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Hedonism / 快樂主義
인간이 쾌락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윤리설이다.
영어 단어 'Hedonism' 또한 즐거움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헤도네(ἡδονή)'에 주의, 사상을 뜻하는 접미어 '-ism'이 붙은 단어이다.
2. 쾌락이란?
쾌락은 흔히 대중적으로 육체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에서 오는 즐거움이란 의미로 쓰이지만, 사실 일시적인 즐거움뿐 아니라 자아실현 등으로 비롯될 수 있는 일체의 지속적인 즐거움까지 포괄한다. 다음은 쾌락주의의 본좌 철학가 에피쿠로스가 한 말이다.
성욕은 남한테 피해나 안 주면 운 좋은 거다.
다만, 에피쿠로스가 한 말이 모든 쾌락주의자들의 입장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에피쿠로스학파는 육체적 쾌락을 '경멸'했다. 그러니 어쨌든 그가 주장하는 쾌락주의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자'주의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
3. 쾌락주의에서 도덕의 정의
인간의 사명은 즐겁게 사는 것뿐이므로, 도덕은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폭행이 비도덕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폭행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쾌락살인 또한 쾌락주의의 범주 내에 정당화될 수 없다.
이는 제러미 벤담의 주장인 "쾌락이 곧 행복이며,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쾌락을 가져다주는 것이 선(善)이다."를 통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사실 쾌락주의에서 말하는 쾌락의 범위를 넓게 해석한다면, 거의 모든 윤리관과 법철학이 쾌락주의와 상당 부분 겹친다. 황금률 역시 쾌락주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지 쾌락이라는 표현의 어감 때문에 실제로 문헌에서 즐겨 쓰이지 않을 뿐이다. 이를테면 아주 흔하게 쓰이는 공익이라는 말도 공공의 이익이라는 뜻이고, 여기서 이익이라는 말과 쾌락이라는 말을 명확히 구분할 수도 없다.
다만 쾌락의 법칙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윤리적 논점들이 "예외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칸트의 윤리관의 경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상당히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4. 역사
쾌락주의는 키레네 학파와 에피쿠로스, 중국의 양주의 윤리설 등 여러 곳에서 엿볼 수 있다.
쾌락주의는 곧 쾌락과 유사한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러미 벤담과 같은 일부 철학자들은 금욕주의자들이 실제로는 쾌락주의자일 수 있다고 보았으며, 쾌락의 양적인 측면을 강조하였다. 반면 존 스튜어트 밀의 경우는 쾌락의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5. 이후의 영향
쾌락주의는 오랜 세월이 지나, 현대 긍정심리학에서 정적 정동(positive affect)[1]이 최대한 많이 경험될수록 행복한 것이라는 관점에 영향을 주어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개념이 주창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2000년대 초반의 초창기 긍정심리학의 흐름이고, 이후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개인의 자기실현과 내적 의미부여가 행복에 더 중요하다는 의미추구(meaning making)가 중시되면서 살짝 묻히는 감이 있다.
5.1. 현대 생물학과의 연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후, 어차피 한 인간이 세상에 온 목적은 유전자의 자기증식일 뿐이니,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자기 인생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 본인은 이러한 논란이 일자 개정판 서문을 통해 자신이 책에서 주장하려 했던 것은 이러한 허무주의가 아닌 '다른 생물들은 유전자의 자기증식만을 목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인간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특별한 존재이다'라는 것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즉 위와 같은 주장은 저자 자신의 주장은 아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사상은 쾌락주의와는 별 관계가 없다.
6. 쾌락주의적 역설
paradox of hedonism
지나치거나 잘못된 쾌락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진정한 쾌락을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른다. 경제학에서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경험적으로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응석받이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7. 성격 요소
즐거움을 추구하는 성격 그 자체 또는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고 놀거리를 많이 찾아다니며 술, 담배, 여행, 게임, 유흥업소 등을 좋아하는 성향을 뜻할 때 주로 쓰인다. 또한 익스트림 스포츠같은 위험한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론 마약 등 불법 행위에 손을 댄 경우도 뭉뚱그려서 선 넘은 쾌락주의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어감도 그렇고 과잉되기 쉬운 것에 집착하고 뭐든 자기 좋을 대로만 하려 드는 부류라는 인식 때문에 어디서 쾌락주의자라고 말하면 좋은 시선을 받긴 어렵지만 금욕주의와 마찬가지로 쾌락주의는 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마냥 비난하고 비판받을 점으로 볼 순 없다.
대개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일수록 쾌락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소확행같은 신조어도 생겨나기도 하는 만큼 쾌락주의 성향에 있어서 외향성 내향성의 구분은 큰 의미를 갖진 않는다. 오히려 내향적인 사람들이 스스로도 알지 못한 쾌락주의 성향을 내재한 경우도 많은 편이다. 한정된 쾌락을 최대치로 즐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금욕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 또한 같은 분류에 속하기에 가령 시원한 음료 한 잔을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 일부러 덥고 땀나는 상태를 만들고 음료를 즐기는 케이스 등도 훌륭한 쾌락주의에 속하나 외향성 내향성과는 관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