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대전의 한 40대 남자가 가정불화를 비관해 아내를 살해한
뒤 '부모 없이 아이들이 고생할 것 같아 같이 간다'는 유서를 써놓고
두 딸과 투신, 두 딸은 사망하고 그 남자는 뇌사상태라는 충격적인 소
식에 이어 6월 9일 또 부산에 사는 만삭주부가 딸과 함께 자살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5월 10일 울진에서 자녀 3명과 함
께 일가족 5명이 자살하고, 3월 5일에도 인천에서 40대 실직 가장이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하고 자살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처럼 부모에 의해 아동이 살해되는 등 아동학대가
생각보다 심각한데도 사회적으로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가정 안에서 은밀히 이루어지는 데다 친부모가 가해자이기 때문인 것
같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아동복지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
로 '자녀는 내 소유물'이라는 인식과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
된 생각, 아동문제를 가족 내부의 문제로만 여기는 가부장제의 영향
을 꼽고 있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가 집계한 아동학대 통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4983건으로 가학자의 84%가 친부모이고, 경찰 집
계에 따르면 2003년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한 사건은
모두 20건에 27명의 어린 자녀가 희생됐다고 한다.
자녀를 생각해 자살하면서 자녀를 데리고 간다는 부모에 대해 우리 사
회가 조금이라도 심정적으로 동정하거나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자기 부
모를 살해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듯이 자녀를 살해한 부모도 가중처벌해
야 한다. 그리고 학대가 심각할 경우 미국처럼 법으로 부모자격 박탈
(Termination of Parental Rights) 규정을 두어 입양을 통해 아동을
부모와 영원히 격리해 아이들이 부모에게 돌아가 살해되고 생명의 위
험을 받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어린이 학대자도 강력범으로 다뤄
져야 한다. 강도.절도만이 강력범은 아니다. 아동기의 깊은 상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어린이는 소유물이 아닌 고귀한 독립된 인격체다. 사회에 꼭 필요한
고귀한 인격체로 자라날 수 있도록 어른들이 힘써야 한다. 이제 우리
나라도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아동의 안전하고 건강한
생존을 위해 획기적인 제도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도 문제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마저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게 어디 국가이겠는가. 다음 세대를 책임질 아동의 보호야
말로 모든 복지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다.
아동의 생명보호와 학대예방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자녀를 소유물화하는 가부장제 의식
을 불식하는 것이다. 현행 민법상의 호주제도는 사회적 공동연대의식
과 협조정신을 희박하게 하는 가부장제 의식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
어 인간을 종속화하고 소유물화할 뿐더러 호주와 자기 가족, 친족, 학
연과 지연을 앞세운 연고자만을 위하는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조장하
고 있다. 하루 빨리 호주제도를 폐지하고, 구미(歐美)의 많은 나라가
택하고 있는 1인1적 제도, 즉 개인호적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개인호
적제도를 채택하면 자녀는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돼 자신이 주체가 되
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부모의 자식이 아닌 자녀의 부모가
되어 자녀가 부모에게 종속되지 않는다.
사람의 의식은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지만 법은 국회의원들의 의지
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바꿀 수 있다.
우리 국민에게서 비민주적인 법을 폐지할 입법권을 위임받은 제17대
국회의원들은 최우선적으로 호주제도를 폐지해 개개인의 생명과 존엄
이 지켜지도록, 특히 힘없는 우리 아이들의 생명보호를 위해 자신들
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해주기 바란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