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보조금 악용 사례가 늘면서 보조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사업용 차량 50만대를 전기차 및 수소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악용 사례가 늘면서 보조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함에
따라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기 화물차의 경우 올해 기준 보조금이 국비 1400만원에 지방비 600만원을 합산하면 대당 2000만원 수준인데
이는 차량 출고가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다,
또 기준 보유 차량의 폐차 여부와 상관없이 신차 구매 시 보조금을 일괄 지급함에 따라 폐차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회 예산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 화물차 구매 시 기존 보유 차량 폐차 비율은 2.7%밖에 되지 않는다.
정책 목표는 노후 경유차를 전기차로 대체해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인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거액의 보조금만 지급되는 셈이다.
전기 화물차 구입이 기존 경유화물차를 대체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분해서 자동적으로 보조금 단가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일부 운전자는 보조금을 받아서 구매한 전기화물차를 구입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중고차를 판매하는, 정부 보조금 재테크에 나서고 있다.
출고가 4200만원대의 전기화물차를 보조금을 받아서 2000만원에 구입한 후 중고차 시장에서 2700만~3000만원에 되파는 것이다.
실제 중고차 사이트를 살펴보면 출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행거리가 100km도 되지 않는 전기 1톤 트럭 매물이 수두룩하다.
과도한 보조금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친환경자동차 지원사업 보고서'에서 보조금이 시장 형성 초기에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커질수록 보조금 지원보다는 수요와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국내 1톤 화물차 판매 대수는 연간 15만대 규모이며, 이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17%에 이어 올해 22%로 높아지고 있다.
내년 환경부 전기화물차 지원 물량은 연간 5만5000대 규모로, 1톤 화물차 전체 시장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화물차가 시장 형성 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구매 보조금을 통한 초기 시장 창출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가 때문에 보조금 지급 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앞으로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중심 정책보다 인프라 지원 비중을 높여서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의 전기충전소 지원사업이 설치 실적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사후관리가 취약햐서 전기 충전시설 불편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사업은 환경부 예산 가운데 금액이 가장 큰 1조9000억원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집행 결과가 실효성을 띨 수 있도록 정책의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