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 한달내내 각종 할인 이벤트
실생활선 이미 디플레
-100원 특가. 최저가보상...
- 유통.식음료 필사적 경쟁
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노브랜드버거 1호점.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에도 매장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6개씩 대기번호를 표시하는 스크린에는 30분 내내 빈칸없이 새 번호가 가득찼다. 매장을 방문한 김 모씨(28)는 "3900원이면 음료와 감자튀김까지 나오는 그릴드 불고기 버거 세트를 시켰는데, 가성비가 좋아 다시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브랜드버거는 9월 론칭한 지 6주만에 누적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일등공신은 1900원에 파는'그릴드 불고기 버거'다. 1900원 버거가 인기를 끌자 버거킹에서도 이달 중순까지 와퍼주니어와 불고기 와퍼주니어 단품을 팔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인기 세트 메뉴를 4900원에판매하면서 누적 판매량이 1000만개를 돌파하자 초저가 메뉴로 경쟁에 가세한 것이다.
실생활에서는 이미 저가를 넘어 '초저가'만 팔리는 현상이 나타난 지 오래다. 소비 부진에 허덕이던 유통. 식음료 업계는 가격을 더 낮춰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8월에 내놓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시리즈를 보면 '초저가'의 파급력을 짐작할 수 있다. 기존 가격보다 많게는 절반 이상까지 가격을 낮춘 물티슈, 칫솔, 치약, 생수 등은 출시 직후부터 수십만개가 팔려나갔다. 온.오프라인 최저가에 판매한 생수는 출시 5일만에 41만병, 100매에 700원에 판매한 물티슈는 한 달 만에 73만개 판매됬다. 자주 사는 생필품은 '가격이 싸야 팔린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발걸음을 끊었던 고객들도 다시 왔따. 700원 물티슈를 산 고객의 70%가 6개월간 이마트 물티슈를 구매한 적이 없는 신규 고객이었다.
초저가 전쟁에 가세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이마트가 초저가 생수를 판매하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1800~1900원 생수를 반짝 판매하는 등 맞불 작전을 펼쳤다. 롯데마트는 1일부터 '통큰 한 달'이라는 이름으로 1000억원 규모의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저가 커피 시장도 쑥쑥 큰다. 한 잔당 1500~2000원짜리 커피를 파는 빽다방, 더벤티, 매머드커피는 불황에도 점포 수를 빠르게 늘려 가고 있다. 더벤티는 2016년 189개에서 지난해 287개로, 매머드커피는 2016년 1개에서 지난해 45개로 늘었다. 6000만~8000만원대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박리다매로 팔아 이윤을 남기는 업종만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CU에서도 1200원짜리 아메리카노 등 컵커피 판매량이 처음으로 1억잔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찌감치 최저가 판매에 돌입한 온라인에서도 '100원' 경쟁이 치열하다. 위메프는 6월부터 경쟁사보다 제품 가격이 비싸면 차액을 보상하는 '최저가 보상제'를 운영한다. '100원 특가'라는 명목으로 생필품을 특정 시간에만 판매하는 이벤트도 이미 일상화됐다. 한 달 중 할인행사가 없는 날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초저가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에선 장기 불황 때 100엔숍이 생겨나고, 결국 이익을 내지 못하는 유통업체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단계가 있었는데, 국내에선 온라인까지 가세한 형국이라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