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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운영난을 호소하며 집단 폐과 계획임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의 한 엄마가 지난 20일 고열(高熱)의 딸을 데리고 새벽 6시 아파트 상가 내 소아과 의원으로 갔는데 이미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고 한다. 이런 ‘소아과 오픈 런’이 곳곳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독감 등 소아 환자가 급증한 것도 원인이다. 더 근본적으론 소아과들이 경영난으로 미용·통증 클리닉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아과 진료는 지금 붕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서울 경우 2017년 521곳이던 소아청소년과가 456곳으로 줄었다. 최근 5년 전국적으로 폐업한 소아청소년과가 662곳이다. 지난 3월 말엔 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운영난을 호소하며 ‘집단 폐과 후 미용이나 비만 진료로 바꾸겠다’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다음 달 11일부터 진료 과목 전환 교육이 개설되는데 600명가량 신청했다고 한다.
소아과 진료 전쟁은 3~4년 뒤 더 심해질 것이 확실하다. 전국 수련 병원 67곳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과정 지원자가 147명(2020년)→75명(2021년)→57명(2022년)으로 줄더니 올해는 33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그중 31명이 서울과 경기도에 몰렸다. 이미 전국 228개 시·군·구 중 56곳에 아예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없다. 대학병원 수련 전공의 숫자가 줄다 보니 소아 대상 야간 진료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지난 6일 밤 5세 아이가 급성후두염으로 119 구급차를 타고 소아 응급 병상을 갖춘 대학병원을 찾아보다가 다섯 번째로 연결된 병원에 가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아이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소아과 폐업과 소아 전공의 기피는 극심한 저출산으로 소아과에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면서 진료하는 감정 노동 성격도 강하고 맘카페 등에 구설수라도 오르면 곤욕을 치러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가장 문제는 낮은 수가(진찰·수술비)다. 아이 진료엔 처치와 시술은 거의 없고 수익의 대부분은 진찰료이다. 그런데 동네 소아과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만2000~1만4000원 선에 30년째 머물러 있다고 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호소하고 있다. 소아과 진료난은 현재 굉장히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 통상 대책으로는 곤란하고 파격적 수가 인상까지 포함한 긴급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