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뽀빠와 늙은이는 미라래빠를 찾아 길을 떠났다. 감뽀빠는 스승을 찾아 가는 도중 때때로 흥얼거리다가는 지껄이고 그러다 또다시 크게 부르짖으며 탄식하곤 했다.
"오, 언제나 스승을 뵈올 수 있을까!"
미라래빠를 뵙고 싶은 열망이 너무나 큰 나머지 감뽀빠의 두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갈 길을 재촉하느라 휴식을 취할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그들이 상부(上部) 냥 고을의 '새로운 땅'에 이르렀을 때 늙은 거지는 여행에 지쳐 급기야 병이 나고 말았다. 그는 감뽀빠에게 말하였다.
"여기서부터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나도 모르겠소. 그러나 이 근방에 있는 수도원에 가서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요."
이리하여 홀로 남겨진 감뽀빠는 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사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산간 오지를 눈먼 거지처럼 헤맬 뿐이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땅거미가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크게 낙담한 감뽀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땅에 쭈그리고 앉았다. 하염없이 울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안내하던 늙은이의 음성이 들렸다.
"여보게, 그리 비통하게 울지 말게나. 내가 길을 안내해주겠네."
후에 감뽀빠는 세 명의 거지들이 실은 미라래빠의 변화신(變化身)이었음을 깨달았다.
감뽀빠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며 계속 걸어나갔다. 장쏘차와에 도착하였을 때 고원 지대에서 온 한 무리의 상인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미라래빠에 관해 물어보자 냐낭 마을에서 온 다와쌍뽀라는 이름의 상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티벳에서 명성 높은 명상의 완성자, 위대한 스승 미라래빠께서는 요즈음 진 지방의 추와르에 머물고 계신답니다."
감뽀빠는 이 말을 듣고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그 상인이 미라래빠라도 되는 양 그를 얼싸안고 울음을 와락 터뜨렸다.
그후 정신을 가다듬은 감뽀빠는 곧 바로 딩리로 향하였다. 넓은 평원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감뽀빠는 기진맥진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큰 바위 위에 걸터앉는 순간 아래로 굴러 떨어져 기절하고 말았다. 굶주림과 노독(路毒)이 극도에 달하여 전신의 생명 에너지 통로[氣脈]가 극심하게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한나절 동안 실신하였다가 겨우 깨어나 보니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전신의 털이란 털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벗겨져버렸다. 그러나 그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 심한 갈증으로 목이 타는 듯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을 가져다 줄 사람은 없었다. 감뽀빠는 그곳에서 꼬박 이틀 밤낮 동안 물 한 모금 밥 한술 없이 사경을 헤매며 보냈다. 마침내 그는 맹세하였다.
"이생에 스승님을 만나뵐 수 없다면 내생에는 반드시 그의 곁에 태어나리라. 그리하여 나의 마음이 그의 마음과 합하여 '하나'가 될 것을 맹세한다. 내가 죽은 후 세 가지 바르도에서 오직 스승만을 나의 유일한 귀의처로 삼으리라!"
눈물과 함께 지극한 정성으로 서원하였을 때 때마침 자율에서 온 까담빠종(宗)의 어떤 승려가 지나다가 감뽀빠를 발견했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 사람이오?"
"나의 스승 미라래빠를 만나러 진 지방으로 가는 중이오."
"나도 그쪽으로 가는 사람이오. 그런데 당신을 보니 아주 심하게 앓고 있는 것 같소."
"그렇소. 우선 물 한 모금 주시겠소? 갈증이 심해 목이 타는 것만 같소."
승려는 감뽀빠에게 물 한 그릇을 주었다. 물을 들이킨 감뽀빠는 이내 전신의 기력을 완전히 회복하였다. 감뽀빠는 승려와 동행하며 여행을 다시 계속하였다.
첫댓글 진리의 스승을 만나는 기연을 위한 구도자의 여정이 눈물겹습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진리의 스승을 만날 수 있으려면 얼마나 큰 공덕을 짓고 복을 지어야 하는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