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일본 해상보안청은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북한 공작선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것들을 발견했다. 2001년 12월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의 총격전 끝에 침몰된 그 배에는 로켓 발사기, 82구경 바주카포, 대공 기관총, 2기의 지대공 미사일 등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무기들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선체 안의 즐비한 시체들은 선박 안에서 또 한번의 전투가 벌어졌음을 보여줬다. 가망이 없음을 깨달은 공작선의 특공대원들이 살아남은 몇명의 선원들을 모두 사살한 뒤 생포되지 않기 위해 배에 구멍을 뚫어 가라앉힌 것이었다. 그들 중 한명이 죽기 직전 쓴 것으로 보이는 ‘아아 당이여, 우리는 영원히 당신의 충신이 될 것입니다’라고 쓰인 목판도 발견됐다.
북한 특수작전부대는 미국 해군특수부대(SEAL)와 맞먹는 최정예 살상력을 갖췄지만, 작은 도시 하나를 이룰 수 있을 만큼 그 수도 엄청나다. 미군은 이들을 10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최대의 특공대 규모다. 이들은 무술로 단련돼 맨손으로도 적군 몇명쯤은 동시에 상대할 수 있으며, 저격소총을 가지면 15초 이내에 2백m 내에서 움직이는 표적 몇개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수많은 ‘담력 훈련’ 중 하나는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남쪽에 다녀왔다는 증거물을 한가지씩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임무에 실패했을 경우엔 그 자리에서 자살하도록 훈련받는다. 북한 지도자 김정일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심으로 무장한 이들은 한국전이 일어날 경우 “남한 전역에서 동시다발적 전쟁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북한 특공대원 출신의 한 귀순자는 말했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미사일뿐 아니라 그같은 ‘인간 병기’들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군이 공개한 전쟁 시나리오 ‘위협과 균형 보고서’에서는 전면전 발발시 적어도 5만명의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한국으로 침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는 해안을 따라 소형 잠수정을 타고올 것이고, 일부는 한국기를 가장한 헬기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소형 복엽비행기를 타고 침투할 것이다.
북한의 특수작전부대는 평화시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몇번에 걸친 그들의 공격 중 가장 대담했던 것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31명의 특공대가 남파됐던 사건이다. 그들중 28명은 청와대 근처에서 교전 중 사망했고, 한명은 생포됐으며, 둘은 부상을 입고 가까스로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한군 전문가인 일본 언론인 에이야 오사무(惠谷治)는 “한명은 총상으로 창자가 배 밖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창자를 다시 밀어넣고 손으로 막은 채 북한까지 돌아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공작선 문제를 들고 나왔다. 김정일은 짐짓 놀라는 체하며 “그들은 작전 훈련을 수행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런 일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그런 작전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북한의 살인병기들이 DMZ를 다시 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