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패 강<단국대 명예교수> -
- 김시습 보우 휴정스님 작품에 나타난 선사상 고찰 -
근세에 해당하는 15~16세기는 불교적 이념이 성리학에 의하여 대체되는 사상사적 일대전환기였다.
이 시기의 불교문학은 그나름의 제약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호불적인 군왕과 后記의 출연으로 불교의 맥이 아주 끊이지는 않았다.
공식적인 배불정책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佛事에 이루어졌다.
가혹한 탄압 속에서 오히려 자생력을 키워가는 종교 고유의 역동적 속성 때문에도 조선의 불교는 배불의 시련으로 쉽사리 좌절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우리 문화의 ‘수단’인 국자를 창안해 가진, 문화적으로 중요한 시기이며, 또 탄압 속에서도 굽힘 없이 자기 세계를 확립해간 불교문확이 주요한 논의거리를 제공해 준 시기이기도 하다.
과연 그와 같이 중요한 시기의 불교문학 내지 선가문학이 진지하게 논의 되었는가 하면 거기에 회의가 없지 않다.
최근에 일부 연구자에 의하여 이 분야의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 엉성한 연구풍토 속에서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20년간 불교문학 특히 선가문학연구에 관심을 경주해온 서규태씨의 학구적 노력은 소중하다 아니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서씨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묶어 <韓國近世禪家文學>이란 노작을 내놓았다.
이책은 씨의 박사학위논문을 보완한 것이다.
본저는 김시습·보우·휴정등 3인을 대상으로 삼아 근세 선가문학을 해명하고, 각자의 선가적 의식의 본질을 따졌다.
그리하여 김시습을 ‘행유적불(行儒迹佛)’, 보우를 ‘현실참여(現實參與)’와 ‘역사의식(歷史意識)’, 휴정을 ‘선가적 실천윤리’면에서 파악하고, 그것이 각자의 문학사상으로 구현된 바를 실증적으로 해명하였다.
김시습은 ‘문학의 원류와 효용론’ ‘시의 품격과 묘오론(妙悟論)’, 보우는 ‘형상과 가치’ ‘부정의 문자’, 휴정은 ‘교(敎)와 문학적 효용성’ ‘문학원류와 선(禪)’을 각각 논의거리로 삼았다.
소설작품을 남긴 김시습과 보우에 대하여는 그 작품구조와 작가의식 및 작품의 사상을 살폈다. 보우는 ‘왕랑반혼전’에 관하여는 서지적 고찰로써 원전을 해명하고, 이본의 계통을 밝혔다.
이들은 선시의 대가로서 김시습은 ‘이상과 묘오의 추구’, 보우는 ‘시사(詩思)와 선심의 문자’로 들어가 ‘시사와 세정의 형상화’ ‘산거와 선심의 문자’, 휴정은 ‘자연과 오도송’으로부터 ‘운수(雲水)와 성정의 수화(酬和)’ ‘자연의 의미와 상징성’ ‘청허한 금강심의 오도성’등으로 파악하여 근세선가문학의 문학사상사적 의의의 대강을 들춰냈다.
특히 휴정에 관하여는 선가문학을 심화, 발전시켜, 한국선가문학사에서 근세와 다음 시대를 잇는 교량의 구실을 했다고 평가하였다.
언필칭 ‘선(禪)’이요, ‘선문학(禪文學)’이라 할 때 ‘문자’의 학(學)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반 통상의 논리이상에, 또 문자나 언설의 저편에서 자득 않아서는 안될 의미가 있다.
그 선미를 찾아 옛 구도자인양 총(叢)과 림(林)을 헤매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