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의 원대리 자작나무숲엔 약 70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다.
자작나무는 사계절이 다 아름답지만 겨울, 특히 눈이 쌓인 겨울의 자작나무가 가장 빛난다
백야처럼 뽀얀 속살이 겉으로 드러난 피부, 나목으로 미끈하게 하늘을 향해 뻗은 몸매가 숲을 이루고 있다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 <닥터 지바고>는 자작나무숲을 배경으로 하여 더욱 유명했었다
자작나무는 순백의 정령이다.
하얗고 긴 종아리가 슬픈 여자다.
뽀얀 우윳빛 살결이 우아하다 정갈하다.
북위 45도 위쪽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자작나무는 기름기가 많아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자작나무다.
몇년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자작나무숲으로 갔다
한겨울 강원도 인제에 가면 자작나무 숲이 있다.
살결 뽀얀 순백의 정령들이 당차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북풍한설 칼산에 알몸으로 떼 지어 서 있다.
하얗고 긴 종아리가 안쓰럽다.
흰 목덜미가 애틋하다.
자작나무 아래 서면 나의 머리카락이 신선해진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저녁에
슬라브여자의 종아리를 닮은 자작나무 아래 서면
내 가슴은 새로운 예감으로 두근거린다
신발을 신고 가도 시금치밭과 부추밭에 닿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생을 길들이면
머리가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를 자작나무의 흰 몸 아래서 비로소 깨닫는다 .........................이기철 <자작나무 아래서> 부분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넘어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백석 / 백화(白樺) 전문
자작나무 숲길을 한동안 걸어가면
자작나무 숲 사이로 자작나무 이파리보다 더
파아란 강물이 넘쳐왔다
자작나무숲 아래 조약돌이 가즈런히 깔려있는 강변을
한참 내려다보던 소년은
자작나무 너머 또 구름 밖에 두고 온 머언 먼 고향을 생각해 보았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대로 눈부신 태양의 분수 속에
하이얀 피부를 드러낸 채 강바람에 숨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소년은 제 심장의 고동으로 착각했다
그때 소년의 심장도 자작나무보다 더 혼란스럽게 뛰는 것을 소년은 알았다...............신석정 <자작나무 숲을 가던 소년을 위한 시> 부분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르고 떠난 후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누군가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때로는 위험한가를 알지만
자작나무니 풀꽃으로 부르기 위해
제 영혼의 입술을 가다듬고
셀 수 없이 익혔을 아름다운 발성법
누구나 애절하게 한 사람을 그 무엇이라 부르고 싶거나 부르지만
한 사람은 부르는 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거나
세상 건너편에 서 있다 ...........................................................................김왕로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부분
그리움이 이빨처럼 자라난다
시간은 빨랫집게에 집혀 짐승처럼 울부짖고
바다 가까운 곳에,
묘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별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자들의 상처,
눈물보다 더 깊게 빛난다, 성소(聖所)
별들의 운하가 끝나는 곳
그곳을 지나 이빨을 박을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차갑고 딱딱한 공기가
나는 좋다, 어두운 밤이 오면
내 영혼은 자작나무의 육체로 환생한다..................................................박정대 <자작나무 뱀파이어> 부분
속 깊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 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길래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 걸까 ................................................정끝별 <자작나무 내 인생> 부분
당신은 언제부터 자작나무 숲에 살았나요
제가 부를 때 당신 대답은
자작나무 숲을 돌아나오는 피리소리였나요
당신은 저를 보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당신 살결은 은잔처럼 눈부시고
맨발은 흰뱀처럼 보드라워
그 아래 양귀비꽃들도 아득히 눈감고 머리 숙입니다.......................................강신애 <나의 자작나무> 부분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 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도종환 <자작나무> 전문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 스스로 달래어 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고은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부분
그의 슬픔이 걷는다
슬픔이 아주 긴 종아리의 그,
먼 계곡에서 물 길어올리는지
저물녘 자작나무숲
더욱더 하얘진 종아리 걸어가고 걸어온다
그가 인 물동이 찔끔,
저 엎질러지는 생각이 자욱 종아리 적신다...........................................최창균 <자작나무 여자> 부분
첫댓글 멋지다...
행복하다...
겨울에 멋이 물씬풍긴다~~~
보기만해도 멋있고, 낭만스럽다...
나도 가보고 싶다... 거기가 어디에요???
강원도 인제에 있습니다
시간 내서 댕겨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