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상의 영취산(靈鷲山·1,075.6m)에서 백두대간을 벗어나 장수군과 진안군을 관통하며 이어지는 능선이 금남호남정맥이다. 영취산으로부터 약 63km를 조금 넘게 이어진 금남호남정맥은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와 진안군 부귀면 봉암리 경계를 이루는 565m봉(속칭 주화산·珠華山)에서 능선이 T자형으로 나뉜다. 여기에서 남쪽 모래재 방면으로 갈라진 능선이 호남정맥, 북쪽 입봉(笠峰·637.4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금남정맥이다.
▲ 첫번째 전망바위에서 남서쪽으로 본 귀골봉(왼쪽)과 위봉산. 멀리는 종남산이고, 위봉산성쪽 도로는 전주로 가는 길이다. 왼쪽 아래는 화장골.
원등산에서 북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이 약 6km 거리인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에 이르러 동상저수지에 막혀 더 나가지 못하고 솟아오른 산이 대부산(貸付山·601.7m)이다.
주민들에 의하면 일제 때 일본인들이 측량할 때 주민들이 협조해 준 대가로 이 산을 무상으로 대여해 준 이후부터 산 이름이 대부산으로 불려왔다고 한다. 측량이 끝난 후에는 김대연이라는 친일파가 대부산이 마을 소유로 되어 있으면 세금이 많이 나와 마을이 망하게 되므로, 산을 팔아버리자고 주민들을 속인 다음, 매각대금을 챙겨 도망쳤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대부산은 남쪽 원등산 방면만 제외하고 삼면이 수만리계곡, 동상저수지, 사봉천계곡 등 계곡과 물로 에워싸여 있다. 여기에다 주능선이 시종 암릉으로 이어져 경관이 빼어나다. 전주시에서 동쪽 소양면을 지나는 자동차길로 30분 거리여서 전주시 등산인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정상 서쪽 산자락 바위벼랑에 있는 고려시대 때 작품인 석불입상이 볼 만하고, 고로쇠 수액을 파는 집들도 있어 봄맞이 산행코스로 좋다.
코스는 수만리 동광초교(폐교) 앞 공덕교를 건너 안도암~마애석불~정상~서릉~민박산장을 경유해 다시 동광초교로 내려서는 코스(7km·3시간 소요)와, 학동 마을에서 다자미 마을~학동산(458.9m)~~학동재~469m봉~임도 안부~정상~서릉~민박산장~동광초교에 이르는 코스(11km·5시간30분 소요)가 대표적이다.
화장골~남릉~정상~서릉 코스
이번 호에 소개하는 코스는 동광초교에서 학동 마을 방면으로 약 1km 거리인 외딴 농가에서 동쪽 임도로 오르는 코스다. 동광초교 삼거리에서 학동 방면으로 10분 거리에 이르면 길 오른쪽으로 외딴 농가가 있다. 농가 앞에서 동쪽 수만천을 건너는 임도로 발길을 옮겨 100m 들어서면 화장골 입구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화장골 안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르면 정면으로 대부산 남릉과 469m봉이 마주 보인다. 오른쪽으로 화장골 계류가 점점 멀어지는 임도로 20분 오르면 S자로 굽는 급경사 지점을 지난다. 이어 약 300m 더 오르면 임도는 화장골 상단부를 가로지르며 남쪽으로 이어진다.
계속 임도를 따라 15분 거리에 이르면 469m봉 서릉에 닿는다. 469m봉 서릉에서 임도는 왼쪽으로 굽돌아 거의 북쪽으로 이어진다. 정면으로 두릅나무군락 위로 대부산 남릉 상의 암봉이 마주보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임도를 따라 20분 더 오르면 U자형으로 움푹 파인 469m봉 북릉 안부에 닿는다. 이제 임도는 동상면 소재지인 거인리로 넘어간다.
안부에서 임도를 버리고 급경사를 이룬 대부산 남릉으로 올라붙는다. 100m 가량 오르면 왼쪽 아래로 화장골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절벽 상단부로 이어진다. 분재와 같은 소나무들이 난간 역할을 하는 절벽 상단부를 타고 15분 오르면 좁은 공터가 나타난다. 잠시 쉬어 가기 그만인 공터에서는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다시 이어지는 바위지대를 따라 10분 거리에 이르면 정상이 보이는 무명봉에 닿는다. 무명봉 서쪽 50m 지점에 수만리 협곡이 샅샅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가 있다. 정면으로 전주로 나가는 도로와 위봉폭포가 마주 보인다.
▲ 정상에서 북으로 본 대아저수지와 운암산(왼쪽). 가장 멀리 보이는 산은 대둔산이다.
안부을 뒤로하고 잡목 능선길로 5분 더 오르면 대부산 정상이다. 삼각점(진안 301) 옆에 전북 산사랑회가 세운 어른 키 높이 스텐리스스틸 정상안내판이 있다.
정상에서 사위로 휘둘러보는 조망은 일품이다. 북으로는 동상저수지와 운암산이 멀리 대둔산과 함께 보인다. 운암산 오른쪽으로는 칠백이고지와 왕사봉 능선이 펼쳐진다. 동으로는 왕사봉에서 운장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동으로는 운장산과 연석산이 펼쳐진다. 남으로는 학동산과 함께 원등산이 보이고, 원등산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는 귀골봉과 위봉산이 위봉산성 분지와 함께 시야에 와닿는다. 서쪽으로는 위봉산 북릉이 수만리 협곡과 함께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은 서릉을 탄다. 서릉으로 5분 내려서면 안도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계속 암릉을 타고 수만천민박산장 앞으로 내려가도 좋다. 고산 방면 동성산과 동상저수지 풍광을 즐기며 하산하게 된다.
마애석불을 보려면 삼거리에서 남쪽 급경사 사면길로 내려간다. 내려갈수록 왼쪽으로 휘는 사면길로 10분 내려서면 마애석불좌상(전북 유형문화재 제84호)이 나타난다. 높이 15m에 폭 10m 수직절벽에 새겨진 마애석불좌상은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얼굴이 다소 큰 반면 귀는 작은 편이다. 가슴이 넓고 무릎이 두터워 당당하게 보인다. 머리 위에는 네모난 홈이 패어져 있어 빗물을 막는 갓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일제 때 일본인들이 부셔버렸다고 한다.
마애석불좌상을 뒤로하고 5분 내려서면 아늑한 분지 속 허름한 시골 농가처럼 보이는 안도암(安導岩·바위 암 자를 씀)이라는 절에 닿는다. 본래 건물은 6.25 전후에 공비토벌 때 불타 없어진 초라한 절이지만, 때 묻지 않은 경치만큼은 군침을 돌게 한다. 석간수 물맛이 일품이고, 처마 모서리마다 풍경을 매달아 놓은 절집과 대나무숲이 어우러져 한 폭 동양화 속에 잠겨 있는 기분이다.
풍경소리를 뒤로하고 대나무숲을 지나면 산죽군락이 깔린 숲터널로 들어선다. 산죽군락 계곡길을 따라 30분 내려서면 낙엽송숲이 나타난다. 낙엽송숲에서 왼쪽으로 휘는 오솔길을 따라 5분 거리에서 낙엽송숲을 빠져나오면 ‘마애석불좌상 3km’라고 쓰인 안내판이 나온다. 안내판에서 3분 거리인 공덕교를 건너 남쪽 길로 100m 거리에 이르면 동광초교 앞이다.
동광초교 삼거리 출발, 학동 마을 방면 외딴집~화장골 임도~469m봉 북릉 안부~암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서릉 삼거리~마애석불~안도암~공덕교를 경유해 동광초교 앞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7km로, 4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교통
전주 모래내시장 앞에서 소양~송광사~위봉산성 경유 수만리행 버스가 1일 5회(08:30, 11:30, 14:30, 17:30, 20:30) 운행. 요금 1,800원. 30분 소요.
수만리에서 전주행 버스 1일 5회(06:30, 09:30, 12:30, 15:30, 18:30, 21:30) 운행.
숙식
수만리 동광초교 앞 산여울가든슈퍼(주인 심금순·063-243-8545), 동광초교 삼거리 주변 대추나무집(243-0710), 두꺼비가든(243-0181), 삼거리에서 위봉폭포 방면 자연농원산장(243-6604), 토배기산장(243-9567), 박씨물고온제비(243-2398), 향가든(243-3747), 동광초교 북쪽 500m 거리인 우리동네(243-4811), 선돌산장(243-9778), 산넘어그곳(243-3277), 산넘어그곳 식당 앞 계곡 안의 바위산가든(주인·김종수·244-3155~6), 800m 더 들어간 예인촌(243-1011~2) 등에서 식사와 민박이 된다.
바위산가든 민박료 4인용 작은 방 1실 20,000원, 20인용 큰 방 1실 70,000원. 청둥오리 주물럭 양념구이(30,000원), 민물새우탕(4인분 30,000원), 메기탕(30,000원), 옻닭백숙(30,000원), 토종닭백숙(25,000원) 등도 판다.
산여울가든수퍼 민박료 1실 40,000~50,000원. 민박집마다 닭백숙(25,000원~30,000원), 찌개백반(5,000원) 등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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