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가석방
첫마디 "조난당했다가 구조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59)이 29일 오전 풀려났다. 이날 10시 5분 징역 1년에서 잔여 형기 두 달을 앞두고 가석방된 곽 전 교육감은 경기도 여주교도소 정문에서 "바다에서 조난당했다가 구조된 기분이다. 여러분 덕분에 환한 새봄에 다시 뵙게 되어 고맙다"고 소감을 말하며 밝게 웃었다.
검은색 양복 차림의 곽 전 교육감은 이날 70여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서울시민들께서 교육혁신을 하라고 막중한 소임을 주셨는데 책임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면서 "대한민국 교육혁신의 열기와 동력이 뚝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다 제 탓이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곽 전 교육감은 자신의 구속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법 해석에 따른 판결로 수형생활을 했다"면서 "앞으로 사법정의가 구현되는 그날을 염원하며 제 경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곽 전 교육감을 지지하는 '곽노현과 함께하는 사람들' 회원들은 오전 9시 30분 쯤부터 여주교도소 정문 앞에 모여 "곽노현은 무죄다", "곽노현, 곽노현"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한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과 송순재 교수(감신대 기독교교육학과), 조남규 전교조 서울지부장 등도 참석했다.
곽노현 "영화 '레미제라블' 보고 싶다", "서울교육정책 얘기할 것"
10여 분간 연설을 마친 곽 전 교육감은 차에 오르기 직전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영화 '레 미제라블'과 '7번방의 선물'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모두 억울한 수형생활을 다룬 영화다. 특히 레 미제라블은 사회 혁명운동을 다뤄 대선 뒤 상심한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던 영화다.
곽 전 교육감은 '꿈이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란 대형 간판이 붙어 있는 여주교도소를 벗어난 뒤, 한 음식점 앞에서 30분간 지지자들을 따로 만나 사진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그는 문용린 서울교육감의 정책과 관련 "지금은 무엇이라 얘기하기 어렵지만 제가 제일 미안한 것은 아이들"이라면서 "내가 교육감 경험도 해봤기 때문에 앞으로 서울의 교육정책 대해서는 가장 얘기를 정확히 할 수 있다"고 말해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곽 전 교육감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쯤부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공개로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활동과 혁신학교 운동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두 사람이 만나 앞으로 교육혁신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곽 전 교육감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지 오늘은 얘기하기 어렵고 다음에 충분한 기회를 갖고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 전 교육감의 측근 인사들은 "교육정책연구소 등을 차려 교육운동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8일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어 곽 전 교육감에 대한 가석방을 결정했다. 수형생활이 모범적이었고, 전체 형기의 80% 이상을 마쳤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곽 전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 뒤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낸 것이 후보 매수죄에 해당한다며 지난 해 9월 징역 1년형을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