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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 학교 2015] 11
#1. 수영장. 오후
텅 빈 수영장.
깁스 중인 이안.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잔잔한 물을 바라보고 있다.
<플래시백 1회 #28. 대구 체육관 수영장. 오전>
응원 열기 뜨거운 경기장.
사력을 다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이안 결국 간발의 차이로 먼저 터치 패드를 찍고,
금메달을 확인하며 물 위로 뛰어 올라 기쁨의 환호 지른다.
중계(E) : 네!!! 한이안선수 금메달입니다!! 기록 보세요!!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왔어요!!!
현재, 이안, 그런 영광의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다. 불안하고 막막한 얼굴에서.
#2. 체육관. 오후
이안, 체육관을 나서는데, 선배들과 민규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이안, 목례하는데.
민규 : 어! 이안아!!
선배1 : 아직 깁스도 안 풀고, 여긴 왜 알짱거리냐?
이안 : .....
선배2 : (선배1 말리며, 걱정으로) 많이 다쳤냐? 좀 어때?
이안 : 괜찮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선배2 : 우리한테 죄송할 거 뭐있냐. 재활 잘해라.
선배1 : (빈정대며) 근데, 무슨 대단한 일이 생겼길래, 경기 박차고 뛰쳐나가다 사고까지 당했냐? 어?
이안 : ...(보는)
선배2 : (이안에게) 얼른 가라!
선배2, 그만하라고 눈짓으로 말리지만,
선배1 : 전국 수영대횔 무슨, 동네 운동회 취급하더니 꼴좋다!
이안 : ....(참는)
선배1 : 이 새끼 표정 봐! 왜? 니가 없어서, 계영 메달 하나도 못 건져 이런다고 생각 하냐?
이안 : 아닙니다.
선배1 : (열 받은) 새꺄! 나두 니덕에 대학 갔단 소리 듣기 싫어! 근데, 그 정도 특별대우 받았으면,
특별한 실력 보여주는 게 의무고 예의지!
민규 : (달래듯) 아이...선배님! 훈련 시작해요. 그만 하세요...
선배1 : (비웃으며) 너나 나나, 다 같이 쩌리되니까 친근하고 좋다 야! 힘내라! 빌빌대보는 것도, 나름 좋은 공부 될 거야. 어?
선배2, 얼른 선배1 끌고 가버리면,
이안, 헛헛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다.
#3. 이사장실. 낮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사장.
그 앞에 선 김준석, 서류를 툭 책상에 내려놓으며.
김준석 : 이사장님 지시 맞죠? 뭐하시는 겁니까?
이사장 : .....니가 본 그대로다.
김준석 : 말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고은별, 전학권고 받을 만큼 잘 못한 일 없습니다.
이사장 : 수학여행 무단이탈, 가라오케 주인 협박, 귀금속 도난 사건으로 학폭위까지 열리게 만들었으면...
부족하진 않다고 보는데....
김준석 : (화나서) 선생님!!!
이사장 : 부모님 동의 구해서 조용히 전학 시키는 게, 그 아일 위해서도 좋을 것 같구나.
김준석, 참담한 심정이다.
#4. 이사장실. 오후 (10회 #62와 동씬)
이사장, 문득 창밖으로 시선 주면 장난치고 서있는 태광과 은비 보인다.
본 적 없는 태광의 밝은 웃음을 무표정하게 보던 이사장. 옆에 있는 은비의 얼굴 눈에 들어오는.
<플래시백> 출석부 속 은별의 사진.
이사장 놀라는 표정에서.
#5. 태광의 집. 밤
태광, 혼자 식사 중이다.
뒤에서 다가오던 이사장 표정 없이 바라보다가.
기사(E) : 태광이 학생, 앞으로 계속 버스 타고 등교하겠다던데요? 요즘 무슨 일인지, 표정도 아주 밝아졌습니다.
태광, 막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다.
태광 : (다정하게) 잘 먹었습니다.
태광, 돌아서다 이사장과 눈 마주치고, 스쳐 지나가려는데.
이사장 : 오늘 같이 하교 하던 아이, 누구니?
태광 : (픽 웃는) 이야... 제 교우관계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감사합니다.
이사장 : 같은 반 아이라 우연히 만난 거냐?
태광 : (의아하게 보며) 갑자기 왜 이러시지? 전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걔랑 싸우거나, 합의 볼 일 없으니까.
이사장 : 신경 안 써도 되는 아이면... 됐다.
이사장 무심히 지나가면, 태광 ‘허!’ 헛웃음으로 본다.
#6. 소영의 집. 밤
소영모와 소영, 과일 놓인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다.
소영, 어두운 얼굴로 먹는 둥 마는 둥, 딴 생각에 잠겨있으면.
소영모 : (걱정되고 화나는) 이사장님 만났어.
소영 : (기대에 차) 정말? 뭐래?
소영모 : 알아보고 연락 주신다더라.
소영 : (걱정스럽게 보면)
소영모 : (흘기며, 한숨) 그 많은 학교 중에 하필...
소영 : 나두 걔랑 징그럽게 엮이는 거 끔찍해!!
소영모 : 전학 보내는 것까진 엄마가 알아서 할게.
소영 : 고마워..엄마...
소영, 그제야 과일 하나 집어 들고 맛있게 먹으면.
소영모 : 똑똑히 들어. 너희 아빠 전근 잦았어도, 우리 그 동안 통영 떠난 적 한번이라도 있니?
엄마 이리로 이사 온 거 소문 피해서만은 아냐.
소영 : 그럼?
소영모 : 여기서 만나는 애들이 다, 너랑 같이 한국대 가서, 법관 되고, 경영인 되고... 니 든든한 인맥 되는 거야.
아빠 보면 알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소영 : (끄덕끄덕)
소영모 : 공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미지 신경 써! 알았어?
소영 : 네!!
소영, 한 짐 내려놓은 얼굴로 엄마를 본다.
#타이틀 <후. 아. 유?>
#7. 복도. 게시판 앞. 오전
아이들 웅성거리며 게시판 앞에 모여 있다.
가방을 메고, 지나가던 태광, 그냥 지나려다 문득 눈이 간다. 아이들 헤치고 들어가서 보는.
<징계위원회 개회/대상 2학년 3반 고00>
<위 학생은 교칙 5조 7항, 8조 3항, 12조 1항을 위반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합니다.>
공지문 붙어 있다.
태광, 고00 이름 보고 깜짝 놀란다.
<플래시백-11부 #5. 태광의 집. 밤>
이사장 : 같이 하교 하던 아이, 누구니?
/이사장 : 신경 안 써도 되는 아이면... 됐다.
태광, 표정 심각해지는데,
그때 태광의 옆으로 서는 은비. 게시물을 보고, 자신의 얘기임을 알아채는.
은비와 태광 서로를 마주본다.
그런 둘 옆으로 스윽 들어오는 소영.
태광과 은비 동시에 소영을 노려보면, 소영 씩 웃어주고는 먼저 자리를 뜬다.
은비 표정 굳고, 시진과 송주 등의 아이들 게시물 확인하고.
송주 :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 보며) 야! 이거 뭐냐?
시진 : 은별이가 위반한 교칙이 뭔데? 응?
은비 : ......
태광, 아이씨, 하며 게시물을 손으로 확 뜯어, 구겨 버린다.
#7-1. 상담실. 낮
은별모와 교감 서로 인사하고 세 사람 자리에 앉는다.
교감 : 갑자기 이런 소식을 전해 드려 죄송합니다.
은별모 :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건지 이유를 알고 싶네요.
김준석 : (말하기가 곤란한, 머리 긁적이며) 저 그게..
교감 : 말씀 드린 대로 (하는데)
은별모 : (끊으며) 말씀 하신 징계 사유들, 어느 하나도 명확한 게 없더군요. 사건 모두, 저희 아이에게만 해당 되는 것도 아니구요.
김준석 : 면목 없습니다.
은별모 : 잘못이 있다면 벌을 받아야겠지만, 학교의 이번 결정이 진짜 잘못한 일을 벌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핑계거리로 짜 맞추고 우리 아일 쫓아내려고 하는 걸로 느껴지는데 아닌가요?
김준석 : 죄송합니다.
교감 : (발끈해서) 아니, 김선생! 죄송하다니요? 학교는 다 학교 나름대로 교칙이 있고, 그걸 어긴 학생에겐 벌을 주는 게 당연하지
그게 왜 죄송할 일입니까?
은별모 : (화나서, 싸늘하게) 그런가요? 당연히 받아야 할 벌이라는 말씀이시네요?
교감 : 그럼요!
김준석 : (괴롭고 곤란한데)
은별모 : (단호하게) 그럼, 은별이와 함께 놀러 간 아이들 모두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주시죠!
그리고 거짓말로 은별이 학폭위 열리게 한 전학 간 학생도 불러주시고요. 그리고 수학여행...
(하는데 맘 아픈, 눈물 고이고) .....수학여행 때 학생 관리 제대로 못한 학교 책임도 확실히 묻겠습니다.
교감 : (놀라서, 확 꺾이는) 아니, 저 어머님,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김준석 : (입술을 무는)
은별모 : 그게 이 학교의 방식 아닌가요? 맘대로 해보시죠, 어디!
은별모, 불쾌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 나가면,
교감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준석 일어나 따라 나간다.
#8. 교정일각. 낮
은비, 심란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소영, 다가와 마주 선다.
소영 : 어떡하니? 그러게 좀 잘살지 그랬어..
은비 : 강소영!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소영 : 전학에는 두 종류가 있어. 가고 싶어서 가는 전학이랑, 가기 싫어도 억지로 가야되는 전! 학!!
니가 진작 결정을 내렸으면 이런 일 안 생기고, 좋았잖아.
은비 : ......
소영 : 참! 한이안은 좀 괜찮아?
은비 : (매섭게 노려보며) 너 얼마나 더 다른 사람 망치면서 살래?
소영 : (픽 비웃고) 한이안 다친 게 나 때문이야? 걔.. 니 거짓말 막아주러 온 거잖아?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멀리서 은별모, 굳은 얼굴로 건물을 나오고 있다. 은비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은비 : 강소영! 너 여기서 언제까지 버틸 거니?
소영 : 너 가고 나서도 쭉!!
은비 : 니 뜻대로 안될걸? 난 끝까지 지킬 거거든.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힘보다,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힘이,
훨씬 세다고 믿으니까.
소영 : 세상일이 믿는 대로 다 되면 시시하지... 너! 내가 완전히 맛 간 줄 알고...속으로 좋아 했지?
이래서... 반전이 재밌는 거거든!! 기대해!!
소영, 새침하게 웃어 보이면
분노 치밀어 오르는 얼굴로 소영을 보는 은비.
은별모 : (둘의 대화 이상하게 듣다가) 은별아!
은비 : (놀라서 보며) 엄마!!
은별모, 은비 옆에 다가와 서자 소영, 놀란다.
은별모 소영의 얼굴 낯이 익어 유심히 보다가, 명찰에 적힌 <강소영> 이름을 확인한다.
소영, 당황한 얼굴로 목례하며 얼른 자리를 뜨면,
은비 : 엄마, 학교에서 연락 받고 놀랐지?
은별모 : 조금. 너 수업 들어가야 되지? 이따 집에서 얘기하자.
안심하라는 듯, 은비의 어깨 토닥여 주는 은별모 은비, 끄덕이고 돌아 서면 그 모습 보고 서 있다가, 고개 갸웃하는.
#10. 교정일각. 낮
답답하고 화난 얼굴의 코치, 이안과 마주 서 있다.
이안, 깁스를 푼 상태다.
코치 : 너! 이 자식!! 왜 병원 안가? 내가 매일 학교 앞으로 찾아와서 소리 질러야 말 들을래?
이안 : 마음 정리 할 시간을 좀 주세요.
코치 : 정리는 무슨!! 몸 다 망가진 다음에 마음먹으면 뭐 할 건데!!!
이안 : ......
코치 : (걱정으로) 매일 스트레칭 해서 굳어있는 조직들 풀고, 어깨 강화시키지 않으면, 나중에 진짜 힘들어져 이 자식아!!
(단호하게)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 하루도 빠짐없이, 알겠어?
이안 : ....... (고개 숙인다.)
코치 : 허! 이 놈 봐라! 대답 안 해? 한이안! 정신 못 차려?
이안 : .......
코치 : (표정 차갑게 굳으며) 너! 두고 볼 거야. 정신 상태 글렀다고 판단되면 재능이고 뭐고, 수영부에서 영구제명 시킬 거니까
그렇게 알어!!
코치 씩씩거리며 가버리고, 이안, 한숨 쉬며 힘없이 뒤돈다.
뒤에서 안타까운 얼굴로 이안을 바라보던 은비와 눈 마주 친다.
이안, 무심한 얼굴로 지나간다.
#12. 교정 일각. 오후
조용한 교정 일각. 준석과 민준 벤치에 앉아 있다.
준석, 민준에게 음료수 캔을 하나 내밀면, 민준 받는다.
준석 : 갑갑한 상담실보다 훨씬 좋지?
민준 : (고개 끄덕이고)
준석 : 그래 할 말이 뭐야?
민준 : ...노트북 포맷이요, 그거 제가 그랬습니다.
준석 : (민준 얼굴 빤히 보며) 용기 내줘서 고맙다. 괜찮겠니..?
민준 : (준석이 뭘 묻는지 알겠다) 엄마를 설득할 자신은 없어요. 그래도... 선생님 말씀대로, 잘못 된 길인 걸 알면서
계속 그리로 가는 짓은 안하려고요. 나중엔 잘못 왔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살면 어떡해요..
김준석, 말은 그렇게 하지만, 두려움과 떨림으로 복잡한 민준의 마음을 알겠다. 안쓰러움으로 보는.
#13. 교실. 오후
김준석 종례중이다.
놀라고, 황당하고, 짜증난다는 각각의 표정의 아이들 얼굴.
교탁에 김준석과 민준 서 있다.
민준 두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숙이고.
김준석 : 그래서 수행평가 5점씩 깎인 세 개조 모두 감점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해나 : 그래서 범인이 누군데요?
하윤 : (소영을 노려보며) 자백을 했으면 당당하게 밝혀야죠!
김준석 : 꼭 알아야겠니?
아이들, “네!”“당연하죠” 아우성치면.
김준석 : 조용!! 누구나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노트북을 포맷한 친구는,
자신의 수행평가 점수가 0점이 되는 걸 감수하고, 용기 있게 모든 진실을 밝혔다. 너희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늦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거,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김준석, 교탁에서 자릴 비켜주면, 아이들, 궁금함과 분노로 소영을 본다.
그 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준.
아이들 모두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소영, 당당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이들을 쏘아 본다.
민준, 온 몸이 떨려오지만, 마음 굳게 먹고 교탁에 와 선다. 진심을 담아 깊이 고개를 숙였다 바로 하는.
민준 : 정말 미안하다. 비겁한 짓 해서, 그리고... 더 일찍 말하지 못해서. 내가 지금 얼마나 부끄러운지, 얼마나 후회되는지
이 마음 절대로 잊지 않고 살게.
소영, 민준을 노려보다가 팩 고개 돌리고,
아이들, 어째야 할지 모르겠는 얼굴로 서로 눈치만 본다.
준석, 민준의 어깨를 감싸며.
김준석 : 너희들에게 용서를 강요할 순 없다는 걸 안다. 근데 민준이가 점수는 잃었을지언정 마지막까지 잃고 싶지 않았던 것!
그 중 한 하나가 바로..... 너희들, 친구란 거,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민준이 눈시울 붉어지면, 아이들 조용히 안타까운 눈으로 민준을 본다.
김준석, 해맑은 아이들을 쭉 둘러보면서 깊은 회한이 든다.
김준석 : 그래. 고맙다. 이상!
김준석, 민준에게 들어가라는 손짓 하고, 민준이 자리에 앉는 것 보고 교실을 나간다.
풀죽은 얼굴로 자리에 앉는 민준,
몇몇은 실망한 눈으로 보고, 몇몇 아이들 다가와 민준에게 따뜻하게 말 걸어 주면 민준, 어색하게 웃는다.
#14. 버스 정류장. 오후 하굣길.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는 이안,
은비, 이안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이안, 도착하는 버스에 올라타려고 하면 막아서는 은비.
은비 : (단호하게) 한이안!
이안 : (담담하게) 뭐 하는 거야?
은비 : 이거 병원 가는 버스 아니잖아.
이안 : 비켜!
은비 : 싫어!
버스 그냥 출발해 버리고, 이안, 은비를 잠시 보다가 휙 뒤돌아 정류장을 벗어나 걸어간다.
은비, 속상해서 그 모습 보고 서 있는.
#15. 이안의 집 앞. 오후
이안 막 집 앞으로 들어서는데, 은비 기다리고 있다.
이안, 일별하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려 하면,
은비, 이안을 잡으며.
은비 : 한이안!
이안 : (무심히) 왜...
은비 : (속상해서) 너! 코치님이랑 하는 얘기 다 들었어. 왜 병원 안 가는 거야? 어?
이안 : (담담히, 낮게) 니가 그걸 왜 신경 쓰는데? 너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야. 잊었어?
이안,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은비 손을 가만히 떼고, 돌아선다.
혼자 남은 은비, 닫힌 대문을 본다.
#16. 이안의 집 앞. 저녁
어느 새 어둑해졌다.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은비, 천천히 일어나 길로 나선다.
#16-1. 이안의 집 옥상. 저녁
난간 쪽에 서 있는 이안, 저 멀리 가는 은비를 안타깝게 본다.
#17. 태광의 집 거실. 저녁
이사장, 식탁에 앉아 차 마시고 있다.
태광, 무심히 옆을 지나다 멈추고.
태광 : 제 친구가 이번에 징계위원회에 올라 갔더라구요.
이사장 : 교칙에 어긋나는 일을 했으면,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지.
태광 : (담담히) 그렇죠? 근데, 좀 미안한 맘이 드네요. 하루걸러 하루 사고 치던 나는,
아버지 덕인지 뭔지 요리조리 잘만 빠져나갔는데.... 다른 애들이 생각하기에도 좀 그렇지 않겠어요?
이사장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징계위를 취소해 달라는 건 아니겠지?
태광 : 해달라면 해주실 거예요?
이사장 : 니 입으로 신경 쓸 필요 없는 아이라고 하지 않았니?
태광, 예상했던 대로다. 피식 웃으며.
태광 : 그랬죠.... 근데, 그 때 저랑 같이 있던 친구가 징계위원회에 회부 된 그 애라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이사장 : .... (보면)
태광 : (대수롭지 않은 듯) 아버지 정말 대단하시네요? 학생들 하나하나에 이렇게 큰 관심을 기울이시다니....
이사장 : !!
태광 : 아님, 말구요!
태광, 무심히 돌아서 가며, 이상한 예감에 얼굴 굳는다.
#18. 은별의 집 거실. 밤
청소기 돌리고 있는 은별모. 문득 드는 의문에 손을 멈추고 생각 하는.
<플래시백-2회 #16. 통영 병원. 낮>
소영, 순식간에 은비의 머리카락 한 움큼 휘어잡으면,
은별모, 깜짝 놀라, 다가온다. 있는 힘껏 소영이를 떼어내 밀치면
소영, 저만치 나가떨어져서 깜짝 놀란 얼굴로 본다.
은별모 : 다친 데 없어? 무슨 일이야?
은비 : (모르겠다. 고개 가로젓고) 다짜고짜 달려들어서.
소영 : (당황하고)
은별모 : (매섭게) 너 누군데 이런 무식한 짓을 하니?
소영 : 가던 길 가세요! 아줌만 누군데 남의 일에 참견이에요?
은별모 : 나 얘 엄마 되는 사람이다! (버럭) 어디 감히 내 딸 몸에 함부로 손을 대! 절대 용서 못해!
(핸드폰 들고) 경찰에 신고 할 거야. 꼼짝 말고 있어!
소영, 뚫어져라 다시 본다. 고급스러운 은별모의 옷차림과 어딘지 달라 보이는 은비.
소영 : 죄송해요! 사람을 잘 못 본 것 같아요.
털고 일어나 꽁지가 빠지게 뒷걸음 쳐 도망가는 소영.
은별모, 그 아이구나! 놀라 은비가 들어간 쪽을 돌아보면,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은비.
은별모 : 은별아!
은비 : (돌아보는 데서)
#19. 은별의 집 부엌. 밤
은별모와 은별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은별모 : (안타까운 얼굴로 보며) 강소영, 통영에서 너 괴롭혔다던 그 애 맞지?
은비 : (놀라는) 엄마...
은별모 : (부들부들 떨리는) 그런 애랑 너 한 교실에 있을 생각 하니까 소름 끼치고 무섭다.
괜한 감정싸움 할 것도 없어. 얼른 이사하고 학교 옮기자.
은비 : 응, 그런데 엄마! 그 전에 나 꼭 해야 될 일이 있어.
은별모 : 무슨 일인데? 전학 가서해.
은비 : 아니, 여기서......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일이야. 그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줘.
은별모 :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 애 얼굴 볼 때마다, 예전 기억 떠올라서 괴로울 텐데, 견딜 수 있겠어?
은비 : 응, 지금은 내 옆에 엄마가 있잖아.
은별모 : (속상해서 보는) 그래, 엄마 있으니까 기죽지 마? 알았지?
은비 : (끄덕이고)
#20. 등굣길. 아침
걸어가고 있는 은비 옆으로, 거칠게 와서 서는 차 한 대.
운전석 문 열리고 화난 표정으로 내리는 민준모, 조수석으로 와 문 열고 기다리면 민준, 풀죽은 얼굴로 내린다.
냉랭하게 학교로 들어가는 민준모와 민준을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은비.
#21. 교무실. 아침
커피 한 잔을 들고 막 자리에 앉으려는 김준석.
그때 교무실 문 열리며, 들어서는 민준모. 여유롭게 웃으며 김준석에게 다가온다.
긴장하는 김준석, 꾸벅 인사 한다.
#. 회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김준석과 민준모.
민준모 : 그날 저한테 아무 증거도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선생님?
김준석 : 네, 어머님, 그런데 민준이가,
민준모 : (말 자르며) CCTV에 찍혔다는 이유로, 애를 얼마나 몰아갔으면 그런 말을 지어냈겠어요?
김준석 : 예? 지어...내다니요?
민준모 : (정말 의문이라는 듯) 아니, 그럼 우리 민준이가 정말로 그런 짓을 하기라도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준석 : (할 말을 잃고 민준모를 보는)
민준모 : 선생님, 수행평가 0점이 어떤 의민지 정말 모르시는건가요? 특히 우리 민준이처럼 상위권 학생에게는 정말 치명적이라구요.
아실만한 분이 왜 그러세요?
김준석 : (화나는) 어머님, 지금 민준이한테 진짜 치명적인 게 점수 라고 생각하십니까?
민준모 : (차갑게 준석 본다.)
김준석 : (누르고 침착하게)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 주신다는 게, 무릎을 꺾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민준이가 몇 점을 받아오는지만 보지 마시고, 아이가 숨기고 있는 속마음도 좀 봐주십시오, 어머님.
민준모, 김준석 서로를 바라보는 팽팽한 얼굴에서.
#22. 교실. 낮
수학 수업 중인 교실.
아이들 문제를 푸느라 고심하고, 김준석 돌아다니는데, 보면 민준 멍하니 손을 놓고 있다.
김준석 마음이 쓰이고, 민준 쪽을 지나며 무심하게 어깨를 한 번 짚어주지만 민준, 미동 없는.
#23. 옥상. 오후
태광, 난간 앞에 서 있다. 복잡한 얼굴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뱃갑을 반쯤 꺼내는데
준석, 슥 다가오며.
준석 : 꺼내려는 거 뭐냐? 공태광..
태광 : (놀라서 보며) 아이, 깜.. (반대쪽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 꺼내 보이며) 드릴까요?
준석 : (가볍게 머리 퉁 치고는 난간을 보고 선다)
태광 : 쌤, 뭐 고민 있으세요?
준석 : 너는?
태광 : (한숨 푹 쉬고) 서로 하나씩 얘기할까요?
준석 : 그래, 나 먼저?
태광 : (끄덕끄덕)
준석 : 내손엔 흙이 잔뜩 묻었어. 옆에 넘어져 있는 친구는 깨끗한 손을 하고 있는데... 내가 그 손을 잡아 일으켜 줄 자격이 있을까?
태광, 준석을 보다가, 준석의 손을 잡아 펴서, 탁탁 털어주며.
태광 : 손잡아 주는데 뭔 자격? 잡고 가서 같이 씻으면 되겠네요?
준석 : (피식 웃고) 그러네. 맞는 말이네. (제법인데? 하듯 웃으며) 넌 고민이 뭔데?
태광 : (같이 씩 웃던 태광, 문득 준석 쪽으로 몸 돌리며, 정색하고 툭) 고은별 쫓아내려는 사람, 우리 아버지죠?
준석 :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
태광 : (알겠고) 이유가 뭔지 물어도 답 못하시겠죠?
준석 : (침만 꿀꺽 삼키는)
태광 : (꾸벅) 가보겠습니다.
태광, 불안함을 누르며 간다.
가는 태광을 보고 서 있는 준석.
#24. 교무실. 오후
회의탁자에 둘러앉은 선생님들, 교무회의 중이다.
교감 : 다들, 민준이 어머니 소식 들으셨죠? 이게 다 사교육이 과열 돼서 생긴 일이라
학교 차원에서도 대책을 강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안주리 : 그렇죠, 학생들 수요가 다양한데, 학교에서 다 소화해주지 않으면 애들이 어디 가서 배우겠어요?
학주 : 그러게요. 하반기부턴 방과 후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이 필요하도록 법을 바꾼다니까 기다려봐야죠.
교감 : 그럼 학생주임 선생님이 방과 후 선행 학습 기획안 작성해서 학기말까지 제출하세요!
학주 : 네에?! 아니 저는, 저는,
교감 : 자, 그럼 수고들 하세요!
교감, 일어나 가려는데 잡는 김준석.
김준석 : 교감선생님,
교감 : (알겠다, 탁 뿌리치며) 김선생! 뭘 어떻게 하셔도 징계위원회는 열릴 거니까 헛수고 그만하세요!
교감, 가버리면 김준석 한숨 푹 쉬는.
#24-1. 이사장실 앞 복도. 오후
준석 굳은 표정으로 이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태광 저 복도 끝에서 나타난다. 막 문으로 들어가는 준석을 보고 멈칫하는.
문 앞까지 걸어와, 문고리를 잡는 태광.
#24-2. 이사장실 안. 오후
이사장, 피곤하다는 표정이고, 준석 화가 나 있다.
준석 : 학생 어머니도 강경하십니다. 아니 강경하셔야지요. 이런 부당한 이유로 자기 아이를 전학 시킨다는데.
이사장 : 학생 부모가 이의를 제기 하고 싶으면 징계 위원회 나오셔서 말씀 하시라고 해라. 다 끝난 얘기 더 하고 싶지 않다.
준석 : 학교가 원하는 대로 강제전학에 찬성표 던질 사람들만 가득한 그 징계위원회 말씀이십니까?
이사장 : (기분 나빠져) 그만 나가거라. 바쁘다.
김준석 : ......정말 이유가 수인이 사건 때문입니까? 은별이는 기억을 잃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사건에 대해 입도 열지 못할 겁니다. .......제가 그렇듯이요.
이사장 : (버럭) 그런 거 아니래도!
김준석 : 저도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고개 숙이며) 재고해 주십시오..... 선생님!
이사장 : (곤란한 얼굴로 보고)
#24-3. 이사장실 앞 복도. 오후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이사장과 준석의 대화를 듣고 있던 태광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발길을 돌린다.
놀라고 혼란스러운.
#25. 카페. 오후
민준모, 시진모, 엄마1, 엄마2, 엄마3 정도 앉아 있다.
민준모 당당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앉아 있지만 엄마들 표정은 예전과 달리 심드렁한.
민준모 : (웃으며) 자기들 기다리던, 홍제동 선생 섭외해 볼까해. 논술에 그 이상 가는 사람 없다는....
엄마1 : (말 자르며) 아유, 이거 뭐 모른 척 한다고 모르는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원하게 얘기 하께!
민준모 : (얼굴 굳어서 보면)
엄마1 : 민준엄마, 이 일에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손 대고 있던 과외방, 컨설팅 할 거 없이 다 털리구선 뭐하는 거야 이게.
엄마2 : 맞어, 이 바닥 다 빤한 거, 누구보다 잘 알잖어? 누가 민준엄마 믿고 애들 교육 맡기겠냐구.
엄마3 : 거기다... (눈치 살피다) 민준이라며?
민준모 : (무섭게 가라앉는)
시진모 : (눈치만 보고)
엄마1 : 어떻게 아들이 엄말.. 참...
엄마2 : (말리며) 에이그, 그런 얘긴 하지 말자. 우린 그냥 이제 민준 엄마 그만 본단 얘기 하러 나온거니까. 우리 갈게.
엄마1,2,3 일어나 가버리면,
시진모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며 일어났다, 앉았다..
시진모 : (이윽고 결심한 듯) 저, 언니...!
민준모 : (보면)
시진모 : (찔끔 눈 감고 주르륵 내뱉듯) 우리 시진이 컨설팅 나 다시 좀 생각해볼게!
조용하다.
시진모, 살며시 눈 뜨면 민준모 이미 일어나 나가며 통화중이다.
민준모 : 어, 정연엄마! 나 민준엄마야. 응, 시간 괜찮아? 왜긴, 판 하나 새로 짜는데 정연이 자리 마련했지. 응. 그러엄!
활기찬 목소리로 전화하며 나가는 민준모를 보며, 시진모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26. 이안의 집 앞. 저녁
은비, 이안의 집 대문 앞에 기다리고 서 있는데,
그 때, 이안부의 트럭이 대문 앞에 와서 멈춘다.
이안부 : 어? 너 은별이 아니니?
차에서 내려 다가오는 이안부.
놀라는 은비 꾸벅 인사한다.
이안부 : 왔으면 들어가지 뭐하고 있어?
은비 : 아....아녜요.
이안부 : 아니긴, 난 내 집 온 손님 절대 밥 굶겨서 안 보낸다. (버럭) 얼른 들와!!!
이안부, 앞서 대문으로 들어가면, 난처한 은비, 어쩔 줄 몰라하며 서 있는데,
다시 대문 열리고 이안부 고개 내민다.
이안부 : 안 오고 뭐해?
#27. 이안의 집 거실. 저녁
밥상에 둘러앉은 이안, 은비.
부엌 쪽에서 이안부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 들리고,
서로 불편해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 이안과 은비.
은비 이안의 집을 둘러본다. 침대 옆에 수영 포스터, 벽에 걸린 메달, 트로피, 상장 낡았지만 정다운 세간들.
이안과 이안부의 소박하고 따뜻한 일상을 느끼는 은비.
이안, 그런 은비를 보는.
그때 이안부,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밥상에 놔준다.
아이들, 아무도 숟가락 안 들고 보고만 있으면.
이안부 : (미안한) 왜? 찬이 맘에 안 드냐?
은비, 얼른 숟가락 들며.
은비 : 아니에요! 잘 먹겠습니다!
은비 밥 먹기 시작하자, 이안도 마지못해 숟가락 든다.
이안부, 흐뭇하게 아이들 바라보다가.
이안부 : (이안에게 다정히) 젓가락질 불편하면 반찬 좀 놔주랴?
이안 : 아부지는... (피식 웃으며, 젓가락 탁탁 쳐 보인다.)
이안부 : 자식... 웃는 거 보니까 살만 한가보네?
은비 : (이안이 웃으니까 좋아서 살짝 웃는)
이안과 은비, 말없이 밥 먹으면.
이안부 : (말 없는 아이들 둘러보며, 장난스럽게) 야! 근데 니네 왜 이렇게 조용해? 둘이 싸웠냐?
아이들 뻘쭘한 표정으로 서로를 본다.
#28. 이안의 집 대문 앞. 밤
은비와 이안부 서 있다.
은비, 꾸벅 인사하며.
은비 : 아저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안부 : 그래, 조심히 가고, 또 놀러와라?
은비 : (미소로) 네!
이안부 : (집 쪽 슬쩍 돌아보고는) 은별아, 저 녀석, 멀쩡한 척 해도 지금 속이, 말이 아닐 거다.
은비 : (어렵게) 네..
이안부 : 어려서부터 니들 서로 의지하며 잘 지냈으니까 이번에도 니가 우리 이안이 좀 잘 잡아줘라.
은비 : (마음 아픈, 꾹 누르며 고개 끄덕인다)
이안부 : 방구석에만 있지 않게 불러도 내고, 정신 번쩍 들게 엉덩이도 뻥뻥 차주고, 알았지?
은비 : (피식 웃으며) 네에...
이안부 : (다정하게 어깨 두드리며) 그래, 고맙다.
하는데, 대문 열고 나오는 이안.
이안부 : (밝게) 자식이.. 뭐 하느라 이렇게 꾸물거려?
이안 : .....
은비 : (꾸벅하며) 저 가보겠습니다! (이안 보며) 갈게..
이안 : (담담하게) 잘가라..!
그러자, 이안부 어이없다는 얼굴로, 이안의 옆구리를 툭 치며.
이안부 : 얌마, 너 내가 이렇게 가르쳤냐? 날이 이렇게 어둔데, 안 데려다줘?
이안 : (곤란하고) 가까운데요 뭐..
은비 : (손 저으며) 네 맞아요! 저 괜찮아요!
은비, 서둘러 다시 한 번 인사하고 걷기 시작하면,
이안부. 이안을 향해 눈 부라리며 마구 떠민다.
이안 그 서슬에 은비 쪽으로 밀리듯 걸어간다.
#29. 동네 일각. 저녁
은비 옆에 두 걸음 쯤 거릴 두고 이안 나란히 걷고 있다.
은비 : (마음 불편하고) 나 이제 혼자 가도 돼. 그만 가봐.
이안 : (주머니에 손 찌르고 무심히 걸으며) 그냥 가자.
은비 : 너 몸도 아직...
이안 : (말 자르며, 담담하게) 그냥 가자고....
은비 : .... (미소로 이안 본다.)
가로등 켜진 골목을 말없이 걷는 은비, 이안의 모습에서..
#30. 거리 일각. 저녁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민준.
핸드폰 벨소리 들리면, 주머니에서 꺼내본다. 발신자 <엄마>
민준, 전화가 끊어질 때까지 보다가 주머니에 넣고 다시 가는.
#31. 민준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저녁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민준.
핸드폰 메시지 수신음 들린다. 꺼내 보면, 엄마의 메시지.
민준모(E) : 어디야? 새 과외 잡혔어. 늦지 않게 와. 이런 일 있다고 게으름 피우는 거 엄마 용납 못해. 정신 똑바로 차려!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천천히 올라타는 민준.
#32. 엘리베이터 안. 저녁
층수 버튼 앞에 서 있는 민준. 완전히 지친 얼굴로 3층 버튼을 누르려다, 멈춘다.
천천히 옮겨지는 떨리는 손가락. 15층을 누르는 민준의 흔들리는 눈동자.
민준 결심을 굳힌 듯 꾹 눈을 감는다.
#33. 아파트 옥상 앞. 밤
옥상으로 통하는 문 앞에 선 민준의 작고 외로운 등.
민준, 보면, 크고 녹슨 자물쇠로 잠긴 문.
민준의 핸드폰 진동이 쉴 새 없이 울린다.
#33-1. 민준의 집 거실. 밤
소파에 앉아 초조한 얼굴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 민준모.
민준부, 냉장고에서 물 꺼내 벌컥벌컥 마시며.
민준부 : 안 받아?
민준모 : (신경질적으로 끊으며) 얘가 증말...!
그때, 민준부의 핸드폰 울린다.
민준부 발신자 보고 놀라는.
#33-2. 아파트 옥상 앞. 밤
민준, 옥상 문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다. 텅 빈 표정의 얼굴을 무릎에 묻는다.
헐레벌떡 뛰어 올라오는 민준부.
민준, 천천히 고개를 들면 민준부, 가슴을 쓸어내린다.
민준부 : 이 자식아..!! 여길.. 여길 오면 어떻게 하냐!!
민준 : (담담하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집은 3층인데.. 도저히 3층이 안 눌러져서요. 그래서...
근데 올라와 보니까 문이 되게 단단하게 잠겨 있네요.
민준부, 손을 내밀어 민준을 일으키려다가, 그냥 옆에 같이 주저앉는다.
민준부 : (한숨 쉬고, 안타까워서) 왜 그랬냐...
민준 : 엄마가 너무 미워서..
민준부 : (민준 보는데)
민준 : 그만 미워하고 싶어서요.
민준부 : (마음 찢어지는) 미안하다..미안하다.. 민준아..
민준부, 고개 돌리고 눈물 훔쳐낸다.
민준, 그런 민준부를 본다.
민준부 : 애비가 돼서 아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걸 알 생각도 안하고.. 미안하다..
그래도 나쁜 생각은 하지마라 응? 부탁이다. 민준아.
민준부, 민준을 꼭 껴안아주면, 민준, 아버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민준부, 천천히 손을 들어 민준의 등을 툭...툭... 쓰다듬어준다.
그때 급하게 계단을 오르는 소리 들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민준모, 충격으로 가득 찬 얼굴.
#34. 민준의 방. 밤
침대에 앉은 민준.
민준모, 그 앞에 서서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민준의 어깨에 올린다.
민준모 : 왜...? 왜 그랬어?
민준 : (올려다보는)
민준모 : (터지는) 거길 왜 갔어? 거길 왜 올라갔어! 니가 그럼 엄만 어쩌라고 거길 갔어, 왜!!
(민준을 일으켜 마구 치며) 니가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나는 내 인생도 없이 너만 보고 사는데에에!
민준 : (툭) 그러니까요.
민준모 : (멈추고 보면)
민준 : (진심으로 간절하게) 엄만 나만 보고 사는데,. 내가 없어지면 안 되잖아요.
엄마.... 날 잃는 것 보단, 엄마 욕심 버리는 게 낫지 않아요?
민준, 눌러왔던 서러운 눈물을 뚝뚝 토해내면
민준모 그런 민준을 보다가, 울음 터지며 주저앉는다.
민준부, 열린 문 앞에 서서 아픈 눈으로, 민준모와 민준을 보고 서 있다.
# 중간타이틀 <후.아.유?>
#35. 학교일각. 낮
1학년 2반 앞 복도. 낮
수업 종 울리면, 체육복 차림 아이들 1학년 2반 교실에서 뛰어 나온다.
복도를 지나가는 정민영. 마지막 한 아이가 출석부에 달린 열쇠로 문을 잠근다.
민영 : 출석부, 선생님이 교무실 가는 길에 놔둬줄까?
아이 : 네! 감사합니다.
아이, 출석부 주고 가면, 민영 2반의 문을 연다.
#36. 1-2반 교실. 낮
민영 들어온다. 텅 빈 교실을 둘러보는데 눈에 얼핏 눈물이 고이는.
중간 어느 자리에 앉아 본다. 우는 듯, 웃는 듯 묘한 민영의 표정에서.
#37. 휴게실. 오후
은비, 시진 앉아서 음료수 마시고 있는데 들어오는 송주.
송주 종이백에서 가방 세 개를 우르르 꺼내는. 색깔만 다르고 같은 모양이다.
송주 : 짜잔!! 야, 하나씩 가져!
시진 : 이게 뭐야?
송주 : 이시진, 너 수학여행 때 우리만 가방 맞춰서 섭섭했지? 이제 셋이 똑같은 거 생겼으니까!
(농담) 절대 셋이 같은 날 들지는 말자아?
셋, 웃으며 즐거운.
#37-1. 교실. 오후
민준, 들어오면 모두 하교해서 비어 있는 교실.
교탁에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놓고 간 책이 잔뜩 쌓여 있다.
김준석(E) : 무단결석한 벌이다. 애들한테 반납 기한 넘긴 책들 모아두라고 했으니까 도서관에 반납하고 정리까지 싹 하고 와라.
속 시끄러울 땐 몸 움직이는 게 최고다.
말없이 가서 정리하기 시작하는 민준.
#37-2. 도서관. 오후
민준, 머리를 넘도록 높이 쌓은 책을 들고 아슬아슬 걷고 있다.
책장 앞으로 비틀대며 오는 민준.
책을 고르고 있던 은비가 그런 민준을 보는데,
순간 비틀하는 민준, 어어-
은비 팔을 뻗어 보지만, 책 와르르 쏟아지고,
망연자실한 표정의 민준과, 눈이 마주치는 은비.
#. 민준과 은비, 함께 책을 정리하고 있다.
민준 : (무심히) 도와줘서 고맙다.
은비 : 뭘.... (짠해서 민준 보면)
민준 : (마주 보며, 편안하게) 왜? 불쌍해?
은비 : (당황해서) 어? 아니!
민준 : (정리하며 무표정하게) 농담인데.
은비 : (웃고) 야, 농담은 좀 웃으면서 해라.
민준 : 되게 어색하다. 너랑 이런 얘기 하니까. 우리 1학년 때부터 한 반이었어도 이런 적 거의 없었는데.
은비 : 1학년 때 너랑 나랑 같은 반이었어?
민준 : (끄덕이고)
은비 : 그땐 나 어땠는데?
민준 : (은비 얼굴 빤히 보다가) 그때도 우린 안 친했지.
은비 : (픽 웃으며) 그래 그건 알겠다!
민준 : (문득 생각나는) 근데 작년 이 맘 때쯤에, 하교 했다가 밤에 다시 학교에 갔던 적이 있거든.
점심시간에 교실이 시끄러워서 과학실에서 공부했는데 교재를 놓고 와서.
#37-3. 복도. 밤 (1년 전. 민준의 회상)
어두컴컴한 복도. 문제집을 안고 계단을 내려오는 민준.
그때 복도 끝 1학년 2반 열린 뒷문으로 뒷걸음질 치며 나오는 은별.
민준 깜짝 놀라고,
뒷걸음질 치다가, 뒤로 풀썩 넘어지는 은별.
민준 그런 은별을 알아보고 다가가려는데, 은별 벌떡 일어나 반대쪽으로 달려간다.
민준, 그런 은별의 뒷모습 보며 갸웃하다가, 그대로 계단 내려가는.
#37-4. 도서관. 오후 (현재)
은비 : ....그런 일이 있었어?
민준 : 응.. 그 날이어서 정확히 기억 나.
은비 : 무슨 날?
민준 : 넌 기억 안 나겠지만, 정수인이라고 우리반이었던 애 있었는데 걔 죽었단 소식 듣기 전 날.
은비 : (!!!) 정수인?!
민준 : (끄덕이고) 응. 너 수인이도 기억 안나?
은비 : (아무 말 못하고)
#도서관 일각. 오후
은비와 민준이 있는 서고의 한 칸 너머에서 둘의 대화 듣고 있는 민영의 가라앉은 표정에서.
#38. 하굣길. 학교 현관 앞. 오후
비가 내린다.
현관을 막 나서는 은비, 우산을 펼치고 한 걸음 내딛는데
불쑥 은비의 우산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
보면, 눈을 맞추며 활짝 웃는 태광이다. 손엔 펼치지도 않은 우산을 들고 있다.
은비 : (태광의 손에 들린 우산 봤다. 어이없고) 야! 너 우산 있잖아!
태광 : (귀찮은 표정 지으며) 이왕 핀 거 같이 좀 쓰자!
은비 : (기막혀, 장난으로) 싫어!
태광, 둘러보더니 막 우산 없이 나가는 옆 사람에게 들고 있던 우산 쑥 내밀어 준다.
태광 : 이제 없지? 우산?
은비 : (어이없어 웃고 마는)
태광, 빨리 가자고 은비를 떠밀고, 그렇게 두 사람,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데
둘의 우산이 사라지자, 비로소 보이는 이안. 멀어지는 은비와 태광을 보고 서 있는 모습에서.
#39. 수영장. 오후
이안, 교복 입은 채, 텅 빈 수영장에 멍하니 서있다.
은비 : 한이안! 너 여기서 뭐해?
이안, 무심히 보면, 은비 다가오고 있다.
은비 : 내가 쓸데없는 걸 물었지? 니가 수영장에 있는 거, 너무 당연한 일인데...그치?
이안 : (외면하면)
은비 : 근데 너! 왜 아무도 없을 때 몰래 와서, 수영장 주변만 빙빙 돌다가 가는 거야?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응?
이안 : 듣기 싫어. 그만해.
은비 : 니가 말했었지? 가끔 사람들 기대가 너무 무거워서 벗어던지고 싶다고, 그래서 지금 편해? 좋아? 아니잖아!
이안 : 그만하라고 했다...
은비 : 내가.... 너무 미워서 그래?
이안 : 너랑 아무 상관없는 일이야.
은비 : 그럼, 너도...물이 무섭니?
이안 : .......(차갑게 보는)
은비 : 나....기억 돌아오고 나서부터, 물이 정말 무섭더라. 죽고 싶었던 그 순간에,
사실은... 얼마나 그 물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얼마나 다시 살고 싶었는지! 다...생각났거든....
이안 : (마음 아프고)
은비 : 그리고 너 만날 때마다 감사했어.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난....너 망가지는 거 못 봐...
이안, 괴로운 눈으로 은비를 보다가,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40. 체육관 앞. 저녁
체육관 앞으로 걸어 나오는 은비, 핸드폰 문자 수신음 울리면 확인한다.
< 은별아! 1학년 2반 교실로 와줘. - 수인>
은비 표정 굳어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누른다. 받지 않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벨소리..
은비, 망설이다가 학교를 향해 가면,
#40-1. 태광의 집 서재 앞 복도. 저녁
이사장의 서재 앞을 지나는 태광. 문을 스쳐 갔다가 문득 발 멈추고 무심히 문 열고 들어 가는.
#40-2. 태광의 집 서재. 저녁
문 열고 들어서는 태광. 불을 켜고, 천천히 책상쪽으로 걸음 옮기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뒤적여 보다가, 서랍을 하나씩 열어 본다.
맨 마지막 서랍을 열면 보이는 은비 학생증 사진.
놀라서 더 뒤적여 보면, 드러나는 <강남 세강고 여고생 사망사건> 수사파일.
꺼내 들어 표지를 보고 있는 태광. 긴장 된 표정으로 한 장 넘기는 얼굴에서. (표지만 나올 것!!!!)
#41. 복도일각. 저녁
텅 빈 복도를 혼자 걷고 있는 은비. 1학년 2반 교실 앞에 서서 창문을 들여다보면 안에 아무도 없다.
#42. 1-2반 교실 안. 저녁
은비, 살짝 열린 문틈으로 스산한 교실을 들여다본다.
조심스럽게 몇 발짝 들어서는데, 은비 뒤로 스윽 드리워지는 누군가의 그림자.
화들짝 놀란 은비, 뒤를 돌아보면. 서늘한 얼굴의 민영이 서 있다.
은비 : 서..선생님?
민영, 은비 앞으로 성큼 들어선다.
민영 : (담담하게) 은별아, 안녕?
#42-1. 수영장 안. 저녁
뛰어 들어오는 이안. 둘러보지만 텅 비어 있는 수영장.
다시 나가는 이안.
#42-2. 1-2반 교실 안. 저녁
민영과 은비 마주 서 있다.
은비 : 선생님이 저 부르신거예요?
민영 : (감정 없이) 응. 물어 볼 게 있어서.
은비 : (두려움으로 보면)
민영 : (툭) 고은별, 너 기억 났지?
은비 : 네?
민영 : 정수인.. 어릴 때 친구였다고 니 입으로 말했잖아.
은비 : 수..인이요?
민영 : 그래, 수인이한테 편지도 받았다며? 뭐라고 써 있었어?
은비 : 그건...
민영 : 이번엔 수인이가 보낸 뭘 무시해버렸니?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수인이에 대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건 아니고?
은비 : (무섭지만 참고) 선생님은 수인이를 어떻게 아세요..?
민영 : 어떻게 아는 거 같아?
은비 : 저한테 왜..이런 걸 물으시는 거예요?
민영 : (바짝 은비에게 다가가 한손으로 어깨를 잡고) 왜냐면! 내가, 수인이......언니니까!
은비 : (깜짝 놀라는)
독기어린 민영의 눈에 눈물이 슬쩍 고이고,
은비 당황하고 무서워 뒷걸음질 치는.
#42-3. 체육관 앞. 저녁
이안 체육관에서 막 나온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안.
#42-4. 1학년2반 교실. 저녁
뒷걸음질 치는 은비를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민영.
민영 : 우리 수인이 죽던 날. 너 뭐했니??
은비 : (!!)
민영 : 니가.. 외면해버려서 혼자 외롭게 죽은 내 동생 보는 기분이 어땠어?
은비 : (놀라서) 제가 정말 그랬단 말인가요?
민영 : (화가 치밀어오르는) 왜 그걸 나한테 물어? 니가! 다가가서 괜찮냐고 한 번만 물어봐 줬음, 안 죽었을건데!
은비 : (두려워) 놔주세요...! 선생님..
민영 : (은비를 확 밀어버리고는) 너도 한 번 느껴봐. 이 어둡고 차가운 교실에 혼자 버려진 기분, 한 번 느껴보라고!
민영, 넘어져 있는 은비를 두고 복도로 나간다. 쾅 닫히는 문.
은비, 공포에 질린다. 일어나 문으로 달려간다. 문 열어보지만 안 열리고.
은비 : (두드리며) 선생님!! 문 열어주세요!! 선생님!!
아무런 대답 없자, 은비,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배터리가 거의 떨어져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벨이 계속 울리지만 받지 않자 애타는 은비.
곧 핸드폰 전원이 꺼지고, 은비 얼굴 공포에 휩싸인다.
#43. 은별의 집 거실. 저녁
테이블 위,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다가오는 은별모 하지만 핸드폰을 집자마자 뚝 끊어진다.
휴대폰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벨.
은별모 통화 연결하고.
은별모 : 여보세요? (사이) 여보세요?
하지만 곧 툭 끊어지면,
은별모 발신 번호를 확인 하고 무심히 전화기 내려놓는다.
#44. 공중전화 일각. 저녁
공중전화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녀의 흐릿한 뒷모습. 모자와 안경 쓴 모습.
#44-1. 태광의 집. 저녁
침대에 누운 태광. 걱정스런 표정이다.
은비에게 전화를 걸어보는데,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 들리면 에이.. 하며 끊고, 의아한.
#47. 1-2반 앞 복도. 밤
교실 앞에 차가운 얼굴로 서있는 정민영.
안에서 쿵쿵, 두드리는 소리와 문 열어 달란 은비 목소리 들린다.
민영, 입술을 깨무는데 그 때, 계단 아래서 다다다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 들리면
정민영, 소리 나는 쪽을 한 번 돌아보고, 반대쪽 복도 끝으로 사라진다.
#48. 1-2반 교실 안. 밤
남은 힘을 다해 문을 두드리던 은비, 패닉 상태로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는다.
은비, 두려움에 떨며 작은 소리로.
은비 :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은비, 공포에 휩싸인 눈에서 눈물 주루룩 흘러내리는 순간 벌컥 열리는 교실 문.
젖은 눈으로 깜짝 놀라 바라보는 은비의 얼굴에서. <11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