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광주에 있는 영신원이라는 영아원에 봉사활동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땐, 제가 광주청소년자원봉사센터에서 상근활동을 하던 중이라..
이곳, 저곳 사회복지기관을 돌아다니며 프로그램 진행을 했었죠.
제가 찾아간 시간은.. 공교롭게.. 아이들 식사시간이더라구요..
(아들이.. 일찍도 먹지.. ㅡ_ㅡ^)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밥을 먹는데 그중에 눈에 띈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가 민정이라는 아이랍니다.
밥을 먹고.. 아이들이 시끌벅쩍하게 떠들어 대며.. 노는데..
민정이는 그렇지 못했죠. 좀 어두웠어요..
민정이가 한눈에 띄는 건.. 큰 두 눈에.. 양볼은 사과 두개가
넣어 있는 것처럼.. 두툼? 해가지고.. 어두운 표정을 짓기 때문에..
그 표정이 더 어둡게 느껴져요.
가까이 다가가.. 친해질려고.. 갖은 수를.. 다 써서..
결국 친해졌는데요.. 알고 보니.. 다리 한쪽이 불편.. 아니..
한쪽을 쓰지 못하더랍니다.. ^^
민정이는 아동학대를 받아서.. 영신원에 온 아이더라구요.
아이는 올해로 9살인데.. 한글도 모르고.. 숫자도 몰라요..
그래서 그 때 부터.. 맘먹고.. 민정이에게 공부를 해주기로 했어요.
봉사활동은 참 많이 하지만..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그리고 더더구나..
한참 정과 사랑이 부족한 어린아이에게 쉽게 정을 줬다가..
무심히 돌아선 다면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리라는 것도..
부담이었죠.. 하지만.. 열심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주위 사람들은.. 좀 냉담하고 부정적이었죠.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워낙 많은데.. 어떻게 그런 정기적인
사소한 봉사활동을 한다는 걸까? 하고 말이에요..
(물론 절대 사소한 건 아니지만.. 제가 하던 일은 항상
외향적이고 이벤트적인 일들이었으니까요..^^)
그 우려가.. 점점 현실화 될때.. 정말 힘들었답니다..
1주일에 두번씩 가기로 했는데.. 항상 지친 몸으로..
늦잠을 자고.. 또.. 다른 일들과 겹치고..
그러다.. 3월 초에 수술을 하게 되는 바람에..
3월달에는 한번도 민정이에게 가질 못했어요.. ㅜ_ㅜ
한번은.. 제 다른 후배 녀석이.. 영신원엘 갔는데..
민정이가 물었데요~ " 종화오빠 왜 안와?, 이제 안오는 거야? "
하구요.. 후배녀석.. 그냥 아이 기분 좋게 이야기 해줬으면 좋았을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버렸답니다.. ^^*
그러다.. 오늘오늘.. 시간을 내서.. 영신원을 찾았습니다..
민정이에게 미안한 마음.. 그리고 혹시나 날 기억못하면..
기억하더래도.. 이미 신뢰에 상처가 났다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이.. 무척컸어요..
그사이.. 참 많은게 달라져 있더군요.
민정이가 유치원엘 다니게 된거에요.
비록 나이는 초등학교2학년이지만..
신체적인 조건과 학업수준이 부족해서..
유치원엘 보냈답니다.
영신원 놀이터 그네에 앉아 책을 보며..
설레는 맘.. 걱정되는 맘으로 민정이를 기다렸는데..
민정이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 종화 오빠~ 종화 오빠~ " 하며..
달려와 안기더라구요!!
" 왜 안왔어?, 보고 싶었어! " 하며..
투정 반, 애교 반으로 말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죠..
결코 사회복지는 떠드는 말에만 꿈꾸는 이상에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사람을 사랑으로 변화시키는
그 힘안에 나 자신에게 사회복지의 씨앗이 움튼다고 생각해요.
학교안에서 후배들에게 사회복지 마인드!! 비전!! 이상!! 은..
말로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에 흠뻑 젖어 살때만이..
그리고 실천을 통해서만 갖출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론 열심히 해야 겠습니다!! ^^
괜히.. 긴 글이 됐네요.. ^^
그냥 이런 마음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럼.. 모두 많이 웃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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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야 다시 영신원의 민정이를 만나고.. 사회복지를..
수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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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26 16: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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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평선군, 건재하네요. 축하합니다. 쓰신 글을 읽는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어요. 그 맘 변치 않게 모두가 사회가 함께 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정말 가슴이 찡하네요...과연 저도 선배처럼 할수있을지... 사회복지를 전공하고는 있지만 아직 맘을 열진 못하겠으니.. 저도 빨리 선배처럼 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