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시 모음 8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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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月 31日
오세철
홀로 갇힌 빈방
지난해 기억들만 쌓이고
숨소리 들리지 않는
전화기 모습 몹시 처량하다
이미 다 마셔 버린
빈 술잔 소리에
황혼이 짙어지면
골목길에 아이들 소리
몰려 나와
허기진 마음 채우고
허허로움 달래는건
오늘은 저물어도
내일이 또 있나니
회색 빛 오늘이지만
희망이란 두 글자에 마음을 실어
멀리 멀리 날려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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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男子
오세철
아침 햇살이
화분 가득
가을을 떨구었다
잘게 부서지는 가을 조각들
수심에 젖은 얼굴에
나즉한 울림으로 투영된다
평소 어색한 계절 느낌도
친근이 다가서는 이유는 왜 일까?
하루하루 살아지는 게
이상하게 여겨져 뒤돌아 본
긴 세월의 여정
머물며 떠나는 사람들
그래도
촉촉한 가을 내음에 취한
한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感謝 함을
온 누리에 전하며
설익은 가을 뜨락에서
오늘은
가을 남자가 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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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오세철
바람이 분다.
짙은 포도주 그라스 넘쳐
불란스 양탄자 긴털 흔들고
핑크 빛 자등
바람이 분다.
오색 단풍 수분마져 앗아 갈 듯
산자락에서 능선을 향해
저 좋아 춤추는 갈바람
바람이 분다.
메뚜기 방아깨비 얼려 노니는
들녘 저녁 노을 화려한데
흰머리 흔들어 저 멀리 사라져 간
기억도 없는 바람이 있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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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엽서 2
오세철
이 아름다운 가을
누군가 한 사람을 옆에 두고
허전한 계절을 잊으려
작은 메시지를 보냅니다
고독을 달래고 낭만을 즐기는 이
여행을 벗삼아
너울대는 단풍 그늘 밑으로
사랑이 충만한 계절
파도에 부서지는 하얀 거품 속으로
너와 나의 내일이 있어
10월의 청아한 하늘 빛깔에
하얀 종이배 띄워
나는 사랑하리라
미친 듯이 휘몰아 그날 이야기 였다면
이 가을 우리 만남
불꽃 바람이라 할테요
흰 구름은 두둥실 파란 하늘과 섞이어
코스모스 길을 달리고
누군가 그대가 되어
나의 작은 손을 꼬옥 잡습니다
그대는 나의 천사가 되어
이름도 모르는 대지의
영원한 주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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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찬가
오세철
아침 안개 속에
소담스레 미소 짖는 들꽃
알알이 영근 저 포도송이 사이로
햇살이 따스하게 스며들고
다정한 여인들
풍요한 웃음 가득한
가을 뜨락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 들녘
어제도 메뚜기 뛰어 놀고
수수밭 가장자리에
하얗게 웃어도
넌 이름 없는 무명초
가을 섶에
하루가 저물면
오늘은 이 계절을 노래하는
가을 바람이 더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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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풀밭
오세철
소복이 영그는 억새풀
하늘하늘 몸 흔들어
웃음 짖는 산촌에
새털구름 나직이 떠간다
곱게 갈아입은 옷
제 슬픔 인줄도 모르고
먼 석양빛 우러러
마냥 즐겁기만 하다
보이지 않는 끝을 찾아
차곡차곡 쌓은 세월
멀지않아 하얀 풍경 속에
눈물 없이 울음 울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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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族(가족)
오세철
밤 3시 30분 새벽이 오려면 날이 루픈 빛으로
밝으려면 2시간이 채 남지 않은 시간이다
아내는 막내 딸 투정에 조금전 잠든 모양이다
아이들과 아내 잠자는 모습이 각각 다르듯이
성격 또한 모두 틀리다
몇 년째 IMF로 고통을 겪는 우리 가족
지칠 대로 지쳐버린 우리 모두 신경만 고조되어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일도 자주 있곤 한다
넉넉하지 못한 생활 조여드는 빚 독촉
삶의 회의를 느낀다
주위 사람들의 위로의 말도 도움이 될 수가
없는 건 탈출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에
늘 잠을 설치고 부정적인 상상만 할 뿐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들이
있다는 위안으로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간다
내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
이 세상에 무엇이 있겠는가......
참고 견디면 멀지 않은 날 희망이 있으리라
믿어 본다
사십년 을 속고 살아 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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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花(건화)
오세철
아름따다 가슴에 품었더니
가을가고 겨울오니 향기는 간곳 없고
흰 나비 한 마리만 남았네.
숯불처럼 피어난 노을빛에
넉넉한 마음심어 창가에 걸었더니
해맑은 바람소리 들린다.
방울방울 소중한 송이마다
냇물소리 바람소리 향기로 피어나면
온 누리 살랑이는 하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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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낚시
오세철
아름다운 겨울 꽃이 만발한 날
태공의 머리 가득 얼음 밑으로
고기떼가 노닐고 마음은 월척을 떠올린다
서슬 퍼런 아내 눈길에
가슴은 두근두근 조여들어도
주말 기다리는 마음 아내보다
철새가 더 잘 알고 있다
기울어 가는 해 만큼 빈 바구니 어둠 채워도
이때나 저 때나 묵직한 한 놈 머리 속을
맴돌고 있지만 침묵하는 오색 찌가 얄밉다
입질 뜸한 날 갈잎 스치우는 바람
가슴에도 술잔에도 왔다 가건만
많던 피래미 어디서 노닐까?
기다림은 해를 끌고 서쪽 산을 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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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
오세철
아픔을 안고 숨져 간
커피색 낙엽 위로
치적 비가 내린다.
목이 긴 겨울 밤
산산이 갈라진 기억
잔해 잔등에도 여지없이
투영하는 빗방울들의 헛된 목숨
창 밖
겨울 갈비뼈 녹는 울음
이빨 앙다물고 질주하는 빗발의
다그침이 막 삼경을 넘어선다.
이 비가 그치면 온 들판
상처투성일 흰 눈이 감싸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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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창가에 앉아
오세철
하얗게 눈 깔린 산자락
겨울 숲에 내리는 햇살
새 떼 줄달음 치면 땅거미
내려와 불을 밝힌다.
아직 가슴에 새기지 못한
사랑과 사랑을
하나 둘 세노라면 무성하게
커 가는 이야기들.....
먼바다로 흘러 소금에
부대끼며 잊혀진 이름에
알 수 없는 사람아
오늘은 편지를 쓴다.
긴 계절 속에
하얀 그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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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풍경
오세철
어제 저녁 어둠이
마을로 내려와
밤새도록 윙윙대며
산통을 꺾더니만
동녘이 푸른 새벽
붉은 태양을 낳았다
겨울이 깊어 갈수록
나무는 하얗게 늙고 있는데
건너 마을 붉은 함석집
혼자 사는 할머니네 누렁이
복날을 재촉하듯
포동포동 살찌고 있다
어느새 단단하게 얼어 있는 샛강
물소리도 사라지고
벌레 먹은 잡초들만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고
하얀 눈 위에 언제 지나갔는지
족제비 발자국 만 총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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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여행
오세철
높고 푸르러 깊은 하늘
묵묵히 하늘 바치고 선 나무와
기분 좋은 계절을 맞는 구나
그래!
이 계절이 생각나게 하는 건
경포호 오리 떼와 갈대 숲
한계령의 시원한 바람
이름도 잊은
어느 시골 초등학교 앞 뜰
키 작은 코스모스
비취빛 하늘에 솔솔 부는 바람이
현란한 그 바람이
구월산을 넘어 갔어도
내 기억 속에 여운이 남아
오늘 날 유혹하는데
아직은 이른 봄날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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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오세철
졸고 있는 사이
버스는 고개를 넘어
마을 가운데를 지나고
내가 뛰놀던
작은 시골 학교 담벽에
수국이 활짝 웃는다
고향을 더나 몇십 년을 살다보니
잊을 줄 알았던 모습
변한 게 없고
예전 그대로 인걸
졸업 기념으로 심어둔
키 작은 잣나무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함께 뛰놀던
개구쟁이 녀석들
흰머리가 더 많구나
잊고 살아온 세월만큼
변하지 않고 있는데
가슴은 왜 자꾸만 저려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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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鄕 바다
오세철
남향 하늘 아래
비단 풀어 춤추는 해변
밤마다 사슬로 엮는 소망
아 침이 열리면
두 동공 가득 비릿한
물내음
저승가지
동행 할 아슴한 벗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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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지금
오세철
내고 향 묵정밭 줄비스런 망초
한얀 송이 머리 꽃에 어디서 날아 왔나
날개 접어 숨죽인 벌 한 마리
바람 부는대로 춤사위인가! 몸부림인가!
수십년 묵은
근골 장대한 노송들 사이에서
풀벌레 더위 먹어 악을 쓰듯 울어대고
작은 마을 덮고 가는 뭉게구름 오늘도
물 한 방울 주지 않아 갈 급만 더 하는 구나
병든 생명처럼
나날이 패여 가는 농부의 주름
그 열열한 고독을 안고
한숨 앞세워 논 밭 서성여도
무심한 천심 아랑곳없이 불볕 나날들
강물 흘러 돌던 자리 하얀 마른
삭정이만 남아 미풍에 울고 있구나
허나 언덕 위에 과일들 붉은 햇살 머금어
토실토실 살찌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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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묘지
오세철
남향을 향해 양지 바른 곳
그 곳에 숨을 이유가 무엇일까?
수 많은 비밀의 잔디밭
혼자 사는 집
불경 외는 스님
찬송 부르는 목사님
언젠가 그들과 이웃되어
어울려 있겠지
봄여름 가을 겨울
눈물처럼 흐르는 이슬비
성난 천둥 비바람
이별의 낙엽이 나부끼는 날
눈송이 펄펄 내리는 날에도
그들은 그곳이 좋을까?
아무도 없는 홀로된 방
가진 것 없어도
가지런하게 손발 모으고
그들은 평생 그곳에 산다
슬픈 영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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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오세철
그 이름
다시 부를 수 없어
안으로만 삭이며
남 몰래
그려보는 얼굴
난 지금 널
이 시간에도 널
잊을 수 없음에
이미 他人된
네 이름을 불러 본다
나의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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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것 봄 1
오세철
유효한 시간만
길이대로 살다가는 세월아
백발 바랜 3월 능선
힘없는 안개 바람 휘~이 몰아
끝없는 승천
나풀나풀 싸리나무 사이
봄맞이 나온 배추 휜 나비
향기 좋으냐 ? 햇살 좋으냐 ?
그림자에 쫓겨 달아난 솔밭
잔설이 쓸쓸하다.
얼음 숨구멍이 토하는 소리
꼴락 ......
또르륵 또르륵 ......
목마름 황금빛 잡초 해 기우는 줄
몰라도 노랫소리 골 골이 가득해라
한 폭 그림의 산하 내일은
용트림 몸짓으로 곁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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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것 봄 2
오세철
엊저녁 푸른 색 달빛이 놀다 떠난
산촌 마을
오늘은 아물대는 아지랑이 손짓......
이제 막 입을 뗀 작은 도랑
신선한 물소리 돌 틈 비집고 내려와
산자락에 앉는다.
회색 빛깔을 온몸 두른 복실한
버들강아지 이름 모를 산새 까칠한 노래
이산 저 산 줄달음치면 먼 남쪽서
시집 온 진돗개 한 마리
게슴츠레한 눈 먼산 바라 보다
이내 눈을 감아 버린다.
누런 황소 입에선 오는 봄 모른 체
뿌연 겨울 입김을 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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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플러스 그리움
오세철
회색빛 거리 눈이 내린다.
누군가를 닮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길을 잃었나
힘든 날갯짓이여
그 사람 돌아온다는
약속은 없었지
슬픈 그림자 가슴에 남아
쓸쓸한 겨울 속을 가는데
길게 늘어진 어깨
너무너무 무거워 보여라
사람아 ! 사람아 !
우리 헤어짐 이별이 아냐
잠시 서로 한켠에 서 있을 뿐
어느 맑은 날 개나리 만발한 날
다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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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오세철
아카시아 꽃잎
바람에 나부낀다
온통 거리에
하얀 눈발이 되어
이리저리 쓸려 가는
꽃비
진정한 향기 사이로
여인은
기쁨으로 충만 한 듯
꽃보다
밝은
웃음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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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바다
오세철
무질서한 사고와 잡념들이
묻혀진 바다......
그저 불빛만이 스쳐 가는
검은 파도를 숨소리로 잠재운다.
문득 차 한잔이 생각나 손을 내밀면
이미 식어 버린 향기......
바람은 바다 위에서 몸을 뉘이고
목소리 마저 잠겨 버린
갈메기의 몸짓은 허공을 스친다.
어둠의 평화는 파도에 밀려
어제의 서쪽으로 가지런히 밀려나고
눈감은 환상은 잠잠한
바다 위에서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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裸 木
오세철
맨 살을 드러내고
어둠 속에 울고 있는 건
사람이 아닌 나무입니다
바람이 놀다 떠나버려
아쉬움과 외로움
나뭇가지에 걸려
밤새 흐느끼는 소리에
사람은 잠을 깨고
밤이 지나
날이 밝아 오면
사람은
아무 일도 없듯이
마른기침을 하며
나무와 재회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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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오세철
햇살에 익어
누릇누릇한 가을 갈대 옆으로
둥둥 떠돌며 노니는 청둥오리
아침 안개에 목욕을 하느라 분주하다
강 건너 나룻배는 주인을 잃은 지
꽤나 오래 된 모양이다
몇 일째 기다려도 움직일 줄 모르는
목선은 언제쯤 출발을 할 지
흘러도 흐를수록
끝없는 강
평화롭게 먹이 찾아 떠도는 철새
서너 달이 지나면 남한강을 등지고
내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겠지
풀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여울을 지나는 물소리
조 멀리 어딘가 에서
어미를 부르는 송아지 애절한 소리도
남한강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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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기다리는 까닭은
오세철
하늘에 태양이 빛나도
밤하늘에 별이 반짝여도
볼 수 없듯
그렇게 만날 수 없음에
내 마음
보고픔이 작아서 보여주지 못해
이렇게 너의 흔적만 뒤적이다
잠을 자기도 하지
사람이 누굴 만나지 않는다고
사랑이 없는 건 아닐진데
괜시리 너에게 미안하고 숨고싶은 마음
넌 그런 마음 알고 있니?
불도 켜지 않은 방안에 홀로 않아
너를 생각 하다가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잠을 잔다.
그래도 널 생각하면 마음이
밤하늘을 바라볼 때 느끼는 그런 마음이야.
이제 하고 싶은 마음을 열고 살자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우리 자유를 갖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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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女子
오세철
오늘
내가 바라본 당신은
이 세태에 물들지 않은
한송이 목련입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당신을 사랑함에
우리는 하나랍니다.
그리움에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당신은 포근한 구름이 되어
내게로 안겨 옵니다
언제나 손 시린
당신 마음을 읽고 가슴 열어
그대 이름 부릅니다
내 착한 그대여 !
내 고운 당신이여
내게 비밀을 만든 사람
당신과 달콤한 입맞춤으로
내 삶의 시작입니다
언제나 편안한 당신을 정말
내 여자라고 부를 테요
영원한 내 여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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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오세철
나 이제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멀리 떠나고 내 곁에 없구나
망설이다
돌아보니
너는 내 곁에 없구나
나 이제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이별이란 두 글자 쓸쓸한 아픔으로 남아
부질없는 자존심 사랑을 잃었구나
나 이제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이 가을 설레임처럼 청아한 눈빛으로
코스모스 길 따라 끝없이 걷고 싶어
나 이제
너를 사랑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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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웃음
오세철
그대여
그때엔 미처 모르고 외면했습니다
그 눈빛이 무얼 말하는지
그 몸짓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세월이 지난 지금
오직 그대의 웃음만 내 머리 속에서
행복한 유영을 하고 있습니다
아둔한 내 머리는 오랜 시간에야
그대 웃음이 날 향한
향기 였다는 깨달음에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내리는
바닷가에서
그대와 거닐던 모래밭에
그대의 이름 석자를 씁니다
안개는 날 에워싸고 비웃는 듯
바위를 돌아 산으로 향하고
난 가을 추억을 더듬으며
또 하나의 이야기를 추억의 한 페이지에
담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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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일기
오세철
새벽마다 출근하던 사람이
이젠
하늘 바라보는 일만 남고
한숨은 천장으로 치솟아
한 여름 낮술이 더 독하구나
이 사람 저 사람 입에선
강으로 바다로
바캉스 계획에 설레지만
어떤 가족은
내일 아침 끼니 걱정에
할 말을 잃는다
어려운 경제가 풀린다고
실업자가 줄어든다고
방송은 매일 떠들어대지만
무너진 경제 일어설날
기다리다 기다리다
청춘이 다 지나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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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아내
오세철
조금은 이른 아침
남한 강변 갈대 숲은
여인의 눈길이 머무는 곳
햇살이 너무 좋아
발길 돌리지 못하는 시골 아낙
작은 입가에
한 모금 물안개가 고인다
금빛 갈바람 이는
시월 태양
산 나즉하게 떠가고
시베리아 철새들
하나 둘 열마춰 왔는데
시집살이 삼십여년
고향 그리워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쪽빛 하늘에 반짝이는
기종도 알 수 없는 비행기
남쪽 하늘을 향해서
소리 없이 날아가고
이내 두 동공 가득
눈물 고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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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오세철
해 오름이 이는 언덕에서
푸른빛의 하늘을 보면
마음이 극히 맑아짐이 있다.
세상을 열어 맞는 하늘
나도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
자유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는
의식 없이 웃을 수 있는 만남
가식의 굴레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보는 만큼만
사랑 주고받는 자유
누군가 등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그 느낌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모든 게 조심스럽고
움직일 힘이 빠져만 간다.
누구일지 모르나
이제 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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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소 안에서
오세철
바람이 몹시 불던 날
그 바람 속에서
고운 당신을 느끼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당신은 내게
작은 입맞춤으로
사랑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어두운 밤인데도...
그러나 지금
당신의 밝은 미소 안에서
진정으로 당신을 느끼고 싶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있음을
당신은 모릅니다.
파도에 밀리듯
자꾸만 당신에게로 가고 있는
알 수 없는 나의 마음
불빛도 아름답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늘밤은 당신의 미소가
더욱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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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름
오세철
바람 부는 들길에 서면
날 만남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외롭지 않게 기억되는 이름 석자
그댄 한 송이 무명초......
난 그대 아름답게 가꾸는 정원사
그댈 곱게 가꿈은 나의 직업
화려한 욕심도 아닌
그대 들꽃으로 피었어요.
나풀대는 움직임처럼 기억으로 접어 둘
은은한 밀어들 풀잎으로 누워 숨쉬는
그대 향기 속에 고독의 의미가 흐름에
내 기억 잔잔히 퍼지는 계절의 빈 걸음
손안 가득한
그대 이름 석자 기쁨으로 적시고 마주선
영혼 손 내밀어 촉촉한 가슴 꼬옥
안아 본다.
들꽃 이름으로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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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꽃
오세철
아침이나 낯이나
한결 같은 움추림이 지속된다.
마음이야
꽃나무 부여잡고 꽃노래를
하루 종일 부르고 싶은 마음...
대단하게 좋은 봄을 낳으려고
이 삼월이 그러는지도 모를 일
기대를 하기 위한 준비도 해야 되겠지
실망이면 어떠랴
오고 가는 계절이 날 반기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아도
먼 곳의 소식을 잘 듣고 있는데
원망도 슬픔도 키우지 말아야지
나도 그렇게 살아 왔으니
흐린 날도 개인 날도
내 마음 속에 있다 하기에
내 마음 하나 보듬어 살면
이 봄날에 행복인걸
그렇게 생각하듯
마음에서 우러나 피고 피는 꽃
봄 같은 마음의 꽃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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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오세철
안개는 한동안
물 속에 살다가
기온이 영하로 내릴 쯤
새벽에 승천을 하는가 보다.
수면을 어르고 길도 없는
산과 들 무작정 흐르는 안개
갈 곳은 모르나 바람 부는 대로
따사로운 햇살 품에 안겨
생을 마치는 안개
어부가 사는 마을
녹쓴 함석 울타리
초라한 스레트 지붕 아래
개 짓는 소리 아침을 열고
안개는 뿌리 깊이 내려
뽀얗게 꽃으로 웃는다..
☆★☆★☆★☆★☆★☆★☆★☆★☆★☆★☆★☆★
미소가 좋은 사람
오세철
소낙비가 멈추고
맑게 갠 하늘처럼
상큼한 미소가 좋은 사람.
슬픈 노래 부르는 부엉새 소리조차
곱다고 말하는 사람아
팔월 밭 이랑에
보랏빛 감자 꽃이 아름답다.
조각조각 흐르는
하늘의 구름
동산에 오르면 품안에 안기고
실바람 머릿결에 맴돌 때
하얀 미소가 좋은 사람
내 사랑이어라.
☆★☆★☆★☆★☆★☆★☆★☆★☆★☆★☆★☆★
바다
오세철
남쪽 하늘 아래
비릿한 바람이 불고
육지는 물보라 그늘
구수한 사투리 가득한데
먼 수평선 자락
여인의 머리 결처럼
일렁이다 사라지면
백사장 뜨락
내 사랑 미소는
노을에 젖어 춤춘다
달콤한 속삭임의 소리
남쪽 바다
비우지 않고 채울 수 없는
제한된 바다
물빛 그을린 목선 하나
외로움 되었네
☆★☆★☆★☆★☆★☆★☆★☆★☆★☆★☆★☆★
밤
오세철
가끔
늦은 밤
생각도 없이 거리를 걷다가
들리는 술집이 있다.
술을 좋아해서 아니야
만나야 할 상대가 있어서도 아니야
내 나름대로 이름 지은
그리움의 병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취미 생활을 하지
나 또한 고독한 사색을 즐긴다
불빛을 보고
잠자는 건물을 보고
가로수와 보도 블록을 보고
자동차 엔진소리 음악이 되어
밤은 날 부른다
바람 불면 바람 따라
비가 오면 비릿한 내음
내가 빠져들고
나와 같은 누군가를 만나면
담배 한 개비 나눠 피며
안녕을 하는
난
그리움의 병자
☆★☆★☆★☆★☆★☆★☆★☆★☆★☆★☆★☆★
봄맞이
오세철
봄은
아름드리 소망
바람결에 가득 싣고
시골길에서
방실대는 날
언덕배기
회색 비둘기
푸르르 푸르르
날개 날개짓
얼음덩이 제 생명으로
머언 이별 고하고
산허리 품어 안은
동그란 연못 금세
싱싱한 붕어
폴짝 솟아오를 듯
가득한 平和
☆★☆★☆★☆★☆★☆★☆★☆★☆★☆★☆★☆★
사랑은 묘한 분꽃 같은 것
오세철
함께 있으면 아름답고
너무 눈부셔 있을 때
조금은 잊혀 지는 듯
어둠 속에서 끼리끼리 피고 웃는
우리 분꽃이고 싶어라.
달 밝은 밤에 마주 보며 사는
한 몸으로 평생을 평생을...
그런 분꽃이고 싶어라
환한 햇빛 아래서
수줍어 온 몸을 움추리는 그대
어둠이 찾는 밤이면
그대 너무 밝은 미소가 좋아
사랑이라 말하리
☆★☆★☆★☆★☆★☆★☆★☆★☆★☆★☆★☆★
서러워도
오세철
처음 만나 사랑할 때 가을 밭에
잘 익은 빨간 사과 같더니만 몇 년을 살다보니
여름날 시들어 버려진
상추 꼬랭이 모습보다 다를 게 뭐 있을까
흐르는 물도 먼지 이끼로 오염되는데
인간이야 오죽하랴
복잡한 세상살이 어제 좋은 빛깔 다 바래지고
남은 건 근심 걱정
하얗게 보풀이 이는 적지 않은 나이에
새삼 돌아보는 옛날 부질없는 헛기침만 토해지고
거칠어진 아내 손마디
귀한 여식 데려다 마음고생 몸 고생
여보
서러워도 살다보면 웃을 날 있겠지
내
마음의 따뜻한 남자 아직도 빨간 사과라오
☆★☆★☆★☆★☆★☆★☆★☆★☆★☆★☆★☆★
섬
오세철
세상에는 얼굴이
둥 그란 사람 네모난 사람
도는 길쭉한 사람이 살고 있지
난 둥 그란 얼굴을 좋아한다
그리 멀리 않은 세월
기다리던 긴 머리에 둥 그란 얼굴
꿈에 그리던 이상을 만나게 되었지
긴 시간 속에서 난 그의 포로가 되었고
그 또한 내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나만의 여자로 존재되었다
어느 날,
그는 가정으로 가야 한다는
하늘이 무너지는 선포에
그 찬란하던 시간들이
소나기 아래 촛불이 되었지
지금도 그와 만든 소중한 섬 하나가
어느 바다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새들의 낙원이 되어 있겠지
☆★☆★☆★☆★☆★☆★☆★☆★☆★☆★☆★☆★
섭리
오세철
겨울비가 내리고
바람 위에 낙엽이 나부낀다.
흐린 하늘 너머에 솜털 닮은
눈송이가 펑펑 사람들 이마에
부서질 듯 변덕스런 아가의
눈망울처럼 질서를 잃고 있다.
이런 날은 어디론가 떠나고픈
사람들과 공감 할 줄 아는
한순간의 낭만을 위해 한 움큼
눈송이를 뭉치고 시원한 향기에 젖어
가슴 한 구석 비우지 않는
투명한 샘물이고 싶다.
예정된 저편에서 넓이와 깊이의
☆★☆★☆★☆★☆★☆★☆★☆★☆★☆★☆★☆★
슬픈 사랑은 詩가되어
오세철
창 밖 5월 꽃 보듯
화사한 웃음 햇살 비치면
더 뜨거운 몸짓 무성한 향기
쏟아 그 속
한 사람 가두우고 하얀 손 흔들어
안녕 이라 한다.
꽃수레 타고 여름 지나온 천사
커피 색 갈잎 밟아 서서
수줍은 사랑 고백
한 통 편지처럼
기쁨으로 안아 들어 마른 가슴
모닥불 지펴도 영원 같은 불꽃 속
운명의 그늘이 진다.
☆★☆★☆★☆★☆★☆★☆★☆★☆★☆★☆★☆★
슬픈 葉書
오세철
바람이
푸라터너스 쓸고 간 거리
잘게 찢긴 상처 눈물 방울들
만추로 떨리는 계절 울음
서러워 피멍진 몸부림하는데
그대 듣는가
석양에 빠진 그리운 노래를
가슴 겹치는 쓸쓸한 울림
한겹 계절을 벗고져
푸른 하늘 빛 상념
여인의 눈가
만연한 가을이 초라하다.
☆★☆★☆★☆★☆★☆★☆★☆★☆★☆★☆★☆★
슬플 때 함께 울어줄 사람은
오세철
나 누군가의 의미가 되어 살고 싶다.
사랑을 위해 사랑이 아니라
진정 그의 가슴을 사랑하기에 내 모든 것
아깝지 않은 그를 만나리
어제 떨어진 꽃잎 다 시들어
기억조차 메말라 있을 때
한 올 꺼내어 노래할 줄 아는 사람
잃어버린 사랑을 만나
눈빛 반짝인 웃음이 고운 사람
이제 그를 만나러 길을 떠나리
사랑을 아는 사람과
아픔을 아는 사람과
모두를 아는 사람과
이제 만나
기쁠 때 같이 웃고
슬플 때 함께 울어줄 사람은
내게
축복 받은 사랑이라 말하리
☆★☆★☆★☆★☆★☆★☆★☆★☆★☆★☆★☆★
시골 풍경1
오세철
이슬 내린
푸른 잎사귀 사이사이
매미의 노랫소리
아침을 활짝 연다.
언덕 밑에
살포시 내려앉은 햇살
작은 연못에
향긋한 아침 향기
산너머 저 멀리
목이 텁텁한 서울 사람들이여
이번 주말쯤 내려와
좋은 공기 맘껏 마셔 가오.
☆★☆★☆★☆★☆★☆★☆★☆★☆★☆★☆★☆★
시골 풍경2
오세철
가는 길이 벅찬 태양
서산 마루턱에 눕는 저녁.
붉게 상기된 태양 서쪽 하늘
물들일째 농부는 땀에 흠뻑 젖어
구수한 된장국을 머리에 떠올린다.
곱게 단장된 마을 길 느티나무 아래
둘러앉은 노인의 얼굴에도
하루를 마감하는 설풋한 그림자
드리워진다.
저녁 요기를 찾는 섬강 물새가
작은 동네를 반바퀴
휘-돌아 나가고 있다.
☆★☆★☆★☆★☆★☆★☆★☆★☆★☆★☆★☆★
아내의 노래
오세철
백 날을 하루같이
맴돌아 바라보는 당신
깊은 눈 속에
비밀 같은 내가 서 있고
늘 가슴 쓸어 내리는 소리
다시 한숨 멎으면
그대 얼굴엔 흐린 날
이슬 같은 아픈 눈물 고여라.
운명이란 굴레 속에
수많은 웃음과 울음
새벽 자락에 닿을 쯤
아련한 옛날을 돌이켜
그대 보노라면
어느새 창가엔 저녁 노을
불그레 웃고 있습니다.
난 너에게 넌 나에게
한 송이 해바라기
☆★☆★☆★☆★☆★☆★☆★☆★☆★☆★☆★☆★
약수터에서
오세철
엷은 어둠
높게 뜨는 새벽은 향기가 좋다
소나무 참나무 아카시아도
밝아 오는 동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정돈되지 않은 어둠의문앞에
또 하루가 노크를 하면
내 소중한 것들
어둠 속으로 밀려들고
감추고 싶은
어제 밤의 비밀 같은 꿈
여명의 힘찬 울림을 들으며
무거운 세상
기댈 곳을 찾아
약수 한 바가지 떠 위로를 마신다
☆★☆★☆★☆★☆★☆★☆★☆★☆★☆★☆★☆★
어둠의 벽
오세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람부는 거리에 나서보면
반짝이는 네온불이 어둠을 삼키려 한다.
주름진 하루가 접히면
다시 맞을 내일의 모습
저 먼 동쪽으로부터 소리없이 밀려 오는데
준비도 없이
하루를 움켜쥔 포만감에 젖어 있고
또 어떤 희망이 떠오르는가.
길이 멀다.
바쁜 걸음에 우리들.
한 순간의 욕심으로 잔잔히 부서지는 꿈.
겨울 뜨락엔
이름도 없는 하얀 꽃이 내려와
순간을 풍요로 감싸 주지만
허무로 얼룩진 삶의 단상.
지금도
밤은 그렇게 시간을 도적질 하고
허망의 끄트머리에서
우리의 작은 희망마저
서슴없이 동사시키고 있다.
☆★☆★☆★☆★☆★☆★☆★☆★☆★☆★☆★☆★
어제 같은 오늘
오세철
문득 뒤돌아보면
그대 찬란했음에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누군가에게 감추고 속으로만
싹틔우던 밀어들 절망인줄 알면서도
희망을 키우던 그 날의 꽃나무
작은 골목 담 벽에 기대서서
그대의 목소리 더듬는 밤에 짧은 여백이나마
수줍은 마음으로 노랠 부른다
외로운 가로등 바라보며
그대 발자국 소리 기다려도
어디선가 철 대문 부딪는 울림에
몸뚱이 자즈러 들고 뜨거운 가슴
저녁 내내 식을 줄 모른다
어둠 속에 아기 새의 몸짓도
세월이 흘러 성숙한 자유로움에
익숙해지는데 비로소 여기 남겨진
헝클어진 삶의 긴 이야기뿐이네
☆★☆★☆★☆★☆★☆★☆★☆★☆★☆★☆★☆★
어제보다는 편안한 하루
오세철
어제는 하루 종일
우울한 마음에 편치 못한
하루를 살았지
오늘은 좀은 여유가 생긴다.
많은 일들이 어제의 하루 속에
일어나고 있었지
직업에 관련된 일과 사적인 생활들이...
오늘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어제보다는 한결 편안한 하루였다.
내일은 출장이다.
일일 코스라서 신나는 것은 아니지만
바다를 볼 수 있기에
조금은 설레어 보고 싶어진다.
동해 바다에 다녀 온지도 몇 일 안 되는데...
그래도 또 가고 싶다.
살짝 경치만 보고
바다 냄새도 느끼고 와야지.
☆★☆★☆★☆★☆★☆★☆★☆★☆★☆★☆★☆★
여인의 방
오세철
집에서 가까운 골목 입구
단층집이 있다
가끔씩 열려 있는
하늘색 창문을 바라보곤 하지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비가 몹시 내리는 밤 이였어
빗줄기를 피하기 위해
지붕 밑에 서 있다가 우연하게도
한 여인의 알몸을 보게 되었네
지금 이사 가고 없지만
늘씬하고 탄력 있는 몸매 지금도 또렸하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밤이면
그 날의 영상이
자꾸 날 유혹한다
어디에 살고 있을까?
......
☆★☆★☆★☆★☆★☆★☆★☆★☆★☆★☆★☆★
예정된 사랑
오세철
사랑은 멀리 보이는 게 아닙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마주보며 다둑거려 주고 흐르는 눈물을
씻어 줄 수 있는 것
사랑은 홀로 서는 게 아닙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 눈이 오면 눈을 맞아
식어 가는 체온을 포근히 보듬어 주는
4月의 햇살 같은 것
사랑은 한줄기 바람입니다
꽃밭으로 지나가는 바람 천년의 세월을
영롱히 빛나는 이슬 위에 입맞춤하는
아주 즐거운 바람입니다
사랑은 무형이 아닌 유형입니다
서로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각자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함께 지닌 그대와나
이제 갈 수 있는 나라 승차권을 준비합니다
☆★☆★☆★☆★☆★☆★☆★☆★☆★☆★☆★☆★
오늘은 그대가 그립다
오세철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그대
눈이 하얗게 내린 날
어디론다 말없이 떠나버리고
이렇게 홀로 남아서
슬픔에 젖어 있는데
작은 미소가 어여쁘던 모습
다시금 사랑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대를 너무 사랑했기에
바보가 되어버린 지금
그대가 못견디게 보고 싶은 마음
지금 내리는 저 눈은 알고 있을까.
그대는 알고 있을까.
☆★☆★☆★☆★☆★☆★☆★☆★☆★☆★☆★☆★
우리는
오세철
그리움이 너울대는 밤마다
그대를 위해
내 젖은 가슴을 풀어 놓는다.
같은 빛이 아니어도
같은 소리 아니어도
찬란한 무언의 언약을 하고
내 그리움의 동조자가 되어
인연의 다리를 놓았다.
밤은 깊고
더욱 짙어지는 어둠 안으로
총총 빛나는 그리운 이름
햇살이 올 때 까지
반짝이는 눈망울
그대 내 사랑아...
담쟁이 넝쿨로 타고 오르는 어둠 속으로
아름드리 사랑에 우리,
서로를 우러르는 시 한수
정결하게 내리고 싶다.
☆★☆★☆★☆★☆★☆★☆★☆★☆★☆★☆★☆★
울지 않는 여자
오세철
그대는 하얀 웃음을 가진
한 송이 목련
가슴엔 언제나 겹겹이 싸여진
사랑을 담고 하나씩 피운다.
그대는 씩씩하고 용기 있는 여자
오늘은 그대를 더욱 보고 싶어라.
이 밤에도 그대 얼굴은
하얀 꽃 피는 사랑의 나무여
그 아픔은 지난 이야기
웃음 짓는, 울지 않는 여자
산천이 변하는 생동의 계절
난 너의 사랑을 받고 싶어라.
지금부터 넌
울지 않는 여자라고 부른다.
☆★☆★☆★☆★☆★☆★☆★☆★☆★☆★☆★☆★
原州 땅
오세철
치악산 껴안고 몸부림하는
저 안개
온 밤 내내 어루워도
부족한 아쉬움인가
아침 태양은
머슴아이
계집아이 머리 쓰다듬다
쉬엄쉬엄 논둑을 걷는다
흐릿한 대기 속에 원주 하늘
도시로 날아오지 못한 새는
상원사를 맴돌다
눈을 감으리라.
☆★☆★☆★☆★☆★☆★☆★☆★☆★☆★☆★☆★
이 밤에
오세철
자박자박 비 오는 밤에
그대 가슴에 내리는 하얀 빗물이고 싶다
찌는 더위에 메말라 있을 그대 가슴
촉촉이 적셔 주고 싶어라
치적치적 비오는 밤에
한적한 곳에서 움막을 치고 그대와 둘이서만
소근소근 속삭이며 황홀한 사랑에 취해
죽은 듯이 없는 듯이 그렇게 잠들고 싶어라
주룩주룩 비 오는 밤에
처마 끝에 내리는 빗물을 보며
가슴에 차 오르는 그대 가슴에
한다 발
꽃으로 피어나고 싶어라
☆★☆★☆★☆★☆★☆★☆★☆★☆★☆★☆★☆★
이방인
오세철
하나 둘
흩어져 버린
친구의 얼굴들
어느 멀리에서
서로가 갈 길을 가고
기억도 없는 친구들
나무가 새암을 마셔
살찌우고
낙엽을 지우듯이
우리들도 옛 우정을
소리 없이
하나 둘
먼 우주로 떨구어 낸다
봄이면 새순아 돋듯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하얀 겨울 알몸인 채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우리는 항상
이방인이 된다
☆★☆★☆★☆★☆★☆★☆★☆★☆★☆★☆★☆★
이 세상에
오세철
당신과 내가 한 자리에 마주 서서 이별을 해야 할 까닭을
10년이 지난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날 헤어짐의 의미도 모른 채 밤새워 당신을 원망했고
당신의 이름 석자 귀에 들릴 때 아픈 가슴을 쓸어야 했던
지난밤들이 수 없이 많습니다
당신이 돌아오지 않아도 강가를 홀로 걸어도
당신을 잊기 위해 애쓰는 시간에 10년의 세월에 묻었던
사랑을 내 정성의 물로 빨아 말려
가을 그늘에 앉아 곱 게 곱 게 다듬질 할겁니다
이제는 당신을 위해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시간이
나의 기다림이며 행복의 시간이 될 거요
사랑하는 이여 이제 당신의 영역 속에서
당신을 노래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내일로 갈 수 있어요
이 세상에
사랑하는 법과 이해하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습니다
☆★☆★☆★☆★☆★☆★☆★☆★☆★☆★☆★☆★
立秋
오세철
아직 이마에 물기
서려 여름이라 하는데
딸 아이 알몸으로 뛰어
노는데 달력에 입추라
적혀 있다
고향집 텃밭 붉은 색
강냉이 수염 여린
모습 인체
가을을 맞는 ~ 구려
쪽빛으로 물든 하늘
흰 구름 수놓아
빨간 색 고추
주렁주렁한
어머니 고향에도
가을은 찾아오리
☆★☆★☆★☆★☆★☆★☆★☆★☆★☆★☆★☆★
잊혀진 계절
오세철
젖은 안개사이
볼그레한 해가 떠오르고
기다리던 아침이 찾아오면
분주한 생각에
난 어디로 가야하나
신호등도 꺼져버린 그대와 나의 길
어제의 자리에서 맴도는
잔잔한 물결의 사랑
채 익지도 못하고 남겨진 아쉬움에
하얀숨 몰아쉬며
그대의 따스한 체온을 되뇌인다.
못잊어 하는 것이
이 아침에 죄가 된다면
해맑게 웃어주던 그 시간의 기억들
이제 차거운 겨울섶에
홀로 남겨두고 정녕 떠나아하리.
하지만,
무너진 사랑이라 말하진 않겠네.
☆★☆★☆★☆★☆★☆★☆★☆★☆★☆★☆★☆★
장마
오세철
엊저녁 비바람 홈씬 물줄기 머금은 갈잎
갈채를 일으키곤 음흉한 소리로 달아나는 바람
백년은 됨직한 은행나무 옆 작은 하수구에서
붉은 진흙탕 물이 퐁퐁 솟고
어떤 여자가 벗어 던진 검은 색 브래지어가
힘겹게 물살과 어울려 춤추고 있다
허리 구부러진 할머니
프라스틱 바구니 가득 넘치도록
싱싱한 상추 쑥갓이 입맛 돋우고 하늘엔
먹구름만 가득 고여 치악산 향해 달린다
장마 속에 하루가 지루하다
온 종일 내리는 빗소리에도 옆집 못생긴 멍멍이는
마냥 좋은 듯 비린내를 풍기며
이 집 저 집 대문을 기웃거리다
어디론가 발을 내딛고 나의 빈 눈은 하늘에 걸려
제 자리에 돌아 올 줄 모르네
☆★☆★☆★☆★☆★☆★☆★☆★☆★☆★☆★☆★
저자 보는 老母
오세철
해그믐 서녘 하늘 진 노울빛 피어날 째
중앙동 장골 목에 등 구부린 저 늙은이
저자장 몇 날몇일 길모퉁이 제 털더라
한양간 자식놈이 명절 때라 돌아와도
빈손만 휘저어서 기다리던 에미 속옷
꿈속에 의복 되니 살아생전 입어 볼까
선한잠 시계 소리 귓전에서 요동치면
열무랑 숙주나물 대바구니 꼭꼭 쌓아
신경통 걸린 다리 꾹꾹 만져 달래 놓네
정한수 장독 받쳐 천주님께 빌어 봐도
한겨울 다 가도록 소식 없는 불효자식
베갯잇 적시는 밤 울다 지쳐 잠들었소
☆★☆★☆★☆★☆★☆★☆★☆★☆★☆★☆★☆★
제비꽃
오세철
보랏빛 탐스런 오월
수줍어 살며시 고개 숙인
앉은뱅이 제비꽃
개미떼 짓밟힘도
비바람 흙먼지 쌓여도
활기차게 살아가는
보랏빛 젊음
몇 일이 지나면 주머니에
후손을 가득 품고
속절없이 왔다가는 삶이여
달빛 아린 오월 밤은
생의 종말 될 터이니
하나씩 접는 잎새에
영롱한 아침 이슬이 어울려
아름답게 반짝이네
☆★☆★☆★☆★☆★☆★☆★☆★☆★☆★☆★☆★
좋은 아침에 서면
오세철
어제 밤
일찍 잠든 것이 도움이 된다.
잠에서 깨어도 맑은 정신
잠이 욕심나지 않는다.
매일 일어나면 귀찮아하였는데
오늘은 상쾌한 기분이다.
내일도 그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즐거운 주말
내일은 신나는 일요일
야외로 나들이를 떠나고 싶다.
가까운 곳에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가족과 좋은 시간 보내고 싶다.
오랫만에
가족과 이웃과도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리라.
☆★☆★☆★☆★☆★☆★☆★☆★☆★☆★☆★☆★
죄와 벌
오세철
사랑으로 슬픈 사람 정이 그립고
가난으로 괴로운 사람 돈이 그리워라
세상에 알몸으로 태어나 보이지 않는 영혼
신으로 섬기여 살아온 둘도 없는 그리움 하나
돌아서 가는 길 꿈에도 못 잊을
영원한 별로 남는다
홀로 빈손으로 세상을 맞아
불행 속에 살아온 날들
가슴은 용기, 기운 잃고 탄식의 시간만 흘러......
불어라 바람아 가난에 찌든 죄
산 넘어 강 건너 저 멀리
태평양 넓은 바다로 사라져라
사람의 가난은 영원한 죄 인가?
☆★☆★☆★☆★☆★☆★☆★☆★☆★☆★☆★☆★
죽음처럼 잠들어 있다가
오세철
죽음처럼 잠들어
숨쉬기도 어려워 할 무렵
넌 하나의 빛으로
어제가 아닌 오늘의 나로
바람의 길을 열었다.
너도나도
파랗게 멍든 세월
속으로만 쓸어 내리는
지난 밤 차가운 이슬 되어
가슴 싸아 안고
슬픈 넋두리만 노래했었지
그런 상흔의 굴레
이탈도 쉽지 않으련만
꿈을 키우고
사랑을 위해
과거는 저 깊어버린
수몰의 땅
아직 그리움이 남아 산다.
죽음처럼 잠들어 있다가
유유한 너의 웃음에
실 낟 희망을 품어 살았네
너에게 허락도 얻지 않으면서.
☆★☆★☆★☆★☆★☆★☆★☆★☆★☆★☆★☆★
地區라는 벤취에서 사랑이라는 술을 마시며
오세철
이제 더 孤獨해야 할 가을 잎새에서
국화꽃을 보았습니다
함께 꽃을 이야기하며 온 종일 동행해도
지루하지 않을 사람
이렇게 그대 그리워 질 때 흐르는 눈물
주체 할 수 없음은 그대 사랑 넘치는 까닭에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먼발치에서 그댈 부르면 화사하게 웃는
가을 하늘 같은 청명한 나만의 그대
눈을 들면 보일 듯 가까운 거리
그대의 밤을 생각합니다
모질게 유영하는 그대의 몸짓 빛나는별빛속
빈 껍질로 안주합니다
내 눈물 강을 이뤄도 이 밤 그댄 모를 테지
남 몰래 떠도는 한줄기 바람 같은 나
슬픈 放浪者 되어 메마른 길섶에 무릅모으고
눈물이 바싹 마를 때까지 어둠을 만져야 합니다
눈에 익은 9月하늘 내겐 반갑지 않은 비겁한 외면
가을 밤 기러기처럼 외로운 고요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댈 기억하는 건 내게서 벗을 수 없는
永遠한 艱難입니다
그대가 따라준 사랑의 술입니다
☆★☆★☆★☆★☆★☆★☆★☆★☆★☆★☆★☆★
창가의 그리움
오세철
하얀 눈발이 그치고
그대 오시려나
하얀 그리움에 젖어든 가슴
나직한 어깨를 흔들며
밤을 맞는데,
내 창가에
너의 그리움 걸어 놓고
온 종일 기다리다
화려한 불빛을 만난다.
소복히 쌓여진
눈 빛깔 만큼이나 고운
창가의 그리움
물결치는 가슴
애써 꼬옥 안아본다.
☆★☆★☆★☆★☆★☆★☆★☆★☆★☆★☆★☆★
청상과부
오세철
가끔 외로운 여자
이슬 같은 슬픔 속눈썹에 가득 담지
깨알처럼 속살 부드러운 당신의 껍질을
벗을 수 있다면 몽실한 젖무덤 그늘 아래
조각난 인생 놓을 수 있으련마는......
세월에 멍든 푸른 한숨 집을 짖고 문패
걸어 그 이름 홀로된 여인이여!
전쟁에 숨져 간 패잔병 넋처럼 소리 없이
떠도는 청상의 외로움 섣달 그믐날
대추나무 정수리에 아픔으로 열렸어라.
긴 날 밤새워 기워 입은 청상의 절개는
방황을 서두르고 뭇 사내의 두툼한 가슴
눈앞에 여울 됨에 여인은 풋내 가시지 않은
희멀건 허벅지를 꼬집는다.
벽에 묶은 붉은 색 자등은 여인의
체온처럼 뜨겁게 뜨겁게 새벽을 기다린다.
☆★☆★☆★☆★☆★☆★☆★☆★☆★☆★☆★☆★
치악산의 가을
오세철
치악산은 여름을 보내며
옷을 벗는다
땅위를 커피색 수를 놓으며
한겹 한겹 옷을 벗는다
재잘거리던 풀벌레들 이야기
잎새에 묻어
아쉬움 간직하고
가을은 조용히 오솔길을 걸어간다
계절이 영그는 소리
아직은 서툴지만 그래도 향기롭다
팔 들면 느껴지는 체온들
서로 나누던 지난 계절 이야기
소란스레 찾아왔던
봄, 여름, 그리고......
침묵으로 잠들고 홀로 남은 겨울을
기다리며 가을은 조용히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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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오세철
친구야
이제야 너는
하나의 친구로 기억에 남는다
한 순간
하나의 사랑이 되어 버린 우리
견딜 수 없을 만큼
그리운 고통의 시간을 태우고
거리에 버려진 아이처럼
울다 지쳐 잠이 들곤 했었지
술과 방황의 나날들 그렇게 긴 터널
지금 헤아릴 수 없지만
서로의 자유를 위해
내 안에 갇힌 너 놓아주어
네 옆에 서서
시선을 마주할 수 있는
맑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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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C 라스트 크리스마스
오세철
늘 아리게 살아온 시간
아름다운 그리움
밤마다 고독의 사슬에 몪여
애타 는 기다림을 잊은 채
착각이라 여기며 살아온 날들
닫지 못하는 문
열지 못하는 문
인간은 항상 미로 속을 헤매고
도망치듯 숨어든 방
무성하리 만치 이탈된 삶을 살면서
20세기 마지막 7일 밤
작은 촛불 하나 밝히고
촛농이 다 사그라들 때까지
좋은 날을 위해 기도하리
한 뼘만큼 살아온 세월
그 만큼 더 살아야 할 세월
가슴앓이 하지 않는
길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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濁流(탁류)
오세철
매월 말일이면 월세며 공과금 납부할 때
억울한 생각이 들 곤하지.
해마다 새해에는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야지 다짐하지만
이미 개미허리 된지 석삼년 된 것 같네,
재벌들 그리 흔한 뇌물, 그놈의 돈은 서민들 손에 들어오면
가랑잎이 되는지 귀하기만 하다. 언제부터인지 투표라는
것을 잊고 산다.
어떤 양반 좋으라고 선거를해!
물론 내가 포기해도 변하는 건 없지, 김 아무개 이 아무개
누가 여의도 가서 금뺏지 달아도 내 생활 변함 없고
세금은 오르는데...... <내가 찍은 한표 주권 행사>라고
누가 말했는지 궁금하다.
서민의 권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손드시오.
노동자가 삶에 겨워 유서한장 달랑 남기고 이승을
떠나는 것, 지하도 귀퉁이에, 썰렁한 역전 대합실 의자에
신문지 깔고, 덮고, 잠자고 끼니 굶어 누렇게 뜬 사람을
정치하는 양반들 보신 적 있소.?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기는 했겠지만 정치하는 양반들
나라 경제 요모양 요꼴 만들어 놓고
서로가 제탓 아니라고......
법은 의원 님들이 만들고 깔려 죽는 건 힘없고 빽없는
나같은사람 내가 누구냐고 묻고 싶소.!
의원 나리들 점심 한끼 몇 십만원으로 배 두들이고
이빨 쑤실 때 천5백원하는 짜장면 한 그릇으로 질 통지고
5층계단 하루 수십번 오르내린 사람이오.
지금은 그나마도 쫄딱 망해 깡통 차게 생겨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물 한 모금 마시는 신세,
의원 나리들 싸움은 그만하고 정치좀 제대로 하여
한국 경제 바로 세워 주시오.
알고 속고 모르고 속고 무슨 말을 하든 정치하는 양반들
국민의 세금이 피와 땀이라는 사실만 알고 사시오.
우리나라 속담에 <소귀에 경읽기>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소인가요.?
새천년 부터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입에서 꺼내지도 마시오.
한번은 속지만 두 번은 속을 리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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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오세철
편지를 씁니다
보낼 곳도 없으면서 무작정
편지를 씁니다
밤의 나그네 되어 이곳 저곳 서성이다
아는 이
이름 석자에 원대한 타이틀을 걸고
꼭꼭 숨겨두었던 소망처럼 귀한
단어들을 불러모아
진한 감동을 주고 싶어서
편지를 씁니다.
부모님 안녕하시고 애들은 잘 자라는지
그리고
자네 처는 아직도 여전하게 어여쁜가?
작년 가을에 담아둔 포도주
아직 남아 있겠지
조만간 한번 들려 함께 회포나 풀자구
그럼 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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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오세철
눈과 마주치면 가장 좋아하는 하늘
구름 한 점 거느리지 못한
청아한 하늘이 좋다
늘 그렇게 파란 모습 욕심이 소망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으로
내 나이와 똑같은 하늘
어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을 송두리채 하늘에게 주어도
지금은 아깝지 않은 이유 잘 모르지만 마냥
가까이 가고 싶은 동정은 세상에서
흔하지 않은 빛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서
저 하늘이 내 마음을 동요 시켰을 것이다
회색 구름이 지나도 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에 산다
오늘도 내일도 청아한 하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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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배
오세철
난 당신이 곱게 접은 하얀 종이배
지금 세월이라는 강위를 흐르고 있습니다.
흐르고 흐르면서 때론 물살에 심히
구타당해도 온몸이 피멍 투성이 되어도
당신이 설계한 정성 때문에 모든 것을
감수해야만 될 운명인가 봅니다.
출렁이는 뱃전에 먹구름 그늘이 드리워져
몹시 가슴은 떨리고 요동해도 참아야만
종점까지 도달 할 수 있으리란 생각뿐입니다.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춤을
추는데 당신은 저 만치에도 보이지 않으니
조급한 마음에 상처가 더욱 쓰려 옵니다.
앞으로 눈앞에 닥쳐올 여울과 계곡 어떻게
지나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당신이여 나의 주인이시여 내가 갈 길을
인도하여 순조로운 여행에서 내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하얀 종이배의 말로는 당신 결정을 기다리며
묵행일 뿐입니다.
난 당신의 소유 하얀 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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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짙은 계절
오세철
담장 가득 라일락 향기 풍기더니
어느새
장미꽃이 만발한 6월의 허리에 서있네
아침이면 흠씬 물을 머금어
농염한 여인
붉은 입술이 되어 날 유혹하네
2층으로 오르는 오이 넝쿨이 제법 자라
나무 가지를 건너려 한다
마디마다 아가의 웃음 닮은 노랑 오이 꽃
남쪽을 향한 창문에 목련나무 연두색 잎이
바람결에 흔들리면 누군가 날 부르는 듯
나도 몰래
눈길 따라 다니다 이내 지쳐 버리고
돌아서면 더 보고 싶은 나무
내일은 무엇이 날 유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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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息
오세철
어제는 해무리 지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자잘자잘 비가 내린다
아내는 배를 깔고
입 모양 삐뚤어진
모습에 왼 종일 자고
워낙 잠수가 적은 난
말똥말똥한 눈으로
천장과 밖을 들락거려
무료함을 달래 봐도
오늘은
감자 부치기가 제격이지
밀가루 촌 떡이면 어떤가
막걸리 곁들여
속을 달래고 싶은데
아내 음식 솜씨
기대를 미치지 못해
입맛만 다시고
잠시 접어 둔 시집을 꺼내
턱 밑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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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에는
오세철
회색빛 하늘
넓은 지붕을 하고
흐트러진 마음 모두 우고 싶은
남자의 깊은 속을
긴 머리 여인은 모를 게다.
수다스런 계절 변화에
흔들리는 남자의 마음
한나절쯤 지나고 나면
조금은 누그러들어도
언제나 그게 그거지.
여자의 마음을 흔들리는
갈대라고
누가 비유했거늘
남자의 마음은 더 여린
오늘처럼 흐린 날에는
여자이고 싶어
여자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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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오세철
긴 밤 지새우던
그와 나
인연이 다 하던 날
헤어짐이 서러워
못살 것 같더니만
세월은
내일이 있음을 알려 주었네.
체념한 허탈감에 수많은 방황
결국
홀로 걷는 길이었는데
꽃피는 계절은 몇 바퀴 돌아
세월은
아픈 상처를 씻어 주었네
추억은 누구나 그렇게
아름다운 상처로 남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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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꽃
오세철
떨리는 손
따스히 맞잡은 사람 사랑이라
이름하기엔 너무 진한 빛
입술 깨물며 삭이는 운명
잊고저 눈감아 돌아서면
무성한 그리움
이승에로 넘나드는 수많은
칠흑의 밤 내 심장 찢어짐
몇 갑절 네 웃음이 더 아프다.
너는 나는 누구인가 ?
차라리
숨어 피는 꽃이라 불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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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오세철
아주 오랜 옛날부터
켜켜이 쌓여진 세월의 그늘......
속으로만 조용히 침잠 하는 조선국
아낙네 모습처럼 때론 그립고
때론 안타까워
하나밖에 소유 할 수 없는 여자
얼굴보다 더 고운 마음의 당신에게
미안함이 더 많은 사람으로 어디엔들
서 있어도 수줍은 그림자로
서성이는 당신 늘 헤아리지 못하는
그대의 속마음을 언젠가는
어느 계절 모퉁이서 알게 될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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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도세상김용호님..워요..
오늘도 감사 드립니다....
한주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늘 주시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