로 모두 262개의 골프장이 운영된다. 여기에 230여개 골프장을 무더기로 인허가 해주면 약 500개의 골프장이 생기게 되는데 골프장 건설로 우리나라의 경제 회생을 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첫째로 골프장 하나를 만드는데 1000억원이 들어가는데 그 돈은 주로 땅을 사고 골프장을 건설하는데 들어간다. 지역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첨단기업은 잘 되는데 과거 굴뚝산업의 침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하위층의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다. 중하위층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경제 부흥책이 아니다. 잘 사는 사람을 더 잘 살게 할 뿐이다. 골프장을 짓는다고 해서, 골프장이 잘 운영된다고 해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중에서 일본과 함께 토목산업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나라로 꼽힌다. 그런데 토목 비중을 더 높여서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는 것인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제구조를 튼튼하게 해서 성장하기보다 단기적 처방으로, 시중에 돈 푸는 식으로 경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의 발상이 문제 있다고 본다.
또 골프장 건설은 대기업이 주로 하게 되고 골프장이 운영될 때도 고용효과가 높지 않다. 지역시설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골퍼들이 골프장을 이용하고 도로 도시로 나오기 때문에 주민 고용효과도 크지 않다.
그런데다 이것이 가진 환경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주변지역 식수가 고갈되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거나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 골프장을 지으면 60cm 깊이로 흙을 파내고 외국산 잔디를 심어 다른 미생물이나 토종 식물들이 자랄 수 없는 풍토로 만든다. 그래서 ‘녹색사막’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 풍토에 안 맞는 외국산 잔디를 정상적으로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제초제나 살충제 등 화학비료를 살포하게 된다. 또 이것이 빗물에 흘러들어 농지나 하천을 오염시키게 된다. 지금 골프장이 들어선 지역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을 막지 못했던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주변지역이 개발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각종 문제만 생기니 지금 와서는 후회하고 있는 거다.
-정부의 각종 개발정책과 관련해서 환경부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최근 사안과 관련해서도 그렇다고 보나.
각종 개발정책들이 수립될 때 환경부가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을 담당하는데 각종 개발 부처의 목소리에 밀린다. 환경부가 가진 위상때문이기도 해서 이해되는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유차 문제만 해도 현대라는 한 개 기업 때문에 관련 기준을 후퇴시키고 유예해주고 하면 각종 환경기준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것으로 비치겠느냐. 환경부가 그러니 다른 부처나 기업도 환경기준을 기업 이윤을 위해 후퇴시켜도 되는 기준으로 인식하게 된다. 새만금, 천성산, 경인운하,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 등에 있어서 환경부가 주관부처는 아니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못 냈다. 재경부가 골프장을 230개씩 무더기로 짓는다고 할 때 환경부가 환경적으로 큰 문제 없도록 한다고 하는데 이게 문제다. 골프장 하나가 들어서면 산림 훼손 등 주변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환경부로서는 골프장 하나 하나를 지을 때 환경 기준에 저촉 안 되게 하겠다고 할 지 몰라도 골프장이 수백개씩 무더기로 지어지는 것 자체가 환경적으로 큰 문제 아니냐.
"현 정부도 개발과 성장 시대 패러다임에 갇혀 있어" "지구 환경 고려한 새 패러다임 전환해야 2만불 가능"
-환경부의 위상이 정부 안에서 높아지려면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높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환경운동단체들이 더 노력해야 하고 시민들도 환경에 대한 자각을 더 가져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민이 나서야 정부가 따라 나서나. 세계사적으로 큰 흐름으로 가는 건데 정부의 국정시스템이 이를 빨리 인식해서 앞서 나갈 수는 없나. 각종 정책들에 대해 사전에 지속가능성을 검토하고 집행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부 위상을 훨씬 강화하든지 청와대 내 국정과제들을 사전 조정하는 시스템을 갖든지 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출범할 때 개혁적 성향이 강해 기대감을 시민단체 등에서는 기대감을 많이 가진 것으로 안다. 그런데 결국 환경문제에 관한 한 노무현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를 뭐라고 보나.
현 정부에서 새로 국정을 담당하게 된 사람들의 패러다임도 성장과 개발이라는 패러다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절차적 민주주의나 참여, 분권 등에서는 개혁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성장과 개발로만 움직일 수 없다. 지금의 386세대가 운동하던 시대의 개발과 성장, 분배라는 패러다임이 현재에는 적절치 않은데 현재도 그렇게 바라본다. 지금과 같은 개발과 성장의 패러다임으로는 2만불을 달성할 수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만 2만불 달성을 위한 산업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떤 걸 말하나. 구체적으로 사례들을 들어달라.
독일이나 덴마트, 네덜란드 등에서는 자동차 회사에서도 직원을 고용할 때 그 직원에게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못하게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해 대중교통 산업을 일으키게 한다. 다국적 에너지기업인 쉘이 에너지 산업을 석유산업으로 생각 안 한다. 태양광, 풍력 발전으로 성장하려고 한다.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늄(BP)사도 2050년경에는 석유시대가 끝나므로 태양광시대로 가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전혀 안 한다. 이런 데 투자하면 훨씬 많은 고용과 훨씬 많은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과거의 산업에는 고용이 안 생기고 성장도 안 되는데 누가 투자하나. 이런 데다가 억지로 투자하게 하지 말고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체제 속에서 산업구조 개편들이 일어나 2만불 시대로 도약해야 한다. 이제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전 지구의 환경문제를 고려한 산업을 일궈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9위이면서 언제까지 개도국 기준 적용받으려 하나" "재벌들 국제환경 기준 맞추면서 왜 국내에선 안 지키나" "이제는 환경이 밥 먹여주는 시대"
'환경비상시국회의' 대표자들이 26일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 마련된 천막 안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왜 새로운 패러다임을 채택하지 못 한다고 보나.
그동안 기업이나 관료들이나 기존의 편하게 해온 방식대로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기업활동을 하고 다른 나라와 경쟁하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내년 2월이면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다. 그런데 우리 기업이나 정부는 전혀 대비를 못하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돼 우리나라에 적용되면 국내 총생산량의 40%가 위축될 것이다’는 우려는 계속하면서 OECD 국가인 우리가 언제까지 협약의 적용을 안 받도록 노력해야 하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이면서 적용 안 받겠다고 그런 방어적 외교 노력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기업이 여기에 적응하느냐 하면 아니다. 그렇게 안이하게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역대정권에서 죽 그렇게 해온 것이다. 기업활동을 마음대로 하게 하면 저절로 국민들은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국제사회의 큰 흐름에 맞춰 가도록 변화해야 한다. 삼성이 유럽에서 유해화학물질 배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그린피스와는 협정을 맺고 국내에서는 규제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않느냐. 또 우리 자동차기업들이 캘리포니아주에 수출하는 것은 대기기준의 10분의 1로 하면서 국내에서는 그렇게 안 하나. 이런 식으로 기업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제 3세계에 가서는 우리 나라보다 더 낮은 기준으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14년간 환경운동을 해왔는데 ‘환경비상시국’을 선언한 심경은 어떤가.
환경운동 하면서 조그만 성과가 나올 때는 기쁨도 느꼈지만 새만금사업이나 핵 폐기물처리장, 댐 건설 등이 계속되는 걸 보면서 아무리 해도 안 되는구나 하는 무기력감과 좌절감도 느꼈다. 그런데 조금씩 쌓아온 성과들이 지금 한꺼번에 무너지는 걸 보면서 분노를 넘어서 비애감과 서글픔이 든다. 개혁을 한다는 사람들이 패러다임의 변화 없는 절차적 개혁만을 진행할 때 얼마나 공허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부 정책에 딴지만 건다’거나 ‘환경이 밥 먹여주느냐’는 반응도 나오는데.
(힘주어 말하며) 환경이 밥 먹여준다. 훨씬 더 잘 먹여주고 더 많은 일자리를 준다. 예전 같은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투자하면 훨씬 많은 일자리와 성장이 가능하다. 우리가 정부 정책에 딴지 거는 것은 예전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딴지거는 것이다. 환경적으로 문제 있는 것에 딴지를 거는 거다. 예를 들어, 도로 건설과 자동차 산업 발전 외에 철도를 만들고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는 적극 찬성한다. 정부가 그런 걸 안 해서 문제일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