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월26일
지난해 말 폐관 위기 또 맞은 세실극장
국립정동극장 5년간 극장 운영 맡아
창작 공연 상업화 발판 마련 목표로
국립정동극장이 새롭게 운영을 맡아 7월 재개관하는 서울 정동 세실극장 외관. 국립정동극장 제공
폐관 위기에 직면했던 46년 역사의 서울 정동 세실극장이 오는 7월 새 단장한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국립정동극장이 극장 소유주인 대한성공회로부터 극장을 장기 임대받아 운영키로 하면서다. 최근 잇따른
대학로의 주요 소극장 폐관 등으로 위축되는 공연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26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세실극장 운영을 맡아 연극·뮤지컬
·전통예술·무용 4개 장르를 중심으로 작품 개발과 창작자 지원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8월
시작하는 국립정동극장의 재건축 공사가 끝나는 2025년에는 대극장(662석)과 소극장(313석), 그리고
세실극장(234석) 등 총 3개 극장을 운영하는 공연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김희철 대표는 "(지리적으로)
정동 안에서 창작 생태계 활성화를 고민했고, 세실극장이 폐관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면서
"정동극장이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볼 때 세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건축 공사 기간에는 정동극장 옆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도 2년간 임대해 공연사업을 이어간다.
세실극장은 1976년 개관해 '한국 연극 1번지'로서 소극장 문화를 선도했다. 유명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극장 건물로 유명하다. 건축·문화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엔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개·폐관을 반복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위탁 운영하던 서울연극협회가 시설 개보수 문제 등으로
운영에 손을 떼면서 지난해 12월 폐관 위기를 맞았다. 김 대표는 "무대 조명 등의 1차 개보수를 우선
6월까지 진행한다"면서 "수억 원의 예산 중 절반가량을 성공회가 부담키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극장이 새롭게 운영을 맡아 7월 재개관하는 세실극장 운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_세실'(가칭)의 목표는 창작 활성화를 위한 '2차 제작극장'이다. 기존 창작 지원 사업들이
대체로 초기 개발에 힘을 쏟는 반면, 개발된 작품이 후속 공연을 하고 상업화로 연결되는 통로가 좁은 점을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세실에서 다시 한번 검증이 된 작품은 국립정동극장 무대에도 올리고 또 다른
제작사 등과의 연결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취지로 내년부터 △전문위원 추천을 받는 '초이스 온'
△상시 지원을 받는 '스테이지 온' △주요 기관 및 단체와 협업하는 '협력사업' 등 3개 경로로 세실 무대에
오를 작품을 선정한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는 시범적으로 새로운 세실극장의 개성을 대변할 9개 작품을 선보인다. 공식 개관작
에는 2021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임지민 연출의 신작 연극 '카사노바'(7월 14~24일)가 선정됐다.
'노란달', '미드썸머' 등으로 알려진 스코틀랜드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한국 초연작이다. 또 창작
지원프로그램의 리딩 쇼케이스 이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뮤지컬 '인간탐구생활'과 모노 음악극
'괴물'도 정식 공연을 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