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 딴 후 이틀 뒤에 마시는 맥주처럼, 김 빠지고 싱겁고 흔해빠진 러브 스토리가 [브레이크 업 : 이별후애]다. 빈스 본과 제니퍼 애니스톤의 조합도 안어울린다. 동거하던 두 남녀가 사소한 말다툼으로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헤어지는 이야기인데, 특별한 사건도 없고 캐릭터도 새롭지 않으며 촌철살인식의 유머도 없다. 왜 이런 영화가 미국에서 흥행을 했는지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영화의 무대는 시카고. 게리는 시카고를 찾은 외지 관광객들에게 가이드를 하는 관광가이드이다. 그는 다른 두 형제와 함께 삼형제가 관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각자 역할분담이 있다. 둘째인 게리는 직접 버스에 올라타고 관광객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한다. 그와 같이 사는 여자 브룩은 미술관 큐레이터다.
우선 두 남녀 주인공이 갖고 있는 직업이 내러티브 전개와 긴밀한 상관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그들 직업은 자주 화면에 등장한다. 두 남녀가 싸우고 별거가 아니라 한 집에서 각각 다른 영역을 쓰며 생활하다 집이 팔리면서 결국 헤어지는 과정이 영화의 대부분이다. 특징이 있다면 싸우고 난 후 별거하는 게 아니라 한 집에서 기거한다는 것이다. 각자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한채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는 셈인데, 보란듯이 다른 파트너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유치함 이외의 새로운 사건 전개로 이어지지 못한다.
상상력의 빈곤이고 이야기의 부재다. 정말 할일없는 사람들이나 본다면 모를까, 이런 영화가 갖는 의미와 효과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