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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甲骨文)에 보이는 윤(尹)은 손에 긴 막대기 같은 물체를 쥐고 있는 형태로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이다. 그 막대기를 권력을 상징하는 곤봉[權杖]으로 보면 윤(尹)은 일정한 지휘권을 가진 관리로,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조각도(刻刀)로 보면 문서를 기록하거나 점술을 행사하는 권한을 가진 관리로 추측할 수 있다. 갑골문의 복사(卜辭)에 '다윤(多尹)'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이는 상서(尙書)에 보이는 '서윤(庶尹)'과 마찬가지로 '백관(百官)'을 의미한다. 논어의 공야(公冶)편에 보면 초(楚)나라의 재상을 영윤(令尹)이라 했음을 알 수 있고, 한대(漢代) 이후 경조윤(京兆尹), 부윤(府尹), 주윤(州尹) 등과 같은 관명(官名)이 있었다. 한무제(漢武帝)가 끔찍이도 아끼던 윤부인(尹夫人)과 형부인(邢夫人)이 서로 얼굴을 피한다는 뜻이다. 한무제가 명령을 내려 서로 질투하지 못하게 두 부인을 만나지 못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 후 서로 질투하는 것을 가리켜 윤형(尹邢)이라 하였다. 얼굴을 서로 마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쉬워도 욕심과 부정을 무슨 수로 서로 떼어놓는단 말인가? 김영기.동서대 중국어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