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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4월 12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하는 전국 순회 민주아카데미 '이기는 민주당 Again 광주'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이 지난 26일 민주당원 대상 강연에서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신세 질 게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며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말려들어가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한다는 외신 보도에 근거해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그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는 순간 러시아가 보복하지 않겠나. 이런 짓을 겁도 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고문은 민주당 정권에서 대통령 빼곤 다 해본 사람이다. 그런 그가 러시아의 보복은 무섭고,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얻을 것은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에 귀를 의심했다. 이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주로 농사나 많이 짓고, 우리나라 물건을 오히려 사가야 하는 나라”라고 했다. 러시아가 힘의 논리를 내세워 약소국을 침공하며 국제질서를 흔드는 것을 못 본 척하겠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22개 국제연합(UN) 국가는 북한의 남침을 못 본 척 넘기지 않았다. 이들은 이 고문 표현대로라면 ‘겁도 없이’ 참전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희토류도 없고, 1인당 GDP는 67달러(1953년 기준) 수준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대신 피를 흘렸다. 연인원 약 200만명이 참전해 약 14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올해는 6·25전쟁 정전 70년을 맞는 해다. 오는 7월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은 22개 UN참전국이 동참한 가운데 거행된다. 기념식에 찾을 6·25참전용사와 참전국 정상이 이 고문 발언을 접할까 낯이 뜨겁다. 이들에게 겁도 없이 한국의 적화통일을 막아줘서 고맙다고 할 텐가. 이들이 ‘신세 질 것 없는’ 나라에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지도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질서가 힘이면 다 된다는 야만적 질서로 돌아가는 것을 용인할 것이냐는 질문을 세계에 던지고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 입장에서 이는 우리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푸틴의 논리를 수긍하면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들이 미래에 한국을 무력 침공하는 것을 합리화해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