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인력 철수하며 임시봉합… 대리점 "엘리베이터 없으면 배송거부 여전"
온라인쇼핑 늘어 물동량 年 10%씩 증가… 택배단가는 5년 새 10% 내려
물류업계 "B2B 입찰에 '단가 하한제' 도입 필요… 노조-대리점-업체 한목소리 내야"
국내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의 택배지연 사태가 봉합되는 분위기다. 다만 미봉책이라는 게 문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택배 분류수수료에 대해 택배노조와 대리점 간 이견은 여전하다. 택배노조가 합법적인 노조인가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택배파업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註>
영남지역에서 시작돼 수도권까지 번진 택배대란이 일단락된 듯하다. 분류수수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던 택배노조(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는 지난 21일 대리점연합회와 '정상배송'을 합의했다
24일 현재 대리점연합회는 노조와의 합의 내용에 따라 본사 대체인력을 영남지역에서 철수했고, 노조원은 해당 지역의 물량을 처리 중이다. 배송 정상화는 지난 19일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차동호 CJ대한통운 부사장이 만나 양측 중재에 협의한 후 급물살을 탔다.
노조와 대리점 간 갈등의 핵심은 배송업무 전 진행하는 분류 작업이다. 통상 택배 기사들은 배송 시작 전 지역 터미널에서 본인 구역에 해당하는 상자를 분류해 싣는 작업을 거친다.
대리점과 본사는 이 과정을 배송업무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조 측은 이를 분리해 분류에 대한 대가가 따로 지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시각차로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이번 갈등이 일단락됐더라도, 분류수수료와 관련해서는 대리점 측과 교섭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배송업무에 포함이 되냐, 안 되냐를 두고는 대리점연합회와 여전히 이견이 있는 상태"라며 "추후 교섭방향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교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업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리점 측은 노조와의 합의 후 입장이 더 곤란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합의에 따라 파업 대체인력을 철수했지만, 특정 상황에서의 배송을 거부하는 노조의 태업이 여전해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연합회가 언급한 사례는 편의점 택배 수거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고층 빌라로의 배송 거부다.
연합회 관계자는 "파업 철회, 정상배송 선언 후 대체인력을 철수하고 노조원에 물량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고층빌딩 배송 거부 등의 태업"이라며 "노조가 언급했던 신의와 성실 원칙이 이로 인해 어긋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소고발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분류수수료 갈등… 해법은?
분류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지난 2011년엔 대법원에서, 2017년엔 광주지방법원에서 분류수수료 지급과 관련한 소송이 있었다. 법원은 두 사건에서 모두 "분류작업은 회사뿐 아니라 택배 기사를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소송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