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여행의 즐거움을 단풍 구경으로 한정하고 계획을 세우면..
단풍여행 즐거움의 반을 빼앗길 수 있다.
단풍 구경 맛은 뭐니 뭐니 해도 해가 쨍하고 받쳐주어야만 하는데..
구름이 끼고 거기가 비까지 내린다면 단풍 구경은 어찌 되느냐 말이다.
취소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오로라 구경이 그렇듯이.. 예약한 단풍여행으로 취소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굳은 날씨에 대비한 계획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뉴 햄프셔의 하양산 White Mountain 단풍여행은 그런 대비없이 막 세운 계획으로 하늘 운에 맡긴 여행이었으니..
처음부터 재미와 흥미의 반을 놓칠 수 있는 아슬하고 아쉬운 여행이었다.
올 가을 하양산에 가게 된 이유는
나도 안면이 있던 망내누나 친구 분이 서울서 방문하는 바람에 일박이일 계획을 잡게 되었다.
그런데 10월에 접어들면서 허리케인 헬렌이 기승을 부려 미 동남부 지역은 150여 명 이상이 사망하는 엄청 피해를 입었는데..
덮친 격으로 또 이어진 허리케인 밀턴은 백여 년 만에 닥치는 최대 크기 5 이상이라 하니..
우중충 뒤숭숭한 분위기가 여기까지 몰아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뒤로하고
나는 일기 불순으로 우리가 떠나는 10월 10일 하양산 White Mountain 단풍은 얼마나 잘 들었을까.. 하는 조바심 속에
당일 새벽 5시 30분 집을 출발했다.
추분이 지난 가을 하늘은 낮 길이가 짧아져 아직 어둠으로 덮여 있다.
이번 여행은 두 차로 움직이기로 했는데.. 트래픽이 없으면 별 문제가 없지만 트래픽이 있으면 피곤은 가중되겠지.
지나고 보니 이것은 현실이 되어 결정적인 실수..
플러싱에서 하양산 까지 가는 드라이브 거리는 짧지않다.
지도에 나오는 5시간 42분은 트래픽이 없는 시간에 산정한 것으로 트래픽 시간이면 한 시간 이상 지체되리라.
서울에서 오신 망내누나 친구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가 얼굴 본지 40여 년이 지났다고..
40 년이 지나는 동안 무엇을 했지?. 허탈해 지는 마음을 붙잡고..
일행 6명은 목적지로 향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자~아.. 떠~어나자.. 하양산으로 / 신화처럼 숨을 쉬는 단풍잡으러~~^^
나이아가라 근처나 메인 주는 단풍이 지나고 있겠지만.. 뉴욕은 이제야 단풍이 시작하고 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우리 차가 움직이는대로 단풍이 조금씩 조금씩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우리가 올라가는 길은 에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산을 끼고 올라는 하이웨이 이기에.^^.
그러니 휴게소에 들를 때 마다 풍경을 담으면 단풍이 익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터인데..
휴게소에는 들렀지만.. 주변 풍광을 사진에 담는 걸 잊어버렸다. ㅜㅜ
그러기에 '늙으면?.. 가야한다'고 하는 모양이다.ㅋ~
매사가 그래야 하듯 여행할 때도 깨어있어야만 실수를 적게 한다.
6시간 여행길이라면 중간에 두서너번 이상 휴게실에 들른다. 주유도 하고..
나는 빨리 운전하는 족이고, 누나는 정상적으로 운전을 하니.. 다리엔 휴게소를 출발해 15번 루트로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헤어졌지만.. 우리는 Waze라는 같은 지피에스를 보며 운전하기로 했고 지피에스가 가르쳐 주는대로 띠라가자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15번 도로는 출근 시간과 겹쳐서인지 자꾸 막히다 한 번은 완전히 로칼 길로 빠져 나가라고 가르쳐준다.
할 수없이 투덜거리며 가르쳐주는 로칼 길로 가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누나에게 전화롤 거니 뒤에 따라오던 누나는 15번 도로를 그냥가고 있다고.. 이게 뭔 일이지?!
불안한 마음으로 로칼 길로 달리다 15번 도로로 다시 들어왔는데..
전화가 온다. 바로 우리 차 뒤에 누나가 따라 오고 있다는 것.
큰 누나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생긴 기적이 아니냐 하며 차 안에서 박장대소했다. ㅎㅎㅎ
하나님 보우하사 아니면 부처님 가피이든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 만나지 못했다면..
세번째 만남 장소인 칸카마쿠스 하이웨이에 있는 링컨 우드 트레일 헤드 파킹장에서 만나야 했는데..
그곳 파킹장은 차들로 꽉차있어.. 그것도 어려울 뻔 했다.
자칫 오늘[10.10일] 여행은 따로 따로 여행이 될 뻔했고.. 그러면 그 피로감은 엄청났을 걸..
나이가 익으면 여유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나이 먹은 게 피로를 더욱 크게 하지 않는가..
그 나이가 먹도록 그것도 모르고 있어냐면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두 대가 아닌 한 차로 여행토록 하겠습니다.^^
이번 여행길 휴게소 가운데 하나가 버몬트 주 입구에 있는 Guilford Wellcome Center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만 어이없는 실수로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이것이 두 번째 나의 큰 실수다.
여행할 때 실수가 생기면 얼른 잊어야 다음 실수 확률이 적어진다고 알고 있지만..
서울서 온 분도 있는데.. 하며 실수가 마음에 걸린다.
예정대로라면.. 하양산 입구에는 오후 12시 쯤 도착해야 하는데..
우여곡절 속에 실제로는 오후 2시가 넘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뉴욕은 구름이 낀 날일 뿐이었는데..
여기는 간간히 비를 뿌리기 까지 할 뿐 아니라.. 알고는 있었지만 기온은 거의 0도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관광 코스인 Kancamagus Hway 단풍길 입구에 도착해 관광지 근처에서 점심은 간단히 피자로 하고..
피자 맛은 나쁘지 않았다.^^.
K 하이웨이 단풍길을 따라 산 정상으로 향한다.
시간이 지체되고 날씨까지 이러하니 오늘 코스 가운데 하나인
'Lincoln Wood Trailhead 편한 마음으로 명상하며 걷기' 는 주차 문제에 관계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내가 이 먼 하양산을 자꾸 찾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 바위돌 물길 따라 단풍 산책길을 걸으며
풍광과 하나가 되어 즐기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포기해야만 하다니..
이곳 여행을 주선한 내 입장에서 매우 아쉬울 수 밖에..
여기 단풍은 제철이어서 날씨만 좋았더라면 감탄이 끊임없이 나왔으련만..
짝님은 "날씨가 쨍했으면.. 아쉽다" 를 연발하고..
산 정상에 올랐을 때도.. 누가 그러자는 말도 없었지만 그냥 인증 샷만 남기고 돌아섰다.
사람들은 제법 많았지만.. 그들 역시 추워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아니, 산 정상에서 담은 인증 샷은 한 장도 없네 ㅎㅎㅎ^^
산은 날씨가 어떻게 되든 그것과 어울려 담담하게 흘러가건만..
사람은 연상 이런 저런 탓 속에 크게 웃으며 좋아하거나 아니면 실망한다.
산을 좋아하지만 산을 닮아가지는 않고.. 오히려 산을 자기 멋대로 움직이려 한다.
자연은 인간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인간이 자연을 만들려 한다.
배은망덕이 아닌지..
채식 위주 식사를 하던 인류가 육식 위주로 바뀌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하면 너무 튄건가?.
계획은 이곳 작은 타운에 들러 구경 겸 산책을 하고.. 저녁을 먹고 캐빈으로 가려고 했는데..
누나는 그냥 캐빈으로 가자고..
오늘 쉴 곳인 캐빈 오니 시간이 오후 4시 조금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으러 타운으로 나섰다.
오늘 저녁 주 메뉴는 클램 차우더.
차우더 속에 조개를 넣은 미동부 수프인데 여기 차우더는 특히 조개를 많이 넣어 씹히는 맛이 일품.
우리 일행은 음식 값에 비해 조개가 듬뿍 들어간 로칼 다이너 식당으로 향했다.
맛보다 값이 싼 걸 칭찬하고.. 시내 거리를 걷자고 하니.. 쌀쌀한 날씨 탓인지 그냥 집으로 가잔다.
나이가 말이야.^ㅎㅎㅎ^
집으로 돌아와 맥주와 와인을 꺼냈는데..
간단히 맥주만 마시자고..
그런데 그만 미국 대선이 가까워져서인지 대화 주제가 정치 얘기가 되었다.
이게 두 번째 실수.
성향을 달리하는 이들이 함께 여행을 할 때라면 정치얘기는 입 금지.. ^^ㅎㅎㅎ
그런데 이 멀고 작은 살골짜기까지
문득 들려온 한 강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저지른 실수를 덮고도 남을 너무 기쁘고 즐거운 소식이었다.
오~ 그렇구나! ㅎㅎㅎ^^..
축하합니다, 한 강님.()^^.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