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1일 신년사, 2일 현지 통합뉴스 채널 '텔레톤'과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를 중심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새해 첫 인터뷰를 분야별로 정리한다/편집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가 2일 새해 첫 인터뷰를 갖고 있다/영상 캡처
◇트럼프 당선자 구애와 우크라이나 안보
“트럼프 당선인은 매우 강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예측 불가능성이 러시아에 적용되기를 정말 바란다. 그는 이 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푸틴(대통령)을 막을 수 있고, 좀 더 정의롭게 표현하자면 우리가 푸틴을 막는 일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나는 그가 진심으로 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고 믿는다."
"트럼프 당선자는 당신(젤렌스키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방문자 중 한 사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그의 우선 순위는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취임 후에 그와 회담을 가질 것 같다. 아마 그럴 것이다. 트럼프 측의 전쟁 종식 계획이 우리(우크라이나)의 비전과 일치하기를 희망하지만, 계획을 들어보고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실시간 회의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와의 소통은 긍정적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초 파리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2024년 12월 초 파리 3자회동 모습. 왼쪽부터 젤렌스키, 마크롱 대통령, 트럼프 당선자/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트럼프 당선자가 러시아 측과 접촉하는 것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가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을 받는다면, 전쟁을 끝내는 데 동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맹국들로부터 확실한 안보 보장을 받고 유럽연합(EU)에 가입도 하고 나토(NATO) 가입의 초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없는 어떤 안보 보장도 우리에게는 미약하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지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전쟁의 종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만, 아직 미국으로부터 그러한 보장을 받지 못했다."
"우리도 이스라엘식의 안보 보장을 원한다. 나토의 도움없이 우리가 200, 300, 500개의 미사일을 어떻게 격퇴할 수 있겠는가. 미국, 프랑스, 영국과 같은 동맹국과 함께 강력한 방공 시스템을 갖춘다면 우리도 이스라엘 처럼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그같은 안보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러시아와 평화협정 체결시, 협정 준수를 감시하고 보장하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는 프랑스 제안을 지지한다. 프랑스 단독으로는 충분치 않다. 한두 개 국가로는 부족할 것이다. 이것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연계된 조치여야 한다."
◇ 현재 전황과 군부대의 탈영자 문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압박해 들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1월의 군사적 목표를 러시아군의 공세를 저지하는 것으로 정했다. 우리는 1월 중 전선을 안정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최전방 군인들의 부대 무단 이탈(탈영)은 2024년 들어 증가했지만 9, 10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탈영은 군인들이 오랜 전쟁에 지쳤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피곤해지면 순환 근무가 필요하다. 그러나 예비 인력이 그리 많지 않다. 예비 인력을 편성하기 위한 군사 장비 등 모든 것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 "
군사 전문 매체 '검열관'(Цензор, Censor)의 유리 부투소프 편집장은 지난해 12월 초 155여단 군인 1,700명이 최전선에 배치되기도 전에 탈영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새해 첫 기자회견 모습/캡처
◇ 차기 대선 출마 여부
“우리가 강력하고 주도적인 위치에서 전쟁의 '뜨거운 국면'을 끝낼 수 있다면, 우리는 강력한 군대와 군사력, 안보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계엄령도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계엄령이 해제된다면 원칙적으로 의회는 선거(총선과 대선) 날짜를 정할 수 있다."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해낼 수 있다면, 아마도 그러한 결정(재선 도전)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나의 목표가 아니다."
스트라나.ua는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군최고 통수권자(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라며 "전시 국가의 최고 지도자는 이론적으로 항상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전쟁의 '뜨거운 국면'이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위치'에서 끝나지 않으면, 계엄령이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당분간은) 선거가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이는 또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의도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3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같은 해 5월 20일 취임했다. 5년 임기는 이론적으로 2024년 5월 20일로 끝났다. 그러나 계엄령으로 인해 지난해 3월 예정된 대선이 치러지지 못했고, 그는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를 합법적인 협상 상대이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우크라이나 난민 귀국 문제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연합(EU)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취업자와 미취업자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난민그룹)으로 구분하고, 미취업자들을 돌려보내겠다고 이야기한다. 일부 EU 관리들은 미취업 난민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하고 있다. 나는 EU 측에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을 좀 더 강화한다면, 난민들을 모두 고국으로 돌아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한 난민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유럽 국가들에게도 실익이 없다. 이미 그들은 현지에게 세금을 내고,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통합 뉴스 프로그램 '텔레톤'과 기자회견을 갖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영상 캡처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2일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원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해외에서 버는 수입의 70%를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다면 고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새정부와의 협력 관계
"우리는 시리이와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국제기구에서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 및 미국과 소통하면서 가능한 한 전폭적으로 과도 정부를 지원할 것이다. 중동 지역의 안정은 모든 파트너들에게 더 많은 평화와 교역을 의미한다. 그래서 새헤에는 레바논과의 교역도 두 배로 늘릴 것이다."
"최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리아에 밀가루 500톤(t)을 보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지원 프로그램의 목적은 이슬람 무장 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시리아 과도정부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정권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인정하자, 2022년 6월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단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