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도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감동하고 할 말이 많았듯이, 영화 <내니 맥피 2>도 내가 좋았다. 물론 아이들도 함께 보는 내내
몰입하고 흥겹게 진지하게 보았으니 그들도 즐겼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인 영국의 시골 마을, 그 풍요로운 숲과 벌판, 작은 농장, 그리고 다양한 등장인물, 풍부한 이야기가 내 마음을 부러움에 차오르게 한다.
주인공이자 각본(공동이 아니라 혼자!)을 쓰고, 제작에도 참여한 엠마 톰슨, 그 잠깐의 등장 만으로 영화에 다른 기운을 불어넣은 이완 맥그리거 등의 배우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가짐일까? 우리나라에도 일명 톱 스타가 어린이 드라마나 영화에 단 한번이나 출연한 적이 있을까? 내 생각에 외국 만화영화 목소리 입히는 것에만 잠깐 비출뿐 (그것도 젊은 댄스가수 그룹들이나 하고.) 표현이 강하고 잔인하고 욕설이 난무하고 때로는 어린이가 출연하지만 정작 어린이는 볼 수 없는 상업 어른 영화들에만 출연하는 우리나라 유명배우들과 이들과는 참 다르다. 그 차이가 모든 차이를 보여줄 만큼 심각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당연히 어린이였지만, 너무 많은 침해와 폭력이 있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릴때를 지우고 싶었던 우리들(물론 해당 안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편의상 우리들이라 부른다.) 은 어린이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떠올리기 싫어한다.
상황이 이럴진데 어떠한 어린이 영화가 어린이다움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흔히 어리다는 표현으로 '유치'하다고 한다. 미성숙하다는 말은 어린이와 동일한 말이 아닌데, 우리는 어린이를 미성숙하게 어른을 성숙하게 보고싶어 한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나는 나이만 먹었지 전혀 성숙하지 않다. 그 고백도 어린이가 듣지않을때에만 할 수 있지만...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작은 농가의 삼남매와 런던에서 온 남매까지 합해 다섯명의 어린이들은 내니 맥피와의 만남으로 성장한다. 규칙과 책임을 익히는 과정에서 마법까지 있다면 얼마나 다를 것인가. 아이들은 금세 서로가 도와야 즐거움도 더 커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불안하니까 싸웠을뿐 아이들은 더 가지려는 마음도 없다.
특히 농장집의 막내 아이를 보는 내니의 눈은 가끔 붉어진다. 전쟁중에 가장 큰 피해는 어린이들에게 가듯이, 전쟁에 나가 아빠가 없는 이 집안에서 돌봄을 받아야할 막내 아이를 애처로와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은 망나니들인 아이들을 대하는 내니의 엄격한 표정 아래 넘치는 사랑이 막내 아이를 볼때는 가림없이 표현되는 듯 싶다. 영화 초반에 막내의 말 한마디로 내니의 점과 사마귀가 사라지기도 한다. 정성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영화에서 엄마역으로 매기 질레한이 나온다. 제이크 질레한(브라더스의 동생역)과 남매인 매기 질레한이 보여주는 환하고 따뜻한 웃음에 나도 위로받는다. 남편 없이 하루하루 힘겨운 그녀에게 내니 맥피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가게안의 온갖 사물들까지 말할때는 도움이 필요한 이에 대한 관심과 개입이 느껴진다.
마지막 엔딩 타이틀까지 정성이 넘쳤다. 여성감독이더라.
웃고 울고 기쁘고 황홀해지다가 끝남이 아쉬워 한숨을 폭 쉬었다.
첫댓글 메기 질레한은 차도녀(차가운 도시 녀자) 이미지인데 엄마로 나오다니 의외네요... 속편이라 재미없을것 같았는데 저도 함 볼까봐요..
나도 놀랐어요. 그 이맛살을 찌뿌리던 표정을 기억해보면 너무 달라요. 나는 전편을 못봤는데 어땠어요? 원작이 있는 영화더군요. 전편과 상관없을 듯.
아이들과 함께 영화보니 좋았겠어요. 수아와 언제 영화봤나 기억이 안날정도에요. 수아과 시간내서 함께 볼 좋은 영화 알려줘서 감사. 월요일이 개학이니 방학의 마지막 주말 한번 시간내봐야겠어요^^
승우가 아직 영화 보기는 이른가요? 나는 원석이 자는거 업고(포대기) 들어가 영화보다가 깨서 울면 나왔다가 들락거리며 영화를 봤어요. 그래서 거의 영화 공백기가 없었는데 그건 내게 그만큼 영화가 필요했기에 그랬을거예요(영화중독). 수아와 지연씨가 함께 볼거라 생각하니 내 마음이 다 설레네. 아직 개학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